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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치과’·‘양심 치과의’라는 말이 너무 싫은 치과의사입니다

"양심 치과의사라는 말은 듣기 싫지만, 과잉 치료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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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양심 치과’라는 단어가 싫어요.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면서도 과잉 치료를 하는 치과의사가 있어요. 그렇다고 그들을 양심이 없다고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들 학교 다닐 때 밥먹듯이 공부한 사람들입니다. 지금도 치과의사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나온 15년차 치과의사 김동오(44) 소명치과 원장. 그는 과잉 치료의 문제점을 가감없이 지적하는 치과계의 ‘이단아’다. 지난 2월 과잉 치료의 문제점을 지적한 ‘치과의사도 모르는 진짜 치과 이야기’를 펴냈다. 교정이나 치료를 위해 치아를 뽑는 발치를 ‘장기 적출’이라고 표현하는 그. 웬만하면 그냥 치아를 두라고 말하는 김 원장의 진료 철학을 들어봤다.

김동오 소명치과 원장.

출처jobsN

-간단한 이력을 소개해 달라.


“1994년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에 입학했다. 일반 대학의 3학년에 해당하는 본과 2학년 때 교합학에 흥미를 느꼈다. 교합학은 위턱과 아래턱, 윗니와 아랫니가 만나는 관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교합학은 학점 비중이 낮은 과목이었다. 나는 이 수업이 재미있어서 제일 열심히 공부했다. 기초생리학·병리학 등 다른 과목보다 성적이 더 좋았다.


치과대학에는 8~9개 분과가 있다. 치아교정·인공보철물·치과방사선 등 전문 분야가 있다. 치대를 나오면 다른 의사와 마찬가지로 3~4년 정도 수련의 생활을 한다. 수련의 제도란 의료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일정 기간 한 병원에서 경험을 쌓는 제도다. 나는 서울삼성병원 교정과에 지원했지만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떨어졌다.


삼성병원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뒤 다른 병원에 지원하지 않았다. 수련의 생활을 안 해도 치과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졸업 후 공중보건의사로 지원했다. 공중보건의사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농어촌 등 의료 서비스가 취약한 지역 보건소에서 일하는 의사를 말한다. 4주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년 동안 전라남도에서 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진료했다. 이후 서울에서 1년 6개월 동안 월급을 받고 일하는 ‘페이 닥터’(pay doctor)로 근무했다. 2005년 치과를 차려서 지금까지 개원의로 일하고 있다.”


-치과의사를 꿈꾼 계기는.


“컴퓨터 출시 초창기였던 19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다. 컴퓨터가 좋아서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수학과 과학에 소질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공대를 갈 자신이 없어서 의대로 목표를 바꿨다. 1994년 제1회 수학능력시험을 봤다.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뀐 입시제도에 적응하지 못해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당시 성적 커트라인은 의대가 가장 높았다. 다음은 컴퓨터·전기·기계공학 순이었다. 공대와 치대 커트라인이 비슷했다. 공대가 아닌 과들 중 지원할 만한 곳을 찾아보다가 치과대학을 골랐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직장 생활로 바빴던 부모님은 나보고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다. 큰 뜻이나 고민 없이 치과대학에 입학했다.”

조선DB

-2005년 개원의로 치과의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페이 닥터로 일할 때 불필요한 치료를 많이 했다.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 치아도 원장이 지시하면 뽑아야 했다. 내 소신대로 진료를 하고 싶어서 2005년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치과를 열었다. 처음 3년은 손님이 없어서 적자로 고생했다. 개원 당시 하루 평균 10명도 오지 않았다. 2010년에는 손님이 늘어 하루 25명 정도 왔지만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매출이 적었기 때문이다.


치과의사의 월 평균 매출은 5000만원가량으로 알고 있다. 나는 개원 초기 월 1000만~1500만원을 벌었다. 손님이 늘었을 때도 월 매출이 2700만원을 넘지 않았다. 이중 임대료·인건비·재료비 등으로 나가는 돈이 1500만원 이상이었다. 임대료가 가장 부담스러웠다. 건물주가 매년 임대료를 올렸다. 처음에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가 180만원이었다. 해마다 200만·220만·240만원으로 올랐다. 치과 규모를 줄여서 내실 있게 운영하고자 2010년 신촌으로 병원을 옮겼다.”


-병원을 옮겼을 때 환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매출이 나오지 않아 자리를 옮겼다고 생각한 손님이 많았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지만 치과를 가면 건물 외관부터 보지 않나. 건물이 낡아서 치과를 찾는 손님이 없었다. 지금은 입소문 덕분에 그나마 손님이 늘었다. 첫 5년 동안 적자와 싸워야 했다.”


-지금은 수입이 얼마나 나오나.


“2018년 최저 매출을 기록했다. 월 평균 매출은 1000만원이었다. 임대료를 내고 직원 월급을 주면 내가 가져가는 돈은 100만원 이하였다. 지난 2월 책을 펴낸 뒤 손님이 늘었다. 지금은 하루 20명 정도 온다. 매출은 매달 다르다. 진료비로 1만원 이하를 내는 환자 20명이 올 때가 있다. 환자 1명이 임플란트 3개를 해서 300만원을 쓰고 가는 날도 있다. 돈을 못 벌어서 세금을 많이 못 냈다.”

김동오 원장 제공

-요즘 치과 업계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경쟁 심화로 10년 전보다 교정·임플란트 시술 비용이 많이 떨어졌다. 환자가 시술 가격이 저렴한 치과를 찾기 때문이다. 요즘은 치과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규모가 큰 치과는 시설을 화려하게 꾸미고 직원도 많이 채용한다. 시술 비용이 낮지만 손님이 많아 박리다매로 돈을 번다. 반면 규모가 작은 치과는 사람이 없어서 직원을 못 구한다. 구직자가 대기업 취직을 원하듯 치과 업계 종사자도 규모가 큰 치과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의사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경영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치과의사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농담이 있다. 치과의 성공 여건은 ‘자리’·‘위치’·‘목’·‘로케이션’(location)·‘플레이스’(place)라는 말이다. 모두 다 ‘입지’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그만큼 입지가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과잉 치료의 피해를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치과는 점점 늘어난다. 치과를 찾는 환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치과를 자주 다녔던 사람이 계속 치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치과치료 자체에 맹점이 있다는 뜻이다.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2009년부터 포털 다음의 카페에 과잉 치료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김 원장은 2009년부터 다음 카페에 과잉 치료 사례를 올리고 있다.

출처소명치과 카페 캡처

-과잉 치료 사례가 궁금하다.


“이를 뽑고 교정을 시작하는 유형이 가장 흔하다. 발치는 ‘장기 적출’과 비슷한 행위다. 원래 사랑니 4개를 포함한 치아 개수는 32개다. 사람은 음식을 잘게 씹어 먹는다. 음식을 씹어 부수는 일을 ‘저작’(咀嚼)이라고 한다. 턱의 힘을 받은 치아가 저작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32개로 턱의 힘을 받던 치아가 24~28개로 줄어들면 무리가 간다. 턱 관절이 아프거나 두통을 느낄 수도 있다. 또 치아에 크랙(crack·틈)이 생기기도 한다.


치아 개수가 적을수록 치매·호르몬질환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치아는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게 좋다. 치아를 하나라도 더 잘 간수해 오래 쓰려고 치과에 다니는 것 아닌가. 바르게 자란 사랑니도 굳이 뽑을 필요가 없다. 나도 사랑니는 뽑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어렸을 때 발치했다.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그러면 치아를 그냥 두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치통이 심하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충치를 발견했다고 바로 금 인레이(inlay·세공 재료)로 떼우거나 씌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썩은 부위가 커지는 충치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중년 환자는 그런 작은 충치는 내버려 두어도 괜찮다. 그런데 치과에서는 검진 때 충치를 발견하면 모두 치료하라고 권한다. 무분별한 치료는 치아를 약하게 만든다. 그냥 놔뒀을 때보다 나중에 손이 더 많이 가는 경우도 자주 봤다.”

김동오 원장 제공

-치아를 잘 관리하려면 어떻게 하나.


“충치 예방도 중요하지만 좋은 식습관을 들여야 한다. 설탕이나 각종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가공식품 섭취를 줄여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비타민·미네랄 등 영양분이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그래야 뼈와 치아가 건강하게 자란다.


탄수화물도 가급적 멀리해야 한다. 인간은 신석기 시대 때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곡물류를 먹기 시작했다. 요리하기 편하고 포만감도 쉽게 느낄 수 있어서 주식으로 먹은 것이다. 그런데 곡물류를 많이 먹으면 혈액 속에 들어 있는 포도당 수치를 말하는 혈당 수치가 높아진다. 혈당이 오르면 몸이 산성으로 변한다. 그러면 사람의 몸은 알칼리성을 유지하기 위해 뼈와 치아에서 칼슘·인 등 여러 미네랄을 가져다 쓴다. 뼈나 치아가 약해지고 쉽게 망가지는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공부를 더 하고 싶다.난치병 환자를 진료하려면 치아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대한 구조를 잘 알아야 한다. 미국은 마취통증의학과나 신경과에서 치료하지 못한 환자를 치과에 보내기도 한다. 치과에서 다루는 얼굴이나 턱 관절 관련 질환이 몸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다른 진료과에서 못 치료한 병을 치과에서 치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신경계통 질환인 파킨슨병 치료를 치과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충치 치료만 열심히 한다. 더 많이 공부해 난치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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