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한국인 중국어 통역사가 공개한 1달 수입

조회수 2020. 9. 28. 13: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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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에 중국어 통역사로 일하는 그녀..중국어 공부 비법은?

중국은 한국 경제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 중국 교역량은 총 2238억달러(약 265조)에 달한다. 미국과의 교역량(1081억달러)보다 두 배 정도 큰 액수다. 한국과 중국의 교역이 커지면서 양국 업체 사이에서 원활한 소통을 돕는 비즈니스 통역사들의 역할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텐센트, 화웨이 등 거대 IT 기업의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深圳)에서 프리랜서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선민정씨(26). 그녀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국으로 유학가 불과 몇 해 만에 중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게 됐다. 선씨를 만나 중국어 통역사로서의 삶과 효과적인 중국어 공부 팁에 대해 들어봤다.

출처: 선민정씨 제공
전시회 통역 스케줄을 소화중인 선민정씨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한다면.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 선전에서 중국어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선민정이라고 합니다.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장시성 난창에 있는 난창대학교로 어학 연수를 왔고, 6개월후 같은 대학에 입학해 졸업까지 마쳤습니다. 대학생이었던 4년전부터 틈틈히 아르바이트로 통역일을 했었고, 본격적으로 프리랜서 통역일을 시작한 것은 1년 정도 되었습니다.”


-주로 활동하는 통역 분야는 무엇인지.


“통역은 정치, 학술, 비즈니스, 관광 등 분야가 매우 다양한데요. 아무래도 제가 살고 있는 도시와 연관이 많은 분야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선전은 IT와 제조업으로 유명한 도시라 저는 비즈니스 통역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중국 제조업체와 납품계약을 맺는다든지, 중국에 있는 공장에 방문한다든지, 새로운 비즈니스 계약을 맺을 때 통역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선전에서 가까운 홍콩이나, 후이저우(혜주) 지역에서도 비즈니스 통역을 하기도 합니다.”


-통역 일은 어떤 동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통역일은 4년전인 대학교 3학년때 처음 시작했는데요. 제가 대학을 나온 난창은 한국인이 많지 않아 한국에서 오시는 기업인들이 현지에서 통역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수업이 없는 날이나 주말에 통역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미용기기나 의료기기를 거래하는 비즈니스 계약이나, 기업 전시회에 통역으로 참여하면서 학교에선 보고 배울 수 없는 ‘현장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제가 기업 활동의 일원으로서 활동한다는 사실도 뿌듯했고, 원래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것에 관심이 많은 터라 통역이야말로 제 적성에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통역일을 하기 위해 특별히 필요한 노력이 있다면.


“좋은 통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비즈니스 통역은 매번 새로운 분야의 기업과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항상 모르는 전문 용어가 나오거든요. 이런 전문 용어들은 영어로 된 단어들이 많은데, 의미가 통하는 중국어로 바꾸는 게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잘 모를 때는 통역을 의뢰하시는 고객께 전문 용어의 쓰임새와 용도를 여쭤본 다음 최대한 비슷한 단어를 찾으려고 합니다.


또 실제 통역에서는 ‘결제 대금’, ‘납기일’, ‘공장 출고가’ 등 무역 용어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관련 지식들도 있어야 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국제 무역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선 다소 유리한 점이 있지요.”

출처: 선민정씨 제공
기업 박람회에서 통역 스케줄을 소화하는 선민정씨

-프리랜서 통역사인데 일거리는 어떻게 구하며, 한달의 수입은 어느 정도인지.


“프리랜서 통역이다 보니 아무래도 수입은 본인의 노력에 따라 많이 달라지게 되지요. 통역 중개 회사를 통해서 일거리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회사만 믿고 가만히 있으면 수입이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중국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통역 일거리를 구하고 있어요.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http://naver.me/Gm7SZIa4)를 통해 홍보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통역을 할 때마다 그때의 감상을 일기 형식으로 적거나, 선전 근교의 여행지와 맛집 소개를 하는 방식으로요.


제 한 달 수입은 보통 20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에요. 통역 난이도나 본인이 얼마나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느냐에 따라 프리랜서 통역사의 수입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에요. 저는 아직 나이도 젊고 전문적으로 통역일을 한 기간이 길지 않아 통역 비용은 다른 통역사보다 비교적 적게 받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통역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최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지난 4월 선전에 굉장히 큰 비가 내렸었어요. 그때 마침 통역 일정이 선전 근교 공장에 있어서 가야하는데 도로가 잠겨서 차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결국 고객님과 함께 바지를 걷고 맨발로 한참을 가서 통역 일정을 마쳤던 일이 있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통역사라고 하면 고상한 이미지만 떠올리지만 실제 통역일을 하다보면 이렇게 진땀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통역사로 일하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의외로 체력적인 부분에서 힘들 때가 많습니다. 제가 주로하는 비즈니스 통역이 현지 공장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공장들은 도심 한가운데가 아니라 외곽에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국에서 고객이 오시면 공항으로 픽업을 나가고 같이 공장까지 이동을 하는데 이동 시간이 긴 경우가 많아요. 또 통역하는 내내 앉지 못하고 일어서 있는 경우가 많아 하루 일정을 소화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곤해요. 그래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체력을 강하게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통역사가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팁이 있다면.


“통역은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있거든요. 저는 주로 비즈니스 통역을 하고 있지만 국제 컨퍼런스에서 동시 통역을 할 수도 있고, 관광 통역을 할 수도 있어요. 통역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통역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소심하거나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과는 맞지 않은 직업 같아요. 저도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상당히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유학 생활을 하면서 차츰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어요. 비즈니스 통역사는 단순히 말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계약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는 데 도움을 줘야하기 때문에 말투나 억양에서도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중국어를 완전히 정복하고 싶어서 일부러 한국 사람이 적은 난창으로 유학을 왔어요.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연락할 수 있는 휴대폰도 정지시켰고 정말 독하게 공부했어요. 그 결과 중국으로 유학온 지 1년도 안돼 HSK6급 자격증을 땄고, 빠른 기간안에 원어민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중국어를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이 있다면.


“일단 어떤 언어든 단어가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알고 있는 단어 수에 따라 그 언어에 대한 실력이 정비례합니다. 전 처음에는 하루 20개 정도씩 목표를 정해놓고 외우고, 점점 단어 수를 늘려갔어요. 중국으로 유학오기 한 달전부터는 단어를 하루에 100개씩 외웠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단어 암기를 안하고 넘어가는 날이 없었어요.


그리고 중국에 유학와 중국인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연애를 하면서 실력이 부쩍 늘은 것 같아요. 남자친구가 한국어를 전혀 못하기 때문에 대화를 하기 위해선 중국어 공부가 필수였어요. 저도 사실 처음엔 ‘중국인 남자친구를 사귀면 중국어가 빨리 늘겠지’라는 생각으로 연애를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5년 연애 끝에 작년에 결혼까지 하게 됐습니다. 중국인들이 저와 대화를 하면 한국인인 걸 거의 모르세요. 제 말투와 발음이 저도 모르는 사이 저희 남편하고 비슷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출처: 선민정씨 제공
중국인 남편과 함께 결혼한 선민정씨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통역일을 하면서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다보니 전문적으로 비즈니스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가끔씩 통역을 하면서 제 스스로 ‘이 분야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게 통역할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거든요. 좀 더 좋은 통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통역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또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최근엔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잡고 있는데, 조금 더 욕심이 생기면 어학연수를 가는 것도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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