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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요" 아파트로 유명한 회사, 알고보니

조회수 2020. 9. 28. 15: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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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에피소드 들으면 자부심이 뿜뿜, 40년된 회사의 막내 연구원입니다"
손민지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주임
올해 대림산업 대덕연구소 막내로 입사
“신뢰할 수 있는 연구원이 되고파”

아파트 ‘e편한세상’을 짓는 대림산업이 석유화학 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심지어 최근 대림산업은 석유화학산업 분야에 방점을 찍고 관련 사업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1979년 호남에틸렌을 인수하며 석유화학 사업을 시작한 대림산업은 현재 전 세계 폴리부텐(윤활유 및 연료 첨가제 등 다양한 화학제품 원료로 사용되는 화합물) 시장 점유율 28%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림산업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은 대전 유성구에 있는 대덕연구소에서 시작한다. 정규직 연구원 80여명이 소수정예로 모인 이곳은 대림산업 석유화학 사업의 두뇌다. 이 곳에 신입 막내(정규직 기준)가 들어왔다. 올 5월1일부터 솔루션팀에서 연구하는 손민지(27) 주임이다. 그는 “선배들의 개발 성공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벅차다”며 “나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연구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출처: jobsN
손민지 주임.

수많은 석유화학회사 중 대림을 택한 이유


손 주임은 대림산업이 생산한 폴리부텐이나 EPO 등 화합물을 활용해 윤활유나 점·접착제 등의 성능을 개선하는 솔루션팀에서 일한다. 쉽게 말해 기존 상품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방법을 연구한다. 팀원은 그를 포함해 총 9명이다. 손 주임은 “입사한 지 한 달 정도라 현재는 업무를 파악하며 석사 때 전공한 부분과 현재 팀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고 했다.


고향이 전라북도 전주인 손 주임은 고등학교 때부터 화학 연구원을 꿈꿨다. 원리·원칙에 따라 실험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멋져 보였다. 아주대 화학공학과로 진학했다. 동 대학원에서 석사도 했다. 세부 전공은 여러 화학 물질을 반응기에 넣고 원하는 값을 얻기 위해서 반응기 내의 온도와 압력, 규격 등을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하는 공정반응기·모델링이다. 그는 한국공학한림원 산하 모임을 통해 종종 보육원이나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들에게 LED액자 만들기, 자기부상 열차 키트 만들기 등의 과학 수업을 했다. “그런 활동을 하면서 이론보다 우선 실생활에 적용이 가능한 실무를 해보고 싶었어요. 박사 학위는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이었고요.”


그는 2018년 2월 석사 학위를 땄고, 1년간 교내 연구소에서 파견직으로 일한 후 신입 공채를 통해 2019년 5월 대림산업에 입사했다. 그는 “석사 생활을 하며 여러 화학 회사들과 협업을 많이 해봤다”며 “대부분의 기업이 미국이나 일본 기술을 라이선싱 해와서 제품을 생산하는데, 대림산업은 폴리부텐, 메탈로센 폴리에틸렌 등을 국내 최초 독자 기술로 상업화에 성공해 더 내실이 탄탄한 기업으로 봤다”고 했다.

출처: 대림산업 제공
업무 중인 손 주임.

선배들의 개발 에피소드 놀라워


채용은 크게 4단계로 진행됐다. 자기소개서→온라인 인성검사→1차 면접→신체검사→2차 면접 순이었다. 손 주임은 “1차 면접때 석사 과정에서 추진했던 프로젝트들에 대해 발표하고, 이것들을 대림산업 내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발표하는 순서가 있었다”고 했다. “1차 면접은 실무, 2차 면접은 인성면접입니다. 전 1·2차 면접에서 공통적으로 ‘실험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데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들었죠. 대림산업의 사업 분야와 제품은 무엇이고, 내가 부족한 점에 대해 어떻게 보완할 것이고, 현재 내가 가진 것들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답변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네요.”


그가 대림산업 대덕연구소에 출근하면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대림산업은 1993년 범용 폴리부텐을, 2010년엔 고반응성 폴리부텐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2005년엔 메탈로센 폴리에틸렌을 역시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2015년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화학 회사에 폴리부텐 공정 기술 라이센스를 수출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의 폴리부텐 기술은 광복 70주년 대한민국 대표기술 70선에 뽑혔다. “대림산업이 국내 최초, 세계 2번째로 폴리부텐 개발에 성공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들으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10년을 투자해 국내 경쟁사들이 포기한 것을 성공시킨 거잖아요. 당시 선배들은 크리스마스도, 1월1일 새해도 쉬지 않고 연구했대요. 저온 환경에서 나오는 시제품을 위해 밤새 연구실에 얼음을 퍼날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출처: 대림산업 제공
대림산업 대덕연구소 전경(왼쪽). 오른쪽은 폴리부텐 공장 모습.

출발선에 선 신입의 각오


연구원들의 일과는 어떨까. 손 주임은 “출근 시간은 8시반, 퇴근 시간은 5시반”이라고 했다. “출근하면 각 연구원들이 오늘의 일일계획을 공유해요. 이후 각자가 맡은 프로젝트에 따라 움직이죠. 오전에는 연구할 내용에 대한 해외논문이나 학술지 등 문헌조사를 하고 오후에는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험실과 사무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실험하고 데이터 챙기고, 분석하고, 전문 업체와 협업하고 등 엄청 바빠요.”

출처: 대림산업 제공
대림산업이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에 성공한 폴리부텐(왼쪽). 오른쪽은 2015년 대림산업 연구진이 IR52 장영실상을 받은 모습.

대림산업의 대덕연구소는 대덕연구단지의 터줏대감이다. 1991년부터 위치했다. 손 주임은 “우리 연구소 주위로 한화케미컬, 한국화학연구원, 애경연구원 등이 있다”며 “연구원들 서로 인정하고 챙겨줘 팀 분위기, 회사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요즘 그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실험을 하고 난 결과물에 대해 논리적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이다. 결과가 우연의 일치가 아닌 논리적·계획적 산출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손 주임은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기존에 존재한 어떤 물질에 대한 성능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이 일이 기대됩니다. 업무적으로나 생활적인 측면에서 신뢰를 줄 수 있는 연구원이 되고 싶어요.”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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