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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상권 살리는데 일조한 이 건물 주인, 누군가 했더니..

조회수 2020. 9. 28. 11: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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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가 부동산 '큰 손'으로 불리는 이유

국내에 들어온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BLUE BOTTLE) 인기가 여전히 뜨겁다. 지난 5월4일 매장을 열어 오픈한 지 1달이 지났다. 평일에도 기본 1시간은 기다려야 커피 한잔 맛볼 수 있다. 블루보틀을 찾는 고객이 많아 서울 성수동 상권에 활기가 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블루보틀 성수점은 주식회사 미스지콜렉션이 소유한 성수동1가 소재 건물에 입점했다. 미스지콜렉션은 지춘희 패션디자이너가 이끄는 회사다. 지춘희 디자이너는 노라노·앙드레김·진태옥과 같이 활동했던 1세대 패션디자이너다. 배우 원빈과 이나영의 결혼식 예복을 만든 것도 지춘희다. 미스지콜렉션은 2015년 3월 성수동 건물을 109억원에 사들였다. 이 건물은 지하1층, 지상4층, 연면적 2830.05㎡(856.09평) 규모다. 

출처: 조선DB
지춘희 디자이너(왼)가 소유한 성수동 블루보틀이 입점한 건물(오).

미스지콜렉션은 2018년 7월 중순 외부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건물 겉면을 둘러싸던 흰 타일을 전부 걷어내고 붉은 벽돌로 교체했다. 내부 인테리어를 확인할 수 없도록 창문을 하얀색 천으로 가렸다. 간단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의 외관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지춘희 디자이너가 꾸민 감각적인 건물 외관과 블루보틀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더리서치그룹 김학렬 부동산연구소장은 “블루보틀 앞에 늘어선 긴 줄로 주변 상권 매출도 같이 올라갔다”고 했다.


예술가 주변에는 사람이 모인다. 사람이 모이면 상권이 생긴다. 홍대가 대표적이다. 홍대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신촌 변두리였다. 홍대에 다니는 미대생들은 인근에 작업실을 만들었다. 화실·카페·스튜디오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젊은 예술가로 가득한 홍대 앞은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젊은이들의 탈출구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출처: 조선DB, 인스타그램(@so_______ee) 캡처
(왼쪽부터)지춘희 디자이너, 강진영·윤한희 패션디자이너 부부, 김소희 전 스타일난다 대표.

패션 디자이너는 예술가보단 사업가에 가깝다. 디자인과 유통을 접목해 브랜드 매출을 올리는데 주력하는 직업이다.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 안목을 갖고 부동산 투자에도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한번 패션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 많은 현금을 보유할 수도 있다. 유행을 앞서나가는 감각과 막대한 자금으로 건물주가 된 패션 업계 종사자들이 있다.


스타일난다 김소희 전 대표


여성 의류·뷰티 쇼핑몰 ‘스타일난다’를 로레알그룹에 6000억원에 매각한 김소희 전 대표. 2005년 스물한살의 나이에 의류브랜드 스타일난다를 창업했다.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상상하면서 제품을 고르고 직접 디자인했다. 스타일난다는 쇼핑몰을 넘어 의류 및 각종 패션잡화를 생산 판매하는 전문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전 대표의 남다른 패션감각과 수완이 더해져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 행진이었다. 화장품 브랜드 3CE를 총괄·운영해 세계시장에 진출시키는데 성공했다.

출처: 김소희 인스타그램(@so_______ee) 캡처
김소희 전 스타일난다 대표의 최근 거침없는 부동산 투자는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스타일난다를 로레알그룹에 매각한 뒤 김소희 전 대표는 많은 현금을 보유할 수 있었다. 현재는 600억원대에 이르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대부분 현금으로 구입했다. 사업이 한창 잘나가던 2008년 8월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435-2 건물을 가장 먼저 매입했다. 2010년 8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53억원짜리 건물을 사들여 2012년 스타일난다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현재 이 건물의 시세는 110억원 정도다. 매입가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2013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건물을 70억원에 매입해 3CE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2016년 11월 명동에 137.2m² 건물을 94억 현찰로 구입했다. 올해 1월에는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을 164억원에 사들였다.

출처: 김소희 전 스타일난다 인스타그램(@so_______ee) 캡처
그가 매입한 성북동 한옥 고택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성북동 자택.

지난 5월에는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옥 고택을 전액 현찰로 매입해 세간의 놀라움을 샀다. 96억원에 달하는 이곳은 2007년 서울시가 문화재자료로 지정한 가옥이다. 대한제국 시기인 1906년 한 재력가가 건립한 곳이다. 작년 감정평가서를 보면 이 가옥의 감정평가액은 65억2196만원. 토지(면적 1004㎡)와 건물 2동이 각각 50억7020만원, 14억5176만4800만원이다. 김 전 대표는 이 가옥을 감정평가액보다 31억원 더 주고 구입한 셈이다.


김학렬 소장은 “단기적으로는 실거주목적으로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 10년 정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투자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희 전 스타일난다 대표는 로레알 매각건으로 현금을 많이 보유했다. 현금자산을 부동산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국민구두’ 금강제화는 1조 땅부자


금강제화는 겉보기엔 국내 굴지의 구두회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력 사업은 애플 공식 한국 판매 사업이다. 65년 역사의 구두회사가 애플 공식 판매처를 맡을 수 있었던 배경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땅과 건물을 보유한 부동산 재벌기업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금강제화 창업주 고(故) 김동신 회장은 1976년 현재 명동 프리스비가 입점한 건물을 사들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금강제화는 사업이 잘 나가던 1970~80년대 벌어들인 현금으로 서울 금싸라기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고 했다.

출처: 구글맵 캡처
금강제화 오너가가 소유한 명동 프리스비 건물과 금강제화 본사.

지금은 고 김동신 회장의 장남 김성환 금강제화 회장이 프리스비 매장 건물 소유주다. 프리스비는 애플 공식 판매 매장이다. 연면적 860m²(260평)의 건물 전체를 프리스비가 임대해 쓰고 있다. 프리스비는 갈라인터내셔널이 운영한다. 김성환 회장의 아들 김정훈 부사장이 갈라인터내셔널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명동 프리스비 옆 건물인 금강제화 명동본점의 토지·건물 역시 금강 주식회사가 갖고 있다.


금강 오너가가 소유한 땅은 명동 이외에도 많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연면적 1만446m²(3160평)의 건물은 부동산 임대회사 비제바노가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김정훈 부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신발 편집숍 레스모아 매장이 입점한 명동중앙점 건물, 프리스비 서울 홍대점과 부산 서면점 건물도 주식회사 금강과 가족회사 소유다.


1990년대 ‘공주옷’ 만든 강진영·윤한희 부부


강진영·윤한희 부부는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 ‘오브제(Obzee)’로 1990년대 한국 패션계에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오브제는 ‘공주옷’이라 불렸다. 과장되게 부풀린 실루엣과 여밈 부분에 리본처리를 하는 등 화려한 장식이 눈길을 끌었다. 오브제는 젊은 여성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2001년에는 미국 뉴욕에 진출, ‘와이앤케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할리우드 여배우 기네스 펠트로와 톱모델 지젤 번천이 즐겨 찾는 옷으로 유명해졌다.


2007년 두 부부는 SK네트웍스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여 브랜드 확장을 시도했다. SK네트웍스는 여성복브랜드 오브제의 지분 54%를 500억원에 인수한 뒤 흡수 합병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들 부부는 그러나 2009년 초 SK네트웍스와 결별했다. 계약 당시 5년간 신규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이들은 패션계를 떠나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출처: 조선DB, 퀸마마마켓 인스타그램(@QueenmamaMarket) 캡처
강진영 윤한희 부부가 압구정로데오에 세운 '퀸마마마켓'.

2012년 6월 한국에 귀국해 공동명의로 도산대로 인근에 있는 건물을 160억원에 매입했다. 대지면적 646.2㎡(약 195평), 연면적 2360.6㎡(약 714평)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공백을 깨고 돌아온 패션디자이너 부부가 새롭게 도전한 비즈니스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두 사람은 2015년 8월 서울 강남 도산공원 인근에 복합문화공간 ‘퀸마마마켓’을 열었다. 가위·화분 물뿌리개·앞치마 등 소소한 생활용품 매장부터 서점·카페 등이 각 층에 하나씩 들어서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학준 차장은 “패션디자이너는 제품의 기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부동산을 보는 시각이 남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하는 현장에서 최신 유행을 늘 접한다는 점도 부동산 투자 안목을 기르는 데 큰 장점이다. 김 차장은 “해외엔 유명 디자이너가 소유하거나 디자인한 건물이 지역 명소로 거듭난 사례가 많다”고 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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