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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밀고 절에 들어간 공시생, 족구에 빠져 계속 낙방 후…

경찰되고 싶었던 공시생… 작두콩 커피에서 새삶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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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그저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라고 하잖아요. 저도 그런 생각으로 경찰공무원에 도전하는 평범한 공시생 중 한 명이었어요. 그런데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으니 수험기간이 길어지고 방황만 하게 되더라고요. ‘계속 멈춰 서 있으면 안되겠다. 이젠 진짜 어떻게든 한걸음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즈음 제 눈에 번쩍 들어온 게 바로 농업이었습니다.”


전라북도 익산시에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식품업체 ‘그린로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지용(35) 대표는 작두콩을 이용해 커피 대용 음료를 개발한 청년 농업인이다. 김씨가 개발한 ‘킹빈(King Bean)’은 작두콩을 볶은 후 분쇄해 커피 원두 가루처럼 만든 것으로, 뜨거운 물을 부어 내리면 아메리카노처럼 특유의 구수한 향과 쌉쌀한 맛이 난다. 콩깍지가 작두를 닮은 작두콩은 평균 길이가 3cm에 달해 국내에서 재배되는 콩 중에 가장 크다. 킹빈이라는 상품명은 작두콩의 크기에서 김씨가 착안해 지은 것이다.


킹빈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카페인 없는 커피’로 소문이 나 임산부와 수유 여성, 비염과 천식, 아토피 환자들에게 커피 대용 음료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7년 12월 회사 문을 연 그린로드는 지난해 매출 2억 3000만원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입점해 판로를 넓혔다.

그린로드 대표 김지용씨(35).

출처그린로드 제공

거듭되는 낙방 끝에 공시생이 찾은 새로운 길


김씨는 몇 년 전만 해도 경찰이 되길 바라는 평범한 공시생이었다. 조선대 영문과에 다니던 김씨는 군대를 전역한 2006년 경찰 간부(경위) 시험을 보기로 결심했다. 경찰은 큰 사고만 안 치면 정년이 보장되고, 퇴직 후에도 연금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처음엔 각오가 대단했다. 고향인 전북 정읍 두승산에 있는 절에 들어가 머리도 빡빡 밀고 공부에 집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경찰 공무원의 벽은 높았다. 한해, 두해 낙방이 거듭되자 의지도 흔들렸다. 절에서 공부하는 다른 공시생들과 어울려 족구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날이 점차 더 많아졌고, 밤에는 스님 몰래 산에 내려와 술을 마시기도 했다.


수험 생활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일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5번 넘게 낙방했다. “세 번째 시험을 떨어지고 난 후부터는 불안해서 밤에 잠을 편히 잔 적이 없었어요. 대학 친구들은 토익 점수도 따고 공모전에 나가 상도 타고 저멀리 앞서가고 있는데, 저만 홀로 뒤처져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차라리 시험을 보겠다고 생각하지 말 걸 하고 후회도 많이 했어요.”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 시절 당시 김지용씨(왼쪽)

출처김지용씨 제공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는게 미안했던 김씨는 2012년 절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영농조합에 쌀 영업사원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이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땀 흘려 농산품을 생산하고, 이를 정직하게 판매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김씨는 친한 스님에게 ‘공무원 시험 준비를 접고, 농업 쪽 일을 해보는게 어떨까’라는 고민을 털어놨다. 스님의 대답은 간단했다. “농사를 지으려면 삽질부터 배워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이후 야생화 농장에 들어가 구절초·패랭이·꽃잔디 등 꽃을 키우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새벽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고된 하루가 반복됐지만 5년간 잊고 지냈던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늦깎이 대학 신입생, 작두콩에서 길을 찾다


2014년 만으로 서른이 된 김씨는 수능을 다시 치러 한국농수산대학 특용작물학과에 입학했다. 이왕 농업 관련 일을 하기로 한 이상 전문적인 농업 지식을 쌓고, 특용작물을 이용한 새로운 가공 식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작두콩 커피’ 아이디어를 처음 얻은 것도 2학년 학교 수업을 통해서였다. “중국 청나라 시대의 의서 ‘본초비요(本草備要)’에 ‘작두콩을 태워서 먹었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태웠다’는 것은 지금말로 ‘로스팅(Roasting)’이잖아요. 혹시나 해서 책에 나온 것처럼 작두콩을 볶아 먹어 봤는데 쌉싸래하니 아메리카노 맛이 나더라고요. 순간 ‘이거다’ 싶었죠.” 김씨는 1년간 작두콩을 볶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나오진 않는지 다양한 온도에서 실험을 거듭했다. 다행히 어떤 유해물질도 나오지 않았다.


김씨의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온 것은 갑작스레 찾아온 여자친구의 병 때문이었다. 2016년 겨울 오랜 시간 김씨와 함께 한 여자친구가 병을 앓게 됐고, 1000만원이 넘는 치료비 마련이 발등에 불로 떨어졌다. 때마침 농협에서 주최하는 ‘농식품 TED 아이디어 경연대회’ 소식을 듣게 된 김씨는 상금을 타기 위해 병실 간이 침대에 쭈그리고 앉아 밤낮으로 ‘작두콩 커피’ 아이디어 발표 준비에 매진했다.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김씨는 본선에서 2등상인 최우수상과 함께 상금 1000만원을 탔고 여자친구의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후 김씨는 농협미래지원센터의 컨설팅을 받으며 작두콩 커피를 본격 사업화했다. 농협이 주최하는 박람회마다 작두콩 커피 시음회를 열어 반응을 살폈다. 최적의 맛과 향을 내는 로스팅 단계를 찾기 위해 100킬로그램 이상의 작두콩을 볶았다. 김씨는 또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 창업 지원 공모전에 응모해 3500만원을 지원받았다.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은 모두 종자돈이 됐다. 2017년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작두콩 커피 가루를 목표치의 열배인 2000만원 가까이 판매하는 데 성공해 여자친구가 입원해 있었던 전북대병원과 불우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사회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청년 농부에서 청년 멘토로


김씨의 회사 그린로드는 창업 1년 6개월째 접어들면서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직원수는 본인과, 이제는 아내가 된 여자친구를 포함해 6명까지 늘었다. 조그만 밭에서 시작한 작두콩 재배 면적은 계약 재배 포함 2만 2000 제곱미터까지 늘었다. 김씨는 작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100인의 청년농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엔 청주에 작두콩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를 열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해 가고 있다.

창업 멘토로 강연 중인 김지용씨

출처김지용씨 제공

김씨의 창업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일자리 박람회, 원예 고등학교, 한국농수산대 등 관련 기관에서 강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초 이후 김씨가 강연에 나선 횟수는 14회에 달한다. 주된 주제는 김씨의 어려웠던 공시생 시절 이야기부터 작두콩을 연구하게 된 계기 등이다. 김씨는 강연할 때마다 “20~30대 청년들에게 농촌은 무궁무진한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농촌이라면 논밭에 나가 땡볕에서 일하는 모습만 떠올리기 쉬운데, 농업은 생산뿐 아니라 식품 가공, 관광, 체험까지 굉장히 분야가 다양합니다. 저처럼 좌절했던 청춘들이 농업에서 새 길을 찾아 삶을 개척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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