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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이 눈앞에..벤츠·BMW가 반한 현대차 전 직원

조회수 2020. 9. 28. 09: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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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박차고 나와, 벤츠·BMW가 반한 기술창업 성공한 '1000억원의 사나이'
현대차 엔지니어 출신
전기차 냉각수 관로 혁신
2025년 매출 1000억원 기대

창업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가 자동차 산업이다.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신기술을 적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스타트업이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현대자동차 연구원 출신으로 10년 이상 야전에서 갈고 닦아, 자동차 산업에서 기술 창업에 성공한 MH기술개발의 유진호 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를 들었다.


◇글로벌 대기업이 주목하는 기술


MH기술개발은 전기차의 열을 식히는 기술을 가진 업체다. 배터리, 반도체 등 전기차를 움직이는 주요 부품은 고열이 발생하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휴대폰을 오래 사용하면 높은 열이 발생하는 것과 원리가 비슷하다. 전기차 열 관리에 실패하면 차량 운행이 멈추거나 심할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기차의 열을 식히는 역할은 냉각수 관로가 담당한다. 배터리, 반도체 등 주요 부품 별로 냉각수가 흐르는 관을 설치해 열을 식히는 것이다. 소재는 주로 알루미늄이다. 열 전도율이 좋아서 금방 뜨거운 열을 흡수하면서 냉각수의 차가운 온도를 전기차 부품에 전달해 온도를 낮춘다.

출처: MH기술개발 제공
냉각수관로에 대해 설명하는 유진호 대표

MH는 이 냉각수 관로를 혁신했다. 기존 방식은 여러 개 부품을 접합해 관로를 만드는 것이다. 공정이 복잡하고, 접합한 틈 사이로 냉각수가 샐 위험이 있다. MH는 한 번에 둥근 파이프 모양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관련해서 지금까지 확보한 특허 등 지적재산권이 벌써 81건이다.


많은 완성차 업체와 전기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회사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관련 대기업 두 곳과 기술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양산 개발이 끝나면 납품한다. 내년 4분기부터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해외에선 벤츠 등 독일 완성차 3사와 지난 1월 기술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제대로 선을 보이지 않았는데 나타난 성과다.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면 보다 많은 제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MH기술개발 제공
IR 중인 유진호 대표

◇2025년 매출목표 1000억원


양산은 내년 말쯤 가능한데, 창업한지 벌써 4년 됐다. 연구 개발에 들어가 내년 양산에 이르기까지 5년 정도 걸리는 셈이다.


-매출 나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닌가요?
“자동차 업계에서 없던 기술을 개발해 모델에 적용하기까지 보통 10년이 걸립니다. 저희는 4년 전 개발을 시작해 이제 양산 적용을 앞두고 있으니 나름 빠른 편입니다.”


내년까지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데 비용은 많이 들어간다. 시드 투자, 국가 기술 사업비 지원, 국가 보증 저리 대출 등으로 개발비와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원 자금의 절반이 상환할 필요 없는 순수 지원금이다. “국가가 든든한 후원자가 돼 준 셈입니다. 좋은 기업이 돼서 사회에 진 빚을 갚아야죠.”


투자 유치도 열심이다. 이미 1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양산 전에 200억원 투자를 받아 공장 건설 등을 할 예정이다. 투자 펀드들과 순조롭게 얘기가 이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대기업들과 맺은 계약에 주목하고 있다. MH기술개발의 매출 목표는 2025년 1000억원이다.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얘기 중인 계약만 진행돼도 충분히 달성 가능한 매출이란 게 유 대표 설명이다. “지켜 보십시오. 우리나라에서도 독자 기술에 기반한 제대로 된 부품 업체 하나 나오는 겁니다.”

출처: MH기술개발 제공
디캠프 주최 데모데이에서 1등한 유진호 대표

◇’내 것 해야 겠다’ 현대차 나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1993년 현대자동차 엔지니어로 들어갔다. 자동변속기 개발 등에 참여했다.


보람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현대차 수준이 선진 기술을 들여와 우리 입맛에 맞게 국산화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냥 앞선 회사들 따라가는 일 밖에 안된거죠. 어느 순간 절망감까지 들었습니다. 전 내 기술을 개발해서 수출도 하고 싶다. 그런 꿈이 있었습니다. 사업을 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일단 마케팅을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술도 잘 팔려야 빛을 보기 때문이다. 마침 한 외국계 회사에서 엔지니어링 세일즈 담당으로 영입 제안이 왔다. 주저하지 않고 사표를 내고 회사를 옯겼다.


기술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제품 판매 늘리는 일을 맡았다. 재밌었다. 생각 보다 긴 시간 이 일을 했다. 10년 이상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인피니온코리아, 마그나 등 글로벌 기업을 옮겨 다니며 일을 했다.


-창업 결심하고 너무 오랜 시간 그냥 흘려 보낸 것 아닌가요?
“자동차 산업은 규모가 장대하고 기술 교체 주기가 무척 긴 특성이 있습니다. 기술 하나 자리 잡는 데 대규모 투자와 오랜 개발 시간이 필요하죠. 신규 창업자가 그걸 감당하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일단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서 패러다임 전환 기회를 살폈습니다. 그때 작은 기업도 경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리거든요.”


2014년 드디어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슬라가 히트를 치면서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막한 것. “사실 전기차가 최근 개발된 게 아닙니다. 역사가 길어요. 150년 전 개발됐죠. 다만 내연기관 차와 비교해 효율이 좋지 못해 오랜 기간 사장됐을 뿐입니다. 하지만 꾸준한 기술개발로 효율이 많이 개선됐고, 환경 이슈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업계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자율주행이란 빅이슈까지 등장했죠. 전기차에 자율주행까지. 자동차 업계가 대변혁 중에 있는 겁니다. 그 흐름에 올라타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패러다임 변화기엔 완성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협력 업체를 찾는다. 모든 기술변화 트렌드에 자체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자 기술이 있으면 작은 기업도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출처: MH기술개발 제공
데모데이에서 발표 중인 유진호 대표

◇무작정 찾아가 기술계약 체결


일단 아이템부터 찾기로 했다. 다니던 외국계 회사를 나와 한 업체 고문을 맡으면서, 1년 간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갖고 있는 해외 강소기업을 1000곳 넘게 찾아 명단들 만들었다. “인터넷 서치도 하구요. 논문도 찾아 보며 다양하게 명단을 만들었습니다.” 그중 기술력과 사업성이 가장 좋아 보이는 업체 10곳을 골라 사업 제안을 했다. 생산 제품의 한국 내 마케팅을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대신 기술 개발에 참여시켜 달라고 했다. “창업을 위한 기술 확보 차원의 제안이었죠. 해당 업체는 영업 기반을 넓히구요. 윈윈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반응이 좋았다. 10곳 중 8곳에서 만나자는 답변이 왔다. 그중 3곳과 구체적은 협의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1곳과 국내 영업 계약을 맺었다. 바로 이 회사가 파이프 제조와 관련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생산 제품의 국내 판매를 대행하면서, 해당 업체에 기술을 활용해서 전기차용 냉각수 관로를 공동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 “당시 규모에서 기업을 키울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그럼 나 혼자라도 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가장 큰 난관이 뭐였나요.
“기술적 백그라운드가 있고 영업 마케팅 경력을 오래 쌓았는데도 막상 창업하니 난관이 한 두개가 아녔습니다. 회사 다닐 때와 비교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인력 확보, 자금 마련.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더군요. 그중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익숙치 않은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기술 개발을 저 혼자 오롯이 하는 건 어렵고 좋은 파트너 업체를 찾아야 했는데요. ‘재밌을 것 같기는 한데 여력이 없다’ ‘돈이 안될 것 같다’ 식으로 거절하는 업체들이 많았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넘겨주는 대로 찍어내거나, 외국에서 기술을 들여와 부품 만드는 데 익숙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다보니, 기술 개발이 낯설어 선뜻 응하지 못한 거죠. 사실 부품업체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평소 원가 압박이 심하다 보니 기술 개발이 어려운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그만 둘까 고민도 하고, 국내에서 개발을 중단하고 해외로 갈까 생각도 했습니다. 기술 개발에 익숙한 외국 업체들을 찾아 함께 하는 거죠. 겨우 어떻게 해서 국내에서 좋은 협력업체를 찾긴 했는데요. 무척 험난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고비를 지나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까지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버텨온 비결이 뭔가요.
“테슬라 창업자 엘런 머스크의 창업기를 보면, 초기 2년간 원룸을 빌려서 먹고 자는 시간 빼고 하루종일 일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숱하게 사업모델을 바꿉니다. 미친듯 일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거죠.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창업 초반 작은 실패들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숱하게 공정과 방법을 바꿔야 했죠. 그렇게 바꾸고 또 바꾸다 보니 성공이 가까워졌습니다. 사업 모델의 피벗(전환)은 없었지만, 개발 공정 피벗은 여러 번 한 겁니다. 절대 포기하면 안됩니다. 초반 실패는 약입니다. 버티면 곧 성공의 길이 보입니다.”

출처: MH기술개발 제공
데모데이에서 발표 중인 유진호 대표

◇사업은 네트워크 게임


-하던 일에 연관된 창업의 이점이 뭔가요.

“사업은 네트워크 게임입니다. 인내의 게임이고 설득의 개임이기도 하죠. 이를 모두 갖추려면 최소 10년 이상 관련 분야 내공이 필요합니다. 창업 전에 회사를 다니며 경험을 쌓아야 하는 거죠. 호기로운 시작도 좋지만, 대개는 자신의 부족함만 절감하고 실패합니다. 이후 조직으로 가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다듬어서 좀더 절실하게 다시 도전해서 성공한 분이 많습니다. 이때 성공의 확률은 네트워크의 깊이가 올려줍니다. 저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선배들 도움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회사 다니며 쌓은 내공과 네트워크가 연관 창업의 최고 자산인 것 같습니다.”


-늦은 창업의 어려움이 있다면요.

“체력이요. 체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했습니다. 초반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이후 아침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헬스장 가서 운동하고 사우나를 합니다. 일주일에 3번은 수영도 합니다. 컨디션 조절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술도 끊었습니다. 사업하면서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원치 않는 술은 안먹어도 된다는 것입니다. 기술창업의 장점이죠. 기술과 본질로 승부하면 술 안먹어도 얼마든지 마케팅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는 체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실 직원들 생각하면 쓰러질 자격도 없습니다. 집이건 회사건 어디서나 24시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체력이 받쳐줘야 합니다. 꾸준히 관리해야 합니다.”


-보완하고 싶은 능력이 있나요.

“소통 능력을 좀더 개발하고 싶습니다. 언어는 나를 전달하는 매개체입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참 중요하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영업도 해야 하고 투자 유치도 해야 하죠. 내가 하는 일을 잘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내 소통도 중요합니다. 계속 개선시켜 나가야할 과제입니다. 대화법이나 소통법을 다루는 책을 꾸준히 읽고요. 매일 아침 전직원이 모여 차 마시면서 최소 30분 이상 얘기 나누는 자리를 가지려 노력합니다.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실천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글 jobsN 박유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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