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콜라 본사에서 백지수표 받은 한국인이 적어낸 금액은?

조회수 2020. 9. 28. 16: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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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 다 맞춰줄게"..백지수표 받았던 업계 최고 실력자들

인기 쇼호스트 동지현(48)이 5월11일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과거 “백지수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쇼호스트 직업이 정말 힘들다”며 “과로로 쓰러져 수술도 했는데, 여기 있으면 죽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직서를 냈다”고 했다.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하자 회사가 백지수표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다음 직장을 정한 상태였다. “‘수표에 쓰는 대로 주는 건가’ 싶었지만 백지수표보다 자존심을 챙겨 퇴사했다”고 털어놓았다. 쇼호스트 동지현 말고도 과거 백지수표를 받았다고 털어놓은 유명인들이 있다. ‘백지수표를 받았다’는 말은 업계에서도 최고로 인정받았다는 말이다. 또 어떤 사람들이 백지수표를 받았을까.

./동지현, 김수현, 배성재 인스타그램 캡처

박지성, “유혹 많았지만 돈이 아닌 꿈 택했다”


“중동 구단과 중국 쪽에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백지수표를 보냈다.”


축구 스타 박지성(38)의 자서전 ‘마이스토리’의 한 구절.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일본 교토 퍼플상가에서 뛰고 있을 때였다. 국내 K리그 팀 한 곳은 백지수표를 내밀며 이직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인 유럽 리그로 가고 싶었다. 2003년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으로 향했다.

./조선DB, 교보문고 캡처

2005년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이적한 뒤에도 그를 영입하려는 시도는 이어졌다. 중동 구단과 중국 쪽에서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백지수표를 보냈다. 박지성은 “그들의 제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돈보다 더 큰 걸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맨유에서 퀸스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에어아시아 항공사를 만든 토니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비행기 두 대로 시작해 지금의 항공사를 만든 것처럼 나와 함께 QPR를 키워나가자”고 제안한 데 감동을 받아 이적을 결심했다.


'별그대' 직후 김수현 인기, 중국 최고 스타 판빙빙보다 몸값 비싸


“미국 할리우드에서 신작 영화 출연 제의가 있었다. 백지 수표를 제시하면서 섭외를 부탁한 중국 제작사도 있었다.”


배우 김수현(31)은 중국에서 특급 대우를 받은 한류 스타다. 전지현과 함께 주연으로 출연한 2014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프로듀사’의 연이은 성공으로 인지도도 높아졌다. 2015년 김수현의 중국 내 광고 출연료는 한 편에 약 1100만위안(20억원) 정도. 중국 최고 인기스타인 판빙빙의 CF 출연료는 편당 15억원 수준이었다.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은 셈이다.

./별에서 온 그대 공식 홈페이지

김수현 소속사인 키이스트 신효정 이사는 2015년 7월 인터뷰에서 “미국 유명 스튜디오 감독이 김수현을 섭외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중국에서 백지수표를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입대 문제 때문에 여의치 않다”고 밝혔다. 김수현은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2017년 10월 현역으로 입대했다. 2019년 7월 제대할 예정이다.


김벌래 ‘콘돔으로 만든 콜라병 따는 소리’로 백지수표


“집에 가서 봉투를 열어보는데 수표에 아무것도 안 쓰여있었다. 고민하다 통역가에게 수표에 액수가 없다고 가짜라고 했더니 당신 마음대로 쓰는 백지수표라고 했다.”


고(故)김벌래(본명 김평호·2018년 사망)는 한국 광고계와 음향업계에서 ‘전설’로 불렸던 소리 디자이너다. 농심 ‘새우깡’ CM송을 만든 음향 감독으로 유명하다. 1962년부터 동아방송 음향피디(PD)로 일하면서 수많은 음향효과를 개발했다. 입사 후 50년간 약 2만여개의 음향을 만들었다. 1966년 전 세계 방영한 펩시콜라 광고 속 병뚜껑 따는 소리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콜라 회사는 그에게 ‘마시면 상쾌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조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콜라병 따는 소리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한 그는 온갖 병을 따기 시작했다.

출처: 조선DB
음향감독 김벌래.

“콜라병 따는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먼저 맥주병을 땄다. 50여 병을 열어봤는데 원하는 소리가 없었다. 소주병은 어떨까 해서 소주병도 열었다. 나중에 다 끝나고 나서 새벽에 들어보니 병마개 따는 소리가 아니더라.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고무풍선이었다. 바늘로도 찔러보고 담뱃불로도 터트려봤는데 당시 고무풍선 재질이 열악했다. 더 질긴 게 없을까 찾다가 약방에서 콘돔을 샀다. 30개나 사 가니 이상한 취급을 받았다. 콘돔은 재질이 질기고 좋아 소리가 탄력이 있었다.”


능력을 인정한 펩시콜라 미국 본사는 백지수표를 건넸다. 그의 소원은 돈 벌어서 서울에 사는 것이었다. 평소 눈여겨보던 불광동 문화촌에 있는 60평짜리 집값을 적었다. 당시 가격은 100만원이었다. 전부 다 적으면 우습게 볼까봐 98만5000원을 적어냈다.


차세대융합기술 김성진 박사 "원하는 건 다 들어주겠다"

출처: 조선DB
김성진 박사.

2008년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은 암·당뇨 연구소를 세우며 김성진 박사를 소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백지수표를 내밀었다. 김성진 박사는 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강원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30년간 암 유전체, 전이, 예방 등을 연구했다. 27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스쿠바대 응용생화학 학사·박사를 거쳐 미국 국립보건(NIH)에서 종신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다. 재직 당시 세계 최초로 암세포에서 TGF-beta 수용체 유전자의 결손과 돌연변이를 규명했다. 2002년 호암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5년 10월 미국 시카고의 한 호텔.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이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일하던 김성진 박사를 만났다. 이 회장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백지수표였다. “원하는 연구조건은 다 들어드리겠다. 세계적인 암·당뇨 연구를 우리나라에서 해야 하지 않겠나?” 이 회장은 김 박사에게 종신 연구원 자리를 약속했다. 또 미국 수준의 연구 지원과 더불어 연구원 스카우트 전권을 위임했다. 결국 김 박사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이후 이길여암당뇨연구원 연구원장, 차의과학대학교 암연구소 소장 및 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장학퀴즈 오랜 진행자 차인태 아나운서 클럽 회장


“SBS 개국 당시 백지수표를 받았다. 급여를 받고 싶은 만큼 쓰라고 했다. 동그라미 몇 개를 써야 억인지도 몰랐다. 얼마를 써야 할지, 받을 건지 말 건지 고민이 많았다.”


차인태(75) 아나운서클럽 회장은 대한민국 아나운서 1세대다. 연세대 성악과를 나온 그는 대학 재학 중 1966년 KBS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했다. 교육을 마치고 지방 발령을 받자 학군단으로 입대했다. 제대를 앞둔 1969년 당시 인사동에 있던 MBC 아나운서 시험을 보고 합격해 직장을 옮겼다. 1970∼1980년대 일요일 아침. 온 국민이 TV 앞으로 몰려들었다. 차인태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장학퀴즈’를 보기 위해서였다. ‘장학퀴즈’는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퀴즈를 풀어 우승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차인태 아나운서가 이 방송의 첫 진행자다. 1990년 4월까지 17년 2개월간 ‘장학퀴즈’를 이끌었다.

출처: 조선DB
차인태 아나운서 클럽 회장.

SBS가 개국하던 1990년 차인태 아나운서는 방송국으로부터 이직 제안과 함께 백지수표를 받았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급여를 받고 싶은 만큼 쓰라고 했다”고 했다. “당시 최창봉 MBC 사장에게 (백지수표를 받았는데) 어떻게 할지 물어봤더니 ‘MBC에서 누가 나가라고 하더냐’라고 되물었다. 그런 말 못 들었다고 하니 ‘그럼 아직 쓸모 있다는 말이네’라고 답했다. 얼른 ‘알겠습니다’하고 나왔다.”


결국 백지수표와 이직 제안을 거절했다. 제주 MBC 사장을 지낸 후 1998년 퇴직했다.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2019년 2월에는 전·현직 아나운서들의 친목 모임인 한국아나운서클럽 제9대 회장을 맡았다.


커리어앤스카우트의 김충환 헤드헌터는 “백지수표를 건네며 인재를 영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원하는 대로 전부 맞춰주겠다는 뜻이지 실제로 백지수표를 주고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는 “백지수표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큰 부담감을 느끼기 마련”이라며 “해당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일인자라는 상징적 의미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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