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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려 아르헨티나까지 갔던 여대생, 현실 깨닫고 지금은..

조회수 2020. 9. 21. 19: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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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하려고 아르헨티나까지, 중국엔 자체 매장..패션디자이너 SM·JYP 만든 창업자
디자인만 올리면 생산 연결
디자이너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전환
모델 디자이너 출신 창업

디자인 전공과 모델 경험을 살려 디자이너를 위한 생산 플랫폼을 만든 이지윤 파이(FAAI) 대표를 만났다. 대학 졸업 후 창업해서 몇 번의 사업 모델 변경은 있었지만 10년 가까이 사업 모델을 꿋꿋이 지켜오고 있다.


디자이너 고민 해결한 패션AI


파이(FAAI)는 ‘패션AI’의 줄임말이다. 패션업계 인공지능이 돼, 불편을 해소해 주겠다는 뜻이다. 봉제공장과 생산 의뢰자를 연결하는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생산 의뢰자가 앱에 희망하는 디자인, 수량, 납기 등을 등록하면, 파이 측이 해당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봉제공장을 연결해 제작해준다. 의뢰자 입장에선 주문만 올리면 내 집이나 사무실까지 원하는 옷이 원하는 수량만큼 도착하니 편리하다.


생산 의뢰자는 주문부터 제작, 배송까지 모든 공정을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작업지시서 수령, 샘플작업, 원단 입고, 재단, 제작, 마감, 검수, 납품 등으로 이어지는 제작 과정을 세분화해서 현재 어떤 공정이 진행되고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택배 앱으로 주문한 물건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출처: 파이 제공
FAAI 홈페이지

작년 8월 처음 오픈해서, 의뢰 고객이 200곳을 넘어섰다. 자체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제일 많고, 대형 의류 브랜드, 단체복을 맞추는 동호회, 종교단체 등도 있다. 가방, 모자, 베개 커버 등 디자인이 필요한 생활 소품 제작도 대행하고 있다.


-어떤 니즈를 해결한 건가요?

“우리 같은 중개업체가 없으면, 디자이너들은 봉제공장을 찾아 전화로 주문 넣고 확인하고 일일이 떼어와야 합니다. 공장 뛰어다니느라 옷 만들 시간 없다고 하소연하는 다지아니어들이 많죠. 누군가 제작 과정을 대행해주길 바랍니다.”


옷을 제작하는 봉제공장은 1300개 정도 된다. 주문이 들어오면 1300개 중 최적의 공장을 찾아 주선한다. 생산 의뢰자는 어떤 공장에서 생산하는지 모른다. 파이에 믿고 맡길 뿐이다. 파이는 의뢰 내용과 제작 결과가 달라지지 않도록 각 봉제공장의 생산 과정을 일일이 점검한다. “생산 관리를 위해 전담 매니저를 두고 있습니다.”

출처: 파이 제공
이지윤 대표 프로필 사진(좌) AS 작업 중인 이지윤 대표(우)

-비슷한 서비스가 많지 않나요?

“다른 앱은 거의 중개만 합니다. 디자이너나 봉제공장으로부터 가입비나 광고비를 받아 운영하면서, 연결해 주는 데 그치는 거죠. 그런데 디자이너나 봉제공장 입장에서 굳이 가입비나 광고비를 내 가면서 중개업체를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업계에서 얼마든지 알음알음 구할 수 있거든요. 우리는 ‘개입’한다는 점에 차별성이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생산에 개입해서 연결하고, 일부 책임도 져주는 거죠. 의뢰자와 봉제공장 입장에서 거래상 각종 불편을 없앨 수 있습니다. 불만 관리도 우리도 합니다. 디자이너로부터 제대로 옷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들어오면 수정을 의뢰하고, 자체적으로 수선해 보내주기도 합니다. 실밥이 많아 문제라면, 파이 직원들이 일일이 실밥을 제거해 다시 보내주는 식이죠."


수익성은 디자이너들이 올린 가격과 제작 단가에서 결정된다. 디자이너가 개당 1만5000원에 제작을 의뢰했는데, 봉제공장이 1만원에 제작을 수락했다면 개당 5000원이 남는 식이다. “기본적으로 디자이너들이 얼마에 의뢰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너무 싸게 올린 일감은 만들겠다고 나서는 공장이 없습니다. 그럼 가격을 올려 다시 의뢰하거나, 다른 곳을 알아보게 됩니다.”


-서비스 개선 방향은요?

“아직까지 저희 매니저들이 직접 현장에 찾아가 공정을 확인해서 등록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곧 각 공장이 사진 촬영 등을 통해 직접 공정을 동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의뢰자 입장에서 공정 확인이 빨라지고, 우리는 매니저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출처: 파이 제공
옷 제작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모델 활동 하다 디자이너 매니지먼트 도전


옷이 좋았다. 의류 디자인과에 진학했다. 모델에 관심이 갔다. 마침 한 기획사에 연이 닿았다. 프로 모델로 데뷔했다. “학업을 병행하며 아르헨티나와 국내에서 모델 일을 했어요.” 재밌었다. 하지만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졸업이 다가오자 회의가 들었다.


졸업작품전을 준비한 친구 셋이 뜻이 맞아 창업하기로 했다. 디자인과를 나와 디자이너 하는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친구들 보면 대부분 전공과 관련없는 일을 해요. 의류 회사 구매담당자나 마케터 하는 친구는 있어도, 디자이너는 별로 없어요. 디자이너로서 일하기에 불편이 크기 때문이죠. 어떻게 불편을 줄일 수 있을까. 디자이너 매니지먼트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모델 활동 때 매니지먼트 구조를 알게 된 게 힘이 됐다. "모델 메니지먼트는 유망주를 발굴해 기초 교육을 한 뒤 활동을 주선해요. 모델 본인의 실력과 의지에 따라 서는 무대의 질과 양이 달라지죠. 그리고 활동해서 받는 수익을 모델과 매니지먼트가 나눠 가집니다." 구조를 그대로 접목하기로 했다. 디자이너 유망주를 공개 모집해서 교육한 뒤, 판로를 주선해서 생긴 수익을 디자이너와 매니지먼트가 나누는 것이다.


-어떻게 운영했나요.

“매년 15명 내외 디자이너를 선발했어요. 생각보다 지원자가 많아 슈퍼스타케이 식으로 공개 경쟁해서 실력 좋은 유망주를 선발했습니다. 선발된 사람에겐 3개월 간 전문가를 통해 각종 교육을 했구요. 1등에겐 브랜드 런칭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교육 후 각자 브랜드를 만들도록 한 뒤, 판로를 주선했습니다.”


-유통이 중요할 것 같아요.

“맞습니다. 핵심은 유통입니다.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면서, 각지로 뛰어 소속 디자니어와 해외 바이어를 연결했구요. 중국 지사도 설립 했습니다. 베이징에 2개, 상해에 3개 자체 편집매장을 냈죠. 여기서 소속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판매했습니다. 완다 같은 해외 대형 유통업체에도 입점했습니다.”


하지만 큰 폭발력은 없었다. 오프라인 사업에 손이 많이 가, 보다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 사업에 신경쓰지 못한 이유가 컸다. 창업 5년만에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기로 했다. “사업 확장성을 위해서 온라인에 매진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소속 디자이너 관리도 중단하기로 했다.

출처: 파이 제공
모델 활동 시절의 이지윤 대표

종합 유통 플랫폼으로 모델 변경


2015년 기존 디자이너 매니지먼트 사업을 ‘온라인 종합 유통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했다. 디자이너가 앱에 디자인을 등록해 의뢰하면, 봉제 공장을 연결해서 옷을 생산하고, 재고를 관리하면서 판매와 정산까지 책임져 주는 시스템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 최적화된 편리한 시스템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에 출전해 우승했다. 투자 유치도 들어왔다.


-분위기가 좋았네요.

“그런데 오래 가지 못했어요. 참가자들 간 이해 관계를 맞추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신생 업체에 선뜻 모든 결 맡기겠다는 디자이너들이 적기도 했구요. 물량이 계속 생겨야 선순환 구조가 생기는데, 그런 규모의 경제가 조기에 발생하지 않은 문제도 있었습니다.”


생각만큼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1,2년 사이 벼랑 끝에 몰렸다. 문을 닫아야 하나 최악의 상황까지 왔다.


-포기하고 싶었겠에요.

“한 번만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재고 관리나 판매까지 모두 책임지지 말고 ‘생산’만 책임져 보자. 가장 힘들어 하는 게 생산이니까요. 생산 대행 솔루션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 파이의 생산 대행 모델이 탄생해, 작년 8월 첫 출범했다. 생산 대행에 집중하면서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아르헨티나 등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모델할 때 쌓은 네트워크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출처: 파이 제공
모델 활동 시절의 이지윤 대표

아는 일을 한다


-유통 사업은 접은 건가요.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생산 대행 체제가 안정화되면 유통도 다시 붙여 의류 디자이너들을 위한 실질적인 매니저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이미 원하는 디자이너에게 판로를 연결시켜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홍콩에 유통 자회사, 상해에 지사를 두고 있고요.”


-초기 코파운더들은 그대로 남아 있나요.

“아뇨. 저 혼자 남았어요. 회사가 변화하고 성장할수록 코파운더 구조가 유지되기 어려운 것 같아요. 회사와 대표는 같이 성장해요. 어떻게 보면 대표 성장 속도에 회사 성장이 맞춰지죠. 그런데 대표가 아닌 코파운더는 그 성장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는 코파운더도 나와 같은 속도로 성장할 것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코파운더는 그럴 필요를 못느끼죠. 냉정히 말해 내 것이 아니니까요. 결국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고, 동업 구조가 깨질 때가 많아요.”


-본인이 자부하는 최고의 경쟁력은요?

“디자이너들 고충 이해하는 거요. 실력있는 개발자 분들이 비슷한 플랫폼 만들었다가 잘 안된 경우가 많으세요. 디자인 업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셔서 그래요.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서 창업해야 한다는 말. 많이들 하시는데요. 정말 그래요. 우리 회사엔 경력 10년 넘는 디자이너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요. 이분들이 사용자 지향적 서비스를 만들죠. 현장 방문했다가 디자인 상담 해주고 오는 경우도 있어요. 디자이너 입장에서 어떤 플랫폼을 믿을까요?”


-사업하면서 드는 아쉬움은요.

“창업한 지 햇수로 7년인데 이 정도 밖에 성장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커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시작한건가?’ 자괴감이 들 때도 있어요. 냉정하게 나를 꺼내놓고 바라본 적이 있어요. 잘하는 게 말이 안되더라구요. 경영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 밤새 고민하고 책 파헤치거나 자문 구하면서 대처했는데요. 그 정도로 만만하게 해결되는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저같은 청년 창업자라면 아마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일 거에요. 사회적 능력과 각종 경영지식이 중요합니다. 조직 생활하면 길러지는 능력들이죠. 결론은 경험 쌓고 창업하란 얘기입니다. 얼마간이라도 조직 생활 해보고 창업하면 좋았겠다는 생각 많이 합니다. 물론 늦게 창업하신 분들은 빨리 하면 좋았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좀더 늦게 했다면 좀더 수월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글 jobsN 박유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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