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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1억 쓴거 같아요” 개콘 대표 개그맨이 요즘 하는 일은…

개콘 주역에서 국가대표 ‘키덜트 유튜버’로 변신한 개그맨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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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통설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레고, 건담, 피규어 등 각종 장난감 구매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어른들, 속칭 ‘키덜트(kidult)’ 현상은 최근 2~3년 사이 주류 문화로 떠올랐다. 대형 백화점, 쇼핑몰에는 키덜트를 겨냥한 장난감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온라인 시장 성장으로 점차 매출이 줄어드는 오프라인 매장들이 키덜트 상품을 새로운 매출 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원대에 불과했으나, 2018년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KBS의 장수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던 개그맨 이상훈(37). KBS 공채개그맨 26기 출신으로 2011년 데뷔한 이씨는 ‘감사합니다’, ‘시청률의 제왕’, ‘늬글늬글’, ‘1대1’ 등 코너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요즘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키덜트’로 꼽힌다. 그가 작년2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이상훈 TV’가 1년4개월 만에 구독자 수 25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씨가 주로 올리는 레고나 핫토이(hottoys:홍콩의 피규어 제작사) 제품 소개 영상에는 이씨 특유의 친근함과 익살스러움이 묻어난다. 국내에서 키덜트 관련 콘텐츠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버는 20여명 남짓인데, 이 중 이씨 채널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이씨를 만나 장난감과 유튜버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KBS '개그콘서트' 활약 당시 모습

출처이상훈씨 제공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아내 때문이에요. 결혼 전에는 단순히 갖고 싶은 장난감을 모으는 콜렉터였죠. 그런데 2016년 결혼 후에는 장난감을 살 때마다 아내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눈치 안 보면서 장난감 수집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생각한 게 유튜브였어요. 작년만 해도 지금처럼 키덜트 관련 유튜브 채널이 많지 않았어요. 아내에게 “오빠, 이걸로 방송할 거야”라는 식으로 설득했더니 ‘적극적으로 한번 해보라’고 밀어주더라구요.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많은 분이 제 영상들을 좋아해주실지 몰랐어요. 아내가 절 믿고 응원해줘서 늘 감사하고 있어요.”


-영상 제작은 처음이었는데 유튜브 채널 운영 초기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엔 무작정 ‘한번 해보자’란 생각으로 도전했는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다른 키덜트 관련 영상을 많이 찾아보면서 ‘나라면 이렇게 해봐야겠다’고 구상을 했지만 실전에 뛰어드니 막막했습니다. ‘카메라 장비는 따로 사야하나’, ‘편집은 어떻게 해야하나’ 등 고민이 많았어요. 마침 개그맨 유상무 선배님이 유튜브 크리에이터 관련 기획사를 운영하고 계셔서 ‘키덜트 관련 영상을 찍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선배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비싼 장비 필요없다. 휴대폰으로 찍어도 충분하다’고 조언도 해주시고, 전체적인 영상 콘셉트도 많이 잡아주셨죠. 지금도 촬영은 비싼 카메라 대신 휴대폰 두 대로만 찍고 있어요. 영상 찍는 데는 휴대폰 카메라만으로 충분합니다.


채널을 운영하고 3개월 정도 되니 ‘혼자서 도전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촬영-편집을 모두 저 혼자 하기 시작했습니다. 편집 프로그램 사용방법은 다른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부했어요. 이후 채널이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영상 제작 건수가 늘자 소속사가 편집을 도와주던 시기도 있었어요. 지금은 편집을 전문적으로 해주시는 분이 따로 계세요. 전체 영상의 80% 정도는 이분이 편집해주시고, 나머지 20% 정도는 제가 편집합니다.”


-영상 하나를 제작하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처음에는 장난감 리뷰 영상 한 편 제작하는 데 3일이 꼬박 걸렸어요. 지금은 제가 편집할 경우 총 12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영상 자르고, 자막 넣고, 음악 넣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지금은 조금씩 노하우가 생기면서 촬영할 때부터 ‘어떤 그림이 나올까’를 생각하면서 나름 효과적으로 작업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핫토이 '헐크버스터' 피규어 리뷰 방송 모습

출처유튜브 캡처

-지금까지 가장 조회 수가 많이 나온 영상은 무엇인가요. 대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제품 영상이 인기가 많습니까.


“제 영상 중 조회수가 100만건을 넘긴 게 하나 있는데요. 핫토이에서 발매한 ‘헐크버스터’ 피규어 리뷰 영상입니다. 영화 ‘어벤져스2:에이지오브울트론’에서 아이언맨이 폭주하는 헐크를 막기 위해 착용하는 대형 슈트인데, 아무래도 제품이 크고 디테일이 좋아 리뷰 영상도 인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요즘 키덜트 시장의 대세가 마블 영화 관련 제품들이다보니 마블 캐릭터 피규어 영상들이 조회수가 높게 나옵니다. 배트맨이나 슈퍼맨 같은 DC코믹스 캐릭터나 스타워즈 관련 제품들은 마블보다는 조회수가 덜 나오죠. 영상이 인기가 없어도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 영화이니까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 조회수만 생각했다면 마블 캐릭터 영상만 계속 찍었겠지만, 유튜브는 제가 재미로 하는 것이지, 돈 벌려는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서요.”


-영상을 가장 많이 보는 시청자 연령대가 궁금합니다.


“10대부터 30~40대까지 골고루 봐주시는데 가장 많은 시청자 연령대는 30대에요. 제 또래 시청자들이 가장 많은 것이죠. 그래서 옛날 장난감 리뷰 영상을 만들 때도 ‘내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장난감이니까 다들 아실거야’라는 생각으로 촬영해요. 10대 구독자분들은 모르는 장난감이 나오면 ‘빨리 마블 제품 해주세요’라고 요청하기도 해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유튜브를 찍으면서 ‘이게 내 일이다’라고 생각했던 적은 한번도 없어요. 좋아하는 장난감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시켜주는 것이니까요. 하루하루 즐겁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요. 한번은 지인에게 선물받은 레고를 언박싱(unboxing·개봉)하는 영상을 찍은 적이 있는데, 제가 어릴 때 늘 갖고 놀았던 검정색 우주인 미니피규어가 들어있는 거에요. 영화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주인공 ‘우디’처럼 제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장난감이었어요.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가슴 아팠던 기억도 있어요. 다섯 마리의 로봇 사자가 합체해 인간 형상 로봇이 되는 ‘볼트론’ 제품을 지인에게 빌려 리뷰한 적 있는데, 실수로 촬영 중 사자 한마리를 부러뜨렸어요. 다른 분이 절 믿고 맡겨주신 고가의 피규어를 부순 것이라 얼마나 죄송했는지 모릅니다. 나중에 새 제품을 구해 보내드렸지만 너무 죄송했어요.”

레고 모듈러 시리즈 '코너 정비소' 리뷰 방송 모습

출처유튜브 캡처

-유튜브로 벌어들이는 한 달 수입은 얼마 정도 되나요.


“영상을 얼마나 많은 분이 봐주시느냐에 따라서 유튜브 수입은 달마다 편차가 심해요. 3개월 전까지는 유튜브를 통해서 버는 돈보다 촬영 장소로 쓰고 있는 사무실 임대료·편집비·장난감 구입비 등 지출이 더 컸어요. 지금은 지출보다 수입이 조금 많은 정도입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팁이나 조언을 준다면요.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유튜브 소재로 선택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최대한 즐겁게 영상 제작을 해야 보는 사람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장난감을 즐겁게 리뷰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처음부터 ‘유튜브로 큰돈을 벌겠다’는 기대는 안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런 기대를 갖고 시작하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실 확률이 높습니다.”


-언제부터 장난감 수집을 시작했나요.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을 매우 좋아했어요. 스무살 이후 아르바이트로 직접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레고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18년 정도 레고와 피규어를 수집했는데 총 1억원 정도 쓴 것 같아요. 보통 다른 부모님들은 아들이 이렇게 장난감을 많이 사면 혼내셨을 텐데, 저희 부모님은 오히려 ‘어렸을 때 장난감을 적게 사줘서 저러는가보다’며 미안해하시더라구요. 실제는 아닌데…. 형편에 비해 장난감은 많이 사주셨어요.”


-레고와 피규어 제품의 매력은 각각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레고는 무엇보다 조립하는 재미가 있죠. 한 줌의 레고 블록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게 엄청 많잖아요. 아직 자녀가 없지만 아이가 생긴다면 레고를 갖고 재미있게 놀아줄 자신있어요. 피규어는 만화나 영화 속 좋아하는 캐릭터를 인형으로나마 소장할 수 있다는 게 매력입니다. 일종의 기념품이에요. 다들 프랑스 파리에 가면 에펠탑 모양의 장식품을 사오잖아요.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소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 피규어라고 생각합니다.”

핫토이 '아이언맨 마크 50' 피규어 리뷰 방송 모습

출처유튜브 캡처

-아내도 레고와 피규어를 좋아하는지요.


“아내는 장난감에 관심이 전혀 없어요. 남편이 좋아하는 거니까 그냥 인정해주는 것이죠. ‘이거 예쁘다’라고 말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마블 영화는 아내도 엄청 좋아하는데 피규어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습니다. 본인이 장난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남편을 이해해주고 응원해줘서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레고나 피규어 중에는 고가 제품도 상당히 많은데, 스스로 정해놓은 구매 기준이 있는지요.


“장난감 수집에서 제일 중요한 게 자신의 경제 형편을 넘어서는 구매를 하면 안된다는 점이에요. 자신의 월급 수준에 맞춰 구매 액수를 정해놓고 이를 지켜야합니다. 형편에 맞지않는 수백만원짜리 고가 장난감을 샀다간, 카드값 밀리고 망하는 지름길이에요. 저는 수집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월급의 몇%만 장난감 산다’고 정해놓고 꼭 지켰어요. 정말 갖고 싶은 비싼 장난감은 할부로 사고 다음달에는 구매를 안하는 방법으로 규칙을 지켰어요. 연예인이 된 후에도 스케줄이 일정치 않다보니 수입이 없을 때에는 안 사고, 수입이 좋을 때에는 조금 더 구매하는 식으로 장난감을 모았습니다.”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레고 제품은 무엇인가요.


“‘엘도라도 포트리스’라는 제품으로 해적 시리즈에 속해요. 정부군 요새를 묘사한 제품인데 스무살이 된 이후 처음 구입한 대형 제품이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검정색 우주인 미니피규어 제품도 굉장히 좋아하고, 새로 출시된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 제품도 좋아합니다. 밀레니엄 팔콘은 부품수가 5000개가 넘는 대형 제품이에요. 전용 장식장은 2년 전 이미 구입해 놨는데 아직 엄두가 안 나 조립을 못하고 있어요.”


-향후 개그맨으로서, 유튜버로서 목표는 무엇인지요.


“지금은 유튜브로서 주로 활동하고 있지만 제 본업은 개그맨입니다. 마지막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한 지 2년 정도 되는데 조만간 다시 도전할 생각입니다. 복귀 무대가 개그콘서트가 될지, tvN ’코미디빅리그’가 될지 아직 모르지만 올해 안에는 다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유튜브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기대 이상으로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큰 욕심은 없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목표 구독자는 10만명 정도였는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레고나 피규어 위주로 보여드리고 있는데 앞으로는 건담 등 다른 종류의 장난감도 자주 리뷰할 생각입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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