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설렁탕 한 그릇에 만족한 사람들을 봤던 소년이 이렇게 컸습니다

조회수 2020. 9. 21. 17: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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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촌설렁탕 운영 이연 FnC 정보연 대표 인터뷰
한촌설렁탕 운영 이연 FnC 정보연 대표
15분 지난 음식은 모두 폐기
“오래 기다린 손님 다시 와도 불편한 손님은 다시 안 와”

어머니는 1982년에 부천에서 조그만 설렁탕집을 차렸다. 중학교를 다닐 때였다. 학교 수업이 일찍 끝난 날이었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설렁탕집으로 갔다. 테이블이 4개 정도 있는 작은 곳이었다. 자리가 좁아 앉아 먹는 사람보다 서서 먹는 사람이 많았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불평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설렁탕 한 그릇을 먹고 포만감에 잘 먹었다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신기했다. 그때 생각했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밥집을 운영해야겠다.”


어머니의 설렁탕집은 부천에서 이름난 맛집 ‘감미옥’이다. 그 학생은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설렁탕 프랜차이즈 ‘한촌설렁탕’을 만들었다. 정보연(48) 이연 FnC 대표를 만나 가맹점주에게 인기 있는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이연 FnC는 2011년 한촌설렁탕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85개 매장을 냈다. 

출처: 사진 이연 FnC 제공
정보연 이연 FnC 대표

-한촌설렁탕은 언제 시작했나.


“1996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오래전 꿈이 생각났다. 1998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한촌설렁탕을 열었다. 어머니가 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자라서 설렁탕을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도 자신의 맛에 대해 자신감이 있어서인지 아들이 고생할까 걱정하셨지 장사하다 망할 거라는 걱정은 안 하셨다.


그 당시 IMF 외환위기로 실업자가 많았다.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던 사람들 상당수가 외식업 창업을 했다. 어머니도 외식업 창업이 직장생활보다 오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감미옥 기사(왼쪽)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연 한촌설렁탕 1호점

-매장 운영이나 영업은 어떻게 했나.


“외환위기로 전체적인 경기는 좋지 않았다. 지역 장사를 해야 하니 일단 홍보 방법부터 생각했다. 택시 기사가 찾는 곳은 맛집으로 소문나니 택시 기사들이 몰리는 곳을 물색했다. 강남구에 가스 충전소가 4곳이 있었다. 아침 7시에 충전소를 방문해 할인 티켓을 뿌리고 이후에는 전철역에서 가게 홍보를 했다. 그렇게 6개월을 하고 나서 보니 매달 3~5% 정도씩은 매상이 올랐다. 3년이 지나니 3배 이상 성장해 있었다.


처음 문을 열면서 배운 게 있었다. 오래 기다린 손님은 다음에 또 오지만 불편한 게 있었던 손님은 다시 찾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손님이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반찬이랑 탕을 미리 담아두었다. 담아둔 음식의 보존 시간은 15분이었다. 그릇에 담아 15분이 넘은 반찬을 손님에게 내주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이미 맛도 변해 있다.”


-프랜차이즈는 언제 생각했나.


“처음부터 프랜차이즈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처음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이 많다 보니 2호점을 차렸다. 점점 직영점이 늘어나다 보니 생각할 일이 많아졌다. 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자기 가게를 차려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 프랜차이즈로 가기로 했다.”

2008년 건립한 음성 한촌설렁탕 공장

-프랜차이즈는 지점마다 맛이 비슷해야 한다. 어떻게 해결했나.


“지점마다 맛이 다른데 같은 브랜드를 사용할 순 없다. 그래서 설렁탕의 기본인 탕을 일괄로 공급할 수 있는 탕 공장을 알아봤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우리 맛을 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시작 전 탕 공장부터 만들었다. 2006년에 법인 설립을 하고, 탕 공장은 2008년에 건설했다. 이후 직영점에만 납품하다 2011년부터 프랜차이즈를 내기 시작했다.”


-한촌설렁탕 가맹점 운영 방법에 대해 알려달라.


“직접 매장을 운영하면서 생각한 것이 있다. 우선 점주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겠다는 비전이 있어야 했다. 또 직접 요리를 하는 기능직 여사님들에게는 복지가 중요했다. 아르바이트생은 재미를 원했다.


점주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매출이 늘어나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매달 점주 교육을 하면서 우수 지점 사례를 발표한다. 매달 점주 교육을 하는 프랜차이즈는 한촌설렁탕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점주들과 함께 해외 워크숍도 간 적도 있다.”

한촌설렁탕 가맹점주들이 모여 교육을 받고 있다.

-점주들에게는 우수사례 교육이 강압으로 느껴지지는 않을까.


“점주들은 가장 큰 목표가 이익을 늘리는 거다. 그런 방법을 알려주는 걸 강압이라고 느낄 사람은 없다. 보통 프랜차이즈는 매뉴얼이라는 지침서를 만들고 그걸 강요한다. 우리의 매뉴얼은 장사를 잘하는 기준서다. 그걸 점주들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수익이 안 좋은 매장은 상생 프로그램으로 지원도 해준다. 매출이 하락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본사에 정보분석팀도 뒀다. 매출이 하락한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도 마련해준다.”


-한촌설렁탕 가맹점주를 하기 위한 자격요건이 있나.


“가맹점을 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우선 가맹점 3~5곳을 돌아보고 느낀 점을 말하라고 한다. 그걸 보고 담당자 면접, 본부장 면접, 대표 면접 등 3단계 면접을 보고 가맹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면접을 볼 때는 얼마나 각오를 했는지를 본다. 그냥 편하게 돈 벌려는 사람에게 우리 브랜드를 사용하게 하지는 않는다.


가맹점을 돌라는 것은 그곳의 맛을 보고 오라는 게 아니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 설명회를 하면서 매장만 열면 한 달에 10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한다. 본사 말을 듣지 말고 실제 가맹점 말을 들어보라는 의미다. 본사와 가맹점의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서 실제 작동하는 가맹점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이연 FnC 일본 워크샵 기념사진

-본사 직원 복지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인 기업 철학이 궁금하다.


“사업이 일을 벌이는 것이라면 기업은 사람을 모으는 게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우수한 인재를 모아서 일을 벌이고 싶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체계적인 복지는 제공하기 어렵다. 그래서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첫째는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휴식의 미덕이다. 더 채우려고 해도 가득 차 있으면 더 채울 수 없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비울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연가 사용은 최소 일주일 이상 쉴 수 있도록 장기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5년마다 휴가비를 주는 리프레시 휴가도 준다.


또 다른 하나는 성장이다. 중소기업에 입사해 주어진 업무만 해서는 역량이 크게 늘지 않는다. 훈련과 함께 교육도 필수다. 외부 교육을 받기 위해 사무실을 비우는 것도 자유롭다. 최근에는 6개월 과정 300만원짜리 교육을 받으면서 일주일에 하루씩 자리를 비우는 직원도 있었다. 성장계획서를 모두 발표한다.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는지를 내부에 자랑하고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계획인지를 공유하는 자리다. 중소기업에서 일하지만 모두가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충북 오송에 건설 중인 이연 FnC 공장 조감도

-충청북도 오송에 대규모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어떤 공장인가.


“기존 공장은 매장에서 필요한 탕을 냉장해 프랜차이즈 매장에 공급했다. 지금 오송에 건설하는 공장은 가정용 냉동 간편식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연 매출 260억원인 기업이 250억원을 들여 미래를 위해 투자한 거다.


위생과 품질은 기본이다. 여기에 멋진 인테리어를 갖췄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많은 프랜차이즈가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까.


“프랜차이즈 갑질의 본질은 본사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가맹점을 희생시키는 거다. 프랜차이즈를 하기 전 직접 매장을 운영했다고 해도 이미 한참 시간이 지났다. 지금 매장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알지 못한 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좋다. 지금 잘 나가는 메뉴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고 그 반대도 알 수 있다. 지금도 처음 매장을 열었던 곳 근처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서 외식 트렌드의 변화도 익히고, 신규 고객을 만드는 방법도 연구한다.”

한촌설렁탕 역삼점 내부 모습

-앞으로 프랜차이즈 매장은 어떻게 가야하나.


“지금까지 프랜차이즈는 어딜 가더라도 같은 메뉴에 같은 맛이 나왔다. 운영하는 사람이 다른데 같은 맛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나. 매장별로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을 개발해야 한다. 70% 정도는 통일하고 30% 정도는 매장별로 고유한 메뉴를 판매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매장별로 만든 개성을 본사의 자원으로 가져가야 본사의 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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