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주례까지.. 4년간 서울대 다닌 법대생 알고보니

조회수 2020. 9. 28. 15:1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상속녀부터 명문대생까지.. 대중 깜빡 속인 이들의 정체

미국 뉴욕주 대법원은 5월9일 애나 소로킨(28)에 징역 최소 4년에서 최고 12년을 선고했다. 또 배상금 19만8000달러(약 2억3550만원)와 벌금 2만4000달러도 부과했다. 소로킨이 받은 혐의는 다수의 절도와 사기. 다이엔 키젤 뉴욕주 대법원 판사는 소로킨에게 “뉴욕의 화려함과 황홀한 매력에 빠져 눈이 멀었다”고 했다.


2017년까지 소로킨의 지인들은 그녀를 재벌 상속녀로 알고 있었다. 소로킨이 자신을 6700만달러를 갖고 있는 부자의 상속녀라고 소개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소로킨은 맨해튼의 고급 호텔에서 생활하면서 100달러 지폐를 팁으로 줬다.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하고 자신의 호화 생활을 담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출처: ABC News 유튜브 캡처
애나 소로킨.

소로킨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지인과 은행을 상대로 27만5000달러를 빌렸다. 지인들은 ‘상속녀’ 소로킨을 믿고 돈을 내줬다. 은행은 소로킨이 제출한 6000만달러에 달하는 자산 명세서를 보고 대출을 해줬다. 소로킨이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서 의심이 커졌다. 결국 2017년 10월 경찰에 붙잡힌 소로킨. 알고 보니 자산 명세서는 위조 서류였고 소로킨도 상속녀가 아니었다. 러시아 출신 트럭 운전수의 평범한 딸이었던 소로킨. 패션잡지사 ‘퍼플’의 인턴 생활이 그녀 경력의 전부였다.


10대 때 신분 속여 위조수표 남발···FBI서 발탁하기도


스티븐 스필버그의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도 희대의 사기꾼을 다룬 영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주인공 프랭크 애버그네일(72)은 16살 때 신분을 속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그는 미국 팬암항공사 부조종사인 척했다. 또 가짜 신분으로 26개국 50개 도시의 은행을 돌며 위조수표 썼다. 피해액은 250만달러. 이와 별도로 140만달러를 횡령하ꈰ도 했다. 20살 때 ‘FBI 최연소 지명수배자’라는 별명을 얻은 애버그네일. 20살에 전국구 범죄자로 이름을 떨친 것이다. 1969년 프랑스에서 붙잡혀 12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프랭크는 5년 만에 감옥에서 나왔다. FBI가 ‘미 연방정부를 위해 자신의 재능과 기술을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애버그네일을 풀어줬기 때문이다. 애버그네일은 법률 공무원과 FBI 요원을 상대로 위조수표 구별법 등을 가르쳤다. 그는 지금도 금융사기 예방과 문서보안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스틸컷

한국에선 ‘가짜 서울대 법대생’···명문대 합격사실 속이기도


우리나라에선 학력을 속여 구설수에 오른 사람이 많았다. 1983년에는 ‘가짜 서울대 법대생’ 사건이 있었다. 그는 1979년부터 4년 동안 서울대 법대를 다녔다. 실제로 강의를 듣고 학회에 가입해서 활동했다. 1981년 학생 신분으로 결혼을 했을 때 주례는 서울대 법대 교수가 맡았다. 많은 학생들이 하객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누구도 그가 가짜 학생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졸업 앨범을 만들 때 그의 정체가 들통났다. 앨범에 적을 개인 정보가 학교 측에 없던 것. 군대에서 서울대 법대에 다니는 후임을 만나면서 그는 서울 법대생 행세를 시작했다. 자신도 같은 학교 학생인데 입학하자마자 입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고 속였다. 후임과 친해진 그는 다른 법대 학생들을 소개받고 본격적으로 대학생 행세를 시작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속였지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인 처벌은 받지 않았다.

뉴스 TVCHOSUN 유튜브 캡처

정체가 들통난 뒤에도 그의 기행은 이어졌다.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집에서 가정교사 생활을 했다. 가정교사로 머무르던 집을 담보로 주고 은행에서 융자도 받았다. 이후엔 채석장 사업을 해서 자산을 불리기도 했다. 그는 1999년 미래저축은행의 전신 대기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업계 10위권, 자산 2조원대 회사로 키웠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김찬경(64)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 미래저축은행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2012년 영업정지를 당했다. 김 회장은 회삿돈 200억원을 빼돌려 중국으로 밀항하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평소 그와 알고 지내던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리산도 내다 팔 수 있는 사람이다.”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에 빗댄 말이다.


2015년에는 미국 아이비리그 하버드와 스탠퍼드대학교에 동시 합격했다고 주장한 학생이 있었다. 버지니아 토머스제퍼슨 과학고등학교 3학년 재학중이던 김정윤씨. 그녀는 “두 학교의 제안으로 첫 1~2년은 스탠퍼드에서, 나머지는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졸업장 2개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입학을 원하는 두 학교가 전에 없던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는 설명이다.

채널A 뉴스TOP10 유튜브 캡처

학교 측에 문의한 결과 학생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하버드와 스탠퍼드는 “두 학교를 나눠서 다니는 제도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언론에서 김정윤씨의 합격 소식을 다룬 뒤였다. 김양의 합격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렸던 중앙일보는 정정보도를 하고 사과했다. 당시 김정윤씨의 아버지는 김정욱 넥슨 전무(현 넥슨재단 이사장)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김 이사장은 “큰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처럼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로 믿고 행동하는 인격 장애를 ‘리플리 증후군’이라 한다. 리플리 증후군이 있으면 거짓말을 해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또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치료가 쉽지 않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리플리병에 걸린 사람은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해 과대망상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MBC에 말했다. 학력은 높지만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도 자신이 느끼는 괴리를 망상으로 채우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최근 이런 증세를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