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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사태 후…새삼 주목받는 삼성 공격한 그의 첫 행동

장하성이 시작한 한국형 주주행동주의가 20년 지나 꽃피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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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주총 표결에서 밀려나
올 기업 주총서 주주행동주의 위세 떨쳐
스튜어드십 코드, 상법 개정 등 소수 주주 권한 강화 분위기

올 3월26일 한솔그룹의 지주사 한솔홀딩스 주주총회장에서는 작년까지는 보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졌다. 작년의 10배 정도인 100명에 가까운 주주들이 주총장을 가득 메웠다. 소액주주 연대 소속인 이들은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 489명에 대한 위임장을 사측에 제출했다. 소액주주들은 회사 측 직원들을 감시하며 사측이 이를 제대로 입력하는지 확인했다. 주총 전 과정을 페이스북으로 중계하는 주주도 있었다.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은 부결됐지만 이날 주총은 성장한 소액주주들의 힘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한국에 주주행동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란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존에는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했던 주주들이 주총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내 이사 변경, 배당금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3월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것이 주주행동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주주행동주의는 미국에선 1980년대 이미 시작돼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개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최근 2~3년 사이 급속도로 확대·적용됐다. 재계에서는 “올해 화두는 ‘주주행동주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내에 주주행동주의가 꽃피게 된 이유는 뭘까.

/ 게티이미지뱅크

1997년 소액주주 운동으로 시작된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국내 주주행동주의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현 주중대사가 제일 먼저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1997년 3월 당시 장하성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이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박원순 사무처장 등 참여연대 12명과 제일은행 주주총회장에 참석했다. 이들은 제일은행이 부도난 한보그룹에 대규모 불법대출을 해줘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그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소액주주 20명으로부터 14만1471주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아 주총에 참석했다.


1998년에는 삼성전자를 공격했다. 그 해 3월27일 열린 주총에서 삼성전자가 발행한 전환사채가 부당하다며 정관 개정 등을 요구했다. 재계에서는 “교과서에만 있던 소수주주권을 처음으로 현실 세계로 끌어낸 것”이라고 당시의 일을 평가한다.

1998년 3월27일 열린 삼성전자 주총에서 참여연대 장하성 교수가 삼성자동차에 대한 위장출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출처조선DB

장하성 교수는 2006년엔 국내 최초 주주 행동주의 펀드 운용에도 나섰다. 라자드자산운용이 내놓은 한국지배구조펀드의 투자 고문을 맡은 것. 태광산업 대표이사 해임 소송을 내는 등 판을 흔들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주가가 급락하고 펀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손실이 났고 2012년 청산했다.


이후 국내 주주행동주의는 잠잠했다.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개입했지만, 국내 산업을 망치고 경영권을 훼방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2004년 소버린펀드의 SK경영권 공격, 2005년 칼아이칸펀드의 KT&G 경영개입 시도와 함께 “행동주의 펀드는 주가를 흔들어 먹튀하는 ‘기업 사냥꾼’”이라는 오해를 고착화한 것이다. 2016년엔 라임자산운용이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손잡고 ‘라임-서스틴데모크라시’ 사모펀드를 선보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 LG경제연구원 보고서 캡처

불붙은 주주 권리 챙기기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기류가 많이 달라졌다. 소액주주들이 연합해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투자자를 모집해 기업에 큰소리를 치는 행동주의 펀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성부펀드’로 알려진 KCGI다. KCGI는 작년 11월부터 한진칼 지분 10.71%를 인수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했다. KCGI의 강성부 대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면 투자자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투자철학을 강조했다. 비록 한진칼 주총에서는 KCGI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KCGI 펀드는 자금을 모집하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1600억원을 유치하는 등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부활을 암시했다.

2019년 3월27일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이 대한항공 주총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조선DB

행동하는 소액주주도 증가하고 있다. 3월29일 KT주주총회에서는 20여명의 소액주주가 황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황 회장이 각종 비리와 사고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3월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총장에서도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이라는 단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국내 주주행동주의는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확산 속도가 느린 셈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 주주행동주의가 싹텄다. 1985년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설립됐고, 기관투자가협회인 CII도 만들어졌다. 이후 기업 경영에 ‘주주가치’라는 단어가 많이 쓰였고, 기업들은 주주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늘렸다. 일본도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를 도입한 후 주주행동주의가 꽃폈다.

/미래에셋대우리서치센터 제공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득세 이유는?


재계는 “오너 갑질 등 반복되는 오너리스크와 겹치며 한국형 행동주의가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 ‘갑질 청산’과 ‘사회 정의’가 공감대를 이루는 시대적 배경도 있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한국 사회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정의가 구현되는 ‘클린 성장’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점차 강해졌다”며 “이러한 기조가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명분을 확보하며 경영 개입을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득세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행동주의 헤지펀드 관련 데이터 조사업체 액티비스트인사이트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3년 상반기 275개였던 글로벌 주주행동주의 펀드는 작년 상반기 524개로 약 90% 증가했다.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들은 아시아에서의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재벌들이 기업 간 순환출자 구조를 활용해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어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먹잇감이 되기 좋다.

/액티비스트인사이트, 미래에셋대우리서치센터 제공

국내에서 불고 있는 소수주주의 위상 강화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한국형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된 배경이다. 작년 7월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선언했다. 국민연금은 2018년말 기준 약 130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은 다른 기관투자자나 개인 주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주총에서 ‘거수기’ 역할만 했던 국민연금이 나서면서 ‘행동하는 주주’라는 개념에 불을 지핀 것이다.

/조선DB

닌텐도 살린 주주행동주의, 한국에서는 과연


현재 국회에서는 소수주주권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추진하는 다양한 상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또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사모펀드 제도가 개편된 것도 주주행동주의가 꽃피게 된 한 이유다.


주주행동주의는 장단점이 분명하다. 기업의 꼬여 있던 지배구조를 풀고, 전략적 경영을 가능토록 하는 것은 장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의 닌텐도다. 닌텐도는 주력 사업인 콘솔 게임 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지고 모바일 게임으로 고객이 이탈해 2012~2014년 3년 연속 적자가 났다. 하지만 닌텐도는 주 수익원인 콘솔시장을 버릴 수 없어 모바일 게임 출시를 꺼리고 있었다. 갈팡질팡하던 닌텐도를 밀어붙인 건 홍콩계 행동주의 펀드 오아시스 매니지먼트였다. 오아시스 매니지먼트는 2013년 1% 미만의 소수지분을 확보해 주주 자격을 얻고서 닌텐도에 모바일 게임 출시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3차례 보냈다. 결국 닌텐도는 증강현실 전문 게임회사 니안틱과 합작으로 2016년 포켓몬고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고 대박을 쳤다.


반면 주주행동주의가 단기적 시세차익을 노리고 과도한 요구를 하다 보면, 기업의 미래를 해칠 수 있다. 기업을 크게 흔들어 주가를 올리고 시세차익을 보고 손을 터는 소버린, 엘리엇 등의 사례가 그것이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표가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아니라 경영개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단기 시세차익을 내고 떠난다는 것은 문제”라며 “최근 몇 년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경영 개입 성향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차등의결권, 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기”라고 말했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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