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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억울해서 포기 대신 빚 50억 떠안은 남자, 10년 후..

조회수 2020. 9. 21. 17: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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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연구원➝사업 실패 후 재기➝연쇄 창업가로 재기한 사연은
더웨이브톡 김영덕 대표
식품 박테리아 감지 솔루션 개발⋯측정 시간 8분의 1로 단축
네이버⋅엘비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
“정수기에 박테리아 감지 센서 보급하는 것이 목표”

“억울했어요. 누구 때문에 억울한 게 아니라 그동안 쌓은 시간이 억울해서라도 이대로는 그만둘 수가 없었죠.”


박테리아 검출 센서를 만드는 더웨이브톡 김영덕(51) 대표가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나와 도전한 첫 번째 창업에서 위기에 맞닥뜨린 뒤 들었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연구원 재직시절부터 몰두해 온 리튬이온2차전지를 사업화한 뒤 14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여곡절 끝에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 이후 더웨이브톡이라는 박테리아 검출 센서 제조 업체를 창업해 이끌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연쇄창업을 이어간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더웨이브톡 제공
더웨이브톡 김영덕 대표.

대기업 연구원 그만두고 첫 번째 창업 후 50억 빚 떠안은 사연


김 대표는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학구파 김 대표는 졸업 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명문 사립대 리하이대학교에서 비지팅 스콜라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전공 지식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1995년 LG화학 기술연구원으로 사회생활 첫발을 내딛었다. 이곳에서 당시 차세대 사업으로 주목받던 리튬이온2차전지를 개발하는 팀에 합류해 리튬전지 개발을 성공시킨 주역이 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보조배터리 등에 사용된다.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다 비즈니스 아이템을 얻게 된 김 대표는 계획에 없던 창업에 돌입했다. 연구원 동료 두 명과 공동 창업을 했다.


“당시만 해도 배터리라고 하면 네모 모양이나 원통형을 떠올리던 때였어요. 연구원에서 본사로 발령을 받아 나와 다양한 업체들을 만나면서 더 작고 강력한 다른 모양의 배터리를 고민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배터리가 동그랗거나 별 모양이라면 어떨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연구소에 이런 아이디어를 제안했더니 연구소장님이 ‘이건 대기업이 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수긍이 가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한번 이 사업을 해보자 싶었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창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국파워셀 (현 루트제이드)라는 회사를 차렸다. 초기에는 일이 술술 풀렸다. 2003년 세계최대 가전박람회인 CES에서 빌 게이츠 당시 MS 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스와치(Swatch), 파슬(Fossil) 등 시계업체들과 협력해 만든 스마트워치 콘셉의 제품을 선보였다. 김 대표가 창업한 회사는 이 프로젝트에 합류, 스와치와 파슬에 배터리를 납품하게 됐다. 사업 초반부터 성공 가도를 쌩쌩 달리는가 싶더니 MS가 2008년 사업을 중단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창업 초기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다 2009년 공동창업자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대표이사(CEO)를 맡았어요.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회사는 빚만 50억원 정도였어요. 투자사도 지분을 버리고 떠날 때 CEO를 맡기로 한 겁니다. 당시 회사에 투자했던 창투사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용기와 만용은 구분하라’고. 회사를 내가 운영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CEO를 맡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지금까지 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해본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후회 없이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고 도전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7년 연속 흑자를 냈고 2014년 7월 말 성공적인 엑시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더웨이브톡 제공
직원들과 함께 한 김영덕 대표.

식품산업 성장 가능성 보고 제2 창업 도전


죽어가던 회사를 살려낸 김 대표는 다시 사업에 뛰어들 생각이 없었다. 벤처캐피털리스트(VC), 엑셀러레이터를 하면서 창업가들의 조력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엑시트에 성공한 후 잠시 엑셀러레이터 업무를 하던 중 만난 첫 번째 투자검토 대상이 김 대표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박용근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와의 만남이 시작이었다.


“박 교수님의 뛰어난 역량에 대해선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푸드 산업에 대해선 문외한이었어요. 유사이래 가장 큰 규모인 푸드 사업이었는데 말이죠. 박 교수님이 개발한 기술을 검토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중독에 중독되는 사람이 매년 4800만명에 달하는데 그 원인이 박테리아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UN에서도 인류가 멸망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로 박테리아를 들고 있습니다. 2050년이 되면 매년 박테리아 감염으로 죽는 사람이 1000만명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도 내놓았죠. 가장 큰 규모의 사업 분야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는 셈이죠. 박 교수님과 공동창업을 결심하고 이번에는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돼보자 마음먹었습니다.”


김 대표는 박 교수와 공동으로 2016년 7월 ‘더웨이브톡’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박테리아 검사 방식의 혁신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48시간 이상 걸리던 기존 검사 시간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주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2018년 특허청에서 선정한 올해의 특허에 선정됐고 2017년 프랑스에서 열린 헬로우투머로우라는 스타트업 경쟁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 세계 3000개 기업 중 푸드테크놀로지 기업 ‘톱7’에 선정됐다.


“박테리아를 검사하기 위해서는 박테리아 수를 세어야 하는데요.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배양법이라는 방식으로 박테리아 수를 세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방식을 통해 박테리아 수를 세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박테리아 수를 빠르게 셀 수 있는 레이저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레이저를 이용해 박테리아를 측정하는 기술은 100년 전부터 있던 기술입니다. 하지만 단위 미리미터당 백만마리 정도만 측정할 수 있다는 한계 때문에 실생활에서 필요한 수준의 검사에는 활용할 수 없었죠. 우리는 레이저 측정 기술을 기존 천배 이상으로 정밀하게 만든 것입니다.” 

출처: 더웨이브톡 제공
더웨이브톡 김영덕 대표.

“정수기에 박테리아 감지 센서 장착이 목표”


더웨이트톡은 기존 레이저를 활용한 박테리아 측정 기술의 정밀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눈여겨보고 있다. 네이버, 엘비인베스트먼트, 에스텍파마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사업 초기이지만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도 높다. 펩시, 네슬레, 다농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롯데, 농심, 아모레퍼시픽 등과 사업 제휴를 모색 중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고대 구로병원, 강남 성모병원 등 병원들과 협업도 논의 중이다. 지금까지 발주금액은 1억5000만원선. 연내 발주 규모를 50억원대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더웨이브톡은 1단계로 물, 음료수, 주스, 화장품, 의약품 등의 액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박테리아 측정 기술 개발에 올인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정수기에 박테리아 측정 센서를 장착하는 것이 목표다. “통상 물이나 화장품, 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정에서 박테리아를 검사하는 데 48시간 정도 걸립니다. 현재 우리 기술로 이것을 3~6시간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기업은 박테리아 검사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이득이고 소비자는 더 안전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어 이득입니다. 장기적으로 곳곳에 놓인 정수기에 우리 센서를 탑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나온 정수기 어디에도 박테리아 감지 센서가 없습니다. 물속에 있는 투명한 박테리아를 측정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실현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궁극적으로 액체뿐 아니라 공기 중에 있는 박테리아도 간단한 방식으로 빠르게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더웨이브톡 직원 수는 현재 21명. 경험 있는 연쇄 창업자에서부터 LG, 롯데 등 대기업 출신들까지 인재들이 의기투합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김 대표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업을 두려워할 것은 아니지만, 준비 없이 뛰어드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혼자 하려고 하기보다는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해요. 처음부터 훌륭한 회사를 만들어야지라는 생각보다 좋은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고 시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미국의 성공한 창업자들의 평균 창업 횟수가 2~3회라고 해요. 적어도 두 번까지는 실패를 했다는 얘기죠.”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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