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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감스트 분노하게 만든 게임, 철학과 나온 제가 만들었어요

오락실 드나들던 문과생이 EA코리아 스튜디오 사장 되고서 바로 시작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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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EA코리아 스튜디오 사장
올해 포괄임금제 폐지·유연근무제 도입
“지속 가능한 크리에이티브 엔진 불태우는 게 목표”

게임업계는 대표적으로 야근과 밤샘작업이 많은 곳으로 꼽힌다. 새로 게임을 출시하거나 서비스하던 게임에 문제가 생기면 밤을 새우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하지만 게임업계도 변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EA코리아(Electronic Arts Korea)다. EA코리아는 올 1월부터 연장근무와 야근수당 등을 임금에 일괄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작년 7월 한승원 EA코리아 스튜디오 사장이 취임한 후 변화다.


EA코리아는 배급을 담당하는 부분과 피파온라인 등을 개발하는 스튜디오 부분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전체 인원 중 67%가 스튜디오 부분 소속이다. 한 사장은 게임을 개발하는 스튜디오를 지휘하는 첫 개발자 출신 사장이다. 게임 개발 경력 18년차다. 4월 18일 서울 강남구 EA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한 사장은 “한창 게임을 개발할 땐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새벽까지 일하고 사무실 라꾸라꾸에서 자곤 했다”며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전부 성공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게임 개발 문화를 바꿔보고 싶었다”고 했다.

한승원 사장.

출처jobsN

인기 BJ 감스트가 하는 게임 만든 게임 마니아


축구팬들 사이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인기 BJ 감스트의 ‘포병지’ 사건이 그것.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하던 BJ 감스트가 2015년 게임 ‘피파온라인3’를 하며 선수 카드를 뽑았는데 4번 연속 김병지 선수가 나왔다. 김병지 카드는 가격과 능력치가 낮은 편에 속한다. 감스트는 이 결과에 분노를 터트리며 책상을 내리치고 난리를 피웠다. 이를 계기로 감스트는 인기를 얻었다. 감스트가 분통을 터트린 이 게임은 한승원 사장이 개발했다. 그는 게임 디자이너와 라인 프로듀서로 피파온라인 2~4 시리즈를 만들었다. 게임 디자이너는 달리 말하면 게임 기획자이고, 라인 프로듀서는 총괄 매니저다.


한 사장은 어릴 적부터 게임 마니아였다. 전국의 스트리트파이터, 버츄어파이터 게임 고수가 모이는 서울 종로3가의 오락실을 드나들었다. 그는 “대학생 때도 오락실을 다녔다”며 “하지만 당시까진 게임 개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서강대 철학과 93학번이다. 성적에 맞춰 학과를 지원했을 뿐, 철학에 뜻이 있는 건 아니었다. 취업전선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경제학도 복수전공했다. 게임 개발과의 인연은 대학교 3학년 때 했던 아르바이트가 시작이었다. 한 선배가 근무하던 익성텔레콤이라는 게임 회사에서 7개월간 일했다. 그가 맡은 일은 게임 디자이너. 게임 속 세계관과 줄거리를 만들고, 캐릭터를 설정하는 등 게임 전체의 틀을 짜는 역할이다. 한 사장은 “그때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처음 맛을 봤다”며 “새로운 세계관과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라 전공과 상관없이 문과생도, 예체능생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

감스트의 '포병지' 사건 방송 모습. 오른쪽은 피파온라인4.

출처MBC라디오스타 캡처·EA코리아 제공

하루 2~3시간씩 1년 반 동안 작업해 피파온라인3 개발


대학 졸업 후 여러 대기업에 원서를 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고민하던 그에게 이전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게임회사 입사 제의가 왔다. 회사 이름은 리자드 인터랙티브로 바뀌어 있었다. “취업을 준비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회사 이름이나 연봉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죠. 게임 회사에 들어가면 매일 뭔가를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등 다이내믹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는 리자드 인터랙티브에서 4년간 일했다. 게임 디자이너와 라인 프로듀서 직책이었다. 2004년엔 앤틱스 소프트, 2005년엔 CJ E&M으로 이직했다. 2008년 EA코리아로 둥지를 옮겼다. 그는 “작은 게임 회사에서 시작해 점차 규모가 큰 곳으로 옮겨왔다”며 “그동안 RPG(롤플레잉 게임) 위주로 개발하며 어떻게 하면 게임을 더 현실감 있게, 자극적으로 만들까만 고민했는데 EA에서는 축구나 야구, 레이싱 등 전 연령대가 즐기는 다양한 스포츠 게임을 개발할 수 있어 만족감이 컸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업무 중인 한승원 사장.

출처EA코리아 제공

그는 EA에서 11년간 일하며 피파온라인 개발을 총괄했다. “특히 피파온라인3를 개발할 때는 개발자 30명과 1년 반 동안 하루에 2~3시간씩 자며 일했다”며 “집에는 잘 못 들어갔고 사무실 라꾸라꾸나 사우나에서 선잠을 청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개발한 피파온라인3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날 동시 접속자가 예상을 뛰어넘어 10만명을 넘겼죠.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듯했죠. 하지만 잠깐 좋았고, 10만명이 몰리며 발생한 서버 문제 등을 해결하느라 또 일주일간 집에 못 들어갔습니다. 하하.”


그는 “집에 못 들어가는 것보다, 빠르게 변하는 게임 유저들의 취향을 못 따라간다고 느낄 때가 더 힘들었다”고 했다.

EA코리아 사무실 모습.

출처EA코리아 제공

“개발자 갈아서 게임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


한 사장은 피파온라인3의 흥행으로 작년 7월 EA코리아 스튜디오 사장이 됐다. 사장이 된 그는 개발자들이 밤을 새우며 게임을 만드는 문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높은 업무강도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해 동기부여를 했죠. 하지만 지금은 게임 산업이 성장하면서 그런 식으로 개발자를 ‘갈아서’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지속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한 사장은 올 1월 외국계 게임 업체 최초로 포괄임금제 폐지와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하루 4~12시간의 근무 시간을 30분 단위로 자율적으로 정한다. 업계 최초로 최대 4주의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를 제공하고, 최대 12주의 유급 가족 돌봄 휴직 등을 지원한다. 한 사장은 “내 경험을 비추어보면 밤새서 최선을 다해 게임을 개발해도 전부 다 성공하진 못했다”며 “삶을 갈아 넣어 게임을 개발했는데 게임이 실패하면 개발자가 해고되고 회사가 문 닫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것들을 보며 좀 더 장기적인 지속 가능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컴퓨터가 당신을 울릴 수 있느냐?'는 EA의 사내 표어 앞에 선 한 사장.

출처jobsN

최근 국내 게임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경쟁이 치열하고 중국 게임 업체들도 기술력을 높여 국내 게임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규모 개발 인력을 투입해 3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게임 시리즈를 내놓는 등 속도전을 벌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게임 업계에 부는 근로시간 단축이 ‘독’이 되진 않을까. 한 사장은 “갈수록 게임 산업 업무강도는 세지고 있다”며 “하지만 역설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크리에이티브 엔진을 불타오르게 하려면 게임 개발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인 직원들이 건강하게 일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공백 부작용은 전반적인 사업 프로세스 효율성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EA코리아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왼쪽). 오른쪽은 휴게실에서 직원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

출처EA코리아 제공

“3년 안에 전 세계에 재미 주는 게임 만들 것”


그의 올해 목표는 한국·중국·태국·베트남에 런칭한 피파온라인4를 모든 유저가 만족할 수준의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더 궁극적인 목표는 3년 안에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유저들에게 재미를 주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게임 개발 회사에 입사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는 “요즘 게임은 구조가 굉장히 복잡해졌다”며 “예전과 달리 개발자의 다양한 재능이 필요하다”고 했다. 게임 기획자가 될 것인지, 프로그래머가 될 것인지, 디자이너가 될 것인지를 구체화해서 그에 맞는 언어·드로잉 등을 공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승원 사장.

출처jobsN

하지만 그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다. “게임 개발은 매일 매일의 어려움이 닥치는 일입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나면 다양한 지식을 동원해 해결하고, 게임 유저들의 불평도 감내해야 합니다. 결국 게임에 대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자세가 첫 번째 조건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손흥민의 피파온라인4 속 능력치는 상향 안 하느냐”는 질문에 그가 웃었다. “안 그래도 오전에 그 회의를 했어요. 지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1주일 후 선수의 능력치는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손흥민의 능력치도 당연히 올라가죠.”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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