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 먹는 게 귀찮아요' 그래서 등장한 3만원짜리 인기폭발 알바

조회수 2020. 9. 28. 17: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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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 껍질 까주고 직장인 월급.. 게으른 사람 덕에 돈 번다는 이들

민물 가재 ‘샤오룽샤’(小龙虾)는 중국의 국민 간식. 2017년 샤오룽샤 시장 규모는 46조원이었다. 지방이 적고 맛이 좋아 제철인 여름에 인기다. 하지만 크기에 비해 살이 적고 껍질 벗기기가 불편해 먹지 않는 사람도 많다.


‘가재 껍질 발라낼 사람을 찾습니다.’ 최근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유통 매장 ‘허마셴성’이 낸 구인 광고다. 매장에서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직 가재 껍질만 벗기는 아르바이트생을 뽑았다. 껍질 까는 게 귀찮은 손님을 위해 매장이 내놓은 전략이다. 중국에선 이처럼 귀찮거나 힘든 일을 대신 해주는 ‘란런’(게으름뱅이·懒人) 경제가 뜨고 있다.

출처: bearinmind66 인스타그램 캡처
중국 국민 간식 샤오룽샤(小龙虾).

직장인 못잖은 쏠쏠한 벌이··· “대신 씹어줘라” 조롱도


허마셴성이 내건 자격 조건은 단순하다. 10초 안에 한 마리, 30분 안에 1.5kg 이상 샤오룽샤 껍질을 벗길 수 있어야 한다. 하루 4시간 일하고 받는 일당은 150~200위안(2만5800~3만4400원). 주말까지 근무하면 한 달에 중국 10년차 직장인 평균 월급인 170만원까지 벌 수 있다. 중국에선 법정휴일 시급이 평일의 3배이기 때문이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부터 주말 용돈 벌이에 나선 직장인에게도 인기다.


2018년 여름 상하이의 식당에서 ‘샤오룽샤 껍질 까주기 서비스’를 내놨다. 손님은 음식값의 15%를 내면 껍질을 깐 샤오룽샤를 먹을 수 있었다. SNS에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음식도 아예 씹어달라고 하지’라는 조롱이 나왔다. 하지만 “꼭 필요했던 서비스”라는 반응도 많았다.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는 2018년 팔린 란런 상품이 2조7500억원이었다고 밝혔다. 2017년보다 70% 늘어난 것이다.


중국에선 애완견을 대신 산책시켜주고 옷장을 정리해주는 등 다양한 란런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누워서 오래 동영상을 봐도 편안한 스마트폰 거치대, 로봇 청소기 등 성가신 일을 해결해주는 상품 매출도 올랐다. 타오바오 조사 결과 1995년 이후 태어난 ‘지우우허우’(95后) 세대가 란런 상품을 많이 쓴다고 한다. 돈이 들더라도 시간을 아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청년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출처: 조선DB
5월3일 성수동 '블루보틀' 1호점을 찾은 손님들.

미국선 차량국 줄 대신 서주는 스타트업 등장···단속안 나오기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주(州) 차량국(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의 줄을 대신 서주는 스타트업이 나왔다. DMV는 차량 등록과 운전면허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지만 방문 일정을 정하기까지 평균 4주가 걸린다. DMV 사무실을 찾는 시민들도 2시간 이상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시민들의 불만이 늘자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들은 2018년 566명을 고용하고 예산 1660만달러를 배정했다. 하지만 대기시간이 길다는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2018년 8월 DMV의 줄을 대신 서주는 스타트업 ‘요고브’(YouGov)가 등장했다. 요고브는 직원을 현장에 보내 고객 대신 줄을 서준다. 고객 차례가 오면 문자로 알려준다. DMV에선 서류를 보여주고 예약번호를 받을 때 본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고브는 인터넷으로도 예약 가능한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고객이 예약할 수 있는 날짜를 최대 한 달가량 앞당겨준다. 요고브 이용비는 시간당 25달러다.


요고브가 서비스를 시작하자 무료 정부 서비스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1월30일 캘리포니아주 하원은 요고브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을 낸 타일러 딥 주 하원의원은 “정부기관은 모두에게 비용과 상관없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요고브가 시민 대신 줄을 서 주고 돈을 버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요고브는 "시민들이 쉽게 정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정부도 우리 덕분에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요고브는 지금도 20개 주 도시 40곳에서 대신 줄을 서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조선DB

우리나라엔 배달 서비스… 2018년 20조원 시장


한국의 배달 시장도 대표적인 게으름뱅이 경제 사례다. 통계청 조사 결과 배달시장 거래액 규모는 2017년 15조원에서 2018년 20조원으로 커졌다. 배달앱 주요 3사 매출액도 2015년 900억원에서 2017년 2500억원으로 2년 사이 2.5배 성장했다. 배달 시장이 나날이 커지면서 우버·카카오·위메프도 진출하는 등 업체간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5월17일 쿠팡이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쿠팡의 외식배달서비스 ‘쿠팡이츠’ 영업사원이 배민라이더스의 매출 상위 50개 업체 사장에게 쿠팡과 독점 계약하면 혜택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쿠팡은 “영업사원의 표현이 과도했을 뿐 부정한 영업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각종 심부름업체가 고객이 필요한 일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역할대행업체 ‘도와줘’에선 줄 서주기, 티켓 예매, 하객·상갓집방문 대행 서비스를 한다. 또 밤길·하굣길을 동행하기도 한다. 내가 직접 몸을 쓰기는 싫지만 가족이나 친지들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 란런 경제는 계속 커진다.


매일경제망(每日經濟網)은 “자원 분배를 최적화한다는 점에서 게으름뱅이 경제의 성장은 긍정적”이라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티켓예매 대행업체는 수수료를 받고 고객이 원하는 표를 끊어준다. 고객은 이 시간을 절약해 다른 일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다. 기업의 이윤과 소비자의 효용이 동시에 오른다. 양쪽 모두에게 경제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다.


게으름뱅이 경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남의 힘이나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의존하는 생활 습관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밖에 개인 정보 유출, 서비스 전문성 부족 등도 게으름뱅이 경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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