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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튀기는 기술 경쟁 속, 애써 획득한 특허를 공짜로 푸는 속셈

기업들이 애써 획득한 특허를 공짜로 개방하는 속셈은
jobsN 작성일자2019.03.11. | 16,363  view
GM, 우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오픈소스 공개
기업들 특허나 기술 무료 공개 잇달아
“시장 파이 키우고, 마케팅 효과도 노리는 전략”

올 2월 GM의 자율주행차 자회사인 크루즈와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각각 자사의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소스코드는 자율주행차의 라이다·레이더·카메라 등 센서가 인식한 도로 상황과 장애물 등을 2D나 3D로 시각화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차의 필수적 기술로 꼽힌다.


현재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업계의 화두로, 전 세계 모든 완성차 업체가 사활을 걸고 기술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피 튀기는 기술 경쟁 속에서 자신들이 어렵게 쌓아온 기술을 아무런 대가 없이 공개한 이유는 뭘까.

/ 올탑스타트업 홈페이지 캡처

우버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자율주행차 자동시각화 시스템 프로그램(왼쪽)과 GM 크루즈의 자율주행차(오른쪽).

source : 우버·크루즈 홈페이지 캡처

MS, 테슬라, 도요타, 중국 오포 등 산업계 기술 공개 봇물


두 업체뿐만 아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술 발전이 급격히 이뤄지는 자동차나 IT 분야에서는 자신들이 힘들게 쌓은 기술과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작년 10월 MS(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소스 특허 그룹인 ‘오픈 인벤션 네트워크(OIN)’에 가입하며 자사가 취득한 특허 6만개를 무료로 공개했다. 그동안 MS는 특허에 대해 엄격했다. 스티브 발머 전 CEO는 “(오픈소스인) 리눅스는 암”이라고 표현했고, 무료로 공개되는 오픈소스가 MS 특허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4년엔 안드로이드 특허 로열티로 34억달러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티아 나델라 CEO가 들어선 후 기술을 공개·공유하는 오픈소스를 지지하는 추세다.


작년 11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오포(OPPO)도 자체 개발한 고속 충전 기술 ‘슈퍼 VOOC’ 특허를 개방했다. 이 기술은 오포가 자사 스마트폰 핵심 기능으로 삼았던 것으로 30분 충전으로 전체의 75% 이상이 충전되는 것이다. 오포는 이 특허 기술을 공개하며 충전 생태계 확산을 노리고 있다.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도 기술·특허 공개가 자주 이뤄진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2014년 6월 자사가 보유한 전기차 관련 특허권을 모두 무료로 공개했다. 테슬라가 공개한 특허 기술은 약 250억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31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2014년 당시 특허 공개를 언급한 글을 다시 게시하며 “우리의 모든 특허는 너의 것”이라고 썼다. 일론 머스크는 또 “우리의 경쟁자는 다른 업체가 생산하는 전기차가 아니라 매일 세계의 공장들이 쏟아내는 막대한 가솔린차다”라고 글을 남겼다.


도요타도 2015년 1월 수소연료전지차(FCV) 관련 5680건의 특허를 2020년까지 무상으로 개방했다. 시스템 제어 관련 3350건, 연료전지 스택 관련 1970건, 고압 수소탱크 관련 290건, 충전시설 관련 70건의 특허였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특허를 무료로 개방한다고 다시 언급한 트위터.

source : 트위터 캡처

기술 공개로 시너지 노리고 생태계 조성 목적


기업들이 힘들게 획득한 기술과 특허를 무료로 개방하는 이유는 크게 보면 5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모든 분야가 융합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더는 한 기업이 모든 것을 개발하고 서비스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 업종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며 산업별 구분이 허물어졌다. 자율주행차만 하더라도 자동차 분야와 IT 분야가 융합하지 않으면 시스템 완성이 어렵다. 이 때문에 최근 기업들은 서로 정보나 재화를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응용·활용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시너지를 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독자 생존에서 연합 세력 규합이라는 전략으로 변한 것. 작년 11월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가 서울 코엑스에서 연 미래유망기술 세미나에서 윤진혁 KISTI 선임연구원은 “기술이 너무 빠르게 변해 독립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했다.


기업들이 특허를 무료 개방하는 덴 기술을 공유해 시장을 인위적으로 빠르게 키우려는 목적도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받아들일 사회적 준비가 되지 않으면 기술은 사장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기술을 공개하고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 자체 규모가 커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도요타가 수소차 특허 기술을, 테슬라가 전기차 기술을 공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실제로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 소스 코드를 공개했고, 삼성과 LG, 샤오미 등이 이를 통해 스마트폰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였다. 이로 인해 결국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는 구글의 이익과 직결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표준화 선점하려는 전략


기업들의 기술 공유 목적을 좀 더 근본적으로 접근하면, 시장을 선점해 표준화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기술 전쟁’에서 승자는 기술의 첨단성이 아니라, 소비자가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1970년대 일본 소니와 JVC의 ‘비디오테이프 표준화 전쟁’이 이를 잘 설명한다. 기술만 보면 소니의 베타맥스 방식이 JVC의 VHS보다 앞섰다. 하지만 소니는 기술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주장했고, JVC는 일정 수수료만 내면 VHS 기기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다. 승자는 JVC였다. 결국 시장에 더 많이 기술을 확산시킬수록 기술의 영향력이 커지고, 표준화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도요타, 수소 관련 에너지 업체가 컨소시엄을 만들며 ‘적과의 동침’을 하고 기술을 개방하는 이유도 먼저 기술을 표준화하려는 의도”라며 “기술은 표준화가 된 것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올 오어 낫씽’이다. 이를 노리고 기업들이 보험용으로 특허를 개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핵심 중의 핵심 기술이 아니라면, 중소기업과의 상생 측면에서 기술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작년 9월 에스원 육현표 사장은 “에스원이 가진 450여개 특허를 필요하다면 무상 개방해 중소업체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도 작년 5월 가전·디스플레이·모바일기기·반도체 등 1091건의 미활용 기술을 중소·중견기업에 무상으로 이전했다. LG그룹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총 5만2000건의 특허를 개방하고 중소·벤처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소니의 베타맥스 기술을 적용한 비디오테이프(왼쪽)와 JVC의 VHS 기술을 적용한 비디오테이프. 두 비디오테이프 크기가 다르다.

source : 인터넷 캡처

복잡한 특허 공개 조건 걸고 마케팅 노려


기업들은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특허를 개방할 때도 있다. 특허를 개방하며 해당 산업에서 선두 업체임을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특허·기술 개방이 ‘속 빈 강정’일 때가 잦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업체들이 응용하기엔 비효율적인 특허를 공개하며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업체도 있다는 것이다. 또 특허를 무상 개방한다고 해놓고 막상 보면 여러 가지 조건을 걸어 해당 특허를 사용할 수 없게 한 경우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차량 기술 관련 특허를 중국에서 완전 공개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쓸모없는 연관 기술 특허였고 조건도 복잡했다”고 했다.

테슬라 모델 S(왼쪽). 오른쪽은 원통형 대형 배터리가 들어간 테슬라 차량 하부 모습.

source : 테슬라 제공·조선DB

테슬라가 공개한 전기차 특허도 비슷한 처지다. 테슬라 차량은 바닥에 원통형의 배터리를 많이 설치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기술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가성비면에서 효율이 떨어진다. 재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차량 가격이 고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배터리 탑재 방식이 가능하지만, 도요타나 GM, 현대차는 가성비를 고려해 이러한 배터리 방식을 쓰지 않는다”며 “특허를 공개했지만 아무도 그 방식을 채용하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술과 특허를 개방하는 추세이긴 해도 결국 핵심 기술은 꼭꼭 숨기고 있다”며 “꼼꼼히 조건 등을 살펴보면 기술 개방은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린 알맹이 없는 마케팅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글 jobsN 김성민

디자인 플러스이십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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