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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저도 모르게 '우리나라 왜 이러냐'는 말이 툭 나와요"

조회수 2020. 9. 21. 19: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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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우리나라'라는 소리가 나와요"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 수 역대 최대
스타트업 마이쿤, 직원 3분의 1이 외국인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문화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8년 12월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머무는 외국인은 236만7607만명. 대구광역시 인구 246만명(광역자치단체 중 인구수 7위)과 비슷한 수치다. 10년 전인 2009년(116만8477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2018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 숫자도 12만9028명으로 역대 최고다.


이젠 직장에서 외국인과 함께 일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개인 음악방송 스푼(SPOON)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마이쿤에도 외국인이 많다. 전 직원 60명 중 3분의 1이 외국인이다. 국적도 다양하다. 일본에서 온 카와무라 에미카(28·마케팅팀), 모로코에서 온 마리엠 이젬(27·마케팅팀), 이집트에서 온 아이야 살라헤트(28·CS팀)씨도 마이쿤 멤버들이다. 세 사람 모두 유창한 한국말로 대화한다. 이들에게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는 외국인의 삶을 들었다. 

출처: jobsN
(왼쪽부터) 아이야 살라헤트씨, 카와무라 에미카씨, 마리엠 이젬씨.

모국과 한국 취업시장의 다른 점은…


세 사람은 모국에서 좋은 직장에 취업해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었지만 과감히 한국행을 택했다. 카와무라씨는 와세다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2014년 3월 졸업 후 야후 재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스푼에는 2018년 2월 이직했다. 마리엠씨는 모로코에서 입학 경쟁률이 가장 높다는 이스카대(ISCAE)에서 마케팅 석사를 받았다. 2016년 숙명여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 마케팅 박사 과정 중이다. 아이야씨는 수에즈카날대(Suez Canal University)에서 GIS(지리정보시스템)을 공부했다. 적성에 맞지 않아 AUC(American universtity in Cairo)에서 아랍어 교사 자격증을 딴 뒤 아랍어 강사로 일했다. 이때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에서 자리를 잡았다.


-지금 회사에는 어떻게 입사했는지.


(카와무라) “전 직장에 큰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영어에는 자신이 없어 이웃나라인 한국을 택했다. 한국 문화도 좋아했다. 일단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한국으로 왔다. 한국 취업이 쉽진 않았다. 이력서를 몇 군데 넣었는데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 스푼에서 잡코리아에 올린 내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줘서 면접을 봤다.”


(마리엠) “스푼에서 일한 지는 5개월이 넘었다. 모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다른 학생들이 프랑스나 벨기에, 아니면 캐나다 또는 중국을 택했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 관심이 있어서 학교에 한국 대학과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 이후 이스카대에서 숙대와 친선 교류를 맺었다. 이후 숙대 교수님 추천으로 스푼에 입사했다. 지금 논문 제출만 남았다.”


(아이야) “한국에 오자마자 한의원에서 1년 정도 코디네이터 겸 마케터로 일했다. 이후 아랍어 학원에서도 강사로 2년 정도 일했다. 스푼 입사 직전에는 LG에서 6개월 동안 제품 설명서를 아랍어로 바꾸는 일을 했다. 역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 스타트업인 스푼으로 이직했다.” 

출처: jobsN, 마이쿤 제공
마리엠씨는 어학당이나 학원을 다니지 않고, 교환학생 시절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한국말을 배웠다. "한국어가 되게 예뻐요. 예를 들어 ‘슬프다’, ‘쓸쓸하다’, ‘속상하다’ 등 감정의 정도에 따라 세세하게 나눕니다. 애정을 갖고 공부해서 그런지 회화가 금방 늘었어요.”

-출신 국가와 한국의 취업 시장 어떤 점이 다른가.


(카와무라) 일본은 대학교 4학년 때 취업을 결정한다. 그래서 졸업 후 바로 일한다. 지금 일본에 일자리가 많다지만 취업이 결코 쉽지 않다. 나도 이력서를 100군데 넘게 넣었다. 일본도 한국처럼 대학 서열을 중시한다. 하지만 스펙을 따지는 건 한국이 더 심한 것 같다. 일본에선 토익 점수 없어서, 혹은 자격증 없다고 취업을 못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무슨 직무이든지 토익 점수나 자격증을 필수로 여기지 않나. 또 일본은 면접 횟수가 많다. 야후 재팬에 입사할 때는 4차례 봤는데 많은 편이 아니다. 유서 깊은 기업은 6~7차례 보기도 한다.”


(마리엠) “모로코에도 대학 서열이 있긴 하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립대를 1등으로 친다. 들어가기가 굉장히 힘들다. 내가 졸업한 ISCAE도 국립대다. 학사와 석사를 5년 만에 마칠 수 있는 과정이 있다. 모로코에서 인기 취직처는 다국적 기업이다. 반면 한국만큼 공무원이 인기 있진 않다. 모로코에선 공무원이든 일반 회사원이든 은퇴 후 받는 퇴직금이나 연금 등이 비슷하다. 또 모로코는 자기소개서나 스펙보다 ‘면접’이 중요하다. 사회 분위기가 면접이나 발표를 중시하는 편이다. 또 압박 질문을 많이 한다. 아무리 시험 성적이 좋아도 면접을 못 보면 떨어질 수 있다.”


(아이야) “이집트에서도 다국적 기업을 선호하지만 그보다 ‘권위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 한다. 유망 직업이 군인과 경찰이다. 의사보다 선호한다. 또 부모님 뜻에 따라 전공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인 아버지가 내가 군대에서 GIS 엔지니어로 일하길 바라 GIS학과로 진학했다. 대학 서열은 없다. 정책 상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 대학에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마이쿤 제공, jobsN
일본도 한국 못지않게 기업문화가 수직적이다. 카와무리 에미카씨는 외국계 기업인 야후 재팬에서 일했기 때문에 비교적 수평적인 문화 속에서 일했다. 야근을 자주 하긴 했지만 회식을 억지로 가야 한다거나 연차를 쓰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다. "일본에서도 몇년 전부터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을 추구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요."

좌충우돌 한국 적응기


마이쿤은 스푼을 해외에서도 잘 운영하기 위해 외국인 직원을 채용했다. 중동·인도네시아·베트남·일본 등 해외에서도 스푼을 듣는다. 스푼은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누적 다운로드수가 570만건을 넘었다. 월 방문자는 120만명에 달한다. 2018년 매출은 230억원이다. 최혁재 대표는 “현지를 잘 아는 한국인도 있을 수 있지만, 그 나라 문화를 완벽히 이해하는 현지인을 채용한다는 게 우리 원칙”이라 말했다.


‘한국 직장생활’하면 흔히 회식 문화와 야근을 떠올린다. 마이쿤은 스타트업인데다 외국인 직원이 많기 때문에 회식과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다.


-문화가 달라 어려움이 있지 않나.


(카와무라) “빨리빨리 문화가 첨엔 낯설었다. 일본에선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확인하는 걸 더 중시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일본 회사와 한국 회사가 일할 때 스피드 차이가 엄청나다. 첨에 그 스피드를 따라가기가 힘들어서 ‘어어’ 하다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마리엠) “모로코도 여유 있는 나라지만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한국 문화가 잘 맞다. 오히려 모로코에 있는 삼성에서 인턴했을 때 차이를 좀 느꼈다. 당시 한국인 이사가 직원들에게 6시에 퇴근하면 안된다고 해서 다들 이상하게 생각했다. 매출이 안 나온 이유를 직원 탓을 하면서 ‘야근을 하지 않으니 실적이 안난다’는 식으로 말한 거다. 모로코에선 가정과 일의 양립이 아니라 가정이 훨씬 중요하다. 건강이 안좋아질 정도로 일하는 걸 최악이라 여긴다. 스푼에 입사하기 전에 사실 걱정했는데, 스푼에서는 눈치 보면서 야근한다거나 이런 문제로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


(아이야) “스푼 오기 전 일했던 한의원과 학원에서는 야근이 당연했다. 술도 억지로 권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한국에서 적응하려면 참아야 한다고 인내했지만 첨엔 너무 스트레스받고 괴로웠다. 또 ‘비즈니스 말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첨엔 상사에게 ‘너’라고 말하는 등 외국인이 흔히 하는 실수를 자주 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사업상 메일을 주고받을 때 아직도 어려운 말이 있다. ” 

출처: jobsN, 마이쿤 제공
아이야씨의 모국 친구들도 한국 또는 중국,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이집트 청년들 사이에선 해외 취업이 인기다. "이집트에선 따로 약속 일자를 잡지 않고 '번개'로 만나요. 그런데 한국에선 당장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약속 일자를 잡고 만납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날 때 저도 '우리 한국 스타일로 약속 잡자'고 말해요."

-한국에서의 개인적인 생활은 어떤가.


(카와무라) “일상생활에서도 빨리빨리 문화에 적응하고 있다. 첨에 부동산 계약할 때 ‘계약하고 싶다’고 하니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쓰는 게 너무 신기했다. 부동산 계약할 때 일본에선 계약을 하고 싶어도 바로 못한다. 내가 돈이 있는지 꼼꼼히 따지고 일주일 전에는 증명서를 떼서 보내줘야 한다. 물가는 서울과 비교해 도쿄가 좀더 비싼 것 같다. 도쿄에서 혼자 살 때 월세가 9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60만원을 낸다. 교통비나 머리 자르는 비용도 서울이 도쿄에 비해 저렴하다.”


아이야씨와 마리엠씨는 한국에서 가정을 꾸렸다. 타국에서 생활하느라 가족이 늘 그립다. 한국에서 이집트까지 비행기로 18시간, 모로코까지는 20시간 이상 걸린다.


(마리엠) “서울의 높은 물가는 외국인에게나 현지인에게나 똑같이 힘들다. 다만 보증금 문화가 낯설었다. 모로코에서는 처음 계약할 때 한두 달 치 월세만 미리 낸다. 한국에선 적어도 몇천만원이 필요하니 다들 마련하기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 외에는 한국 생활에 내게 잘 맞는다. 가끔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다. 회사에서 가끔 다트를 하는데 팀을 나눌 때 나는 한국팀으로 간다. 어쩔 때 정치나 사회 뉴스를 보고 '아 우리나라 왜이러냐'고 말하기도 한다.”


(아이야) “나도 결혼해서 자리 잡을 때 집값 때문에 힘들었다. 남편과 내가 나이가 어린 편이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대중교통이다. 정말 좋다. 언제 오는 지도 미리 알 수 있다. 또 일 처리가 깔끔하고 빠르다. 관공서에서 서류를 뗄 때 바로 그 자리에서 받는다. 하지만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아쉬운 점도 있다. 저혈압이 있어 서너 번 정도 거리에서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냥 보고 지나가더라. 출근길이어서 바쁜 건 이해하지만 좀 슬펐다. ” 

마이쿤에서 운영하는 개인 라디오 앱 스푼.

-외국인이 한국 취업 시 유념할 게 있다면.


(카와무라) “어떤 비자로 올지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취업비자를 따려면 일하고 싶은 직무와 관련 있는 대학을 나와야 한다. 또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몇가지 조건이 있다. 그걸 모르고 일단 한국에 워킹홀리데이로 와서 취업비자를 따려고 했다가 상황이 안돼서 당황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문화가 중요”


굳이 다양성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지 않아도 기업문화에 서로에 대한 ‘존중’이 깔려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직원들은 시간에 맞춰 기도를 하러 간다. 소고기 또는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직원도 배려한다.


-회사에선 직원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카와무라) “외국인 직원만을 위한 특별 정책이 있는 건 아니다. 굳이 내가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아이야) “인사팀에서 직원 한명씩 만나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어본다. 직원들의 제안, 의견을 되도록 반영하려 노력한다. 세미나에 가거나 책을 사보길 원하면 회사가 지원한다. 회사 업무와 직접 관련 없어도 상관없다.”


(마리엠) “회사가 투명하다. 한달에 한번씩 회의를 하면 부서·팀별로 뭘 했는지 성과는 어떤지, 앞으로 뭘 할 건지 말한다. ‘이렇게까지 직원과 공유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만큼 회사와 관련된 대부분 정보를 공유한다. 회사가 얼마나 직원을 믿는지 알 수 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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