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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선 여중·여고생뿐 아니라 초등생까지 다 하잖아요"

조회수 2020. 9. 28. 10: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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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사도 3만원 안 넘어" 직장인이 화장하는 10대들을 위해 벌인 일
뷰티 브랜드 ‘0720’ 이정률 과장
품질은 그대로, 가격만 낮춘 화장품
"뷰티 플랫폼으로 성장하고파"

대부분 화장품 브랜드는 오프라인 숍이나 백화점, H&B 스토어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그중 립 케어, 핸드크림 등 기본 제품은 편의점에서 팔기도 한다. 신생 뷰티 브랜드 '0720'이 전 제품을 편의점을 통해 출시하면서 '화장품은 화장품 가게에서'라는 편견을 깨뜨렸다.


0720은 화장품 전문 제조·유통(OEM·ODM)업체 BCL이 2017년 10대와 20대 초반을 겨냥해 출시한 브랜드다. 제품을 론칭한 세븐일레븐 외에도 다이소에서도 팔고 있다. 많은 뷰티 유튜버들의 리뷰를 통해 '편의점 화장품' 또는 '다이소 화장품'으로 알려졌다. 품질은 일반 화장품과 똑같지만 가격은 낮춘 '고품질 저렴이' 화장품을 만든 0720의 이정률(31)과장을 만났다.

출처: jobsN
0720 이정률 과장

◇자동차 디자인하다가 뷰티 브랜드 기획자로


지금은 뷰티 브랜드 기획자이지만 이정률 과장이 처음부터 화장품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다. 그는 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입시 미술학원, 광고 회사 등에서 일했다. 이 과장이 화장품에 관심을 둔 것은 2017년이었다.


"화장품 제조업체 BCL에서 편의점을 통해 출시할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면서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선택을 해야 하는 찰나 브랜드에서 출시할 제품군이 30여종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기존 편의점에서 파는 제품은 니베아, 바셀린 등 브랜드의 원 스테디셀러입니다. 기존과 다른 시장을 개척하려면 먼저 소수 제품에 주력해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기획에도 참여해보라고 하더군요. 디자이너 겸 기획자로 팀에 합류했습니다."


그가 팀에 들어올 무렵 '10대들 화장을 하거나 안 하거나' 저자 고지원 작가도 합류했다. "10대와 20대를 겨냥했기 때문에 그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고지원 작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10대 트렌드를 잘 알아요. 화장을 일찍부터 시작하는 그들에게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쓴 의도와 브랜드 방향이 잘 맞아 섭외했습니다."

출처: 0720 제공
0720 서포터즈

◇10대 위한 고품질 저가 제품 개발


이과장은 세안 후 스킨과 로션도 바르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어느새 손등에 제품을 테스트하면서 고르기 시작했고 성분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고지원 작가가 많이 도와줬습니다. 화장 순서, 종류 등은 물론 요즘 10대들이 선호하는 감성 등을 알려줬죠."


화장품과 친해질 때쯤 브랜드 방향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바로 '화장품계의 유니클로'를 만드는 것이었다. "유니클로 가격이 더이상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기본적인 제품을 편하게 살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되 가격은 낮춰서 파는 것입니다. 또 소비층이 10대인 것을 고려해 유해성분을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제품을 만들려면 10대가 원하는 것을 알아야 했다. 샘플을 만들어 1000여명의 10대 체험단을 모집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해 그들이 선호하는 색, 제형, 밀착감 등을 파악했다. 학부모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직접 사용해보니 피부에 잘 맞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이 사용하기 좋을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사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BCL연구소에서 제품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와 개발 끝에 틴트, 리무버, 파운데이션 등 10여종의 제품을 만들었다. 출시 전 팀원들이 직접 제품 테스트를 통해 품질과 반응을 확인했다. 평소 화장을 하지 않는 이과장도 리무버(화장을 지울 때 사용하는 화장품)를 테스트하기 위해 직접 색조 화장을 했다고 한다. 이과장은 "아이라인, 눈썹 등 화장을 하고 리무버로 지우는 테스트를 했다”며 “잘 지워지는지, 피부에 어떤 자극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출처: 0720 제공
0720 제품(좌)과 화장품으로 화장한 학생의 모습(우)

◇편의점에서 출시해 다이소까지 진출


2017년 11월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0720 제품을 출시했다. 0720은 10대들이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오전 7시 20분을 뜻하기도 하고 ‘이거 진짜 사실이다’라는 의미의 신조어 ‘ㅇㄱㄹㅇ’을 의미하기도 한다. 틴트 5900원, 큐션 파운데이션 9800원, 블러쉬 4900원 등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할 때 오프라인 매장에서처럼 테스트를 해보고 살 수 있게 만들고 싶어 매대를 따로 놓았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직접 하는 게 아니다 보니 관리에 소홀해졌어요. 점주 입장에서는 인지도 있는 제품도 아닌데 따로 공간을 만들어 팔기에 부담스러웠던거죠. 결국 매대를 철수하고 구성과 디자인을 바꿨습니다.”


업체에서 납품한 상자 포장을 윗부분만 뜯어서 진열 판매하는 RRP(Retail Ready Package)로 바꿨다. 매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소량으로만 입점해 판매하니 오히려 반응이 괜찮았고 그 반응에 힘입어 다이소에도 입점할 수 있었다. 많은 뷰티 유튜버들이 0720 제품을 리뷰해 인터넷에서 가성비 좋은 ‘다이소 화장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처음부터 다이소 입점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다이소 화장품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품질은 다른 것보다 안 좋지만 저렴한 맛에 사서 쓰는 제품’이라고 인식이 되는 게 두려웠죠. 품질 역시 일반 화장품 브랜드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아직도 질이 안 좋은 제품으로 보시는 분도 있어 속상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뷰티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


동네 세븐일레븐과 다이소에서 제품을 찾을 수 없어 회사로 문의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0720은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 온라인 샵을 준비 중이다. 또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먼저 연락이 와 소량이지만 해외 납품도 하고 있다. 이렇게 브랜드 출시 1년 반 만에 연 매출 6억원을 달성했다.


화장을 시작하는 나이가 어려지고 0720 역시 이런 트렌드에 맞춰 탄생한 브랜드지만 아직 10대 화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녹색건강연대 조사 결과 여자 초등학생 10명 중 4명, 여자 중·고등학생 10명 중 7명이 색조 화장을 해봤다고 답했다. 이정률 과장은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올바른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10대들이 화장하는 게 흔한 일이에요. 이런 사회 변화를 막기보다는 옳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화장법, 꼼꼼하게 지우는 법 등의 교육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화장품은 화장품은 피부에 닿으면 상태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본인 피부에 맞는 제품을 잘 골라야 합니다. 본인의 피부 유형 확인 방법, 피부 유형에 따른 제품 등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하죠.”


화장품 문외한에서 이제는 누구보다 뷰티 트렌드에 민감한 기획자로 변한 이정률 과장은 0720을 생활 뷰티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정보를 데이터화 해서 소비자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하거나 온라인에서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굳힐 예정입니다. 제품군을 립과 블러쉬 두 가지로 줄이고 색상을 늘릴 거예요. '누구나 가까이에서 원하는 색상의 틴트와 블러쉬를 구할 수 있는 브랜드'로 인식할 수 있게 노력할 겁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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