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짜리냐" 치욕 당했던 홍대 출신 여성의 놀라운 현재모습

조회수 2020. 9. 28.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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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림은 5000원짜리. 그냥 때려치워라" 소리 듣던 작가, 지금은?
유니유니 전해윤 작가
공감 부르는 '취준생 일기'
취준생 위로하는 만화 그리고 싶어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죠?

"부모님과 언니 한 명 있습니다."


-언니는 직업이 있나요? 결혼은 했나요? 나이는?

-"…."


한 웹툰 작가가 그린 회사 채용 면접 상황이다. 이를 본 독자들은 '무례하다', '별의별 회사가 다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댓글에 '저는 본관이 어딘지 묻더군요', '혈액형을 묻던데 일이랑 무슨 상관인지...'라면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취업준비생의 공감을 부르는 이 작가는 예명 '유니유니'로 활동 중인 전해윤(27)작가다. 전작가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내용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연재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4만9000여명이 그의 이야기를 구독하고 있다.

출처: jobsN
전해윤 작가

프리랜서에서 취준생으로


지금은 인스타툰 작가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전작가는 처음부터 만화작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원래 어떤 일을 했는지.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를 전공해서 졸업 후 2년 동안은 유리 공예 작가로 활동했습니다. 사실 작가라고는 하지만 반 백수나 다름없었어요. 공예로만은 먹고살기 힘들어 미술 학원 아르바이트도 같이했어요."


-왜 그만뒀나요.


"주변 친구들은 직장생활 2년 차가 다 돼가고 심지어 승진도 하더군요. 저는 말만 작가지 눈으로 나타나는 성과가 없으니까 조급해졌어요. 이걸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될 것 같아 유리 공예는 그만뒀습니다."


-아쉽지는 않았나요.


"돈이 많았으면 여유롭게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어 억울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서 울면서 잔 적도 있어요. 그러나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참고 할 만큼 열정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해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만두고 어떤 일을 했는지.


"작년 1월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했어요. 미대를 나왔으니 디자인 관련 회사 취업을 목표로 했습니다. 웹디자인 학원에 다니면서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입사 지원도 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왼쪽부터) 유리봉을 녹여 만든 유리성, 유리 쟁반에 작업한 기와, 전해윤 작가의 인스타툰 캐릭터

취업 위해 만든 포트폴리오로 인스타툰 시작


'나는 취준생이 된 후 인간 바늘이 됐다.' 전해윤 작가가 그린 만화 중 한 장면이다. 바늘 귀에 전작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어려운 취업에 예민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동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는 안부 인사차 ‘뭐 하고 지내냐’고 물어봤는데 그 인사조차도 듣기가 싫었습니다. 대답할 거리가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또 취업한 친구 소식을 들을 때는 진심으로 축하도 못 하고 내 걱정부터 앞서더군요. 이렇게 변하니까 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개인 SNS를 지우는 등 열등감을 느끼지 않게 노력했어요."


-취업 준비하다가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라인 이모티콘 관련 직무 채용 공고가 떴습니다. 지원하기 위해 지금 인스타툰에 등장하는 제 캐릭터를 그렸습니다. 그때는 취업준비생이 아닌 집에 있는 모습, 헝클어진 모습 등을 그려서 포트폴리오로 제출했습니다. 불합격 통보를 받지만 포트폴리오를 그냥 두기 아까워서 작년 4월부터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죠. 제가 취준생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 반응은 어땠나요.


"엄마는 진짜 닮았다고 좋아해 주셨습니다. 친구들은 이런 것도 그리냐면서 놀랐죠."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나요.


"면접 보고 불닭볶음면을 먹는 편 이후였습니다. 점점 팔로워가 느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나의 성과라고 느껴졌습니다. 또 모르는 사람들이 제 만화를 보고 공감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죠."

출처: 본인 제공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했을 때 겪었던 일화를 만화로 풀어냈다.

나쁜 기억은 옅어지기도


-에피소드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그리는지.


“모두 제 얘기입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가끔 자신의 이야기를 제보해주시는 독자분들도 계십니다. 감사하지만 아직은 제 이야기로 만화를 채워갈 계획입니다.”


-만화를 그리는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자기 전에 경험한 것들을 핸드폰에 정리합니다. 어제 일이든 몇 년 전 일이든 만화로 그리면 좋겠다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놓아요. 그림을 그리기 전 메모를 열어서 에피소드를 고릅니다. 고른 내용을 짧게 줄이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죠.”


-지금까지 그렸던 만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요?


“유리 공예를 그만두고 두 달 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습니다. 고객이 요청한 대로 그려서 보여줬습니다. 중간 확인 때는 다른 수정사항이 없었는데 마지막 완성본을 받고 ‘이건 5000원짜리 그림이다. 이렇게 그릴 거면 때려치워라’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당시에도 충격을 받았지만 다시 그릴 때도 기분이 좋지 않았죠. 그러나 이렇게 만화로 그리면 나쁜 기억이 줄어드는 편입니다.”


-기억에 남는 독자는요.


“작년에 계정 해킹을 당했을 때 지구 끝까지 따라가서라도 유니님 그림을 볼 거라고 해준 분이 기억이 나요. 또 제가 원하는 일을 하길 바라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댓글을 남겨준 분도 기억에 남죠. 사실 제 그림을 보고 공감해주시고 위로해주시는 모든 독자 한 분 한 분 다 소중합니다.”

취준생 위로하는 만화 그릴 것


SNS에 그림을 올리면서 삼성, 영화 제작사 등과 협업도 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로 스트레스를 풀면서 준비한 결과 전작가는 올해 3월 취업에 성공했다. 공연기획사에서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전작가가 취업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책 ‘취준생 일기’도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엔 피싱인 줄 알았어요. 그만큼 믿기지 않았죠. 출판사 미팅을 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이었어요. 지원한 기업에 다 떨어지고 취업준비생이라는 이름을 단 백수의 이야기를 하는 게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를 보고 ‘나랑 비슷하게 사는구나’, ‘얘도 이렇게 사는데 나도 힘내야지’ 등의 반응이 더 좋아서 출간을 결심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변한 게 있다면.


“열등감도 많고 부정적이었는데 만화를 그리면서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때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다 털어내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전해윤으로서는 직장생활 잘해서 지금은 쉬고 있는 유리 공예를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또 유니유니 작가로서는 취준생을 위로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만화를 그릴 예정입니다.”


-취준생에게 독자에게 한마디.


“생각보다 어렵고 오래 걸리는 게 취업입니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을 갉아먹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꾸준히 하다 보면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을 거예요.”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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