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에 5000만원 벌기도 했던 캠퍼스 커플 부부의 다음은..

조회수 2020. 9. 21. 1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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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웃음 치료 전파한 부부의 다음 직업은
이요셉·김채송화 한국웃음연구소 소장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웃음' 전파
전성기 이후엔 인간관계·돈·건강 심리 분석가로

웃으면 복이 온다. 이 말은 사실이다. 웃을 때 얼굴만 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체 근육의 약 3분의 1이 움직인다. 유산소 운동 효과가 있고 암세포 증식 억제, 심근경색 위험·혈당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웃음에 주목했다. 2000년대 중반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대학 병원에서 웃음치료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웃음치료 중심에 이요셉(49)·김채송화(49) 한국웃음연구소 소장이 있다. 1996년 경기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캠퍼스 커플이자 부부다. 이 소장이 먼저 웃음 치료에 뛰어들었고 이후 김 소장이 합류했다. 이 소장은 첨엔 웃음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키 157cm, 방위 출신에 별 볼 일 없는 스펙으로 열등감이 컸고 졸업 후 취직이 쉽지 않아 자신감이 없었다”고 했다.


그랬던 그의 삶을 ‘웃음’이 바꿨다. 1997년 암 전문 병원에서 대체의학 상담직으로 일하며 웃음의 효과를 발견했다. 2000년 회사를 그만두고 웃음에 모든 걸 걸었다. 20여년 동안 웃음을 전파하고 다녔다. 방송과 기업 강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골 연사다. 삼성·현대·LG 등 대기업, 청와대·시청·경찰청 등 공공기관, 서울대병원 등에서 임직원 대상으로 웃음 강연·세미나를 열었다. 웃음에서 한 발짝 나아가 이젠 주로 심리 상담을 한다. 지금까지 10권이 넘는 책을 냈다.

출처: jobsN
김채송화, 이요셉 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첨엔 무슨 일하냐” 반문 들었지만


웃음치료사는 한국직업정보 사이트 워크넷에도 등록돼있는 정식 직업이다. 하지만 이 소장이 웃음치료사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웃음으로 뭘 하냐’는 반문이 대부분이었다.


“쳄엔 웃음이 ‘마음 안정에 좋다’는 정도로 받아들였어요. 사기로 치부하기도 했죠. 웃음은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핵심은 ‘호르몬 변화’인데요. 웃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드는 반면 통증 감소 호르몬이 나옵니다.”


미국 로마린다 신경정신면역학과의 리 버크 교수는 1996년 심리신경면역학 연구학회에서 ‘웃으면 면역기능이 강화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폭소 비디오를 보고 난 뒤 혈액을 뽑아 항체를 조사하는 실험에서 병균을 막는 항체인 인터페론 감마호르몬의 양이 200배 늘어났음을 밝혀냈다. “억지웃음도 같은 효과를 냅니다. 우리 뇌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분하지 못해요. ‘웃어보세요’ 하면 ‘웃을 일이 없다’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냥 이유 없이, 억지로 웃어도 됩니다.”


이 소장은 하루에 50~60명씩 찾아오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했다. 의료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은 아니었다. “‘암을 언제 발견했나’, ‘어떤 음식을 먹나’ 등과 같은 단순 상담이었어요. 그러던 중 환자들에게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암이 오기 전 2년 내외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점이었죠. 그 스트레스는 인간관계에서 왔어요.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 배신했다든지 큰 상심을 겪은 것이죠.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잘 웃는 이들의 호전 속도가 빨랐어요.” 

출처: SBS 스페셜, 채널A 더하는뉴스 캡처
2000년대 들어 뉴스와 다큐멘터리 등에서 웃음의 효능에 대해 자주 다루고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첨엔 어렴풋한 추측이었다. 하지만 외국 자료를 발견하고 확신했다. ‘웃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 엔케팔린이 진통제 모르핀보다 300배 좋은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내용이었다. “암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사실 죽음이 아닌 ‘통증’입니다. 한바탕 웃고 나면 통증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고 웃음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국내에는 자료가 없어 전부 외국 논문에 의지했습니다. 레크리에이션 강의도 찾아가 보고, 웃음·유머에 관한 책이란 책은 전부 읽었던 것 같아요. 책 사는 데만 한 해 1000만원은 썼습니다.”


스스로도 자주, 크게 웃는 연습을 했다. 길 가다 얼굴을 비추는 거울을 보고도 뜬금없이 한바탕 웃었다. 15명의 환자를 모아 웃음 수업을 했다. “속으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바보 되는 건 아닐까, 따귀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빨리 나왔어요. 한 대장암 환자가 5일 동안 배를 잡고 웃고 나니, 백혈구 면역수치가 2700~2800에서 정상 수치인 5400으로 2배 가까이 높아졌어요. 당시 의사들도 놀랐죠. 다른 병원 의사들과 심리학자들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웃음이 웃음을 부른다


이 소장은 인도의 마단 카타리아 박사를 만나고 ‘한국에 웃음 치료를 뿌리내리겠다’는 생각을 구체화했다. 카타리아 박사는 ‘웃음요가’ 창시자다. 원래 가정의학과 박사였지만 웃음의 효능을 접하고 본업마저 접었다. 1995년 인도 뭄바이에서 동료 4명과 함께 시작한 그의 '웃음클럽'은 현재 세계 72개국 7000여 클럽으로 성장했다.

출처: 조선DB
마단 카타리아 박사와 이요셉 소장.

“일찍이 해외에선 치료에 웃음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만담’ 형식으로 환자를 웃게 했어요. 그런데 만담 스타일은 우리나라 웃음 코드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또 강연 대상이 암 환자라는 점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심각한 상황에서 만담을 하기엔 어렵죠. ‘별안간 웃게 하는 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첨엔 ‘어어 이거 뭐지’ 하며 혼동이 옵니다. 어이가 없어서 웃어요. 그러다 나중에는 옆 사람을 따라 웃고, 결국 모두가 함께 웃습니다. 웃음이 웃음을 만든 것이죠.”


본격적으로 병원에서 웃음 치료를 했지만, 웃음이 당장 밥벌이는 되지 못했다. 3~4년간 봉사활동으로 곳곳에 강연을 다녔다. 머지않아 시기가 따라줬다. 2002년 LG그룹이 ‘펀(fun) 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직원이 회사 생활·업무에서 재미를 느껴야 기업이 큰다는 뜻이었다. LG그룹 임직원은 당시 유일하게 웃음 강연을 하는 이 소장을 초청했다. ‘웃음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이 소장의 경험이 필요하다 본 것이다.


이후 여러 기업과 방송에서 이 소장을 찾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계약직 교사였지만 결혼 후 경단녀가 된 김 소장이 2003년 합류했다. 웃음 스쿨, 웃음 세미나 등 다양한 웃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미국·중국·인도에서도 부부를 찾았다. 웃음을 통해 무너진 자존감과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웃음에서 한 발짝 나아가 심리 상담으로 연결했다. “심리학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우스갯소리 몇 가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만져야 했습니다. 그래야 웃음이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요.” 웃음·연극 치료·여행 등을 접목해 심리 상담을 했다.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오랜 고시 생활로 열등감에 빠진 청년, 이혼소송 중인 부부 등 다양한 이들을 만났다. 두 소장는 함께 2015년 미국 LBU(Louisiana Baptist University) 심리상담학 박사를 땄다. 

출처: 한국웃음연구소 제공
이 소장은 웃음 코칭에 관해, 김 소장은 정체성에 관해 논문을 썼다. 심리상담은 일주일에 한번씩 7주간 한다. 김 소장은 "상처를 치유할 때 트라우마를 찾는 것보다 실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내가 어떤 사람이고 강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웃음 치료의 전성기 이후 또 다른 길


‘웃음’ 시장은 2000년대 후반 들어 위축됐다. 한때 건국대와 명지대 평생교육원에 웃음치료전공까지 생기며 전성기를 누렸다. 기업과 대학, 병원에서 웃음에 관심을 보였다. 웃음 시장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면서 레드오션이 됐다.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엔 한 달에 5000만원을 벌 때도 있었습니다. 하루에 강연만 서너 번씩 다녔고, 웃음 세미나 한 번에 100여명이 몰렸어요. 하지만 웃음 치료를 내건 사람, 단체가 늘면서 이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두 사람은 웃음·심리를 부모·자녀 관계, 돈과 엮어 차별화했다. 최근엔 돈에 대한 심리를 분석한 책 ‘머니패턴’을 내놨다. 20년 동안 강연·상담을 하며 많은 이들이 ‘돈’ 때문에 좌절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돈을 벌고 쓰는 것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버느냐보다 ‘왜 돈이 빠져나갈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저희가 부르는 ‘패턴’은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신념입니다. 돈에 관한 무의식 속 신념, 즉 패턴은 어릴 적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형성됩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돈과의 관계와 흡사해요. 이유는 아버지가 경제적 공급자이기 때문인데요. 만약 주요 수입원이 어머니라면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가 해당합니다.”

이요셉 소장 페이스북

이 소장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예로 들었다. “저희 집은 6남매였고 아버지가 가장이었습니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엔 월급이 적어 부모님이 매일 다퉜어요. 한번은 어머니가 월급이 너무 적다고 타박하니, 아버지가 월급봉투를 창밖으로 던져버렸어요. 제 무의식 속에는 ‘돈이 없으면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죠. 기업 CEO를 만날 때면 분수도 안 맞게 비싼 음식집에 가서 꼭 제가 돈을 내려 했어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버지 상이 가부장적이어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긍정적인 경우를 찾기가 힘든 편입니다.”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사건에 매달려 평생을 괴롭게 산다는 뜻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 속에 잘못된 행동 패턴이 자리 잡지만, 그 패턴을 바로 잡지 못하고 지나간다. 패턴은 왜곡돼 나타나기도 한다. “돈을 벌고 싶지만, 돈 벌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한 상담자의 경우 8세 때 아버지가 백혈병으로 돌아가시면서 ‘우리 집을 네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대요. 상담자는 3남매 중 장녀였죠. 제법 돈을 버는 분인데 돈을 안 써요. 옷도 안사고, 책도 무조건 빌려봐요. 투자는 상상도 못했죠. 그런데 그게 단순히 짠순이어서가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돈을 벌면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의식이 잡혀 있었어요. 버는 것도 쓰는 것도 이 분에게는 스트레스였죠.”   

출처: 한국웃음연구소 홈페이지
해외에서 웃음 치료 특강을 다녔을 때.

두 소장은 상담자들의 어그러진 관점을 바꾸고 정체성을 찾아준다. “서른 살 취업준비생이 찾아온 적이 있는데, 눈에 살기가 가득했습니다. 아버지가 대기업 이사인데 스스로 흙수저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이 자기를 ‘계륵’으로 생각한대요. 필요 없는 자식인데, 낳았으니까 어쩔 수없이 키운대요. 알고 보니 어릴 적 아버지와의 관계가 틀어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상담을 통해 아버지와의 관계를 치유했어요. 지금은 공무원이 돼서 직장생활도 잘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다. “맘에 들지 않는 부정적 패턴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걸음을 내딛는 겁니다. 뇌는 부정적인 생각에 더 활성화됩니다. 부정적인 상상은 하면 할수록 걷잡을 수없이 커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뇌를 속일 수 있어요. 억지로 웃어도 실제 웃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처럼요. ‘난 원래 이래’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놓지 말고, 패턴을 바르게 바꿔야 합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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