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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마스크 쓰고 불 끄는, '일당 10만원' 비정규직입니다

조회수 2020. 9. 18. 16: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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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차서 방독면도 못 쓰고 산 뛰어다니며 불 끄는 일,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산은 서울에 비해 숲이 무성해요. 한 번 산불이 나면 겉잡을 수 없이 불길이 거세지죠. 우리가 출동했을 때도 그랬어요. 서울에서는 그만큼 위력 있는 불길을 못 봤죠.

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 제공

4월4일 강원도 고성 일대에 산불이 났다. 헬기 수십대, 소방차 800여대와 1만명 넘는 인력이 산불 진화에 나섰다. 촌각을 다투며 화마와 싸운 이들은 소방관뿐만이 아니었다.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이하 특수진화대) 대원 88명은 소방 호스를 들고 산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불길과 싸웠다.


특수진화대는 산림청이 2016년부터 선발해온 산불 진화 전문 요원. 이들은 최장 10개월 단기계약직으로 일하는 비정규직이다. 산불이 나면 전국 어디든 달려간다는 특수진화대. 권오덕(65) 서울국유림관리소 특수진화대장에게 산불 전문 요원의 일에 대해 물었다.

출처: jobsN
권오덕(65) 서울국유림관리소 특수진화대장.

-간단한 이력을 소개해달라.


“2007년부터 2년 동안 산림청 산불전문예방진화대에서 일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선발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은 산불 예방·진화, 장비 관리 등을 한다. 이후 산림병해충 예찰방제단에서 산림자원을 해치는 병해충이나 병해충에 피해를 입은 나무를 찾아내는 일을 했다. 2016년부터 특수진화대에서 근무했다. 작년부터 서울국유림관리소 특수진화대장을 맡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특수진화대에 오나.


“특수진화대원은 모두 330명. 서울국유림관리소에 10명이 근무 중이다. 나이 제한이 없어서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전직 특수부대원도 있고, 정년퇴직 후 들어온 사람도 있다.”


-언제 출동하나.


“서울·인천시와 경기도 서북부 지역을 맡고 있다. 관할 지역이 아니라도 화재 규모가 크거나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어디든 출동한다. 그래서 이번 고성 산불 진화 작전에도 참여했다. 작년보다 올해 화재 발생 건수가 늘었다. 하루 2번 출동하는 날도 있다.


이동할 때는 일반 승용차를 이용한다. 여건이 열악한 편이다. 산불 진압에 필요한 장비도 승용차에 싣고 다닌다. 소방차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사이렌을 울리면서 빨리 갈 수 있다. 우리는 차가 막히면 교통체증이 풀릴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장비를 실을 수 있는 산림청 소속 화물차를 다른 기관과 함께 쓴다. 만일 다른 기관에서 차를 쓰고 있는데 산불이 나면 직원들 차에 급한대로 장비를 싣고 출동한다.”

출처: 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 제공
4월7일 서울 수락산에서 난 산불을 진압하는 장면.

-업무는 소방관과 어떻게 다른가.


“소방관은 주택에서 난 불을 주로 끈다. 특수진화대는 산불 진화만 한다. 고성 산불처럼 불길이 갑자기 커지면 소방관과 함께 진압한다. 우리가 쓰는 장비는 소방관 호스·방화복보다 비교적 가볍다. 산에서 불을 끄려면 안전만큼 기동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과가 궁금하다.


“주 5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한다. 작년에는 봄비가 자주 내려서 산불이 비교적 덜 났다. 올해는 대기가 건조해 관할 지역 기준 산불 발생 빈도가 2배 늘었다. 일주일에 3~4번 정도 출동하고 있다. 출동하지 않을 때는 산불 진압 장비를 정비하거나 체력 훈련을 한다. 또 홍수·산사태 등 다른 재난을 대비해 시설물을 정비할 때도 있다. 근무시간이 아닌 늦은 밤이나 주말에 불이 나면 대원 모두 비상 출동을 한다. 관할 지역이 넓어 인력이 부족할 때가 많다.”


-처우는 어떤가.


“일당 10만원을 받는다.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면 초과 근무한 시간만큼 수당과 휴가를 준다. 주말에 일해도 마찬가지다. 산불이 나면 주·야간을 막론하고 반드시 출동해야 한다.”

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 제공

-일 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화재 현장에서 나오는 연기는 위험하다. 두어 번 숨을 들이마시고 쓰러지는 사람도 많다. 특수진화대원들은 방독면을 지급받지만 현장에서 쓸 수가 없다. 산에서 무거운 장비를 들고 뛰면서 불을 끄면 숨이 차서 방독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대신 일반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특수진화대에서 근무하기 위한 자격은.


“서류 심사와 체력 검정을 거쳐 선발한다. 체력 시험에서는 5가지 종목을 평가한다.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100m 달리기·1000m 달리기·모래주머니(30kg) 나르기(50m)를 본다. 한 종목이라도 일정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탈락한다. 체력이 좋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정규직으로 채용해 고용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단기계약직 채용에 대한 불만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특수진화대원 3분의 1 정도가 60살이 넘는다. 만일 무기계약직으로 선발하면 젊은 사람들 위주로 채용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대원은 고용 안정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근무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연령대가 높은 대원은 청년보다 체력은 달리겠지만 경험이 많아 노하우가 풍부하다. 가장 오래한 사람은 산불 진화 경력이 7년 정도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채용 제도를 고쳐 나가야 한다고 본다.”

출처: 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 제공
서울 노원소방서와 함께 유관기관 합동 진화훈련을 하는 모습.

-일 하면서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나.


“밤에 산불이 날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손전등이 있지만 무거운 장비를 들고 험한 지형을 뛰어다녀야 한다. 바위에 걸려 넘어질 때도 있고, 가시나무에 찔릴 때도 많다. 3월 강화도에 산불이 나서 밤 늦게까지 불을 끄고 있었다. 대원 한 명이 넘어져서 쓰고 있던 안경이 산산조각났다. 만일 유리 파편이 눈에 들어갔다면 실명할 뻔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이 고되고 힘들지만 밤을 지새운 끝에 불이 완전히 꺼졌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대원들의 얼굴은 이미 시커멓게 변해 있다. 웃으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 내가 근무하는 동안 큰 사고가 난 적은 없다. 다른 지역 진화대에서는 다리 골절상과 같은 사고가 있던 걸로 안다.”


-산불 예방을 위해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숲은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소중한 재산이다. 산불 대부분 사람의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한다. 등산할 때 성냥이나 라이터를 챙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봄·가을철 대기가 건조할 때는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지 말아야 한다. 바람이 세게 불면 불이 금방 산으로 옮겨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산불이 난 것을 목격한다면 즉시 119 안전신고센터나 산림청에 신고해달라. 초기 진압이 산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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