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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떼처럼 몰려든 취재진..극찬 쏟아진 한국 방송작가의 아이디어

조회수 2020. 9. 21. 17: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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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만났던 그 물건, 어느 쇼핑몰서도 못 찾아 직접 이 앱 만들었죠"
해외쇼핑앱 ‘셀러문’ 개발한 노한나 퍼니펍 대표
해외 거주자·여행자와 소비자 연결 플랫폼
“전 세계 숨은 보물 담는 보물상자로 키울 것”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물건을 만나는 것이다. 이런 물건은 귀국 후 다시 구매하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하다. 아마존 등 쇼핑사이트에 상품이 올라오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배송대행 업체를 이용하려고 해도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결국 지인의 지인을 총동원해 해당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이나, 여행자에게 물건 구입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편함을 개선할 방법이 없을까.


이를 해결하려고 나선 사람이 있다. 노한나(37) 퍼니펍 대표다. 그는 해외 거주자나 해외 여행자를 소비자와 연결해,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해외 쇼핑앱 ‘셀러문’을 개발했다. 3월21일 서울 강남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에서 만난 노 대표는 사업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본 여행 중 들른 한 문구 전문점에서 예쁜 노트를 발견했어요. 제가 팬시덕후거든요. 한국에 돌아와 그 노트를 다시 사려고 여기저기 뒤져보는데 도무지 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플랫폼 중개로 이 문제를 풀어보면 어떨까’라고 한 생각이 창업의 시작이 됐죠.”

출처: jobsN
노한나 대표.

방송작가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로 변신


노 대표는 방송 구성작가 출신이다. 2006년 한 지자체에서 진행한 관광분야 아이디어 공모전에 당선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로 지방 케이블방송사가 주변 곳곳에 숨겨진 역사적 장소를 재조명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노 대표는 그 프로그램을 맡으며 작가의 길을 걸었다. “시나리오도 공모하고, 신춘문예에도 출품하며 꿈을 키우다 방송 작가가 됐습니다. 성공한 리더들과 대담하는 프로그램, 프랜차이즈를 분석하는 다큐멘터리, 명인들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그는 “작가라는 직업에 만족하며 살았다”며 “한 달에 10일만 바짝 일해 마감을 맞추면, 20일은 시간이 나서 여행을 다녔고, 소설이나 시나리오 습작 시간도 가졌다”고 했다. 팬시류를 좋아하던 노 대표는 일본 여행을 자주 갔다. “여행을 다니면서 고민 아닌 고민이 생겼죠.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다양하고 특별한 물건을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순 없을까’, ‘여행을 하면서 경비를 절약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것들요.”

출처: jobsN
셀러문 앱 화면.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노 대표는 셀러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해외 현지에 사는 사람이나 해외를 여행하는 여행자를 한국에 있는 소비자와 연결해, 현장이 아니면 못 사는 물건들을 대신 구입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원하는 물건을 구하고, 판매자는 물건을 팔아 차익을 여행 경비에 보탤 수 있다. 노 대표는 “작가로 활동하며 알게 된 한 기업 CEO에게 이런 아이디어를 이야기했고, 그 분 추천으로 2015년에 스마트벤처창업학교에 들어가 스타트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출처: jobsN
노한나 대표.

MWC에서 호평받으며 본격 사업 시작


노 대표는 스마트벤처창업학교에서 10개월간 창업의 기초부터 실전까지 배웠다. 그는 “낮에는 프리랜서 작가 일을 하고, 밤에는 개발자와 토의하며 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비스명은 ‘셀러가 되는 문을 열어주겠다’는 뜻으로 셀러문이라고 지었다.


2016년 2월 노 대표는 스마트벤처창업학교 지원으로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에 참가했다. 베타 버전을 들고 참가한 이 전시회에서 그는 “예상 밖의 호평을 받았다”고 했다. “너무 놀랐어요. 러시아 투자자,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장 등이 우리 부스를 찾아 ‘쇼핑계의 에어비앤비’라고 추켜세웠죠. 그때까지만 해도 이 서비스가 시장에 먹힐지 반신반의했거든요. 전시회 후 삼성벤처투자로부터 1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작가일을 접고 스타트업에 올인하게 됐습니다.”

출처: 셀러문 제공
2016년 MWC 셀러문 부스에 관람객과 취재진들이 몰린 모습.
출처: 셀러문 제공
셀러문을 통해 거래된 물품들. 왼쪽부터 프랑스 파리 몽생미셸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메모지, 오르셰 미술관에서 판매하는 스케치 노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만 구할 수 있는 노트.

셀러문은 2016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 거래는 일본의 한 문구 전문점에 있는 이탈리아제 명품 노트였다. 아마존 등 해외 쇼핑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도 찾지 못한 물건을 셀러문을 통해 구하게 된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일본의 한 백화점에 입점한 특정 제과점의 과자를 구해달라는 고객도 있었고, 프랑스 파리의 작은 마을에 있는 그림 수첩을 찾는 고객도 있었다. 노 대표는 “고객들이 ‘너무 사고 싶었지만 구할 수 없던 것을 드디어 살 수 있다’며 고마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셀러문에는 전 세계 스타벅스 텀블러, 해외 시골 마을에서만 구할 수 있는 수첩, 각양각색의 생활용품 등 8000개 정도의 유니크한 물건이 올라와 있다”고 했다.


“단순 상품 거래가 아닌,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


셀러문에 상품 정가는 없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동의하면 가격이 형성된다. 셀러문을 통한 모든 거래가 단순 물건 거래가 아닌, 취향과 가치를 공유하는 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노 대표는 “앞으로 10년은 지속 성장할 자신이 있다”며 “현지가 아니면 어디서도 못 구하는 물건에 대한 수요가 비교적 탄탄하다”고 했다.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노 대표는 “여행을 가서 고객이 요청한 물건을 구매한 셀러들은 상품 1개라도 관세를 내고 들어오도록 안내한다”며 “현지 거주인이 상품을 보낼 경우엔 개인통관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다”고 했다. 그는 또 “혹시라도 셀러가 몰래 무관세로 물건을 들여올까봐 여행자 셀러의 비중은 줄이고, 현지 거주인 셀러 비중을 높였다”고 했다.


셀러문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다. 하루 거래 건수가 수백건 수준이고 연간 거래액은 아직 10억원에 못 미친다. 하지만 노 대표는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기업들과의 협업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직접 수입대행업에 진출할 계획도 있습니다. 셀러문을 통해 고객들이 상품만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 당시의 경험을 공유하는 희열감을 맛보길 원합니다. 셀러문을 세계 곳곳에 숨은 보물이 담긴 보물상자로 키울 겁니다.”


글 jobsN 김성민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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