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250만~500만원 법니다" 훈남 기간제 교사의 새 직업은?

조회수 2020. 9. 28. 10: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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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뜨리면 노예 계약" 12억짜리 구슬을 들어본 유튜버

2018년 고등학교 물리 선생님일을 그만뒀다. 안정적인 직업이었지만 후회는 없다. 그 후 과학 유튜버로 변신했다. 어느새 구독자 수는 18만명이 넘었다. 3월에는 책도 냈다. ‘과학을 쿠키처럼 달콤하게 즐기자’고 외치는 유튜브 채널 ‘과학쿠키’의 이효종(30)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효종씨 제공

-자기소개를 해달라.
과학 전문 채널 ‘과학쿠키(Science Cookie)’를 운영하는 유튜버 이효종이다. 자연과학 관련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한다. ‘과학쿠키’는 사람들이 과학을 쿠키처럼 가볍고 달콤하게 즐겼으면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영상 마지막엔 항상 ‘쿠키영상’이 나와 다음을 예고한다. 쿠키영상이란 영상 말미 짧게 넣은 장면을 뜻한다. 과학을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어서 유튜버를 시작했다. 실제 현실에서 과학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려주고 싶다. 과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튜버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2015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대구 영남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했다. 교내 간단한 자격시험과 면접을 통해 들어갔다. 학교를 그만두고 2017년 10월 유튜버 일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유튜브 채널을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학생들을 위한 학습 교보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영상 제작은 2016년 교사 일을 시작할 때부터 했다. 학생들에게 보여주려고 찍었다. 지금처럼 전문적으로 만든 건 아니다. 학교 수업할 때 쓰려고 간단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이 과학에 쉽게 다가갔으면 했다. 과학이 왜 만들어졌는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누구의 고민으로 생겨난건지 알려주고 싶었다. 학생들도 재밌어했다.

출처: 유튜브 채널 ‘베리타시움(Veritasium)’ 캡처
데렉 뮬러.

-유튜버를 시작한 이유.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건 2018년 4월이다. 을 보고 유튜버 일을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데렉 뮬러는 물리학을 전공한 박사 출신의 유튜버다. 물리학을 대중화하기 위해 채널을 만들었다고 한다. 과학을 재밌게 설명한다. 영상을 보면서 감동 했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교사들의 고민 중 하나는 보조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영상 보조자료는 재미가 없거나 틀에 박혀 있는 느낌이 강하다. 예를 들어 간단한 실험을 한다고 해도 정해진 순서, 준수사항을 다 지키는 식이다. 학생들도 그런 영상들은 재미없어한다. 내가 봐도 재미가 없다. 데렉 뮬러의 영상은 달랐다. 학생들에게 베리타시움 영상들을 자주 보여줬다.


데렉 뮬러의 ‘ 나의 인생에 관해(My Life Story)라는 영상을 보고 희망을 얻었다. 나는 데렉 뮬러와 시작점이 다르다. 그는 박사 출신의 유튜버다. 나는 평범한 교사였다. 그래도 비슷한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도 학생을 가르치면서 자기 철학을 만들었다고 했다. 큰 영감과 힘을 줬다. 현장에서 다뤄지고 있는 과학 지식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효종씨 제공

-콘텐츠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부터 크게 4개의 주제를 잡았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종합 순이다. 지금까지 1년간 물리학을 다뤘다. 1년을 했는데 여전히 다룰 게 많더라. 화학, 생물학, 종합은 시간을 더 넉넉하게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4년간 콘텐츠가 더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마지막 종합 파트에서는 최종적으로 과학 지식을 엮어서 전달하려고 한다. 과학의 역사, 지식 그리고 과학자들의 연관성 등을 하나로 묶을 생각이다.


모든 영상을 직접 만든다. 한 개의 콘텐츠를 만들 때 보통 한달 정도 걸린다. 원래 일주일에 1개씩 기획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용이 풍성하지 않더라. 한달 정도 생각하고 계속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한다. 그래야 더 재밌어진다. 첫 일주일 정도는 영상 스크립트를 만든다. 나머지 2주는 촬영과 편집을 한다. 마지막 주에는 마무리 작업을 한다. 내용을 추가하거나 최종 검토를 한다. 자료 사진, 그래프, 표, 그림도 직접 만든다.


또 콘텐츠와 관련한 기관이나 박사님을 찾아 섭외한다. 무작정 연락한다. 그동안 내가 찍은 영상들을 먼저 보여드린다. 과학 대중화를 하고 싶어서 유튜브 영상을 찍고 있다고 말씀드린다. 괜찮다고 하면 진행한다. 사실 바람도 많이 맞는다.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재미있게 찍고 있다.

출처: 유튜브 채널 '과학쿠키' 캡처
영국 왕립 그리니치 천문대를 찾은 이효종씨.

-국내에서만 촬영 하는지.

작년 12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2018 과학스토리 기반 과학 융합 콘텐츠 창작 프로젝트 및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이라는 공모전을 했다. 15편의 콘텐츠를 기획해 제출했다. 현장에 직접 가서 과학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심사에서 합격해 예산을 받았다. 최근 그 사업비로 영국과 미국으로 촬영을 다녀왔다.


지난 2~3월에 미국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와 스위스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를 갔다. 한번은 미국, 한번은 유럽을 갔다. 일주일 정도씩 머물렀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콘텐츠를 기획했다. 미리 기관도 섭외했다. 서울대, 경희대 등에 계신 박사님들을 미리 만나뵙고 자문도 구했다. 최근 올린 '대체 인류는 어떻게 빅뱅을 알아냈을까' 영상은 영국 왕립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촬영했다.

./유튜브 채널 '과학쿠키' 캡처

-’세상에서 가장 둥근 구슬’을 들어 봤다던데.

지난 5월 킬로그램(kg)의 정의가 바뀌었다. 130년 만이다. kg은 질량을 나타내는 단위다. 1889년 백금과 이리듐 무게가 정확히 1kg인 '국제 킬로그램 원기'를 만들었다. 이게 과학계의 표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원기 질량이 50마이크로그램(㎍) 가량 줄었다. 원기에 묻은 지문 정도의 무게로 일상생활에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과학 연구 분야에서는 다르다. 과학자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큰 변화다. 기준이 변하면 안된다고 생각해 1kg의 고정값을 찾아 나섰다.


작년 독일연방물리기술원을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지름 93.6mm 무게가 정확히 1kg인 실리콘구(球)가 있다. 그곳에서 만난 니콜라우스 박사님은 그 실리콘구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구형'이라고 했다. 기술원은 그 실리콘구 안에 있는 원자 수를 세고 있다. 일명 ‘아보가드로 프로젝트(Avogadro Project)’다. 쉽게 말해 실리콘(규소) 원자 몇개 무게가 1kg인지 연구하는 것이다.


원자 단위로 정밀한 작업이다. 완벽한 원형인 실리콘 구의 가격은 무려 12억원이라고 했다. 감사하게도 실리콘 구를 들어볼 기회가 생겼다. 과학기술 집합체를 들고 있다는 생각에 벅찼다. 니콜라우스 박사님은 구슬을 깨뜨린다면, 갚을 때까지 여기에서 일하라고 하셨다. ‘구슬을 떨어뜨리면 노예계약’이라는 농담을 하신 것이다.

./유튜브 채널 '과학쿠키' 목록 캡처

-다른 유튜버와 함께 작업한 적은 없는지.

과학 유튜버 긱블, 지식인미나니와 콜라보레이션을 했다. 유튜브는 상생 구조다. 같은 분야의 유튜버라도 경쟁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비슷한 내용의 채널을 운영하는 친구들과 같이하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서로에게 더 좋다. 함께 작업해보니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더라.


유튜버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과학 유튜버는 거의 없었다. 한국에 과학 유튜버가 있는지도 몰랐다. 2~3명 밖에 없던 것 같다. 알고 보니 긱블과 지식인미나니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더라. 처음 지식인미나니에게 콜라보레이션 제의를 받았다. 이후 긱블이랑도 함께 촬영 했다. 동지를 만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의지가 된다. 모두 잘하고 있어서 좋다.


-’과학을 쿠키처럼’ 책도 냈다고.

책 ‘과학을 쿠키처럼’을 지난 3월 냈다. 책은 꼭 내고 싶었다. 처음 영상 제작할 때부터 스크립트 작업을 꼼꼼하게 했다. ‘나중에 원고로 써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상을 찍으면서도 이게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출판한 책을 보니 아쉬운 게 많더라. 박사님 조언 등 주석을 못 달았다. 다음 책에는 달고 싶어서 내용을 잘 정리하고 있다. 책은 지금까지 약 4000부 정도 팔렸다.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효종씨(@snceckie)인스타그램 캡처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받은 상이 있는지.

작년 11월 ‘2018 우수 과학문화상품 공모전’에서 우수과학문화콘텐츠 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만든 유튜브 콘텐츠를 모아서 냈다. 애착이 있던 영상들이었는데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다. 상을 받거나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상을 받으니 좋긴 좋더라. 5월에 유튜브 실버버튼 플레이버튼도 받았다. 유튜브가 유튜버에게 주는 기념품이다. 채널 구독자수가 10만명 이상이 되면 받는다.


-유튜버로 버는 수입은.
유튜버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다. 교사로 일할 때 벌어 놓은 돈으로 지냈다. 지금은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분들 많아져서 괜찮다. 유튜브 멤버쉽 구독, 광고수익으로 돈을 번다. 또 채널 이미지를 좋게 보고 기업에서 일을 맡겨주시는 경우도 있다. 수입은 그때그때 다르다. 많이 벌 땐 많이 벌지만 적게 벌 때도 있다. 보통 250만~500만원 사이라고 보면 된다.

./이효종씨 제공

-과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과학은 어려운 게 맞다. 과학은 철학을 베이스로 한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개념도 사람의 고민에서 시작했다. 과학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만든 업적과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과학을 더 재밌고, 순수하게 접할 수 있다.


-앞으로의 목표.

지금은 2030 직장인들이 많이 보는 채널이다. 앞으로는 학생들도 영상을 많이 접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부분 입시 위주로 과학을 배운다.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과학을 외우려고 한다. 하지만 과학도 결국 사람의 생각으로부터 생겼다. 누군가의 고민으로부터 나왔다. 이론이 생긴 이유가 있다. 학생들이 과학을 좀 더 편하게 느꼈으면 한다.


본질이 흔들리지 않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 ‘과학쿠키’ 채널 구독자들이 영상을 볼 때마다 과학 지식을 하나라도 가져갈 수 있으면 한다. 앞으로 과학 관련 국내 기관과 과학자들 이야기를 더 많이 알리고 싶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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