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8년인 일" 요즘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신종직업은?

조회수 2020. 9. 28. 15: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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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선망 직업 '벤처캐피탈' 어떻게 입사하냐면..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정무일 이사
전자결제 선도회사 ‘다날’ 거쳐 벤처캐피탈 이직

요즘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에 ‘벤처캐피탈(VC) 심사역(벤처캐피탈리스트)’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스타트업과 창업 열풍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스타트업 업계에 쏟아지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심사역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이름만 대면 아는 소프트뱅크벤처스나 한국투자파트너스 같은 대형 VC에서부터 중소·중견 VC까지 다양하다.


정무일(42)씨도 그중 하나다. 그는 중견기업들이 연합해 만든 VC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이하 라이트하우스)에서 투자담당 이사로 활약하고 있다. 라이트하우스는 자체 자금 50억원 이상이 있고, 운용하는 펀드가 533억원이다. 533억원 중 지금까지 15개사에 16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jobsN은 최근 정 이사를 만나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일과 삶에 대해 들어봤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출처: jobsN
정무일 라이트하우스 이사.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어떤 사람인가.


“아주 쉽게 얘기하면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투자를 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어떤 벤처캐피탈리스트인가.


“좋은 딜(deal) 발굴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우리회사에 투자한 중견기업들과 시너지를 낼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고자 노력한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것을 ‘딜’이라고 한다.)”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된 이유는.


“본래 나는 모바일 사업 전문가다. 모바일 결제 업체 ‘다날’에서 모바일 사업과 중국 사업을 담당했다. 당시 넥슨이나 NC소프트 등 메이저 게임사에 들어가는 결제를 담당했다. 이후에는 국내 1호 벤처캐피탈인 아주IB투자에서 모바일 비즈니스 심사역으로 이직했다. 이후 2017년 라이트하우스로 왔다.”


-하루 일과는.


“스타트업 대표들과 미팅을 하고 투자를 검토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다. 또 이미 투자한 업체를 만나 최근 사업현황을 업데이트 받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확인한다. 그 외에 저녁 시간에는 투자심사보고서를 작성한다. 심사역이 쓴 보고서를 바탕으로 투자 심사를 하기 때문이다.”

출처: jobsN
정무일 이사(오른쪽)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직원들과 회의하고 있다.

투자 결정까지 창업팀 10회 이상 만나면서 의지 등 평가


심사역을 만난 김에 벤처캐피탈의 심사 과정이 궁금해 몇 가지 물어봤다.


-회사에 투자심사위원이 몇 명이나 있나.


“나를 포함해 4명이 있다. 우리는 작은 규모다.”


-4명이면 2대2로 찬반이 갈릴 때는 어떻게 하나.


“부결이다. 투자 안 한다.”


-심사 기준이 있나.


“어떤 분야나 현상에 대한 불편한 부분(pain point)을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는지, 기업의 진입장벽은 존재하는지, 창업팀 구성원들은 어떤 사람인지, 사업에서 성공 할 수 있는 타당성 등을 주로 평가한다.”


-창업팀 구성원의 인품 등을 면접 몇 번에 평가할 수 있나.


“그래서 한두 번 만나지 않는다. 한 번 투자할 때까지 40~60일 동안 10회 정도 만난다. 티타임이나 회의 등을 진행한다.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의지다. 넷플릭스도 처음에 나왔을 때 ‘누가 돈을 주고 이 서비스를 쓰느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세계 영상 시장을 석권하지 않았는가. 내 사업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지, 그걸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의지와 믿음, 긍정에너지가 중요하다.”


-투자심사에서 탈락하는 팀의 공통점이 있나.


“있다. 일단 종합선물세트 같은 회사. 배달도 하고, 앱도 하고, 제품도 만들고, 유튜브도 한다는 등 이것저것 하는 곳은 주로 배제한다. 그리고 업(業)의 본질을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팀이다. 비록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가 듣더라도 이해할수 있도록 해당 비즈니스를 쉽고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사업에 이해도가 낮은 사람이다. ‘비용 얼마 들어요’하고 물어봤는데, ‘아… 있어보자’ 하면 신뢰도가 확 떨어진다.”


-투자금은 얼마 만에 회수하나.


“표준이라 불리는 유효기간은 대개 8년이다. 8년 동안 수익을 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우리 펀드도 8년이 지나면 해산할 계획이다.”(라이트하우스의 운용 펀드는 총 2개로 모두 2017년 말 만들어졌다. 2025년 말 펀드가 해산하는 셈이다. 물론 그 사이에 다른 펀드가 만들어 질 것이다.)

출처: jobsN
정무일 이사.

폐쇄적이고 네트워크가 중요한 직업…바이오 전공 유리


-벤처캐피탈도 많아져서 서로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그렇다. 국내에 VC로 등록한 업체가 137곳이 있다. 그중에서 우리 회사는 거의 유일하게 중견기업들이 돈을 모아서 만든 벤처캐피탈이다. 그 장점을 살려 전국에 있는 실력파 중견기업들(매출 수백억~수천억원대)과 스타트업의 연계를 지원하고, 그 기회를 바탕으로 기업의 가치도 키운다.”


-당신이 했던 투자 중 대표 업적이 있다면.


“아주IB투자에 다녔을 당시 투자했던 ‘다노’라는 회사가 있다. 다이어트 전문 업체다. 그동안 다이어트는 약이나 지방흡입 등이 주류였는데, 이 회사는 O2O(Online to Offline)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교정해 주는 업체다. 회원이 연 200% 이상 성장하는 등 폭발적인 확장을 했다. 기업가치가 투자금의 7배 가량으로 올라간 것으로 기억한다.


라이트하우스에 와서 한 투자 중에서는 돼지고기 배달 서비스 ‘정육각’이 있다. 갓 잡은 돼지고기를 배달해 주는 곳이다. 회사 가치가 2배 올랐고 후속 투자도 받았다. 이 회사도 투자 직전에는 ‘하림이나 이마트가 있는데 여기서 고기를 사겠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하려면.


“벤처캐피탈은 공채가 없다. 인원도 적다. 국내에 현장에서 활약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약 700명쯤 될 것이다. 업계에서는 서로 다 안다. 그만큼 폐쇄적이고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학생들도 선배를 찾아 하나씩 업계를 알아가고 사람을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 측면에서는 재무회계 지식이나 경제에 관심이 많으면 좋다. 특히 바이오나 이공계 전공자를 선호한다. 바이오 기업 심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30대 주니어를 선호한다. 현업에서 몇 년 경력을 갖고 오면 좋다. VC업계는 형님과 아우로 끈끈하게 이어지는 문화가 있어서, 나이가 너무 많으면 부담스러워한다. 영어를 잘하거나 창업동아리 경력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예비심사역 양성과정을 운영하는데 수료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심사역으로서 고민이 있다면.


“가끔씩 내가 이들 창업가들을 심사할 자격이 있는지를 고민한다. 밤낮없이 사업으로 바쁜 사람들이 심사 받으러 오면 1~2시간 이내의 시간 동안 내가 평가한다. 이들의 고민과 노력에 비해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투자 거절할 때 심적으로 힘들다. 아름다운 거절이란 없다지만, 신속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드리려고 노력한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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