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필요했어요' 중증환자 가족들 위해 만든 세계최초의 물건

조회수 2020. 9. 28. 11: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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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무인(無人) 자동화 석션기' 개발한 의료기기 스타트업 '엘메카'

스스로 숨쉬는 것이 힘들어 호흡기를 부착하고 있어야하는 중증호흡기 환자 수는 전세계적으로 7000만명, 우리나라에만 53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스스로 거동을 하지 못하고 가래(객담)를 뱉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가족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한두 시간마다 환자의 몸 속에 있는 가래를 주기적으로 제거해줘야 하기 때문에 가족도 일상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래를 제거해주는 것은 욕창에 걸리지 않도록 환자의 몸을 뒤집어주는 것과 함께 중증 환자를 돌보는 일 중 가장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의료기기 제조 스타트업인 ‘엘메카’ 강정길 대표(54)는 중증호흡기 환자 뿐 아니라 이를 돌보는 가족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자동화 석션기(이물질을 빨아들여 제거하는 장치)’ 개발에 6년 간 매진했다. 현재 모든 병원과 가정에서 쓰는 석션기는 모두 수동이다. 사람이 직접 환자의 기관지에 카테터(이물질 제거용 호스)를 삽입하고 버튼을 눌러 가래를 제거해야 한다.


엘메카가 지난해 개발에 성공해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받은 자동화 석션기 ‘AIS-1000’은 이 모든 과정을 기계가 스스로 한다. 환자의 가족들은 12시간마다 가래가 담긴 오물 통만 교체해주면 된다. 엘메카는 올해 하반기부터 AIS-1000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엘메카 강정길 대표를 만나 자동화 석션기 개발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출처: 엘메카 제공
엘메카 강정길 대표

-엘메카는 어떤 기업인가.
“엘메카는 세계 최초로 무인(無人) 시스템을 갖춘 ‘자동화 석션기’를 개발한 의료기기 제조 스타트업입니다. 2012년 원래 다니던 직장에서 나와 자동화 석션기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투자를 받거나 각종 특허 심사를 준비하려니 혼자서는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2014년 8월 엘메카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엘메카라는 이름은 ‘하나님의 나라’라는 뜻입니다. 기술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석션기 ‘AIS-1000’은 어떤 기계인가.
“거동이 불편해 하루종일 누워 있어야하는 중증호흡기 환자들의 가래를 자동으로 제거해주는 의료기기입니다. 지난해 10월 특허청으로부터 특허(특허번호:1635140)를 받았습니다. 환자의 호흡기에 연결된 자동화 석션기는 센서를 통해 산소포화도·맥박수·호흡수 등 환자의 건강 관련 정보를 분석하고,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가래가 있는 경우에만 최소한의 석션을 진행합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24시간 내내 작동하기 때문에 사람의 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기계와 호환되는 전용 카테터도 개발했는데, 이 카테터를 기관지 끝까지 삽입하는게 아니라 가래가 모여있는 기관지 윗부분까지만 넣기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고통도 덜 수 있습니다. 또 한번 쓰고 버려야하는 기존 카테터와 달리 전용 카테터는 자동으로 세척이 되기 때문에 하루에 한번만 교체해주면 됩니다.”

출처: 엘메카 제공
엘메카가 개발한 자동화 석션기 'AIS-1000' 소개 브로슈어

-지금까지 왜 자동화 석션기가 개발되지 않았는지.
“기술 부족 때문입니다. 5년 전, 10년 전이었다면 자동화 석션기는 개발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도 자동화 석션기를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환자의 가래 유무를 자동으로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최근에 이르러서야 펌웨어, 소프트웨어 각종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에 특허를 받는 작업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지금까지 자동화 석션기에 들어간 각종 기술로 미국에서 2건, 일본 2건, 중국 3건, 캐나다 1건, 호주 1건, 독일에서 1건 특허를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27개 기술 특허를 받았습니다. 특허 출원한 것까지 모두 다 합하면 70건쯤 됩니다.”


-자동화 석션기의 가격은 얼마인가.
“한대 당 1000만원 정도입니다. 복잡한 자동화 회로와 최신식 장비가 들어있기 때문에 가격대는 기존 수동 석션기보다 높습니다. 수동 석션기의 경우 최저 30만원에서 최고 400만원까지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어요. 자동화 석션기 자체의 가격은 수동식보다 비싸지만 이로인해 간병인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카테터 소요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합니다.”

-판매는 언제부터 계획중인가.
“저희 회사 연구소는 서울 강서구에 있고, 조그맣게 생산시설을 갖춘 공장은 강원도 원주에 있습니다. 현재 시제품 30대를 만들어 놨습니다. 다만 자동화 석션기와 함께 쓰이는 전용 카테터의 경우 수 만개씩 대량 생산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직 판매 준비까지는 이르지 못한 상태입니다. 전용 카테터를 완성하는 대로 올해 하반기에는 가정용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원주세브란스, 강남세브란스, 서울대학병원, 성심요양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로부터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임상 실험을 거쳐야 합니다. 올해 1월부터 2년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조영재 호흡기 내과 교수가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후년부터는 일반병원과 요양병원에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출처: 엘메카 제공
엘메카 강정길 대표

-자동화 석션기를 개발하게된 계기는.
“저는 1999년부터 13년간 수동 석션기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회사에 근무했습니다. 그래서 석션기에 대해선 원래부터 잘 알고 있었죠. 2008년에 ‘석션기가 고장난 것 같다’는 수리 요청 전화를 받고 고객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병상에 누워계신 할아버지의 목구멍으로 카테터를 삽입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너무 괴로워 하시더라구요. 카테터를 삽입하는 할머니도 같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10년 가까이 석션기를 팔면서 정작 환자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때 처음으로 자동 석션기를 개발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습니다.”


-자동화 석션기를 개발하는데 들어간 총 비용은. 자금은 어떻게 조달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6년간 총 40억원 정도를 썼습니다. 판매없이 개발만 했기 때문에 그동안 회사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어요. 다행히 정부 지원금을 10억원 정도 유치했고, AI엔젤클럽에서 8억원 등 민간에서 총 10억원정도 투자를 받았습니다. 나머지 비용은 제가 그동안 모았던 재산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해결했습니다.


덧붙여 현재 중국 기업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진행 중입니다. 투자를 받아 중국에 합자회사를 세우면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자동화 석션기가 대량 보급될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이 있다면.
“임상 실험이 잘 끝나서 보다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돈을 쫓기보다는 늘 환자와 가족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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