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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들이 먼저 찾는다, '3분 예술'로 대박친 이 두 사람

조회수 2020. 9. 28. 1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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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취향저격'하는 뮤직비디오 제작합니다..리전드필름 장동주, 윤승림 감독
청하, 태민 등 아이돌 뮤직비디오 제작해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거의 다 직접 맡아
뮤직비디오도 예술작품으로 여겨지길 바라

“뮤직비디오는 3분 남짓한 짧은 영상이에요. 하지만 이 안에 여러 장치들을 숨겨 놔서 해석의 여지를 남기죠. 예를 들어서 가수 청하의 신곡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진주 메이크업은 눈물을 의미합니다. 이런 장치들을 영상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입니다.”


영상 제작사 리전드필름의 장동주, 윤승림 감독은 아이돌 팬들 사이에선 ‘믿고 보는’ 뮤직비디오 제작자로 통한다. 가수의 매력을 한껏 담아내면서 이야기 구성도 탄탄한 영상을 만든다는 평이다. 최근엔 솔로가수 청하의 신곡 ‘스내핑(Snapping)’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샤이니의 태민, 엑소의 레이 등 여러 아이돌과 같이 작업을 했다. “뮤직비디오는 가수·노래·이야기가 한 데 어우러져서 탄생하는 예술작품”이라는 리전드필름의 두 감독을 만났다.


◇이야기, 이미지를 이용한 뮤직비디오

출처: 리전드필름 제공
윤승림 감독(왼쪽), 장동주 감독(오른쪽).

-리전드필름은 어떤 회사인가. 본인 소개도 해달라.


(장동주) “리전드필름은 영상 제작사다. 2016년에 만들었다. 광고나 뮤직비디오를 주로 제작한다. 태민의 ‘원트(Want)’, NCT 127의 ‘슈퍼휴먼(Superhuman)’ 등 여러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우린 듀오로 활동한다.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다. 나는 제작을 담당한다. 윤 감독이 기획한 연출을 실제 영상으로 만든다. 또 클라이언트와 소통하거나 영상 제작에 필요한 예산을 조율한다.”


(윤승림) “영상의 연출과 기획을 맡는다. 뮤직비디오의 씬(scene)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역할이다. 영상의 세세한 부분들에 신경을 쓴다. 뮤직비디오 제작할 때 장 감독이 전체 숲을 본다면 나는 숲을 이루는 나무에 집중한다.”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


(장) “원래 영화나 영상 보는 걸 좋아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7년이 넘었다. 우리는 같은 감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다. 내가 윤 감독의 사수였다.”


(윤) “어렸을 때부터 쭉 미술을 배워왔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춤을 추는 것도 좋아했다. 춤, 미술이 한 데 어우러져 있는 뮤직비디오에 관심을 가졌다. 대학교 4학년 때 휴학계를 내고 뮤직비디오 조감독 일을 시작했다. 조감독 일을 하면서 댄서들이 퍼포먼스를 하는 코레오그라피(choreography) 영상을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다. 코레오그라피는 댄서들이 노래에 맞춰서 자유롭게 춤을 추는 일종의 뮤직비디오다. 이 때부터 일을 시작한 셈이다.”


-뮤직비디오를 찍는 과정이 궁금하다.


(장) “우선 가수나 소속사가 ‘몇 월 며칠에 음원을 발매한 예정인데 뮤직비디오를 찍고 싶다’고 연락을 해온다. 일정이 맞으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뮤직비디오는 소속사에서 촬영 콘셉트를 거의 정해주지 않는다. 구체적인 콘티나 촬영 가이드라인을 주는 광고 촬영과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들이 그 곡을 어떻게 느끼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음원과 가사를 받아서 이 곡이 과연 뭘 말하고 싶은지를 분석한다.”


(윤) “제작 기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보통 한달 안에 기획, 촬영, 편집까지 다 끝내야 한다. 처음엔 노래에서 중요한 키워드들을 뽑아낸다. 이야기 서사일 수도 있고 특정 이미지일 수도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 소재를 갖고 올 때도 있다. 가수 태민 뮤직비디오에선 단테의 ‘신곡’ 줄거리를 썼다. 아이돌 그룹 펜타곤의 ‘빛나리’ 일본판 뮤직비디오를 찍을 땐 프랑스 영화 감독 미쉘 공드리의 영화들을 오마주했다.”

출처: '원트', 'SHINE' 뮤직비디오 캡처
가수 태민(왼쪽), 펜타곤(오른쪽).

◇뮤직비디오 기획할 때는 그 가수의 ‘덕후’로


-뮤직비디오 콘셉트는 가수 이미지에 맞게 짜는 건가.


(윤) “그 가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로는 뭐가 있을지 고민한다. 기획 단계에서 매번 그 가수의 ‘덕후’가 된다. 쉽게 말하면 그 가수를 보면서 팬들이 ‘심쿵’해할 만한 이미지를 찾아낸다. 가수가 낼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을 영상에 담는다. 예를 들어서 태민은 고독하고 깊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펜타곤은 밝고 청량한 이미지의 가수다. 뮤직비디오도 가수의 이미지에 맞게 찍는다. 그래서 두 가수의 뮤직비디오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출처: 가수 청하 '스내핑' 뮤직비디오 캡처
뮤직비디오엔 상징적인 소재들이 등장한다.

최근에 신곡을 낸 청하 같은 경우 콘셉트가 명확했다. ‘이별 후 미련을 떨쳐내고 강해져야 하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고안해냈다. 펜싱과 물고기가 가지는 의미를 담았다. 펜싱검은 아주 얇지만 부러지지 않는다. 베타는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무조건 혼자 살아야 한다. 두 마리를 같은 곳에 넣어두면 서로 물어 뜯고 죽을 때까지 싸운다. 그래서 두 소재의 상징적인 의미를 뮤직비디오로 풀었다.”


-감독들이 의상이나 메이크업도 관리하나.


(장) “의상이나 메이크업은 가수의 스타일리스트랑 이야기를 나눈 뒤에 정한다.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촬영을 할 건데 여기에 맞는 의상이 있는지 물어본다. 청하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스타일리스트한테 ‘베타 물고기’에 대해서 말했다. 베타물고기는 꼬리가 날개처럼 보인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스타일리스트한테 말했더니 우리가 상상한 베타 물고기 꼬리처럼 생긴 붉은색 드레스를 가져왔다. 메이크업도 마찬가지다. 진주를 눈물처럼 보이게 얼굴에 붙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출처: 가수 청하 '스내핑' 뮤직비디오 캡처
베타 물고기를 상징하는 붉은색 드레스.

-회사의 매출이 궁금하다.


(장·윤) “작년 기준 20억이다.”


-리전드필름이 자주 사용하는 촬영기법이 있나.


(윤) “화면 전환에 많은 공을 들인다. 뮤직비디오는 사진과 다르게 각 장면들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진행이 매끄러워야 한다. 화면이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뮤직비디오의 이야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힘 있게 끌고 갈 수 있다. 한 뮤직비디오 안에서 화면 비율을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청하의 ‘스내핑’ 뮤비에서는 천이 위에서 밑으로 떨어진다. 이 때 공간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화면 비율을 정사각형으로 바꿨다. 태민의 ‘원트’ 뮤비에서는 태민이 안에서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화면 비율이 바뀌고 넓어진다. 이럴 때는 화면 비율을 일종의 그래픽 요소로 생각한다. 즉, 화면 비율을 바꿔서 특수효과 같은 느낌을 내는 것이다.”

출처: 태민 '원트' (위쪽) 청하 '스내핑'(아래쪽) 뮤직비디오 캡처
뮤직비디오 화면 비율이 바뀌었다.

-스토리와 음악을 어떻게 조화시키나.


(윤) “우리는 ‘드라마타이즈(dramatize)’ 방식이 아니라 ‘비주얼 네러티브(visual narrative)’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이별을 소재로 뮤직비디오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드라마타이즈 방식을 사용한다면 ‘사랑했다, 이별했다, 극복했다’는 내용을 서사로 풀어낸다. 반면 후자는 소재가 가지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뮤직비디오에 갖고 와서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청하 뮤비에서 펜싱과 베타물고기, 이 두 소재를 활용한 것처럼 말이다. 소재의 의미를 파악하다 보면 뮤직비디오 안에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수 헨리, “우리 같이 작업해요”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나.


(장) “뮤직비디오를 찍으면 피드백이 빠르게 온다. 가수의 팬이나 소속사에서 연락을 해 온다. 제작 업계에서는 광고,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흔히 ‘메이저’ 장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접하는 영상들이다. 이 중에서 뮤직비디오 피드백이 가장 빠르다. 여기서 오는 희열이 크다.”


(윤) “우리는 첫 뮤직비디오로 가수 보이비(Boi.B)의 ‘아침에 다시 얘기해’ 영상을 찍었다. 주어진 예산이 적었지만 노래가 좋아서 영상 제작을 맡았다.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일주일이 안돼서 가수 헨리한테서 연락이 왔다. 보이비의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영상이 좋다며 자기랑 같이 일해보자고 하더라. 이후엔 당시 헨리의 소속사였던 SM 관계자가 연락을 해왔다. 이처럼 피드백이 빨리 들어온다.”

출처: 리전드필름 제공
장동주(왼쪽), 윤승림(오른쪽) 감독.

-일 할 때 보람을 느끼는 순간과 힘든 순간을 말해달라.


(장)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갔을 때 보람을 느낀다. 밤을 새서 만든 작품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볼 때 기분이 좋다.”


(윤) “누군가에게 영감과 자극을 줄 때 보람을 느낀다. 사실 이 일을 하면서 많은 괴리감을 느꼈다. 예술로 돈을 벌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괴리감이었다. 영상이 작품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한번 보고 끝나버리는 소모품이 되어버릴까봐 무서웠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 학생이 나한테 SNS로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작품을 보면서 감독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하더라.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나도 예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안심이 되고 보람을 느낀다.”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한테 남기고 싶은 조언이 있나.


(장·윤)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이미지를 실제 영상으로 실현시키고자 하는 강한 집념이 있어야 한다. 영상을 제작할 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워라벨’도 없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내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열정을 어떻게 작품으로 치환할지 끊임없이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글 jobsN 신재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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