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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때 즐겨먹던 이 1000원짜리 과자 때문에 울컥”

소비자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고객 의견 반영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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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충고 받아들여 오랫동안 사랑받은 장수 제품
사라진 제품 다시 출시해 추억의 맛 재현하기도
어린 소녀의 말 한마디에 신제품 출시한 기업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줄여서 ‘취존’이라는 말이 트렌드인 시대다. 기업의 ‘개취존’(개인의 취향 존중) 마케팅도 활발하다. 이제 소비자들은 주는 대로 사지 않는다. 제품의 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한다.


소비자가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잘 이용하는 수단은 SNS다. 기업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소비자 의견을 취합한다. 그리고 그 의견을 제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소비자 ‘취존’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제품이 늘고 있다.


35년 동안 사랑받은 장수 제품의 비결은 고객과의 소통


한국야쿠르트의 종합식품기업 팔도는 오래전부터 소비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왔다. 팔도는 원래 여름철 무더위에 입맛을 잃은 소비자를 위해 여름철 비빔국수를 라면으로 만든 ‘팔도 비빔면’을 출시했다. 출시 당시엔 여름철에만 한정 판매했던 계절면이었지만 계절에도 판매해달라는 소비자 요구로 90년대 후반부터 사계절 모두 판매한다.   

(왼) 초기 팔도비빔면, (오) 최근 팔도비빔면

출처팔도 제공

팔도비빔면의 인기가 날로 치솟자 소비자들은 팔도에게 두 가지 사항을 더 요구했다. 먼저, 팔도 비빔면의 ‘적은 양’을 지적했다. 한 개는 양이 부족하고 두 개는 많다는 의견이었다. 팔도는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해 기존 비빔면에 중량을 20% 늘린 ‘팔도 비빔면 1.2’를 2017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한정판으로 낸 2000만개가 출시 3달 만에 다 팔렸다.


나머지는 소스만 별도로 판매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팔도는 “비빔면 출시 34년간 스프만 별도로 판매하라는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고 밝혔다. 팔도는 만우절 이벤트로 ‘팔도 만능 비빔장 출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소비자 반응도 살피기 위해서였다. 팔도는 비빔장 출시 소식을 들은 고객의 반응이 뜨거워지자 실제로 제품을 내놨다. 같은 해 팔도비빔면 액상소스인 ‘팔도 만능 비빔장’을 출시한 것이다. 비빔장은 맛은 물론 용기에 담아 편리함까지 해 해외여행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출시 당시 월평균 15만개가 팔렸으며 최근에는 누적 판매량 600만개를 넘었다. 

(왼) 팔도비빔면 1.2, (오) 팔도 비빔장

출처팔도 블로그

팔도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5년간 사랑받은 팔도 비빔면의 주 소비층은 40, 50대다. 팔도는 그동안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35주년 기념 한정판으로 2019년 2월 ‘괄도 네넴띤’을 출시했다. 괄도 네넴띤은 팔도 비빔면을 보이는 글자 그대로 발음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멍멍이`를 `댕댕이`로 부르는 야민정음(디시인사이드 야구 갤러리에서 시작한 훈민정음)을 적용했다. 또 매운맛을 즐기는 젊은 층의 입맛을 고려해 기존 팔도비빔면 보다 5배가량 맵게 만들었다. 팔도의 노력 끝에 팔도 비빔면은 2019년 연간 판매량 1억개를 달성했다. 

35주년 한정판 괄도 네넴띤

출처팔도 제공

없어진 제품도 다시 만드는 소비자의 힘


오리온은 2016년 이천 공장 화재로 인해 생산을 중단했던 ‘치킨팝’을 3년 만에 재출시했다. 치킨팝을 즐겨먹던 소비자들이 재출시를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치킨팝은 매콤 달콤한 닭강정 맛을 그대로 재현한 한 과자다.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2019년 2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치킨팝’은 7주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구하기 힘들 정도로 진열과 동시에 매진되자 오리온은 치킨팝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며 부족한 물량을 맞췄다.

치킨팝

출처오리온 제공

치킨팝 재출시 소식에 열광하는 건 1020세대였다. 당시 치킨팝의 가격은 1000원으로 저렴하고 맛도 있어 10대 학생들에게 큰 인기였다. 이들은 치킨팝이 재출시되자 구입 인증샷이나 먹방 후기 등을 SNS 올려 공유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 세븐틴 멤버 승관은 치킨팝을 구매한 영상을 SNS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그는 “연습생 때 먹었던 추억의 과자”라며 “단종한 줄 알았는데 판매하는 걸 보고 울컥했다”고 전했다.


오리온은 치킨팝 용량도 기존 대비 10% 늘렸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용량을 늘린 것이다. 오리온은 2014년부터 포장지 안의 빈 공간을 줄이고 과자 양을 늘리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때 오리온은 포카칩 과대 포장 논란으로 소비자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세븐틴 승관, 도겸

출처saythename_17 인스타그램 캡처

어린 소녀의 한마디에 신제품 출시한 기업


덴마크 블록 장난감 회사 레고(LEGO)는 2014년 1월 5일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편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샬롯이고 7살이에요. 저는 레고를 좋아하지만 레고 남자 인형이 여자 인형보다 여전히 더 많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요”  

레고사가 받은 샬롯의 편지

출처Sociological Images

미국에 사는 7살 소녀 샬롯 벤자민은 남자와 여자의 직업을 구분 짓는 레고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지적했다. 성 역할 고정관념은 성별 특성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는 사고방식이다. 여자 레고 인형은 직업도 없이 쇼핑만 하지만 남자 인형은 모험을 하고 사람을 구하는 일도 한다는 것이다. “여자 레고 인형을 더 많이 만들어서 그들이 모험을 떠나고 재밌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네?”


편지 내용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자 다양한 여성 레고 인형을 만들어달라는 소비자 요청도 늘었다. 이에 레고는 편지를 받은 뒤 2일 만에 샬롯에게 답장했다. 샬롯이 원하는 여성 장난감을 만들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었다.


레고는 실제로 샬롯과의 약속을 지켰다. 같은 해 여름 고생물학자·천문학자·화학자 등 여성 과학자를 중심으로 한 ‘연구 실험실 플레이 세트(Research Institute play set)’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매진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엘린 쿠지만(Ellen Koojiman)이라는 여성 지구과학자가 제안했다. 그녀는 스웨덴 자연사 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연구 실험실 플레이 세트

출처레고 제공

“소비자는 자신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손님은 왕이라고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기업이 성공한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애플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1998년 5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고객 수요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누군가가 그것을 제시해 주기 전까지 소비자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잡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 애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소비자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애플 제공

애플은 소비자를 따라다니지 않았다. 그리고 자사의 경영 마인드가 옳았음을 결과로 입증했다. 2018년 8월 애플은 미국 상장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29조원)를 돌파했다. 시가총액은 해당 기업 발행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것으로 기업의 현재와 미래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다.


세상을 바꿀 정도로 성공하는 기업은 소비자를 따라다니는 업체가 아니다.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 앞에 가져다 놓는 기업이 미래를 만든다. 한국에도 소비자를 따라가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를 이끄는 기업의 등장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글 jobsN 정혜인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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