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판다, 말레이에서 난리난 한국에선 안파는 한국라면

조회수 2020. 9. 28. 17: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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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도 감탄한 말레이 '대박라면' 제가 만들었죠
'대박라면' 개발한 주인공
임은아 연구원 인터뷰

2019년 3월 12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대형 쇼핑몰에서 열린 ‘한·말레이시아 한류·할랄 전시회’.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 방문해 이곳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부스 한 켠에서 인기 라면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


신세계푸드와 현지 대형 식품업체 마미가 합작해 출시한 ‘대박라면’이다. 2018년 3월 김치맛과 양념치킨맛이 출시됐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맛있는 한국라면’ 수준이었는데, 올해 초 대박이 났다. 엄청나게 매운 라면인 ‘고스트페퍼 스파이시 치킨 맛(매운 닭갈비 맛)’ 컵라면이 문자 그대로 대박을 쳤다. 출시 한 달 만에 35만개가 팔렸다. 현지 세븐일레븐에 독점 판매되고 있는데, 매대에 깔리자마자 동이 나는 수준이다.


그런데 맛은…. 맵다. 정말 맵다. 흔히 국내에서 매운 라면의 대명사로 꼽히는 불닭볶음면(4000SHU)의 3배 가량 맵다. 1만2000 SHU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한 입 먹고 나서 반드시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기자 역시 인터뷰 끝나고 딱 세 젓가락 시식했는데 입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 매운 라면은 어떻게 말레이시아 반도를 강타했을까. 그 이유를 듣기 위해 말레이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이 라면을 개발한 임은아(37) 연구원을 만나봤다.

출처: 신세계푸드 제공
임은아 신세계푸드 연구원.

-이 매운 라면을 왜 만든 건가.


“많이 먹는다. 출시 한 달 만에 35만개가 팔렸다. 한국에 거주하는 말레이시아 교민들은 이태원에 있는 식료품점에서 사다 먹기도 한다.” (대박라면은 아직 정식 수입이 되지 않는다.)


-당신도 만들면서 많이 먹었나.


“시식은 꽤 했다. 하지만 만들면서도 너무 매워서 나 역시 위장장애를 겪은 적이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엄청 인기다. 맵더라도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면서 즐긴다.”


-너무 매워서 골탕먹이려는 사람에게 맛보게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말레이시아 유튜버 중에서는 ‘직장 상사에게 맛보게 하기’ 같은 영상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신세계푸드 제공

한국 맛 구현하려 한 번 가면 고춧가루 5개씩 검토


한국 라면은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약 1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는 2018년 한국 라면이 말레이시아에서 약 2000만 달러(238억원) 어치 팔린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라면을 많이 먹나.


“그렇다. 한국에서는 라면 하면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꺼리는 사람도 꽤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옛날에 우리가 먹던 것처럼 많이 라면을 먹는다.”


-대박라면 시리즈를 만들게 된 이유는.


“말레이시아에서는 한류 열풍이다. 이 때문에 현지 식품업체인 마미에서 한국의 맛을 개발하는 것을 함께하자면서 기술제휴를 요청했다. 이에 합작법인을 세워 2017년 하반기부터 개발을 진행했다. 이후 2018년 초 김치맛, 양념치킨맛 등 2가지 봉지라면을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합해서 월 30만개씩 팔리고 있다. 좋은 성적이었다.


이후 출시 1주년을 맞아 2탄을 고민하면서 달고 짜고, 매운 것을 좋아하는 현지 입맛을 공략하려 고민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날씨가 더워서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 그러던 중 나온 것이 이번에 대박 난 매운 닭갈비 맛이다. 부트 졸리키아라 불리는 매운 고추를 사용했다. ”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JAKIM) 할랄 마크가 있는데.(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으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이다. 육류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신도에 의해 도축되는지부터 돼지고기나 알코올 등 허용되지 않은 원료가 섞이지는 않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 말레이시아는 할랄 인증 업계에서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가다. JAKIM 외에, 인도네시아의 MUI, 미국 IFANCA, 싱가포르 MUIS 등이 메이저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한국이슬람중앙회(KMF) 인증이 있다. JAKIM 인증을 국내 기업이 받으려면 원료 산지에서 완제품까지 모든 공정을 말레이시아에서 심사관을 초청해 검증받아야 한다.)


“타 라면과는 달리 대박라면은 말레이시아 현지 생산한다. 할랄 인증을 감안해 아예 현지 생산으로 기획했다. 말레이시아 기업은 전부 다 JAKIM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지 무슬림 시장을 감안해 아예 권위가 있는 로컬 인증을 받았다.”


-타 종교를 믿는 사람은 없나.


“있다. 힌두교를 믿거나 소승불교를 믿는 중국계 일부는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결국 쓸 수 있는 육류는 닭고기뿐이다.”


-현지 생산을 하면 한국에서 구상한 맛이 제대로 안 날 텐데.


“그래서 고추가루 선정에서 애를 먹었다. 내가 한 번 말레이 출장을 가면 2주씩 있다 왔는데, 현지 연구원들에게 고추가루 등 재료를 5가지씩 준비해 달라고 했다. 그 중에서 한국의 맛과 가장 비슷한 것을 골랐다. 그리고 비율을 다양하게 실험했다.”


-말레이시아에 자주 가나.


“한 달에 2주 정도는 말레이시아에 있는다. 지금도 3탄 라면 개발을 위해 왔다갔다 한다.”

/신세계푸드 제공

“소스 전문가로 사회 첫 발…참치 소스도 만들었죠”


임 연구원은 처음부터 라면 전문가는 아니었다. 굳이 세분화하자면 ‘소스 전문가’다. 식품 연구원 중에서도 흔치 않은 직업이다.


-소스 분야에 입문한 이유는.


“대학(중앙대 식품공학과) 졸업 후 식품업체 연구원으로 취업을 준비했다. 그런데 대기업은 대부분 석사 출신을 뽑더라. 그래서 일단 중소기업을 두드렸다. 대형마트에 들어가는 분말소스와 조미료 등을 만드는 ‘해마’에서 라면스프와 우동소스 개발을 했다. 이후 사조그룹 산하 삼아벤처라는 회사로 옮겨 어묵소스와 햄 시즈닝 개발 등을 담당했다.”


-신세계푸드에 입사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은 주로 원료 회사에서 근무했다. 내가 완성한 제품이 마트 매대에 올라가는 것을 보고 싶었다.”(임 연구원이 신세계푸드에 입사한 2012년은 이 회사가 급식이나 외식 중심 회사에서 피코크 등을 출시하는 식품제조사로 변신하던 시기였다.)


-입사 후 무엇을 담당했나.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간편가정식 자체브랜드(PB) ‘피코크’ 제품 중 국과 탕류를 주로 개발했다. 피코크의 육개장, 한옥집 김치찜, 김치찌개 등 개발을 맡았다. 최근에는 급식 사업장에 들어가는 국과 탕류의 맛 표준화를 하고 있다. 급식장에서 물과 파 정도만 넣고 바로 끓일 수 있도록 ‘대형 피코크’ 같은 제품을 개발한다고 보면 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유명 김치찜 맛집 한옥집과 콜라보한 김치찜 제품이다. 한옥집 식당에서는 찜을 푹 끓여서 고기가 부드럽다. 하지만 이를 간편가정식 제품으로 구현하려니까, 고기의 단백질이 단단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포장김치는 산도(pH)가 낮아지는데, 이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고기에 물리적 힘을 가하는 전처리 공정을 개발해 부드러운 식감을 살렸다. 내가 개발한 공정으로 내 이름으로 특허도 등록해 회사에서 격려금을 받았다.”


-향후 포부는.


“말레이시아 현지 재료로 고추장이나 된장을 만들고자 한다. 현지 재료로 한국의 다양한 맛을 전하고 싶다.” (고추장은 아직까지 많은 식품업체에서는 할랄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고추장을 만들 때 알코올 성분이 있는 주정(酒精)을 넣어야 하고, 또 자연숙성 과정에서 알코올이 나오기 때문이다.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고추장의 원료는 물론, 자연숙성 과정에서도 단 0.1%의 알코올도 나와서는 안 된다. 신세계푸드는 고추장 숙성 중 알코올을 차단하는 공법으로 KMF 인증을 받았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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