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재산 안 물려준다" 말해온 회장님 자녀들의 현재 모습

조회수 2020. 9. 18. 15: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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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고용하지 마라"는 110년 장수기업 UPS의 경영철학..해외기업의 경영승계

한국에는 '오너(Owner) 일가'라는 말이 있다. 대기업 창업자의 가족을 뜻한다. 이들은 경영권과 주식을 물려받고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영어지만 미국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미국의 ‘가족경영(Family Business)’라는 단어가 비슷하다. 흔히 쓰진 않는다. 미국 기업 창업자 자녀 대다수가 부모가 평생 일군 기업과 무관한 삶을 산다. 이들은 부족할 것 없이 살지만 기업 경영에 참여하진 않는다.


‘SNS 스타’로 일상 공개하는

빌 게이츠 딸과 스티브 잡스의 딸


“너무 많은 재산은 자녀를 망친다.”

출처: 제니퍼 게이츠(@jenniferkgates) 인스타그램 캡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 대표의 딸 제니퍼 게이츠. 그녀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경영과는 무관한 승마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전 회장은 아동 복지를 후원하는 게이츠 재단에 지금까지 350억 달러(약 40조원) 이상을 기부했다. 그에겐 세 명의 자식이 있다. 1996년에 태어난 제니퍼 게이츠가 첫째다. 그녀는 ‘컴퓨터 광’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승마선수의 길을 택했다. 아버지 빌 게이츠가 3500만달러(약 370억원) 정도의 목장을 구입해 승마 연습장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대학은 스탠퍼드로 진학해 생물학(Human Biology)을 공부했다. 졸업 후 동물 구호 단체에 가입해 동물 복지 운동에 힘쓰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도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본인과 가족의 사생활을 결코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 뜻과 달리 자녀들은 대중 앞에 나서고 있다. 혼외 자식인 큰딸 리사는 하버드 대학과 킹스칼리지를 졸업한 뒤 뉴욕에 산다. 그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담은 자서전 ‘스몰 프라이(Small Fry·하찮은 사람)’를 출간하기도 했다. 1998년생 막내딸 이브 잡스는 ‘SNS 스타’다. 그는 빌 게이츠의 딸 제니퍼 게이츠와 어릴 때부터 친분을 쌓아왔다. 그와 제니퍼 게이츠는 공통점이 많다. 승마 선수로 활약했고, 스탠퍼드 대학에 다녔다. 또 이브 잡스도 제니퍼 게이츠처럼 요트를 타고 파티를 즐기는 등의 화려한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한다.  

출처: 이브 잡스(@evecjobs) 인스타그램 캡처
스티브 잡스의 막내딸 이브 잡스. 그녀는 아버지와 달리 사생활을 SNS등에 자주 공개한다. 제니퍼 게이츠처럼 승마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35조원 기부해버린 워런 버핏

대학 졸업한 자녀 아무도 없어…월급 60만원 사무직 얻기도


세계 최대 투자가 워런 버핏은 입버릇처럼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는 세 자녀를 낳았다. 그들 중 대학을 졸업한 이는 아무도 없다. 첫째 딸 수지는 가정경제학을 공부했지만 졸업 직전 자퇴했다. 이후 월급 525달러(약 60만원)의 사무직을 얻었다. 그는 “그때만 해도 그 직장이 최고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 하워드는 사진작가와 환경운동가로 활동한다. 대학을 중퇴해 옥수수 농장을 경영하면서 자선단체를 운영한다. 막내아들 피터는 뉴에이지 음악가다.

출처: 조선DB
버크셔 헤서웨이 버핏 회장.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부임했던 버크셔 헤서웨이는 2019년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6위 그룹이다. 버크셔 헤서웨이보다 시총이 높은 기업으로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이 있다. 워런 버핏이 버크셔 헤서웨이를 창업한 것은 아니다. 그는 1962년 당시 경영자였던 시베리 스탠튼(Seabury Stanton)에게 회사를 인수했다. 회사의 본사 직원은 20명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계열사 직원들로 총 39만명에 달한다. 사실상 버핏이 혼자서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은퇴 전 자신의 권한을 세 개로 쪼갰다.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 투자 책임자다.


이 중 아들 하워드 버핏에게 2005년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줬다. 하워드 버핏은 1993년부터 버크셔 해서웨이의 등기이사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버핏 회장은 “CEO가 아닌 ‘의장직’을 승계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맡긴 역할도 한정했다. 워런 버핏은 이사회 의장인 하워드가 할 수 있는 일을 ‘버크셔의 문화와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의 아들은 버핏 회장이 죽고 난 뒤에 버크셔 헤서웨이 이사회를 열 수 있다.

출처: 폭스(FOX)티비 캡처
버핏 회장의 자녀들이 나와 아버지가 이룬 성공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2011년 “우리 회사에 CEO가 될 만한 사람은 2명”이라면서 점찍었던 후계자를 발표했다. 긴 시간을 두고 승계 후보를 관찰하고 시험해 온 결과였다. 그는 그레그 아벨 비보험 부회장과 아지트 자인 보험 부회장을 나란히 승진시켰다. 둘 중 한 사람이 경영권을 가질 예정이다. 버핏은 재산의 99%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혀왔다. 그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310억달러(약 35조원)에 달한다.


110년 역사의 세계 최대 물류 회사 UPS

“임원 친인척 절대 고용 못한다”는 조항 만들어


미국에는 아마존의 원조 격인 세계 최대 물류 회사, UPS가 있다. 배달부 출신 제임스 케이시가 1907년(당시 열여덟 살) 자전거 2대와 전화기 1대로 창업한 회사다. 110년 역사를 지닌 이 회사는 2018년 기업가치가 220억300만달러(약 25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 물류기업 중 가장 높다. 올해 미국인이 사랑하는 상표 4위(출처·모닝컨설트)에 오르기도 했다. UPS보다 순위를 앞선 브랜드는 아마존·구글·넷플릭스다.

출처: UPS 공식 홈페이지
미국의 110년 장수기업 운송업체 UPS 창업자 제임스 케이시.

UPS의 초창기 서비스는 동네 심부름 정도였다. 집에 두고 온 물건을 대신 가져다주고 배달료를 받았다. 이후 백화점에서 구매한 물건을 대신 배송하는 사업을 벌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엔 사업 영역을 넓혀 미국 전역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매 순간 시대 변화를 빠르게 읽고 주요 배송 비즈니스를 선점했다. UPS가 110년 넘게 배송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평판이 가장 좋은 기업 중 하나다. 창업자 제임스 케이시는 1927년부터 전 직원에게 주식을 나눠줬다. UPS에서는 기사나 화물처리 담당자도 관리직으로 승진하면 회사 주식을 배당받을 수 있다. 1999년 기업공개(IPO)를 했지만 전체 주식의 10%만 시장에 내놓았다. 주식 대부분을 임직원이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시는 초창기부터 기업 문화를 명확히 규정했다. 그가 세운 UPS 규율(UPS Policy Book)에는 UPS 임원의 친인척을 회사에 고용할 수 없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출처: UPS 공식 홈페이지
제임스 케이시가 창업 당시 갖고 있었던 자전거와 전화기. UPS의 상징처럼 전해져온다.

케이시는 31살(1918년)에 찰스 소더스톰을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했다. 1954년 경영 일선에서 완전 물러났다. 그에겐 신속하고 정확한 배달로 인류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노후엔 자선재단을 만들어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들을 도왔다. 1983년 사망 당시 자녀에게 한 푼도 상속하지 않고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했다. 그가 설립한 케이시 재단은 오늘날 미국 최대 아동보호단체로 성장했다.


밀레·발렌시아·페레로로쉐

‘장인 정신’ 이어받기 위해 가족경영 체제로


외국기업이라고 전부 가족 경영을 배제하는 것만은 아니다.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Miele)도 UPS처럼 110년 넘게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 중 하나다. 이곳은 창업주 가문이 4대째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밀레 가문이 51%, 진칸 가문이 49%다. 공동 창업자인 진칸 가문과 밀레 가문이 번갈아가면서 기업을 경영한다. 1899년 설립 이후 약 120년간 공동경영을 해오면서 단 한 번도 경영권 다툼이 없었다.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높은 수익을 내 자국민에게 존경을 받는다.

출처: 밀레 공식 홈페이지, 조선DB
1899년 밀레를 공동창업한 칼 밀레(왼쪽)와 라인하르트 진칸(오른쪽) 회장. 마지막 사진은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마르쿠스 밀레 회장이다.

미국 대표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도 160년 넘게 5대째 가족경영을 해온 기업이다. 1858년 독일 비누 장인 가문의 후계자 이매뉴얼 브로너가 설립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전역을 돌면서 몸과 마음을 씻으라고 비누를 나눠줬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가 알려졌다. 2017년 매출은 1억1100만달러(약 1190억원) 정도다. 현재 창업주의 5대손 데이비드 브로너가 닥터 브로너스를 이끌고 있다. 그는 150년 넘게 가족 경영을 이어온 비결로 ‘사회환원’과 ‘직원 복지’를 꼽았다. 이곳은 회사 이익의 3분의 1을 매년 기부한다. 또 직원 임금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연금으로 적립해준다. 연봉의 최대 25%를 성과금으로 지급한다.

출처: 조선DB
구찌·발렌시아가·보테가베네타 등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케이링그룹의 앙리 피노 회장.

이 외에도 패션이나 식품 기업들이 대주주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기도 한다. 장인 정신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구찌·발렌시아가 브랜드를 소유한 케이링 그룹은 창업주 아들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 겸 CEO가 경영하고 있다. 이탈리아 초콜릿 제조사 페로로로쉐는 창업주 손자인 조반니 페레로가 사업을 물려받았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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