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하게 대처했다가..'SNS 스타' 기업인에게 닥친 위기

조회수 2020. 9. 18. 16: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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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목록 공유하고 관계사 압박하고..불매운동으로 위기 맞은 기업들
안일한 대처·비윤리적 행태로 뭇매
SNS 발달로 불매운동 영향 높아져
불매운동으로 위기 맞은 기업들

최근 유명 쇼핑몰 ‘임블리’에서 판매한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임블리를 대표하는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의 미흡한 대처가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상무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는 80만명이 넘는다. 그동안 SNS로 고객과 활발히 소통해 회사를 키웠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발생했을 땐 소통이 부족했다. 호박즙에 곰팡이가 생겨 환불을 요청한 소비자에게 “그동안 먹은 것에 대해선 확인이 안 되니 남은 수량과 폐기한 한 개만 교환을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이후 임 상무는 “우유가 팽창하는 것처럼 유통과 보관 중 생길 수 있는 문제”, “수십만 건 중 한두 건 정도 생길 수 있는 오류”라고 해명해 논란을 키웠다.


이에 실망한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하자’며 목소리를 냈다. 일이 커지자 임블리 측은 뒤늦게 “지금까지 올린 매출액 26억원 전액에 대해 환불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장문의 사과문을 올리고 환불 상황을 공유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출처: 임지현 상무 인스타그램 캡처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

몇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불매운동은 먹히지 않는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불매운동이 기업에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여럿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는 불매운동이 ‘혼자 하는 양심적 행동’에 그쳤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SNS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불매운동 현황을 공유하며 의견을 주고 받는다. 또 단순히 대상 기업 제품을 불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계열사나 거래처에도 압박을 넣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위기 맞은 기업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불매운동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급기야 50년 평생 라이벌 매일유업에 1인자 자리를 내줬다. 2018년 매일유업 매출은 1조 3006억원. 남양유업(1조 797억원)보다 2200억원 많다. 이익 차이는 더 크다. 매일유업 당기순이익은 583억원인 반면, 남양유업은 20억원이다.


남양유업은 목표 판매량에 미치지 못할 때마다 억지로 재고를 떠넘기는 ‘물량 밀어내기’로 논란을 빚었다. 재고는 인기가 없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품목이었다. 물건을 팔지 못한 대리점주가 전적으로 손해를 입어야 하는 구조였다.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 욕설과 폭언을 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며 진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재고를 강제로 떠넘긴 적이 없다”며 항변했다. 오히려 대리점 피해자협의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출처: 조선DB
2013년 5월 남양유업 김웅 대표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모습. 남양유업은 '밀어내기'와 폭언 등 대리점에 대한 본사 영업직원들의 강압적 영업행위가 알려지면서 불매운동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

여론은 삽시간에 나빠졌다.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커뮤니티에선 남양유업 제품 목록이 빠르게 퍼졌다. ‘남양’ 마크가 그려진 제품뿐만 아니라 위탁생산(OEM)하는 제품 목록까지 불매운동 선상에 올랐다. 검찰 압수수색이 임박 하자 남양유업은 고소를 취하하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등 돌린 지 오래였다.


남양유업은 과거 분유 파동으로 사회적 공분을 산 적이 있다. 1997년 갑자기 마트에서 분유가 사라지며 가격이 급등했는데, 남양유업이 고의로 출고량을 줄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소비자들은 한 번의 일탈에는 눈감았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이번에야말로 끌어 내려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2018년 1월 전범기업인 모리나가제과의 모리나가 밀크캐러멜 우유를 위탁생산해 비난을 받았다. 2019년 1월에는 '맛있는우유 GT' 멸균팩에서 이물질이, 어린이용 음료 '아이꼬야 우리아이주스'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남양은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올렸으나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위생 관리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제조 과정에는 문제 없고 유통 과정 문제’라고 밝히져 책임 회피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남양이 ‘기업명 숨기기 전략’을 펼친다는 말이 나온다. 제품에 기업 이름 ‘남양’을 지우고 브랜드 이름만 남긴다는 것이다. 남양이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 ‘백미당’에서는 남양을 언급하지 않는다. 경쟁사 매일유업의 폴바셋이 ‘매일우유가 만드는 우유를 쓴다’는 점을 내세운다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맛있는우유GT’ CF에서 과거에는 ‘남양’ 이름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제품 이름만 나온다. 

출처: 남양유업 맛있는 우유 GT 광고 영상 캡처
과거 남양유업 맛있는 우유 광고와 현재 광고. '남양' 브랜드가 사라진 걸 볼 수 있다

남양 측은 여러차례 '브랜드 숨기기 전략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신뢰를 회복하진 못하고 있다. 최근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봐주기 수사 의혹’까지 겹쳐 다시 불매운동이 불붙는 모양새다. 이대로 가다간 연매출 1조원조차 지키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7년 국내 가구업체 중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낸 한샘은 1년 만에 매출이 2조원 밑으로 내려왔다. 영업이익은 1400억원에서 56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업계에선 주택매매 실수요 감소와 함께 2017년 말 ‘사내 성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불매운동 영향으로 분석한다.


프랜차이즈업은 불매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외식업은 대체품이 많아 비교적 불매운동이 쉽기 때문이다. 가수 승리가 대표로 있던 일본식 라면 프랜차이즈 아오리라멘에는 손님이 뚝 끊겼다. 그가 성접대를 했다는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부터다. 승리가 대표였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그의 친인척과 지인이 가맹점주로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승리 이미지로 홍보했으니 영향 받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MBC '나혼자산다', SBS '미운우리새끼' 영상 캡처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도 혹독하게 소비자 외면을 받고 있다. 2016년 정우현 전 회장의 경비원 폭행 논란, 가맹점 대상 치즈 통행세·보복출점·광고비 떠넘기기 등 끊임없는 갑질 행태가 드러나며 불매운동이 일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을 보면 미스터피자의 폐점률은 2015년 7.5%에서 2017년 15.7%로 2배 이상 늘었다. 상장폐지 위기까지 맞았다. 4월 8일 발표한 사업보고서에서 가까스로 '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위기는 넘겼지만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는 등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망한 회사, 우리나라는 아직…


가까운 나라 일본에는 불매운동으로 기업이 파산한 사례가 있다. 일본의 유업·육가공업체 식품회사 유키지루시는 한해 매출 10조원을 내는 업계 1위 기업이었다. 하지만 소비자 신뢰가 추락해 불매운동으로 2002년 도산했다.


2000년 6월 유키지루시 우유를 먹고 100여명이 식중독에 걸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회사는 “원인이 분명치 않으니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사흘째가 되자 환자가 2000명을 넘어서는 유례없는 식중독 사건으로 번졌다. 회사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저지방우유’ 제품이 문제있음을 알렸다.

출처: 조선일보 지면보기 캡처
2002년 수입 쇠고기를 일본산으로 위장한 일본 최대 식품업체 '유키지루시' 간부들이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피해자는 한달도 안돼 1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임원진은 구체적인 원인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참다 참던 공장장이 '황색 포도상구균 때문이다'라고 폭로 하고서야 원인이 드러났다. 그해 유키지루시는 업계 1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머지 않아 사건이 또 터지며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2002년 1월 호주산 소고기를 국내산이라고 팔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유키지루시는 일본 햄과 소시지 시장의 86%를 점유했다. 논란 이후 마트에서 유키지루시 제품은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유키지루시는 결국 2002년 2월 문을 닫았다. 지금은 모기업 '메그밀크'가 우유·치즈 등 제품을 생산 중이다.

출처: 메그밀크 공식 홈페이지 캡처
메그밀크 공식 홈페이지에는 과거 식중독 사건과 쇠고기 위장 사건을 회사 연혁에 명시해놓았다. 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사건을 설명한 게시글을 볼 수 있다.

불매운동의 영향력이 높아졌다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불매운동으로 망한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이 알려진 이후 주범 기업 ‘옥시레킷벤키저’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2016년엔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실험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 보상은커녕 책임을 회피하고 사실은 은폐하려 한 비윤리적 대처에 소비자 신뢰는 추락했다. 대형마트와 홈쇼핑에서 물품이 빠졌고 약사들도 ‘불매’를 선언했다.


그 결과 옥시의 매출은 가습기 파동 이전보다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2017년 9월에는 냄새먹는 하마, 쉐리 같은 생활용품 판매도 중지했다. 옥시 측은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 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불매 여론은 여전했다.


한때 영국 회사인 옥시가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여전히 사업 중이다. 생활용품 대신 의약품에 집중하기로 했다. 최근엔 몇몇 제품의 TV 광고도 시작했다. 

출처: 조선DB
(왼쪽부터) 2016년 옥시레킷벤키저 고발 기자회견, 2017년 마트에서 옥시 제품 '물먹는 하마'.

의약품처럼 대체재가 많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는 불매 운동이 시들해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아우디 폭스바겐은 일명 '디젤게이트'로 불리는 배출가스 조작사건, BMW는 주행 중 결함 화재 사고로 논란을 빚었다. 두 회사 모두 사건 발생 초기엔 책임을 회피했다. BMW그룹 본사 임원은 한국에서 유난히 BMW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이유가 현지 교통상황과 운전습관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판매량이 감소하는가 싶었지만 금세 회복하고 있다. 폭스바겐, 아우디는 2018년 한해 여전히 각각 1만대 이상씩 팔았다. BMW의 2018년 판매량은 5만524대로 전년 대비 15.3% 줄었다. 하지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수입 승용차 등록 자료를 보면 2019년 3월에만 약 3000대를 팔아 감소세에서 회복세로 돌아섰다.


대한항공도 ‘땅콩 회항’, ‘물컵 던지기’, 잇따른 폭언·폭행 등 오너 일가의 갑질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했다. 불매운동 바람이 불어 취소 수수료 물어가며 상품을 바꾸는 소비자도 있었다.


하지만 항공 서비스의 경우 불매운동이 쉽지 않다. 요일과 시간, 가격, 취항 노선 등을 고려해 항공권을 예매하는 소비자들이 대한항공을 피하기란 어렵다. 2018년 대한항공의 국제여객 수송점유율은 20.5%로 1위다. 중장거리 노선은 불매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요즘 저비용 항공사들이 늘며 대한항공 시장 점유율이 줄고 있으나, 저비용 항공사는 단거리 위주”라고 했다. 이어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의 경우 운행하는 노선 수, 안전성 등의 문제로 대한항공 아니면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라 설명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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