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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망한다' '몰락한다' 소리듣던 분야, 예상 뒤엎고 초호황

조회수 2020. 9. 18. 15: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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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줄 알았는데..예상치 못한 흐름타서 울다가 웃는 분야

사양산업이라 했던 제지업계

중국 쓰레기 규제 정책과 온라인 쇼핑 만나 초호황


책과 신문이 안팔린다. 그 탓에 제지업계가 울상이었다. 제지업은 사양산업으로 취급받았다. 최대 고객인 신문사, 출판사가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기회가 생겨났다. 숨통을 열어 준 것은 온라인 쇼핑이다. 배송이 늘면서 택배 박스를 많이 썼다.


게다가 골판지 박스 원료인 폐지 가격이 하락했다. 신문이나 책을 만들 때 보통 폐지를 재활용 용지를 쓴다. 신문과 책이 안 팔리자 폐지 수요가 줄었다. 자연스럽게 폐지 가격이 떨어졌다. 작년 제지업계는 2010년 이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온라인 쇼핑몰 호황이 앞에서 끌고, 폐지 가격 하락이 뒤에서 밀어준 셈이다. 

출처: 조선DB
쌓여있는 택배박스들.

국내 1위 제지업체 한솔제지는 작년 매출 1조7923억원, 영업이익 1113억원을 냈다. 2017년보다 매출 11.9%, 영업이익은 75% 증가했다. 2위 무림페이퍼의 2018년 매출은 1조1090억6689만원이다. 영업이익은 1240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7년 대비 각각 7.2%와 77.9% 늘었다. 신대양와 아시아제지 등 골판지업체들도 좋은 실적을 냈다. 국내 제지업계가 많은 영업이익을 낸 것은 택배상자 수요가 늘어난데 반해 택배상자의 원료인 폐지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폐지 가격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쳤다. 2017년 말 중국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며 폐지를 비롯한 고체 폐기물 수입을 제한했다. 오염물질과 위험물질이 대거 섞여 있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궈징(郭敬) 환경부 국제합작국장은 “불법 업자들이 이윤을 위해 고체 폐기물을 불법 수입하거나 밀수해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재활용 가능한 폐지 자원 가격 평균. 중국 정부가 폐지 수입 규제 정책(2017년12월 말)을 펼치기 이전과 이후 국내 폐지 가격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자연순환정보시스템 자료

1980년대 이후 중국 정부는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 수입을 장려해 왔다. 자체 자원이 부족해 산업화에 필요한 자재 대부분을 재활용 쓰레기에 의존했다. 미국에서 나온 음료수 캔을 의류용 섬유나 기계 제작용 금속으로 재가공하는 식이었다. 중국이 2007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사간 고체 폐기물(폐지·폐플라스틱·폐금속 등)은 5억톤 이상이다. 중국 정부가 ‘환경 보호’를 빌미로 수입을 규제하고 나서자 국내엔 수출하지 못한 폐지가 많아졌다. 폐지 가격은 하락해 작년 폐지 가격은 2017년 평균 t당 13만원에서 작년에는 7만8000원으로 40% 하락(자료 한국환경공단)했다. 폐지 가격이 저렴해지자 폐지를 원료로 택배박스 등을 만드는 제지업체의 영업 이익이 늘어났다.


산업 환경의 변화, 국가 정책변화, 자연재난은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한때는 외면받았다가 뜻밖의 기회를 만나 다시 호황을 맞은 업계가 또 있다.


밥 해먹진 않아도

삼각김밥은 사먹어


1인가구 증가로 많은 것이 변했다. 예전처럼 커다란 밥솥에 쌀을 조리해먹진 않는다. 대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쌀은 찾는다. 작년 1인당 쌀 소비량은 61kg으로 역대 최저치다. 국내 쌀 소비량은 1980년대부터 매년 감소세였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감소폭이 크게 줄었다. 도시락과 간편식(HMR)소비가 크게 늘면서 식품 제조업 쌀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 

출처: 조선DB
다양한 쌀 가공 식품들.

쌀 가공품에는 도시락·쌀국수·쌀파스타 같은 가공식품들이 있다. 2018년 식료품 및 음료 제조업 쌀 소비량은 75만5664톤으로 전년대비 6.8%(4만7961톤) 증가했다. 2014년(53만4999t)부터 5년 연속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7.6%, 2016년 14.5%, 2017년 7.4% 증가 추이를 보였다.


쌀 소비량이 가장 크게 늘어난 업종은 면류·마카로니 및 유사식품 제조업(32.7%) 부문이다. 쌀로 만든 우동과 라면 등이 해당한다. 그 다음이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이다. 전년보다 29%(3만3133톤) 늘었다. 햇반이나 냉동밥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밥을 많이 찾고 있다. 또 식품회사는 쌀을 이용한 피자나 빵, 구워 먹는 치즈 떡 등을 새로 개발해 내놓고 있다. 간장·고추장 등 소스 제조업(10.4%)에서도 쌀 소비량이 늘었다.


통계청 사회통계국 임철규 농어업동향과장은 “2018년 쌀 소비는 제조업부문에서 약 4만8000t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쌀 소비 양상이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사회재난 수준의 미세먼지

공기청정기 시장 3배로 성장


올해 공기청정기 시장은 2016년보다 3배 이상 성장했다. 국가재난 수준의 미세먼지 탓에 공기청정기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해 공기청정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전망이 밝은 이유 중 하나다. 교육부는 3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학교 중 공기정화시설이 미비한 교실 41.9%에 공기정화장치를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출처: 조선DB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마스크를 낀 채 수업하고 있다.

공기청정기 출하액(제품을 출하하는데 드는 비용을 어림잡은 금액)은 2012년 2261억원에서 2017년 7056억원으로 연평균 27.6% 증가(하나금융투자 자료)했다.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의 가전 보급률(이미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80%인 반면, 공기청정기는 46% 수준이다. 절반 이상 가정이 아직 공기청정기를 구비하지 못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기청정기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기청정기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전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2005년 이전까진 시장규모가 5000억원을 밑돌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웰빙’ 열풍이 불면서 공기청정기 판매가 급증했다. 2007년 시장규모는 약 8000억원으로 성장했다. 2010년 1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공기청정기 연간 판매량은 2016년 100만대에서 2018년 250만대로 150% 증가했다. 공기청정기도 세탁기와 냉장고같은 필수가전으로 자리잡았다. 가전제조업계에서는 가전제품을 연간 100만대 이상 팔면 필수가전으로 분류한다.

출처: 유튜브 채널 '의학채널 비온뒤' 캡처
뉴욕타임스가 운영하는 소비자리포트 와이어커터에서 선정한 공기청정기 브랜드 순위. 1위는 국내기업 코웨이 AP1512가 차지했다. 2위가 위닉스 5520다.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중 중소기업 위닉스가 가장 큰 수혜를 봤다. 2016년 공기청정기를 출시해 작년 시장점유율 23.8%를 기록했다. 올해 1월에는 30%대로 상승(출처·다나와)했다. 위닉스의 작년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1400억원대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위닉스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보다 25% 늘어난 17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숙명여자대학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4차산업혁명으로 기존 업계에 새로운 요구가 생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앞으로 더 간편하고 빠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것이라는 예측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예측대로 많은 이들이 최근 일상적으로 온라인 배송과 간편식을 소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지업체와 쌀 가공업체는 이 점을 공략해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는 말이다.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은 이유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항상 트렌드를 민감하게 읽고 이 트렌드가 앞으로 어떤 소비로 이어질지 예상해야 한다”고 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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