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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을 키웠더니..볼보 사로잡고 '대박 초읽기' 들어간 한국인

조회수 2020. 9. 18. 16: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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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화질 이소룡 영화가 고화질로..볼보·화웨이 사로잡은 전직 은행원
사진 확대, 고화질 영상 복원
10년 씨티은행 박차고 나와 창업
AI기술 활용 시스템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창업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장경익 지디에프랩 대표는 스스로 10년 다니던 외국계 은행을 나와 창업했다. ‘좀더 빨리 창업했으면 좋았겠다’고 한다.


사진 4배로 키워드립니다


지디에프랩은 영상이나 이미지 파일을 확대해주는 기업이다.


이미지 파일은 크기를 늘려준다. 최대 4배로 키워준다. 기술력은 크기를 키우면서도 높은 해상도를 유지하는 데서 나온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다. “AI를 통해 이미지 확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학습시키고 있습니다. AI 시스템이 사진 확대를 많이 해보면서, 알아서 복원력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출처: 지디에프랩 제공
이소룡 영화 맹룡과강 복원 이미지

이미지 확대 시스템을 웹 주소(www.POPpixel.io)에 공개해 놨다. 무료로 하루 5장까지 웹에 업로드해서 원하는 사진을 확대시킨 뒤, 다운로드할 수 있다. “내가 올린 사진은 나만 볼 수 있습니다. 다운로드한 사진은 72시간 내에 시스템 상에서 삭제됩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는 거죠.”


사진 확대 프로그램은 지디에프랩 외에 다른 기업도 제공한다. 가장 많이 쓰는 게 ‘어도비 포토샵’이고, 일본과 우크라니아 기업도 비슷한 제품을 만든다.


-경쟁업체와 비교해 나은 점은요?

“타 서비스는 아티스트를 위해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확대 범위가 2배에 그치는 등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모든 이미지를 4배까지 키워줍니다. 화면을 확대할 때 깨지는 현상도 가장 덜합니다. 퀄리티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자부합니다. AI가 화면 깨짐 현상을 완화시키는 알고리즘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어서, 퀄리티가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익은 어떻게 내죠?

“5장 이하 적은 물량은 무료로 제공해서 사용자를 늘려 나가구요. 그 이상 물량을 맡길 경우엔 결제 시스템을 붙여 수익을 낼 예정입니다.”

출처: 지디에프랩 제공
해외 전시회 참석한 장경익 대표와 사진 확대 사례

저화질로 찍어 고화질로 재생


영상 확대는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바꿔주는 것이다. 디바이스에 프로그램을 깔아 구동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어떻게 작동하죠?

“스마트폰에 저희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평소처럼 촬영하시면 됩니다. 스마트폰이 알아서 작은 용량의 저화질로 영상을 찍습니다. 이후 보실 때는 스마트폰이 알아서 고화질 영상으로 재생해 줍니다.”


저장공간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스마트폰 용량이 부족해 파일 삭제해 본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주로 동영상 부터 지우시죠? 그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기술력은 응답성에서 나온다. 저화질 영상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마자, 실시간 고화질 영상으로 변환돼 재생돼야 하는 것이다. “거의 대기시간 없이 고화질 화면으로 재생하는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인터넷 환경이 좋지 못한 곳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프로야구 중계 영상이 저화질, 고화질, 초고화질 등 3가지 버전으로 제공되는데, 와이파이가 느려 저화질 밖에 불러올 수 없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에 지디에프랩 프로그램이 깔려 있으면, 저화질 중계 영상을 불러온 뒤, 자체적으로 고화질이나 초고화질로 변환해 즐기는 게 가능하다.


확장성이 좋다. CCTV 카메라, VR시스템 등 영상을 찍거나 재생하는 모든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다. 저화질로 CCTV를 찍어 저장했다가 확인할 때는 고화질로 보고, 한정된 저장용량에 보다 많은 영상을 집어 넣어 다양한 고화질 VR을 즐기는 식이다. 자동차에도 활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주행 영상을 저장해 인식하는 시스템인데, 저화질로 저장했다가 고화질로 복원하는 기술을 활용하면, 차량의 영상 저장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자동차 업체 볼보와 만났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와 제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영상 확대는 아무래도 B2B 위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출처: 지디에프랩 제공
D.CAMP(은행권청년창업제단) 데모데이 수상 기념사진

돌고 돌아 씨티은행 정착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벨 연구소 출신의 지도 교수를 만났다. AI 신경망 분야 권위자였다. 자연스레 AI를 세부 전공했다. “교수님께 하드트레이닝을 받으면서 AI 알고리즘을 익혔습니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 20여년 전이다. 일반인은 물론 연구자도 AI가 생소했다.


배운 걸 뒤로 하고 공기업에 들어갔다. 오래 다니지 않았다. “곧 구조조정이 시작되더니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아무런 보직 없이 밀려나는 거에요.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되겠구나’ 조직 생활에 회의가 밀려왔죠.” 2000년 공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마침 한 신생 IT업체에서 코파운더 제의가 왔다. 합류하고 보니 기대했던 회사가 아니었다. 웹 개발 같은 단순한 일을 하다가, 1년 만에 또 그만뒀다.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갔다. 뭐라도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공부할 계획이었다. 곧 911 사태가 터졌다. 미국 경기는 고꾸라졌고, 외국인 배척은 더 심해졌다. 미국행 역시 1년 만에 접었다. 이제는 정착해야 겠다 생각이 들었다. 잠시 방송 솔루션 회사를 다니다 씨티은행 전산부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곧 결혼도 했다. 안정적이었다. 그렇게 10년 씨티은행을 다녔다.


-씨티은행 생활은 만족스러웠나요.

“네. 전세계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컨퍼런스콜 하고, 이메일 주고 받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글로벌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출처: 지디에프랩 제공
지디에프랩 임직원들

AI시대는 내 시대


2014년 막연하게 새로운 도전을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지원으로 MBA 유학을 떠났다. 2년이 지나 유학을 마칠 시점이 되자 AI ‘알파고’가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내가 전공했던 그 AI. 내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거 혹시 운명인가?’


한국에 돌아와 마음 한 켠 간직했던 창업의 꿈을 다시 꺼내 들었다. 아이템을 찾다가 우연히 한 해외 논문에서 힌트를 얻었다. “논문을 보니 아직 대중적인 동영상 복원 시스템이 나오지 않았더라구요. 그런데 복원 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많죠. AI를 활용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동영상 복원 프로그램을 개발해보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작년 3월 회사를 나와 홀로 서울시 산하 창업센터에 입주해 창업했다. 1년 만에 프로그램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D.CAMP(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주최하는 데모데이인 D.DAY에 출전해 입상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 직장 동료 등이 합류해, 지금은 직원이 10명으로 늘었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한다. 1호 직원이 미국인이다. 미국인 1명과 우즈벡인 1명이 더 합류해 외국인 직원이 총 3명이다. “내국인도 가능하면 영어 잘하는 사람을 뽑습니다. 마케터건 개발자건 상관 없이요.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니 글로벌 의사 소통이 가능해야 합니다.”

-창업하고 보니 아쉬운 점이 있나요.

“창업 시기가 좀더 빨랐으면 좋았겠다는 생각 많이 합니다. 늦은 창업가에게 연륜 있어서 좋겠다고 하는데, 전 생각이 달라요. 30대 이전에 여러 번 창업해서 성공이건 실패건 경험한 분들 보면, 확실히 본인만의 사업적인 인사이트를 갖고 있어요. 그에 비하면 저는 아직 햇병아리입니다. 앞선 창업가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죠. 물론 시간 지나면 해결될 문제일 수 있지만, 분명 아쉬움은 있습니다. ‘어차피 할 창업이었다면 일찍 하면 좋았겠다’ 생각을 자주 합니다.”


-지금까지 잘해온 비결이 있다면요.

“전 직장 동료 얘기가 ‘쟤는 계속 뭔가 하고 있어’라고 신기했대요. 정말 가만히 있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씨티 시절에도 시간 쪼개서 계속 뭔가를 했어요. 연구도 하고 아이템도 찾고. 이런 적극적인 모습 보면서 ‘아 쟤랑은 같이 해도 되겠구나’ 생각했대요. 그래서 창업 전에 필요한 사람을 미리 포섭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이 안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었어요. 과거에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정체가 싫습니다. 계속 발전해 나가아죠. 뭐가 됐건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글 jobsN 박유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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