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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대 근무로 몸 망가진 30대, 8500만원으로 시작한 유망사업

조회수 2020. 9. 18. 15: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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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하고 싶어서' 퇴사하고 한우 사업 뛰어든 청년
전북 임실에서 축사 운영하는 30대
9년간 직장 생활하다 가능성 보고 창농
일반 직장인의 창농 과정은

이민호(37)씨는 새내기 축산인이다. 2018년 3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북 임실에서 축사를 운영하고 있다. 암소 23마리, 송아지 9마리를 합해 32마리를 키운다. 송아지 15마리에서 시작해 1년 만에 2배 이상 늘린 것이다. 아직 송아지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매출이 나진 않는다. 5년 후 본격적으로 비육(肥育·살찌게 키우는 일)을 시작하면 1년에 8000만~1억원 수익을 기대한다.


이씨는 원래 축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부모님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다. 이씨는 2007년 전주대학교 토목과 졸업 후 실리콘 생산 공장에서 주 6일 2교대로 일했다. 9년간 일하며 몸은 망가졌다. 늘 위궤양을 달고 살았다. 퇴근 후 가족 얼굴도 보기 힘들었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무엇보다 저녁에 온 가족이 모여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얼마 전에는 테니스 동호회 대회에서 우승도 했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축산업은 유망산업이다. 세계 인구수는 2050년 100억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인구 증가로 육류 수요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사물인터넷·빅데이터와 결합한 스마트 축산이 각광받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장년층은 물론 청년층도 축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씨에게 축산업 창업 과정을 들었다.  

/이민호씨 제공

소 입식부터 정착지원금까지


축산업에 눈을 돌린 건 결혼 5년차 때다. 30년 넘게 낙농을 하는 외삼촌이 직장 생활로 힘들어하는 이씨에게 ‘축산업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삼촌 일손을 거든 적은 있지만 막상 이 분야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소를 팔면 한 마리당 50만원 이익을 남길 수 있고 개체가 늘수록 이익이 늘어난다는 외삼촌의 말에 솔깃했어요.”


2016년부터 축산업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야근 근무 후 퇴근 시간은 오전 8시. 잠을 자는 대신 시간을 쪼개 축산 시장, 축사 등 답사를 갔다. 축산 관련 세미나에도 빠짐없이 출석했다. 

출처: 이민호씨 제공
최근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한 모습과 딸과 나들이 나간 모습. 여가 생활로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두 자녀와 보내는 시간도 늘었다. 직장 생활했을 때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①초기 비용


보통 축산업·농업은 가업을 잇는 경우가 많다. “젊은 축산인 모임을 가보면 80~90%가 2세농입니다.” 이씨는 물려받을 소가 없었다. 이씨는 한 마리당 550만원씩 임신우 15마리를 입식했다. 축산업계에서는 소를 사는 것을 ‘입식한다’고 표현한다. 한번에 8000만원이 깨진 것이다. “전주에 있는 전세 아파트에서 살다가 임실로 내려오면서 생긴 차액이 4000만원이었습니다. 또 마침 부모님이 식당을 접고 4000만원을투자했어요.”


낡은 축사를 공짜로 빌리다시피해 개·보수했다. 보수 비용으로 500만원이 넘게 들었다. 지금은 축사를 신축 중이다. 더 많은 송아지가 지낼 수 있도록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다. ‘창업농 창업 자금’으로 충당했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시작한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중 하나다. 최대 3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는데, 이씨는 최대 금액을 대출받았다. 연 2% 고정 금리, 3년 거치, 7년 상환이다.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할 것인지 '사업계획서'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영농기반을 마련하고 농업 경영체 등록을 한 이후 지원금이 나옵니다. 우선 송아리 20마리가 지낼 축사를 구한 다음, 신축을 하고 있는 겁니다. 기반이 없고, 창업 자금도 넉넉하지 않다면 일단 작게 시작해서 크게 늘리는 방법이 좋아요. ”


생활안정자금도 지원받고 있다. 이 역시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중 하나다. 창농을 준비 중이거나, 창농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가 대상이다. “3년간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1년차에는 월 100만원, 2년차에는 월 90만원, 3년차에는 월 80만원을 받아요. 액수만 보면 적습니다. 하지만 농촌에서 고정적으로 80만~100만원이 나오기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쌀농사를 짓는다면 추수를 해서 1년을 먹고 사는 거니까요.”


최근에는 농지은행에서 중개한 개인 땅 4000평을 임대했다. 소가 먹는 건초 사료인 조사료(粗飼料)를 직접 재배하기 위해서다. “임대료는 1년에 200평당 10만원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임대 기간도 5~10년을 보장해요.”  

출처: 이민호씨 제공
이씨가 모는 트랙터,

②운영 비용


축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뿐만 아니라 운영 비용도 많이 든다. “모든 비용을 포함해서 송아지 한 마리당 한 달 부대 비용이 10만~11만원 정도 듭니다. 30마리를 키운다 하면 한 달에 300만~350만원이 드는 것이죠.”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건 사료 값이다. 송아지 한 마리가 먹는 사료값이 한 달에 7만~8만원이다. 그다음 많이 드는 건 수정(受精) 비용이다. “한 번 수정하는 데 5만원이 듭니다. 그런데 성공률이 100%는 아니고 2번 만에 되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 수정비를 마리당 7만~10만원으로 봅니다.”


백신 주사도 맞는다. “생후부터 돌까지 많이 아파요. 특히 태어난 지 4~5개월 때 감기, 설사에 취약합니다. 생후 3개월 때 백신 3~4가지를 맞춥니다. 2주에 한 번씩 나눠서 맞습니다. 이후 1년에 한 번씩 백신을 맞아요. 한 마리당 보통 백신 값으로 1년에 3만~5만원이 듭니다. 어미소도 출산 전에 백신을 맞습니다.” 

출처: 이민호씨의 모습
이씨의 자녀들은 어릴 적부터 소를 보며 자란 탓에 무서워하지 않고 사료도 거침없이 준다.

③정보 얻기


2세농이 아니어도 도전해볼 만하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돼있어요. 이 분야에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카페에 가입해 물어보세요. 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란 비영리단체가 있는데, 축산업에 뛰어들면 자동 가입됩니다. 한우 소비 활성화, 한우 산업 발전 지원이 목적이에요. 저희에게는 중요한 네트워크입니다. 단체에서 축산인들에게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수시로 물어보고, 정부 정책이 있으면 알려줘요. 축산 기술 관련 강의도 들을 수 있습니다. 단톡방에 축산인 100여명이 있는데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운영상 어려움도 털어놓습니다.”


아직은 투자 기간, 자리 잡으려면…


새벽 6시 일어나자마자 축사로 간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2시간 정도 축사를 돌보다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의 등원 준비를 한다. 오전 9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준다. 집안일을 하다 오전 11시쯤 다시 축사로 가서 송아지와 어미들에게 사료를 준다. “번식 후 송아지 폐사율이 10%입니다. 어미에게 받혀서 죽는 경우도 있고 사고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꼼꼼히 둘러봐야 합니다. 또 저희 어미소들은 3~5월이 분만 시기라서 더 자주 둘러봐야 합니다.” 

출처: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이씨가 말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2005년 출범한 한우농가 비영리단체이다. 한우 소비 촉진을 통한 한우농가 안정적 발전, 소비자 권익 도모를 목적으로 한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농사일을 하러 간다. 한창 농사철이기 때문에 바쁘다. 트랙터 운전 등 농기계 조작법도 배운다. “1년에 2번씩 전북 부안으로 가서 벼를 베고 수거하는 일을 해서 수입을 벌고 있어요.”


지금 생계는 직장에 다니는 아내가 맡고 있다. 축산업으로 이익을 내기까지 최소한 5년은 버텨야 한다. 이씨처럼 한우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청년들은 농사일로 돈을 벌고 있다.


“저희의 경우 2018년 15마리 임신우가 송아지 14마리를 낳았어요. 암송아지 8마리, 수송아지 6마리입니다. 암송아지는 저희가 키우고 수송아지는 8개월 정도 키워서 팔았어요. 한 마리당 440만원에 팔았어요. 이 비용으로 다음 1년간 축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두수를 늘려나가요. 2019년 들어 4월까지 9마리가 태어났습니다. 요즘 분만 시기라 송아지가 계속 태어나고 있어요.”


이씨는 2023년부터 비육을 목표로 한다. 이때부터 매출이 나기 시작할 예정이다. 소 한 마리 당 30개월을 키워야 자금 회전이 된다. 보통 30개월 전후로 소를 도축하기 때문이다. “30개월을 키워 도축까지 하는 걸 ‘일관 사육’이라 합니다. 어미소 50마리가 1년간 낳은 송아지 중 30마리 정도를 팔면 안정적으로 축사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어미소 90~100마리를 목표로 합니다. 이 정도면 1년에 새끼 80마리가 태어난다고 봐요. 어미소 100마리를 채울 때까지는 투자 기간입니다.”

/이민호씨 제공

비육을 시작한다고 바로 자리를 잡는 건 아니다. 이씨는 비육 시작 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 또다시 3~4년이 걸릴 거라 보고 있다.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재투자를 계속해야 합니다. 10년 후에 저희가 원하는 축사 규모를 갖출 거라 보고 있어요.”


나아가 ‘스마트 축산’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소, 축사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비만 갖추고 있습니다. 조만간 사료 자동 급여 기계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나머지는 아직 노동력으로 감당할 수 있어요. 50두 이상 넘어가면 하나씩 스마트 장비를 들여놓으려고 합니다. 맘만 먹으면 스마트 축산을 갖출 수 있습니다. 다만 축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니 처음부터 장비에 비용을 들이면 부담스러워요.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은 하고, 차차 장비를 도입해야죠.”


‘쉬려고 소 키운다?’ 후회할 것


최근 이씨가 축산인 모임에 가면 20~30대 청년들이 늘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축산업에서 가능성을 보고 일찍이 뛰어드는 청년들이 많다는 뜻이다.


“‘쉬려고 소 키운다’ 생각하면 머지않아 후회할 겁니다. 절대적인 시간은 회사 다닐 때보다 지금이 훨씬 많아요. 하지만 시간 관리를 잘 못하는 분이라면 축산업 도전을 말리고 싶습니다. 경영 계획을 정확히 세워야 합니다. 한우 사업은 자금 회전 기준이 30개월입니다. 30두, 40두, 50두 수준에서 얼마가 들고, 얼마를 벌 수 있을지 알아야 합니다.”

/이민호씨 제공

소에 대한 애정도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소를 좋아하는 분이어야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외삼촌 일손을 돕느라 소를 보며 컸어요. 특히 저처럼 임신우를 입식해 번식부터 시작하면 소에 대한 친밀도가 있어야 합니다. 관찰력이 중요해요. 소가 나 아프다고 말 못 합니다. 항상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해요. 평소와 행동이 어떻게 다른지 잡아내야 합니다. 얼마 전 사고사로 송아지 한 마리가 죽었어요. 사체 처리도 키우는 사람 몫입니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사업이지만, ‘나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에 한동안 그 모습이 떠올랐어요.”


소를 잘 키운다고 끝나지 않는다. 축산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차별점이 필요하다. 이씨는 비육을 시작했을 때 해썹(HACCP) 인증을 받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 해썹은 식품 생산·제조 과정에 관한 것으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차별화할 생각입니다. ‘무항생제 비육’을 하려 합니다. 또 비료가 아니라 제가 직접 재배한 풀 사료를 써서 건강하게 기를 거예요. 해외에서 잔인하게 사육·도축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소를 기르는 과정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분들이 많아요. 공장에서 찍어내듯 기르는 게 아니라 애지중지 키우고, 스트레스도 덜 받게 키우고 싶습니다. 요즘 축산에서도 ‘직판’이 늘었어요. 무항생제 비육으로 차별화해 백화점이나 마트와 직접 계약을 맺어서 바로 납품하는 방식을 생각 중이에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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