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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차인표·고소영 등 톱스타들이 뛰어들었지만 망했다

서태지·고소영이 뛰어들었는데도 망했다···빨라도 너무 빨랐던 ‘인터넷 방송국’
jobsN 작성일자2019.03.23. | 521,725  view

2000년 초반은 인터넷 방송국 전성기였다. 2002년까지 인터넷 방송국은 207개 있었다. 이 중 톱스타 연예인이 만든 채널도 있었다. 배우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았다. 요즘으로 말하면 웹드라마에 고소영·장동건이 출연하고 서태지가 팟캐스트를 진행한 셈이다. 처음에는 꽤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엉성한 기획력·불안정한 수익구조·저작권 침해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인터넷 방송국 창업에 뜻을 모은 배우들(왼쪽부터 차인표·박가령·최불암).

source : (오)조선DB

차인표·고소영·장동건·송윤아 등 톱스타 17명이 만든 CNGTV


씨엔지티비닷컴(www.cnztv.com 대표 고헌권)은 톱스타가 만든 인터넷 방송국이다. 2000년 3월 개국했다. 자본금 28억원, 직원 40여명으로 시작했다. 여의도에 스튜디오와 방송 시스템도 있었다. 국내 유명 배우 17명이 투자했다. 최불암·차인표·고소영·장동건·송윤아·이문세·신애라·허준호·홍경인 등이었다. 직접 프로그램 기획부터 제작까지 했다. 메이저 방송국 출신인 이창순·장용우PD가 합류했다.


차인표가 대본·연출을 맡은 ‘노란 리어카’를 첫 드라마로 방송했다. 청담동에서 리어카로 폐품을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소녀의 이야기였다. 제작비는 총 95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주인공은 천국의 계단에서 김태희 아역을 맡았던 배우 박가령(당시 박지미)씨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는 이인철이었다. 연기력이 뛰어나지만 빛을 보지 못했던 배우들을 차인표가 직접 주연으로 섭외했다.


‘차인표가 직접 극본·연출을 맡은 작품’이라고 홍보를 했다. 그러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반면 제작비는 많이 들었다. 그는 7년 차 배우였지만 연출은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촬영 장비로 전문가용인 ENG 베타캠을 썼다. 기술이 부족해 촬영 전문가들을 동원하는 등 인건비가 많이 들었다고 한다. 18분 길이의 단편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원래 생각했던 예산의 두 배인 1000만원을 썼다.

CNZTV 이사로 이름을 올린 송윤아(왼)·고소영(오)의 2000년대 초반 활동모습

배우들은 이 방송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모바일 캐릭터를 만들기도 했다. 고소영·안재욱·장동건·최불암 등을 캐릭터로 그려 휴대폰으로 전송하고 돈을 받았다. 시도는 좋았지만 지금처럼 메시지에 이미지를 많이 쓰는 시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문자메시지가 유료였던 때였다. 재미 삼아 스타 캐릭터를 문자로 보내기엔 부담이 컸다.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다는 평가다. 현재 카카오톡·라인 등은 모바일 캐릭터와 비슷한 이모티콘으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경매 쇼핑몰 서비스도 했다. 2001년 앙드레김 환타지아 패션쇼에서 차인표가 입었던 의상을 경매로 팔기도 했다. 지금의 온라인 경매 쇼핑몰과 유사하다. 또 온라인 강의로 연기 교육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불암·이정길·최수종 등이 연기 선생님으로 나왔다. 이 아카데미를 수강하면 스타들이 제작하는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지금의 인터넷 강의 서비스인 셈이다.


연기자들은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인터넷 방송국에서 많은 사업을 진행했지만 수익구조가 문제였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제 막 사용하기 시작했던 때였다. 지금처럼 인터넷 광고가 많지 않았다. 또 너무 많은 사업을 벌이다 보니 정체성이 불분명해졌다. 방송콘텐츠와 교육 강의, 쇼핑몰 등의 서비스가 한 사이트에 섞여있어서 혼잡했다. 결국 점점 사용자가 감소해 일정한 수익을 내지 못해 도산하고 말았다.


김구라 발굴한 주병진의 ‘프랑켄슈타인’


내복 회사 좋은 사람들을 경영했던 개그맨 주병진도 2000년 인터넷방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믹과 시사 콘텐츠였다. 서울 동교동에 100평 규모의 스튜디오를 마련해 11명의 직원을 두고 운영했다. 인터넷 방송국 ‘프랑켄슈타인’을 창업했다. 사이트 도메인(www.frankenstein.co.kr)도 사들였다. 지금은 없는 페이지로 나온다. 자본금은 5억원이었다. 그의 지분은 40%였다. 주식회사 좋은 사람들이 60%의 지분을 갖고 투자했다. 

주병진이 만든 인터넷 방송국 '프랑켄슈타인'으로 방송인 김구라는 스타덤에 올랐다.

source : (왼)조선DB·(오)MBC '힐링캠프' 캡처

첫 방송 개시는 2000년 4월4일 오후 4시44분44초에 했다. 사회 모든 현상에 시사풍자를 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기존 방송국은 각종 규제나 심의로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 주 대표는 이 방송국에서 직설적인 표현으로 네티즌들을 통쾌하게 해주겠다는 포부가 가득했다. 당대 인기 개그맨들이 대거 등장했다. 전유성·이홍렬 등이 진행하는 버라이어티 뉴스쇼 ‘졸라쿨’, 이성미·박미선 등이 나오는 ‘수다 크래프트’ 등이 있었다.


이 방송으로 무명 연예인에서 스타덤에 오른 이도 있다. 방송인 김구라다.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유명하지 않은 이들이 모여 진행하는 ‘뒷골목 토크쇼’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시 무명 개그맨 ‘대장’을 자처했던 김구라가 진행했다. 네티즌들의 작은 관심으로 사라져간 개그맨을 살릴 수 있다는 모토였다. 이들은 500원에서 5000원까지 시청료를 냈다. 재미가 없으면 요금은 안내도 괜찮았다. 지금의 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비슷하다.


총 회원 수 23만명을 보유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매출이 나지 않았다. ‘이대팔의 애로가이드’, ‘뻑뻑뻑성인유치원’ 등 선정적인 프로그램들을 유료화해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 경영하기엔 돈이 모자랐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 콘텐츠를 수익화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온라인 콘텐츠의 주 수익원은 온라인 광고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광고주들은 신문 지상파 방송 등 기존 매체에만 돈을 썼다. 네티즌들이 시청료를 직접 내는 유료화 방안도 거부감을 샀다. 결국 서비스를 운영한지 1년 반인 2001년 9월30일 사이트를 닫았다.


’문화 대통령’ 서태지 등장에 4만명이 동시 접속해


2000년 11월24일 오후 8시 인터넷 방송국에는 전설의 게스트가 등장했다. 미국에서 4년7개월만에 돌아온 서태지였다. 겟뮤직(www.getmusic.co.kr) 등 12개 음악전문 인터넷 방송이 그의 토크쇼를 생중계했다. 생방송에는 4만1362명이 동시접속했다. 행사를 주최한 마케팅 에이전시 ‘마이스터 컨설팅’의 조수진씨는 “서태지 인터넷 생중계를 하는 1시간20분 동안 10만여명의 네티즌이 참석했다”고 했다. 

가수 서태지의 2000년대 초반 활동모습.

source : 서태지 팬카페

겟뮤직은 접속 폭주로 방송을 시작하기도 전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 서태지는 이날 방송에서 귀국 후 생활·공연문화 등을 10문10답 형태로 팬들에게 알렸다. 또 그가 선곡한 오프닝과 엔딩 음악을 소개하기도 했다. '울트라매니아' 후속곡 '인터넷 전쟁'의 뮤직비디오 동영상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침체된 음악전문 인터넷 방송국에 다시 관심을 모으기 위해 출연했다.


약 2000만명의 네티즌이 음악전문 인터넷 방송국을 이용할 정도로 초반에는 인기가 있었다. 가장 큰 한계는 저작권이었다. 당시 인터넷 음악 방송국은 무료 음악 다운로드·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런데 이 서비스들은 저작권법을 위반했다. 음반사가 관련 사이트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당시 국내 음반사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사이트 운영자들은 음반협회와 합의를 맺었다. 각 음원 사용료를 정산했다. 또 그동안 권리자 동의 없이 서비스해왔던 부분은 유료화해 보상 금액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조치로 잃은 게 많았다. 무료 콘텐츠에서 유료 콘텐츠로 전환하면서 수많은 사용자가 이탈했다. 또 그동안 불법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왔다고 판결을 받은 점도 많은 소비자들을 등 돌리게 했다.


2000년 초반 탄생한 인터넷 방송국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체계가 잡히지 않은 인터넷 시스템은 한계가 많았다. 불안정한 수익구조와 저작권 문제로 인터넷 방송국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많은 사랑을 받는 유명 연예인이 운영한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시대를 너무 빨리 앞서나가 사업을 벌인 탓도 있었다. 현재 많은 유명 bj들이 활약하고 있는 아프리카TV가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05년의 일이다. 유튜브도 이 해에 출범했다. 차인표가 약 5년만 사업을 늦게 시작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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