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 둔 엄마아빠 열광시킨 전직 삼성맨의 아이디어 하나

조회수 2020. 9. 18. 15: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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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살 자녀 둔 부모가 열광하는 앱 만든 회사
키튼플래닛 최종호 대표
4살 아이 스스로 양치시키는 앱
생애주기별 덴탈 케어 서비스가 목표

'칫솔을 잡고 있기만 해요.' '양치하자고 하면 도망 다녀요.'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흔한 고민이다. 아이들은 구강 감각 자극이나 치약의 향을 싫어해 양치를 거부한다고 한다. 어릴 때 잘못 잡은 양치 습관은 커서도 문제가 돼 부모들은 양치를 시키기 위해 애쓴다. 칫솔을 들고 자녀를 따라다니는 모습이 여기서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덴탈 케어 스타트업 키튼플래닛(Kitten planet)이 나섰다.


키튼플래닛은 2017년 4월 최종호 대표가 설립했다. 세계 최초 증강현실 칫솔 브러쉬몬스터를 만들었다. 자체 캐릭터와 증강현실을 이용해 게임하듯 양치질을 가르쳐 주는 앱 서비스다. 앱과 연동해 양치 일정을 기록하는 전동칫솔도 있다. 국내외 합해 5만명이 앱을 사용하고 있고 10개국에서 브러쉬몬스터 전동칫솔을 쓰고 있다. 2018년 매출 5억원, 2019년 1분기 매출 5억원을 달성한 키튼플래닛 최종호(37)대표를 판교 제2 창업 허브센터에서 만났다.

출처: jobsN
키튼플래닛 최종호 대표

회사에서 치카퐁 개발


최종호 대표는 응용수학을 전공했다. 수학을 좋아하고 나중에는 배운 것을 헬스 케어 산업에서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석사는 뇌공학, 박사는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박사 과정까지 마친 후 201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헬스케어를 담당했다. 최대표는 입사할 때부터 창업을 꿈꿨다고 한다.


"마흔 전에는 창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사람들이 자주 쓰는 헬스 케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죠. 마침 회사에 C-lab이라는 사내벤처 문화가 퍼지고 있었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습니다. 팀원 6명과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헬스 케어 데이터를 모으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알아보니 덴탈 케어 데이터를 수집하는 곳이 없었어요. 치과에서 원하는 데이터기도 하고 이것을 모아 사업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 시작이 유아용 스마트 교육 플랫폼 ‘치카퐁’이다. 치카퐁은 아이들의 칫솔질을 돕는 앱 서비스다. 앱을 켜면 화면에 얼굴이 비친다. 얼굴 밑에는 닦아야 할 치아가 나타난다. 순서대로 어딜 닦아야 할지 보여주는 것이다. 전동칫솔 시제품도 만들었다.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고 양치질을 할 때마다 아이들의 체온을 잴 수 있는 칫솔이었다.


C-lab 프로젝트팀은 1년 뒤에 출구전략심의회를 거친다. 그동안 성과를 평가해 사업부에 이관할지, 스핀오프(Spin-off·분사) 할지, 프로젝트를 종료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최대표는 치카퐁의 잠재력과 덴탈 케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분사를 택했다.

출처: 키튼플래닛 제공
브러쉬몬스터 앱과 전동 칫솔

키튼플래닛 시작, 앱 출시 한 달 만에 1위


2017년 3월 회사를 나왔다. C-lab과 한 벤처캐피털에서 시드머니 투자를 받았다. 스마트 유아교육 플랫폼 키튼플래닛을 차렸다. 키튼은 아기고양이를 뜻한다. 최대표는 "고양이처럼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앱을 들고 한 어린이집을 찾아갔다. 5살 반, 6살 반 각 10명씩 앱을 보고 스스로 양치하는 테스트를 했다. 예상과 달리 10명 중 1명도 따라 하는 아이가 없었다. 앱을 갈아엎기로 결정했다. 얼굴과 칫솔질 가이드가 따로 나타나기 때문에 아이들이 따라 하는 데 한계가 있던 것이다.


화면에 비친 얼굴 위에 바로 칫솔질을 해야 하는 부분이 나타나게 했다. 16개 치아 위치와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닦아야 하는 부분을 순서대로 알려준다. 이 부분이 키튼플래닛이 가진 특허 기술이다. 또 브러쉬몬스터만의 캐릭터 '치즈', '체리', '소다', '그린몰드'를 만들었다. 양치를 하면 악당 그린몰드에게 잡힌 치즈, 체리, 소다를 구해낸다는 이야기를 입히고 게임하는 것처럼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었다.


새로운 앱으로 같은 어린이집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번엔 아이들이 얼굴에 나타나는 치아 모양을 보고 쉽게 따라 했다. 2017년 9월 앱을 출시했다. 한 달 만에 오랄비, 필립스 등 전 세계 양치 앱 200여개를 제치고 1위를 했다.

출처: 브러쉬몬스터 유튜브
증강현실로 정확한 위치를 보고 칫솔질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 캐릭터들과 함께 해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앱 그리고 스마트 전동칫솔, 브러쉬몬스터


앱 출시 후 시제품으로 만들었던 전동칫솔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체온을 재는 기능, 무선 충전기능, 가격 선호도를 물었다. 응답자 200명 중 대부분이 체온을 재는 기능은 필요 없다고 답했다. 또 5만원대면 스마트 전동칫솔을 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최대표는 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테스트 제품을 만들었다.


"전동칫솔 회로도 다 바꿨습니다. 무선 충전기능과 체온 측정 기능도 뺐습니다. 소비자 희망 가격인 5만원대에 맞게 꼭 필요한 기능만 넣었습니다. 앱과 연동된 칫솔은 아이가 '언제 양치했는지', '하루 2분 이상 하는지', '구석구석 하는지'를 기록합니다. 중국산 저렴한 전동칫솔을 사서 회로를 바꿔 테스트용 제품 200개를 만들었습니다. 설문조사 때보다 훨씬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440%를 달성해 1500여만원을 모았다. 환불 요청이 한 건도 없었다.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보완했다. '진동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 진동을 끌 수 있게 만들었다. '핸드폰을 올려놓을 거치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후기를 보고 거치대도 만들었다. 2018년 4월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했다.


무료 앱만 사용할 수 있고 전동칫솔과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브러쉬몬스터를 사용한 부모들은 '양치할 때마다 전쟁이었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잘한다', '혼자 양치하는 습관이 생기는 것 같아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생애주기별 덴탈 케어 서비스 만들 것


키튼플래닛은 브러쉬몬스터를 출시하면서 구강 건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아 교육 플랫폼에서 디지털 덴탈 케어 서비스로 방향을 바꿨다. 현재 브러쉬몬스터 앱은 전 세계 137개국에서 쓰고 있다. 5개 국어(한국어·중국어·일본어·영어·대만어)로 서비스 중이고 언어를 더 늘릴 예정이다. 전동칫솔은 한국, 일본, 중국 등 10개국에 판매 중이다. 앱과 제품 둘 다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 무료 앱으로 각 나라의 구강용품 시장을 파악 중이다.


2018년 6월에는 한화생명에게 어린이 치아 보험 서비스를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보험에 가입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들 양치 습관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브러쉬몬스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같은 해 12월 1일 한화생명과 협업한 제품을 출시했다. 치아 보험뿐 아니라 치과와의 협업도 바라보고 있다. 최대표는 "앱에 저장된 양치 습관으로 의사들이 구강 질환 원인을 조금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내 벤처 프로젝트로 시작해 창업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잘 몰라서 어렵고 때로는 벅찰 때도 있었다. 또 아직도 고객 중심적 사고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대표는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사업이 재밌기 때문이다. 또 제품과 회사 중심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버리고 아이들과 부모들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대표는 키튼플래닛의 목표는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제품을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브랜드를 키우고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서 쌓이는 데이터가 더 중요합니다. 이 데이터로 치과나 기업과 협업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기 때문이죠. 지금은 어린이 구강관리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생애주기별 덴탈 케어 서비스를 구축할 것입니다.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청소년기, 청년기, 성인기, 노년기로 나눠 알맞은 치아 관리법을 제안하고 고객과 치과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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