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타이틀 딴 통계학 전공 그녀의 놀라운 현재모습

조회수 2020. 9. 28. 10: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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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IBM사상 최초로 CTO이면서 DE에 오른 여성의 정체
한국 IBM 엄경순 전무
아시아 최초 CTO와 DE 동시에
"'fellow'까지 도전할 것"

아시아 IBM 사상 처음으로 최고 기술 경영자이자 DE(Distinguished Engineer·석학 엔지니어) 자리에 오른 여성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한국 IBM 엄경순(53)전무다. 국내 ICT 산업 종사자 중 여성이 28.9%에 불과한 한국에서 이룬 이례적인 성과이기도 하다.


1990년 한국 IBM에 입사한 엄전무는 29년 동안 개발자와 리더로서 회사에 기여했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전산실 시스템 프로그래머에서 CTO와 DE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들었다.

출처: 한국 IBM 제공
한국 IBM 엄경순 전무

◇전산실→DB2 교육센터→소프트웨어 그룹


엄경순 전무는 대학생 때 통계학을 전공했다. 순수 수학 외에도 컴퓨팅, 프로그래밍 등을 배웠다. 당시 책에 IBM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그는 그때부터 IBM 입사를 꿈꿨다. 엄전무는 졸업 후 공채 시험을 통해 1990년 12월에 입사했고 전산실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5년 후 첫 아이를 출산한 엄전무는 DB2 교육센터로 부서를 이동했다. "IBM 시스템을 사용하는 고객사 담당자를 가르치는 곳입니다. 직접 커리큘럼을 짜고 강의를 해야 해 힘들지만 전산실과는 달리 오후 6시면 수업이 끝난다는 장점 때문에 옮겼어요. 1995년부터 센터에서 일하는 동안 둘째도 태어났죠."


전산실에서 실무적인 지식을 쌓았다면 교육센터에서는 그 기술을 쉽게 알려주는 법을 배웠다. 또 다양한 고객사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 소프트웨어 그룹으로 부서를 옮겨 기술 영업을 맡았다. "고객사에 기술을 소개하고 영업을 하는 일이었어요. 현장에 나가면 센터에서 가르쳤던 제자들이 담당자로 있었죠. 덕분에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 IBM 홈페이지 캡처

◇즐기다 보니 어느새 CTO까지


소프트웨어그룹에서 기술 영업부터 기술영업 총괄 상무까지 다양한 업무와 역할을 맡았다. 그러다 2017년 최고기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다들 언제부터 CTO의 꿈을 꿨냐고 물어봅니다. CTO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고 오로지 회사에서 즐겁게 일하다 정년퇴직하자는 목표뿐이었어요. 열심히 했더니 계속 일이 생기고 또 그 일을 즐기다보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는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이유로 ‘끊임없는 배움’을 꼽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항상 더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야간 대학원을 다니고 석사, 박사까지 땄습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바쁠수록 시간을 알뜰하게 쓸 수 있었고 그러면서 성장했죠. 또 주위에서 인정해주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상무를 거쳐 전무까지 왔고 이후 커리어를 어떻게 이어가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DE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DE는 사내에서 중요한 혁신을 주도한 리더들에게 수여하는 기술 임원 타이틀로 석학 엔지니어라고도 부른다. 상무나 전무로 승진할 때 속해 있는 그룹 성장에 기여한 성과를 본다면 DE는 개인의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엄전무는 리더 자리에서 내려와 삼성전자 기술자문(CTA)을 맡아 기술 관련 지식과 해당 기술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최초 여성 CTO이자 DE…가족, 회사 도움 덕분


엄경순 전무는 교육과 면접을 거쳐 2019년 4월 DE 자격을 얻었다. 여성 직원이 CTO이면서 동시에 DE 자격을 획득한 것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IBM 사상 최초다. 그는 동료, 사내 문화, 가족 덕분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한다.


“IBM에는 승진을 위한 필기시험이 따로 없습니다. 다만 교육을 듣고, 자신이 지금까지 회사에 기여한 것을 써서 제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면접을 봅니다. 동등하게 승진자격이 주어지는 셈입니다. ‘기술자로서 회사에 무엇을 기여했는지’, ‘동료들에게 너의 어떤 기술과 재능을 기부했는지’, ‘그동안 축적한 기술 자산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정리했는지’ 이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봅니다. 이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합격입니다. 저는 블록체인, 삼성전자, 일렉트로닉 인더스트리에서 기여한 것, 800여명의 기술자를 리드하고 멘토링 한 내용 등을 기술했습니다.


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직장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가족들이 도왔기 때문입니다. 애들이 어릴 땐 친정어머니는 물론이고 남편도 재택근무로 집에서 애를 보면서 일했어요. 회사 일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애들 학교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할 정도로 워라밸을 잘 지켰죠. 그럼에도 가끔씩 아이들이 아픈데 바로 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퇴사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IBM 제공

◇여성 기술자 위해 멘토링 참여


엄경순 전무는 현재 900여명의 기술자를 이끄는 리더다.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관련 기술 연구는 물론 자문까지 맡고 있다. 그는 기술자로서 DE에서 멈추지 않고 그다음 커리어인 ‘Fellow’에 도전하겠다고 말한다. Fellow는 기술·과학·공학·연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개인에게 수상하는 IBM의 프로그램이다. 사내에서는 과학자, 엔지니어, 프로그래머가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영광으로 알려졌다.


또 후배 여성 기술자를 위한 멘토로 힘이 닿는 데까지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 여성 임원 모임 ‘WIN(Women In Innovation)’과 사내 여성 커뮤니티 ‘Women Council’에서 활동 중입니다. 기술 분야에서 워킹맘들이 임원으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육아와 가정 등 현실에 부딪히기 때문이죠. 후배들에게 제 경험을 말해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하고 있습니다. 여성 기술자 후배들이 자신의 능력, 강점 그리고 성과를 더 드러냈으면 좋겠습니다. 육아나 집안 문제가 생겼을 때는 가장 먼저 주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또 IBM 입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제가 다시 신입사원으로 입사한다면 준비할 세 가지를 말해주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만의 스킬’입니다. 엄경순 하면 딱 떠오르는 주 기술을 익히는 것이죠. 두 번째는 ‘영어’입니다.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소통을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입니다. 마지막은 ‘운동’입니다. 자기의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 합니다. 건강하지 못하면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기 때문이죠. 이 세 가지를 준비하면 좋을 것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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