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상 등급은.." 우리가 몰랐던 한우의 진실

조회수 2020. 9. 21. 17: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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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어떻게 먹어야 맛있냐고요? 구매팀장이 말하는 한우
한우전문점 창고43 김용석 구매팀장 인터뷰
구제역·AI 발생하면 전국 거래처 뛰어가기도

한우는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가격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 번을 먹더라도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오랜만에 생일이나 기념일, 가족 행사 등을 맞아 식당에 가는 부모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먹는 한우, 어떤 고기를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한우 구매가 직업인 김용석(46) bhc 팀장을 만나 물어봤다. 그는 최근 한우전문점 ‘창고43’의 고기 구매를 총괄하고 있다.


첫 직장은 기아차 계열사…주경야독으로 경력전환


-당신은 누구인가.


“bhc에서 운영하는 브랜드인 한우전문점 창고43과 치킨 프랜차이즈 bhc, 순대국 체인점 큰맘할매순대국, 수입소고기 전문점 그램그램 등의 구매를 총괄하고 있는 구매팀장이다.” (김 팀장이 구매하는 축산물은 하루에 한우 27두, 닭 7만2500마리, 돼지 400마리 분량이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실 난 처음부터 육류 구매 및 물류 전문가는 아니었다. 자동차 부품회사 출신으로 경력을 전환했다.”


-첫 직장은 어디였나.


“기아자동차 계열사인 ‘한일전장’이었다. 와이어 하니스(wire-harness·자동차 내 전선과 회로, 단자 묶음 부품) 부품의 생산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당시는 현대자동차그룹 인수 이전이었고, 기아그룹이 따로 있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고 해서 회사가 어려웠다. 1998년부터 2년 남짓 다니고 BBQ 물류팀으로 이직했다.”


-어떻게 직무를 바꿨나.


“나는 전문대 졸업 후 한일전장에 입사했다. 당시 대리 진급을 할 때 4년제를 나오면 3년이 걸리지만, 전문대 졸업자는 7년이 걸렸다. 학력 차이부터 극복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야간 대학 3학년에 편입했다. 당시 지인들의 권유로 재밌어 보이는 유통경영을 전공했는데, 기회가 닿아 이직했다.”


- 물류팀 생활은 어땠나.


“정말 일만 했다. 아예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전국에 식자재를 공급한다는 일이 방대했다. 재고 관리, 입출고 관리는 물론이고, 일손이 모자라면 기사들과 함께 직접 물건을 나르기도 했다. 정신없이 4년 정도 일했는데, 당시 구매팀에서 물류를 잘 아는 구매팀 직원을 내부공모한다고 해서 부서 이동을 했다. 이후 bhc가 분사 후 매각이 진행돼, bhc 구매팀으로 소속을 옮겼다.”

출처: bhc 제공
김용석 팀장.

“구제역 발생하면 전국 거래처 다니며 읍소하기 바빠”


-2014년 bhc가 창고43을 인수하면서 한우 매입에 뛰어들었는데.


“그렇다. 한우는 기존에 내가 다뤄온 닭하고는 아예 다른 세계였다. 기존의 한우 구매담당과 육(肉)부장(한우 식당이나 정육점 등에서 고기 발골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매장의 단위에서 한우를 다뤘다면, 나는 지점 14곳에 매일 들어가는 물류의 관점에서 한우를 다뤘다. 언제나 맛있는 한우가, 일정한 시기에 일정한 양이 전 지점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기존에는 육부장이 누구냐에 따라 고기의 맛이나 작업 방식이 달랐다. 이를 표준화하는 작업도 했다. 지점마다 고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말이 나오면 안 된다.”


-창고43에서는 어떤 한우 부위가 인기가 좋나.


“전체 고기 매출의 50%가 안심이다. 25% 정도가 등심(설화등심, 꽃등심 등)이다. 나머지 25%는 다양한 부위를 섞어주는 모듬구이다.”


-맛있게 굽는 요령이 있나.


“높은 온도로 순간적으로 고기 겉면을 익혀 육즙 손실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1+ 등급 이상 한우는 두꺼운 것이 좋고, 저등급 한우는 두께를 얇게 하여 식감을 살리는 것이 좋다. 안창살, 토시살, 갈비, 제비추리 등은 숯불 직화구이를, 등심이나 안심, 채끝, 치마살 등은 철판이나 돌판 구이를 권한다.”


-한우와 같이 구워먹으면 맛있는 음식은.


“사람마다 기호 차이가 있으나, 요즘에는 치즈나 양송이버섯을 함께 구워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하면서 위기가 있다면.


“구제역은 언제나 위기다. 예컨대 4월 1일 0시부터 구제역 때문에 우리 거래처가 있는 지역에 일시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진다고 치자.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지면 소와 돼지 등은 이동이 금지되고, 차량도 들어갈 수 없다. 그러면 그 시간 직전까지 어떻게든 고기를 구해야 한다. 갑자기 일시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사전에 예측을 해서 움직이기도 한다. 이동중지 시간 이전에 고기를 가져오거나, 아니면 다른 지역 농장에서 구해야 한다. 꼭 고기 구해달라는 부탁 전화를 하루에 수십 통씩 할 때도 있다. 닭은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있다.”


-닭과 소고기의 매입은 어떤 차이가 있나.


“수급 차원에서 보면, 계육은 오전 9시 이전에 전국 수급이 결정돼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새벽 중에 도계된 닭이 어디로 판매될지가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아침에 닭이 모자란다고 하면 바로 충주나 상주, 논산, 보령, 김제 등에 있는 도계장으로 바로 차를 몰고 간다. 가면서 통화하고, 도착해서 우리에게 물량을 더 달라고 부탁한다.


소는 닭에 비하면 수급이 그래도 안정적이다. 또한 창고43에서는 고기를 15일간 저온숙성하기 때문에, 이 기간을 활용해 재고의 물량을 관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제역이 터지면 그 모든 재고관리 기법이 무용지물이다. 그냥 위기다.”

/bhc 제공

시식도 해…마트 가면 ‘제조공장’ 꼭 확인 습관도


-팀에 구매담당 직원이 몇 명 있나.


“나를 포함해 6명 있다. 매출 비중이 큰 bhc 치킨용 계육 전담 직원이 1명 있고, 나머지 4명의 팀원은 수입육 전문점 그램그램과 한우전문점 창고43, 순대국 체인 큰맘할매순대국 일을 맡는다. 포장 용품만 담당하는 직원도 1명 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일단 전 매장에 재고와 식자재, 고기 수급 상황부터 챙긴다. 이후에는 매장 수급 상황을 체크하고, 매일 10개 정도 미팅을 한다. 협력업체나 내부 부서간 회의다. 이건 일상이고, 고기 수급이 안 될 때는 정신없다.”


-시식도 하나.


“나는 양질의 고기를 최적의 시간에 적당한 가격으로 확보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다. 시식은 가끔 하지만 내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간단히 시식을 하고 사내 연구소에 정밀 평가를 의뢰한다.”


-직업병이 있다면.


“식당이나 마트에 가면, 이걸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나 확인한다. 특히 간편가정식(HMR)인 경우에는 실제 실제 제조를 한 공장을 확인하여 회사상태나 시식등을 해본후 예비 거래선으로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회식을 할 때는 맛을 보고 나서 토론을 한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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