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결혼 앞두고 고개 숙인 아빠..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조회수 2020. 9. 28. 14: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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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빠지는 아버지 한숨소리 듣던 아들, 돌연 회사 그만두고 만든 어플

“아버지가 누나 결혼식장 입장하실 때 고민 많이 하셨어요. 소위 말하는 대머리셨거든요. 가발·모발이식 등을 알아보기 위해 전문 업체들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직접 방문하지 않는 이상 비용을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탈모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분들은 부끄러움 탓에 병원이나 미용원을 쉽게 찾지도 못하세요. 탈모인을 위한 투명하고 간편한 탈모 정보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인류가 아직 극복하지 못한 3가지 골칫거리가 있다. 탈모·무좀·감기다. 이중 유독 말 못 할 고민은 탈모다. 말은 못 하지만 티가 나 주위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약 4년간 탈모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인구는 103만명 정도다. 탈모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 이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잠재 탈모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탈모 시장 규모를 4조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탈모 중개 플랫폼 우수수 안현진(38) 대표는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탈모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버지의 탈모 고민을 지켜보다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2017년 5월 친누나의 결혼식 전이었다. 아버지가 머리숱 때문에 자신감 없어하는 모습을 봤다. 방법을 알아봤으나 가발이나 모발이식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그 어디에도 없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출처: jobsN
2018년 3월 탈모 중개 플랫폼 '우수수'를 출시한 삼손컴퍼니 안현진 대표.

“아버지 문제로 병원을 찾을 때 어디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문제가 가장 막막했어요. 탈모는 전문의가 없습니다. 탈모 치료는 보통 피부과·가정의학과·비뇨기과·내과·성형외과 등에서 맡고 있어요. 이마저 전문의와 일반의 구분도 없죠. 또 의학 분야인지 미용 분야인지에 관한 구분도 모호해요. 가발이나 모발이식의 경우 직접 방문상담하지 않는 한 얼마 정도 비용이 드는지 정확히 공개하고 있지 않죠. 아버지는 자존심 때문에 직접 병원에 찾아가 상담하는 것도 꺼려하셨구요. 이렇게 혼자 마음고생하는 전국의 탈모인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안 대표는 광운대학교에서 정보통신학을 공부했다. 졸업 이후엔 모바일 앱 기획 관련 일을 했다. 모바일 게임 기업 엔타즈, 학습 기기 브랜드 엠씨스퀘어 등에서 근무했다. 창업 직전에는 태광그룹 IT계열사 티시스에서 전략기획부서팀 과장으로 있었다. 처음부터 사업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30대 중반이 지나면서 나만의 서비스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같은 회사에 있는 개발자 동료들과 여러 어플들을 시범 삼아 만들었다.


“모바일 앱 기획은 늘 해왔던 일이었습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많았죠. 하지만 회사에선 제가 생각하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긴 어려웠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에 개발자 동료를 만나 다양한 어플을 만들어봤습니다. 출시한 어플 중에는 모바일 리워드 플랫폼이 있었어요. 걸은만큼 캐시 포인트를 주는 ‘캐시워크’처럼 광고 콘텐츠에 전화를 걸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주는 서비스였죠. 약 6개월 걸려 앱을 출시했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2017년 중순쯤 아버지 덕분에 탈모 플랫폼에 관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죠. 사업 자금을 얻기 위해 여러 창업지원프로그램에 공모했습니다.”

우수수 제공

안 대표는 사업 경험이 없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아 차근차근 창업 단계를 밟았다. ‘지 스타트’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예비 창업자부터 성장기 스타트업까지 창업에 필요한 부분 (A·기초역량강화, B·실전역량강화, C·투자연계, D·자금지원, E·해외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안현진 대표의 탈모 플랫폼 사업 아이템은 실전역량강화 단계인 B 프로그램에 2017년 12월 선정됐다. ‘탭더모멘텀’이라는 전문 엑셀러레이터 기업이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협력해 안 대표의 창업을 지원했다. 또 2018년 1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창업선도대학 창업 과제에 뽑혀 약 7000만원의 투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창업이 처음이라 두려움도 많았죠. 당시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거든요. 실패하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잠을 설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족들이 제 꿈을 응원해줘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2018년 3월 주식회사 삼손컴퍼니를 설립해 다음 달에 우수수 앱을 출시했어요. 처음엔 최대한 많은 탈모인을 모은 커뮤니티를 만들자 생각했어요. 탈모 카페 등에서 공유하는 정보들을 우수수 앱에 통합하려 했죠.”


안 대표가 기획한 우수수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핵심 서비스는 중개 플랫폼이다. 탈모 전문 병원·미용업체와 제휴를 맺었다. 우수수 어플을 통해 치료를 원하는 탈모인이 제휴를 맺은 업체들과 예약·결제를 한다. 현재 강남·서초를 중심으로 163개 정도의 탈모 전문 관리 업체를 이용할 수 있다.

출처: 삼손컴퍼니 홈페이지, 구글플레이 캡처
우수수를 높은 점수로 평가한 이용자들.

우수수의 두번째 주요 서비스는 상담·커뮤니티 기능이다. 탈모인들은 여러 가지 심리적·물리적 문제로 병원을 직접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자신의 두피 사진을 찍어 올리면 우수수 사용자들과 전문의가 탈모 상담을 해준다. 탈모 진행 상황, 탈모 유형 등을 진단한다. 마지막 기능은 탈모 전문 콘텐츠 서비스다. 안 대표는 온라인상의 비전문가들의 검증받지 않은 탈모 지식이 오히려 탈모인들에게 혼란을 안겨준다고 여겼다. 우수수는 탈모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전문의에게 검수를 거쳐 발행하고 있다.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스트레스입니다. 환경 탓도 있지만 현대인 대부분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빠진 머리 때문에 더 큰 심적 고통을 겪어요. 악순환을 반복하죠. 뭘 잘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닌데도 탈모를 감추고 부끄러워합니다. 우수수를 통해 탈모인들이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또 그와 동시에 정확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2019년 6월 기준으로 우수수 이용자는 2만명 정도다. 30대 가입자가 가장 많다. 남성과 여성 사용자 비율은 8:2다. 안현진 대표가 최종적으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자기주도 탈모 관리 서비스’다. 탈모인은 자신의 두피 상태를 직접 관찰하고 정확하게 진단받지 못하는데서 곤란을 겪는다. 현재까지 우수수는 스마트폰으로 두피를 찍어 탈모 상담을 받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차이가 나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출처: jobsN
삼손컴퍼니의 구성원.

모발 굵기나 두피 건조 정도, 탈모 진행률 등을 파악하기엔 휴대폰 사진은 한계가 있다. 안 대표는 올해 말 두피 자가 진단 의료 키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탈모인이 두피 상태를 스스로 진단할 수 있도록 만든 전문 하드웨어 기기다. 이 기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우수수와 자동 연동돼 보다 정밀 상담을 받도록 설계했다. 휴대폰과 연결된 확대경으로 모발의 밀도·길이·숫자·수분량 등을 분석할 수 있다.


“탈모를 미용실에서 진단하고 샴푸로 치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탈모도 원인마다 유형이 전부 달라요. 영양이 부족해 모발이 가늘어져 머리가 빠지는 경우, 기름기가 많아 모발 구멍이 막혀 머리가 나지 않는 경우, 유전적인 이유 등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죠. 가장 효과적인 치료 관리법을 정확하게 소개해주는 게 앞으로 우수수가 할 일이라 생각해요.


탈모는 자기와의 싸움이에요. 치료 효과를 보기까지 최소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또 완치 개념이 없는 데다 평생 관리를 해야 해요. 그 긴 시간 혼자 끙끙 고민하기보다 우수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낫죠. 1000만 탈모인이 함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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