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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일본 컬링 선수가 극찬한 한국 딸기, 알고보니..

조회수 2020. 9. 28. 17: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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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종자 잃어버렸던 한국, 국내 품종 개발해 종자 산업에서 기지개 켜
국내산 딸기 ‘설향’, 점유율 90%였던 일본 품종 몰아내
중국 마트에서 없어서 못 파는 ‘샤인머스켓’
해외에서 인기 급상승한 한국산 꽃, ‘딥퍼플’, ‘백마’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 먹는 먹거리에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 감자·닭고기·돼지고기·버섯 등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 대부분은 사실 외국에서 종자를 수입해 온다. 돈을 주고 수입한 종자를 우리나라 땅에서 재배하는 것뿐이다.


여기서 국산 농작물과 국산 종자의 차이가 생긴다. 국산 농작물은 우리나라 땅에서 우리나라 농부가 기른 농작물이다. 외국 기업이 해당 농작물의 지적재산권(약 25년)을 소유하고 있다면 우리는 로열티를 내고 재배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품종에 대한 종자 주권을 한국 정부나 기업이 소유 중이면 국산 종자로 분류해 로열티를 내지 않는다. 

농촌진흥청 제공

외환위기로 국내 종자 기업이 줄줄이 파산하자 외국 종자 기업들이 인수했다. 이때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품종의 종자 주권도 함께 넘어갔다. 그래서 우리는 해당 품종의 농산물을 먹을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다른 나라에 지급한 종자 로열티는 1457억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로열티는 고작 9억5000만원이다.


그런데 지난 10년 새 로열티 지불액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2009년 220억원이었던 해외 농작물 로열티 지불액은 2018년 11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딸기·포도·장미까지 우수한 국산 품종을 개발한 덕이다. 한국이 로열티를 ‘내는’ 나라에서 로열티를 ‘버는’ 나라로 탈바꿈하고 있다.


10년 만에 일본 딸기 점유율 제친 한국산 딸기


2002년 당시 국내 딸기 농가 재배 면적 90%를 차지한 건 레드펄·아키히메 등 일본 품종이었다. 정부는 1995년부터 국내 품종 개발에 힘썼지만 병충해에 약하고 재배가 까다로워 판도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우리나라가 국제 식물 신품종 보호동맹(UPOV)에 가입하면서 일본 품종 로열티 문제까지 불거졌다. 우리나라 딸기 농가가 일본 측 육성자에게 정식으로 허가를 구하지 않고 일본 품종을 재배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딸기를 보호 품종으로 지정하고 국내에서 재배 중인 일본 품종의 로열티를 요구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지급하는 딸기 종자 로열티는 매년 60억원 이상이었다.


판세는 10년 후 뒤바뀌었다. 2005년 충남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국산 딸기가 국내 품종 보급률 94.5%를 차지하며 일본산 딸기를 제친 것이다. 바로 일본 품종인 아키히메와 레드펄을 교배해 개발한 국내 딸기 품종 ‘설향’이다. 비록 일본 품종을 교배해 얻었지만 설향은 한국 품종이다. 국립종자원은 설향이 장희와 14개 특성에서 다르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신품종으로 인정받으려면 기존 품종과 다른 구별성이 있어야 한다. 충남농업기술원은 2012년 국립종자원에 설향의 품종 보호권을 등록했다. 

출처: 옥션 캡처
설향

설향은 일본 품종과 당도(10.4%)는 비슷하지만 열매가 많이 달리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 컬링 대표팀 스즈키 유미가 “간식타임에 먹은 한국 딸기가 놀랄 정도로 맛있다”며 국산 딸기 맛을 극찬하기도 했다.


설향을 비롯해 아리향·킹스베리 등 국산 딸기가 인기를 끌며 국내 딸기 생산액은 2018년 1조5000억원을 넘었다. 딸기 수출 규모는 2012년 2427만달러(2525t)에서 2018년 4751만1000달러(4900t)로 커졌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한국산 딸기가 고급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충남 홍성군은 신품종 ‘아리향’을 2020년 6월까지 베트남에 50t(6억원 상당)을 수출하기로 했다. 아리향은 농촌진흥청 국립예특작과학원이 2017년 개발한 품종이다. 알이 크고 과육이 단단해 ‘대왕 딸기’라고도 불린다.

출처: NHK 캡처
한국 딸기 먹고 있는 일본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

중국 사로잡은 씨 없는 청포도


샤인머스켓은 가격이 비싸지만 중국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한 송이 가격은 498위안(약 8만원)으로 4인 가족 외식비를 훌쩍 넘는다. 한 송이에 3만원인 국내 가격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하지만 샤인머스켓을 맛본 중국인 고객은 망설임 없이 산다. 자주 구매는 못해도 명절이나 연말연시 선물용으로 사 가는 고객도 많다. 중국에는 2017년 10월 처음 샤인머스켓을 수출했다. 수출액은 2017년 9억5000만원에서 2018년 37억원으로 급증했다.

출처: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제공
샤인머스켓

샤인머스켓은 1988년 일본에서 개발한 씨 없는 청포도 품종이다. 과육이 크고 일반 포도보다 당도가 높다. 씹을수록 특유의 망고 향이 입안에 퍼져 ‘망고 포도’라고도 부른다. 샤인머스켓은 원래 일본 연구 기관이 1988년 개발한 고급 청포도 품종이었다.


일본은 2006년 정식 품종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샤인머스켓의 인기를 예상하지 못한 일본은 우리나라에 품종 등록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농촌진흥청이 샤인머스켓을 한국형으로 개량해 2014년 국내 품종 생산 판매를 신고했다. 따라서 우리 농가가 일본에 내는 로열티는 없다. 현재는 미국·싱가포르·베트남·홍콩 등 10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한국산 꽃도 국산화에 성공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가시 없는 장미 ‘딥퍼플’이 해외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딥퍼플은 분홍색과 진분홍색이 섞여 색깔이 곱다. 꽃 모양이 다양한 데다 가시가 없어 수확이나 꽃꽂이할 때 편리하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딥퍼플로 벌어들인 로열티만 13억원에 달한다. 경기도는 딥퍼플을 포함해 딥실버, 쇼걸 등 16개 품종을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28개국에 판매해 로열티를 받고 있다. 2005년 1%에 불과했던 국산 장미의 국내 보급률이 2018년 32%로 급증했다. 장미 국산 품종 수출량은 연간 500만주를 달성하며 최근 8년 사이 100배나 늘었다. 덕분에 해외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는 2005년 77억원에서 작년 25억원으로 줄었다.


국산 국화 백마는 국화의 고향인 일본에 오히려 수출 중이다. 일본산 국화보다 꽃잎 수가 150장 많고 수명도 2배 더 길어 일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선 국화를 여름에만 재배할 수 있어 수출 물량을 늘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농진청은 사계절 따뜻한 중국 하이난에 백마 생산기지를 만들어 겨울철 비용 부담을 줄였다. 농진청은 2019년 백마가 4억5000만원 정도의 로열티를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출처: 경기도 제공
딥퍼플

한국 종자 산업, 아직 갈 길 멀어


국제 종자협회는 세계 종자 시장 규모가 2015년 700억달러(약 83조원)에서 2020년 1650억달러(약 196조원)로 매년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성장하는 세계 종자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전 세계 종자 산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26.7%)과 중국(22.1%)에 비해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연 매출 5억원 미만인 소규모 종자 업체가 전체의 87.9%(1061개)일 정도로 영세하다.


전문가들은 세계 종자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종자 하나 개발을 위해서는 짧게는 7~8년, 길게는 20년까지 걸린다. 일부 품종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이 곧 자원인 시대다. 미래 식량 자원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식량 보급을 위해서는 종자 주권 확보에 힘써야 할 것이다.


글 jobsN 정혜인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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