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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이 되고, 유학파들 제치고…지금의 날 만든 건 ‘걸레질’”

“날 키운 건 허드렛일” 포시즌스 한국인 총주방장의 이유있는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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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스서울 이재영 총주방장
토종 출신으로 인턴부터 거쳐

럭셔리 호텔의 대명사로 꼽히는 포시즌스호텔은 전 세계에 106곳의 체인 호텔(리조트 포함)이 있다. 주방의 꽃으로 불리는 ‘총주방장’에는 그동안 한국인이 없었다. 이재영(43) 총주방장이 최초다. 포시즌스서울 오픈 멤버인 그는 2017년 부총주방장에서 총주방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유학파도 아니고, 해외 경험도 별로 없었다. 군 복무 당시 조리병으로 근무한 인연으로, 요리학교를 다니고 또 호텔에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하지만 호텔업계에서는 레전드로 꼽힌다. 파크하얏트서울 재직 당시 서울 청담동의 브런치 문화를 주도했고,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는 500인분의 연회를 이틀 만에 준비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jobsN은 3월 11일 서울 내수동 포시즌스서울에서 이 총주방장을 만나봤다. 그는 “반드시 성공해야 했기 때문에 더 절박하게 일에 전념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실습생 60명 중 2명만 정규직 합격…비결은 ‘걸레질’


-셰프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군 복무 중 조리병으로 일하면서, 요리 쪽으로 진로를 키워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요리학교(서라벌대)를 졸업하고 실습생부터 시작했다.”


-첫 직장은 어디였나.


“리츠칼튼서울(현 르메르디앙서울) 호텔이다. 1999년 60명이 동시에 실습생으로 들어갔다. 2개월 실습 후 인턴 2명이 추려졌고, 그 중 1명이 나다. 인턴 1년 후 정직원 전환되는 조건이었다.”


-정규직이 된 이유는 뭐였나.


“걸레질이었다. 다른 실습생들은 이전에 해외 레스토랑 근무 경력이나 유학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하찮은 일’은 나서지 않았다. 나는 주방에서 거의 먹고 자다시피 하면서 청소와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그 점이 선배들에게 좋게 보인 것 같다.”


-특급호텔의 셰프를 허드렛일 등으로 판단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호텔 셰프를 한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요리 실력이 있다. 내 실습생 동기들만 해도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유학파가 많았다. 하지만 선배 셰프들은 호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기본기 외에 누가 열의가 있고 누가 잠재력이 있는지 본다. 나는 근성으로 승부했다. 여기서 살아남아야겠다, 꼭 성공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다른 실습생들이 요리 만들고 나서 사진 찍을 때 나는 걸레질 한 번 더 하고 부엌을 청소했다. 실습하는 2개월 동안 매일 테판야키(철판요리)에 쓰는 철판을 수세미로 닦은 기억이 난다.” 

/jobsN

-인턴 때는 뭘 배웠나.


“2명 인턴이 추려지자 일을 알려주더라. 일식당에서 야채 다듬고 재료를 손질하는 것부터, 메뉴 해석까지 다양하게 배웠다. 이후 6년 더 리츠칼튼에서 근무하고 이직했다. 일식, 양식, 연회 등을 담당했다.”


각국 정상 만찬 이틀 전 내려온 “한식으로 바꾸라”는 지시


-2005년 파크하얏트서울로 이직했는데.


“경력 공채에 응시했다. 리츠칼튼의 일이 손에 익자, 어느 순간 하루 일과가 매일매일 비슷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자 이직을 결심했다. 파크하얏트에서는 외국인 총주방장과 처음으로 일하는 것이 힘들었다. 초대형 호텔인 리츠칼튼서울과 달리 파크하얏트서울은 규모가 작은 럭셔리 호텔이다. 평소에 마주칠 일이 없던 총주방장과 실시간으로 협업을 해야 한다. 영어도 이때 많이 배웠다.


그 중에서 식재료가 신기했다. 송로버섯이나 프레시트러플 등 당시에는 많이 쓰지 않던 고가의 식재료를 팍팍 쓰라고 하더라. 그 덕분에 외국 정상 만찬 등도 준비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업적을 꼽자면.


“2009년부터 ‘주방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2010년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과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일부 외국 정상의 식사를 맡았다. 2006년에는 파크하얏트서울에서 호텔 브런치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청담동 인근에 브런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젊은 이탈리아 셰프가 내게 ‘유럽에서는 브런치가 유행인데 한국식으로 해석해 보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2008년에는 팥빙수를 고급스럽게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타 호텔에서 주방장들이 벤치마킹을 오기도 했다.”


-위기는 없었나.


“많았다. 해외 정상 등 VIP 고객을 위한 연회는 매사가 다 위기라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 2014년 12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파크하얏트부산에서 근무했는데, 각국 정상과 영부인, 기업 총수들이 참가하는 500명짜리 전체 만찬을 수주했다. 그 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준비했다. 양식 코스로 한국의 얼을 담아 코스를 짰다. 그런데 행사 이틀 전에 ‘한식으로 바꾸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어떻게 했나.


“내가 여기서 해내지 못하면, 타 대형 호텔에서 바로 이 행사를 채갈 것 같았다. 무조건 해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영덕 대게를 활용한 샐러드, 한우 떡갈비 등으로 모던한 한식 메뉴를 준비했다.”

/jobsN

“요즘 손님은 셰프보다 트렌드를 더 잘 안다”


-총주방장을 2년간 해보니 어떤가.


“최근 2년 동안 서울의 외식문화가 이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느낀다. 손님이 현직 셰프보다 외식 트렌드를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경험을 한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외국인 손님들이 ‘홍콩 포시즌스호텔의 중식당 룽킹힌과 중식 맛이 다르다’면서 항의를 하면 진땀이 날 때가 있다.(포시즌스홍콩의 중식당 룽킹힌은 딤섬으로 유명한 곳으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유명 호텔이다. 예약에 몇 달이 걸린다. 포시즌스서울은 중식당 유유안에서 1스타를 받았다.)


서울에서 할랄 음식을 찾는 아랍 고객도 늘었다. 건강식으로 생각하는 고객도 있고, ‘원래 이 맛이 아니지 않느냐’는 아랍 부호 손님도 있었다. 최상급의 요리와 서비스를 원하는 손님들을 모시기 위해 늘 고민이 많다.”


-총주방장으로 일하면서 후회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식재료 한계가 아쉽다. 홍콩을 예로 들어 보자. 홍콩에서는 중국요리에 쓸 수 있는 모든 재료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소스나 허브 등 일부 식재료가 한국 법규에 따라 수입이 불가능할 때가 있다. 최선을 다해 국내에서 가능한 향신료나 재료를 쓰지만, 그래도 부채의식이 있다.


뷔페의 경우에는 1~2개월마다 오는 분들에게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고민이다. 메뉴는 연간 4회 세팅을 한다. 최대한 다양성을 주려고 하지만, 자주 와 주는 단골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


-외국인 셰프와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이곳에는 일본, 홍콩,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요리사가 있다. 자국 요리에는 자부심이 매우 강한 전문가들이다. 국가별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도 다르다. 일본이나 홍콩 셰프는 과묵한 편이고, 주로 이메일로 정중하게 애로사항이나 건의를 전해온다. 서양 셰프들은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한다. 또한 외국 셰프들은 내가 직급은 높지만, 토론할 때는 동등한 위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을 잘 헤아려서 잘 협업하고 있다.”


-한식과 중식, 일식, 양식 등을 넘나들면서 일할 수 있는 비결은.


“시간 날 때마다 해외에 간다. 중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 가서 현지 유명 레스토랑에서 많이 먹어본다. ‘이 메뉴는 본토에서 이런 맛이구나’ 하는 감을 느끼고는 꾸준히 요리해 본다.”


-기억에 남는 해외 레스토랑이 있다면.


“프랑스에서 가본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이 있다. 식재료를 프랑스 내 유명 산지별 계약 농가에서 가져오더라. 식재료 전체를 최고급으로 쓰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

/jobsN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양식 기반의 모던 한식이다. 가령 복날이라면, 양식 느낌으로 재해석한 삼계탕이 있다. 그 외에 양식 느낌을 살린 장어 요리, 문어 요리, 전복갈비찜 등도 자신 있다.”


-당신과 같은 길을 가려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요리 스킬은 기본이다. 그보다 긍정적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 셰프가 된 뒤에도 다양하게 배울 것이 많다. 또한 영어를 열심히 해야 한다. 나 역시 틈틈이 외국인 셰프와 말을 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못 알아듣더라도 다가가야 한다.”


-향후 계획은.


“내년 중 포시즌스는 해외에 2개 호텔을 오픈한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 지점으로 옮겨 한국인 셰프의 음식 세계를 알리고 싶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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