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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으로 1억 효과…외식창업 위험 낮춘 마법의 장소

19년 동안 스타트업만 5번 거친 그의 다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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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전문 공유주방 '고스트키친'
카이스트 졸업→19년 동안 스타트업만 5번
“지속 가능한 외식업 가능하단 걸 보여주겠다”

우리나라 외식업 경쟁은 어느 나라보다 치열하다. 우리나라 인구 1만명당 외식업체 수는 125개. 이는 이웃 중국(66개)과 일본(59개)을 웃돌고 미국과 홍콩(각 21개)에 비해서는 6배 많다. 이 중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업체는 많지 않다. 2016년 매출액 또는 상용근로자가 있는 활동 기업 중 2011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기업의 5년 생존율은 28.5%였다. 기업이 생긴 뒤 5년 후엔 10곳 중 3곳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의미다.


배달음식 전문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은 외식업자들의 슈퍼맨을 꿈꾼다. ‘고스트키친’ 최정이(45) 대표는 “외식업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버티는 저임금 노동자들 덕분에 어렵사리 돌아간다”며 “지속 가능한 외식업을 위해 다른 방안이 필요했다”며 창업 계기를 밝혔다.


최 대표는 19년 동안 5개 스타트업을 거쳤다.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93학번이다. 2001년 같은 학과 석사를 땄다. 고스트키친 창업 직전에는 ‘배달의 민족’에서 투자 관련 일을 했다. 원래 배달전문음식점을 운영하다 외식업의 각종 한계에 부딪혀 ‘공유주방’으로 아이템을 바꿨다. 공유주방이란 조리시설을 갖춘 주방을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공간을 말한다. 미국에선 ‘클라우드키친’, ‘유니온키친’ 등 여러 공유주방 스타트업이 성공을 거둘 만큼 활발한 시장이다.


고스트키친은 서울에 6월 삼성점, 7월 강남역점을 연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패스트인베스트먼트, 베이스인베스트먼트, ES 인베스터, 슈미트, 패스트파이브 등으로부터 총 21억원 투자를 받았다.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최정이 대표.

출처jobsN

“외식업도 지속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겠다”


외식 창업이 위험 부담이 큰 이유는 고정비용이 높아서다. 보증금과 월세, 보장되지 않는 권리금까지 공간 하나를 빌리는 데만 수천만원이 기본이다. 주방 시설을 갖추다 보면 1억원은 우습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한다면 로열티, 인테리어 비용이다 뭐다 다양한 항목 때문에 고정비용이 솟는다. 폐업을 했을 때 타격이 크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015년 추산한 폐업에 따른 경제·사회적 손실 규모는 30조 3000억원에 달한다.


공유주방은 이런 고정비용을 줄여 외식창업 위험을 낮춘다. 고스트키친에는 보증금 1000만원, 월 임대료 150만원, 월 공용시설 관리비 20만원을 내면 입주할 수 있다. “외식업은 ‘린(lean)’ 해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기존에는 10년 고생해서 몇억 가게 하나에 몰빵했어요. 이 때문에 위기를 맞았을 때 메뉴를 수정하거나 빨리 대처하기가 힘들죠. ‘파스타’를 했다가 ‘초밥’으로 바꾸질 못해요. 하지만 외식업도 여러 번 실험하고 시도해봐야 합니다. 공유주방에서는 여러 음식을 시도할 수 있고, 시장 반응이 좋지 않다면 바로 수정할 수 있어요.”


4~6평짜리 공간은 화구, 냉장고, 싱크대 등을 갖추고 있다. 외식창업자는 구획한 조리 공간에서 각자 음식을 만들고 연구한다. 삼성점에는 15개, 서초점에는 30개 정도의 점포가 입주할 수 있다. 창업자들은 음식을 만들어 ‘부릉’, ‘푸드플라이’ 같은 배달 서비스나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앱에서 주문을 받아 장사를 한다. 고스트키친에서 만든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대기실도 있다. “마치 홀이 없는 푸드코트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유주방은 정확히 구역을 나누지 않으면 불법입니다. 직접 해보니 위생관리를 위해 구획이 맞아요.”  

고스트키친 내부 3차원 이미지.

출처고스트키친 제공

고스트키친의 차별점은 주문이 들어간 다음 음식이 나올 때까지 과정을 관리하는 IT 솔루션이다. 고스트키친이 개발한 포스(POS) 시스템 '발가락'을 말한다. 포스 시스템은 point of sales의 약자로 점포 판매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가게에서 주문을 받고 결제하는 기기다.


“뭔가를 쉽게 해낼 수 있다고 할 때 ‘발로 한다’고 하잖아요. 발가락으로 해도 될 만큼 쉽게 만들겠다 해서 붙인 이름이에요. 외식업에서는 포스 시스템이 경쟁력입니다. 예를 들어 요리사가 보는 정보, 라이더가 보는 정보가 달라요. 요리사에게는 앞으로 만들어야 할 음식이 몇 개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김치찌개 3, 순두부찌개 5’ 이런 식으로요. 반면 라이더에게는 주소와 지역, 결제 방식을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


고스트키친의 현재 수익 모델은 외식업자가 내는 임대 비용이다. 하지만 수익 극대화보다 외식업 종사자들에게 ‘업(業)’을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앱스토어, 구글스토어가 있다면 고스트키친은 외식업계의 플랫폼을 꿈꾼다.


“외식업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동시에 꿈꾸길 원하는 분들과 함께하길 원합니다. 저희가 권장하는 임대 기간은 6개월~1년입니다. 한 달 안에 성공할 분은 없어요. 배달음식 특징이 한 메뉴의 반응이 좋지 않을 때 바꾸기 쉽다는 점이에요. 최소 6개월 동안 3~4개를 실험해볼 분들이길 바랍니다. ‘돈 여유가 있어서 외식업 한번 해보겠다’는 분이라면 말립니다.”


5개 스타트업 거치고 6번째 도전


석사를 마치고 병역특례요원으로 근무할 곳을 찾다, 연구실 선배가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년 동안 2번은 창업 멤버로 일했고, 3번은 직접 창업을 했다. 그는 창업을 할 때마다 주변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창업 멘토를 꼽으라면 네오위즈, 첫눈, 크래프톤(옛 블루홀)을 창업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다. 최 대표의 고등학교·대학교 선배다.


“20대 후반까지만 해도 ‘스타트업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2004년 장병규 대표님을 만나고 여러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왜 일을 하는지’, ‘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창업 실패의 쓴맛을 본 적도 있다. 2009년 창업한 버드랜드는 스마트TV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였다. 스마트폰 발달로 스마트TV 시장이 더이상 성장하지 않으면서 회사는 위기를 맞았다.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주변에 돈을 빌리러 다녀야 했어요. 누군가에게 돈을 빌린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아 정말 이래서 한강에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2014년 중순 배달의 민족으로 갔다. “여기서는 성실함을 배웠어요. 그때만 해도 저는 ‘똑똑함’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사고는 자유롭지만 성실해야 해요. 김봉진 대표님이 겉으로는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굉장히 성실합니다. 실제 유명한 미술 작가들도 스스로 정한 하루 일과를 반드시 지킵니다. 별안간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게 아니라, 묵묵히 그리다 보니 대작이 나왔다고 합니다.”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이 나오려면 시장이 커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시장이 크지 않으면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 대표가 다시 한번 창업을 결심한 계기다.


“많은 스타트업이 온라인으로 혁신을 이루고 있어요. 외식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저는 외식업에서 여전히 오프라인 혁신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것’ 자체가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달 시스템은 발달하고 있는데 ‘배달음식’을 만드는 방법과 음식의 질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달음식을 만드는 시장을 키워보고 싶었어요.”


그는 서울 강남구청역 근처에 크기 6.6㎡(2평 반) 매장을 임대해 6개월 동안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했다. 하루 60~70건씩 직접 배달을 하며 수요를 파악했다. 가능성을 확신한 그는 2017년 5월 배달전문음식점을 차렸다. 논현동 건물 지하에 ‘주방’만 차렸다. ‘난나나 파스타’, ‘도쿄밥상’, ‘밥투정’, ‘도쿄카레’ 등 4개 브랜드를 개발해 약 90가지의 음식을 배달했다. 하루에 주문 200~300건을 소화했다. 월 매출 1억원을 낼 만큼 매출이 좋았다. 하지만 외식업자들을 괴롭히는 고민이 최 대표의 머릿속에서도 떠나질 않았다.


“매출을 키울 수는 있는데 이익이 안 났어요. 셰프, 배달인력을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뽑고 나서는 인건비 문제가 커요. 식자재비 줄이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서 직원들 일의 범위를 엑셀로 정리하고 별짓 다해봤습니다. 그래도 개선이 안 됐어요.”

최 대표는 "요즘에 욕실에 욕조가 없는 아파트가 많다"며 "먼 미래에는 주방도 필수 공간에서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남은 해결 방안은 하나. 인건비 줄이기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로자 입장에서,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대가가 이렇게밖에 안된다는 게 말이 안 됐어요. 주점·외식업 종사자가 200만명입니다. 자동차 산업이 35만명을 직접 고용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데 언제까지 저임금으로 유지할 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최 대표는 매출이 나는데도 더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직원들과 스터디를 하며 사업 방향을 수정했다. “우리나라 외식업 크기가 어마어마하지만, 200만 외식업자 숫자 자체가 늘진 않습니다. 그만큼 많이 망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폐업은 외식창업자에게 입히는 타격이 크죠. 투자비용을 줄이고, 문을 닫더라도 손실이 크지 않아 재기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직원, 투자자들과 합의하고 2018년 11월 1년 6개월 동안 운영하던 배달전문음식점을 접기로 결정했다. “내가 음식점을 잘 운영한다 해도 2호점, 3호점 내기가 어려워요. 비용뿐만 아니라 가게 하나를 새로 내기 위해 많은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프랜차이즈가 생겼습니다. ‘자본을 가져오면 노하우를 알려주겠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공유주방에서 배달음식을 만든다면, 가게를 내지 않아도 서울 전역에서 운영할 수 있어요.”


원한다면 입점하는 업주들이 최 대표가 운영하던 음식 브랜드를 이용할 수 있다. “‘내가 지금 만들 음식이 ‘밥투정’에 어울린다 싶으면 ‘밥투정’ 브랜드를 붙여 사업할 수 있습니다. 수수료나 로열티는 받지 않아요. 

고스트키친이 운영했던 배달전문음식 브랜드.

아직도 배울 일 많아···도전 원한다면 창업


오랫동안 스타트업계에 있었지만 아직도 배울 게 많다. 하루하루 새롭게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같이 일하던 저희 셰프들이 공유주방 매니저 역할을 맡을 겁니다. 셰프가 5명인데, 지금 공유오피스에서 잠깐 일하고 있어요. 공유오피스 매니저가 하는 일을 보고 배우고 있어요. 제가 원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챙기는 ‘마이크로 매니징’ 스타일입니다. 쉽게 말해 사사건건 간섭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지금은 직원들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 가급적 물어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방식과 가치관이 바뀌고 있고, 밀레니얼 세대와 일하려면 더이상 제 운영방식을 고집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오랜 스타트업계 경험으로 카이스트 창업동아리 후배들이 그에게 조언을 구한다. “‘어떤 일이 더 좋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워요. 성향이 안정보다 도전을 추구한다면, 창업을 했을 때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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