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감시당하며 잠재적 범법자 취급" 29살 교사의 분노

조회수 2020. 9. 28. 17: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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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스승의 날 없애달라'하는 이유

스승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는 스승의 날. 하지만 정작 교사들은 스승의 날을 반기지 않습니다. 나아가 ‘스승의 날을 없애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꿀 것을 청원한다"는 내용의 글이 5월 2일 올라왔습니다. 14일 오전 11시 기준 3367명이 동의를 했습니다. 청원인은 현직 교사인 실천교육교사 모임 회장인 정성식씨입니다. 그는 청원에 “스승의 날은 특정 직종의 사람을 지칭하는 듯 해 불편하다”며 “종이 카네이션은 되지만 생화는 안 되고 이마저도 학생 대표가 주는 것만 된다는 지침이 어색하다”고 썼습니다. 이어 “오죽하면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는 청원마저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이 같은 청원은 처음이 아닙니다. 2018년 올라온 ‘스승의 날 폐지 청원’에선 1만3000여명이 동의했습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2016년 시행된 이후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습니다. 교사는 학생에 대한 평가·지도업무라는 ‘직무 연관성’이 있어 어떤 선물도 받을 수 없습니다. 5만원 이하 선물도 안 됩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2018년 4월 기자간담회에서 "촌지가 적으면 촌지가 아니고, 많으면 촌지인가"라며 "촌지는 단돈 1000원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 말했습니다.


반 친구들끼리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선물을 해도 안 됩니다. 학생 회장처럼 학생 대표가 주는 ‘종이’ 카네이션만 가능합니다.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학생이 교사에게 꽃을 주는 행위가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당시 권익위는 "돈을 주고 산 조화가 아닌 직접 종이를 접거나 그려서 만든 카네이션만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단, 자녀가 초등학교에 진학한 경우 그동안 수고한 유치원 교사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 스틸컷

학교에선 ‘선물은 법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마음만 받겠다’는 가정통신문을 냅니다. 그래도 선물을 주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있어 교사들이 학생을 피해다니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집니다. 또 몰래 책상 위에 캔커피를 올려 놓고 사라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스승의 날 기념을 명목으로 여는 ‘무늬만 행사’도 부담입니다.


교육현장에선 법 조항을 일일이 따져가며 기념할 바엔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국중등교사노조는 14일 '교육부장관에게 드리는 제안' 입장문을 내고 "'스승의 날' 대신 '교사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새로 제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2018년 이맘 때 같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스승의 날 폐지’ 청원에 동의했다는 서울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A(29)씨는 “온 사회가 교사가 ‘선물을 받는지 안 받는지’를 감시하시면서 교사를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하는 느낌”이라며 “사기 진작이 아니라 오히려 사기를 저하한다”고 했습니다.

출처: 서울특별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 홈페이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스승의 날'을 앞두고 올라온 청탁금지법 관련 사항. 아래는 생화 카네이션과 종이 카네이션. 국민권익위원회는 2016년 학생이 교사에게 꽃을 주는 행위를 '김영란법 위반'으로 해석했다. 종이를 직접 접거나 그려서 만든 카네이션이라도 학생 전체가 합의한 '학생 대표'가 선물해야 한다.

스승의 날을 기념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학교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초·중·고교를 합해 서울 지역 27개 학교가 스승의 날에 재량 휴업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에는 11곳이 쉬었는데 16곳이 늘어난 겁니다. 경기 지역도 37곳이 쉽니다. 경북은 63곳이, 광주·전남에서도 90여개 학교가 쉬기로 했습니다.


스승의 날은 과거 한번 없어진 적이 있습니다. 스승의 날은 1963년부터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1973년 정부가 ‘사은 행사’를 규제하면서 스승의 날을 폐지했다가 1982년 되살렸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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