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왜'라는 말 입에 달고 살던 '프로불편러'였습니다

조회수 2020. 9. 21. 19: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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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 "연애는 어떻게 하나요" 묻던 청년, 지금은..
‘코리안앳유어도어’ 김현진 대표
시각장애인 직업 선택 한계 해결
"사회적기업은 영세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것"

시각장애인 직업하면 대부분 안마사, 침사 혹은 사회복지사를 떠올린다. 실제 시각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 한계를 해결하고자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코리안앳유어도어(Korean At Your Door·KAYD)다. ‘한국어를 너의 문 앞에’라는 뜻처럼 모바일 한국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파트너(시각장애인 선생님을 파트너라고 부른다)는 모두 시각장애인이다.


코리안앳유어도어는 2018년 김현진(28)대표가 설립했다. 기업가로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그중에서도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싶어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5명의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코리안앳유어도어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14주의 강사 교육을 거쳐 선정된 선생님들이다. 해외에 있는 500여명의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출처: 코리안앳유어도어 제공
베트남에서 현지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코리안앳유어도어 김현진 대표

별명은 양아치…이의제기하는 프로불편러


학생 김현진은 어렸을 때부터 국내뿐 아니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언어를 배워야하고 더 넓은 시야로 주변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6살 때 미국 유학을 결정했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혼자 미국으로 떠났다.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대학도 가고 싶었지만 학비가 너무 비쌌습니다. 그리고 한동대학교에 입학해 영상을 전공했어요. 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유네스코, 월드비전 등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 별명이 양아치였어요. 가족,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 항상 '왜 이것밖에 못할까' '왜 정책이 이럴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죠. 학교에서 이의제기는 제 담당이었어요. 프로불편러였던 셈이에요. 그렇다고 제게 뚜렷한 답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문제들을 해결해보고자 활동도 많이 한 것 같아요."


사회적기업 히즈빈스에서 인턴으로도 일했었다. 히즈빈스는 정신장애인과 함께 커피를 만드는 곳이다. 잠깐이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행복했다고 한다. "나중에 돈을 못 벌어도 이 사람들과 일하면 재밌고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기업의 모습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저 역시 제 사업으로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싶었습니다."

출처: 코리안앳유어도어 제공
(왼쪽부터)사업 아이디어만 듣고도 코리안앳유어도어에 합류한 이아름 이사, 베트남 현지 활동 모습

시각장애인 경제적 자립 위한 KAYD 시작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경영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카이스트 사회적기업 MBA 과정이 눈에 들어왔다. 사업계획서 발표, 면접 등 절차를 거쳐 2017년 입학했다. 그즈음 사업을 구체화 했다. 장애인에 대해 공부하던 중 시각장애인 95%가 중도 실명자라는 것을 알았다. 여성은 평균 50~60대, 남성은 30~40대에 사고나 질병으로 시력을 잃거나 다친다고 한다. 김대표는 이들이 시력을 잃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안마나 포장밖에 할 수 없는 사회를 고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삶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직접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시각장애인 복지관으로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섯 분이 대화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무작정 커피를 사들고 가 인사를 건네고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다보니 이상한 질문도 했습니다. '취미는 무엇인가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연애는 어떻게 하나요' 등을 물어봤어요. 괜히 목소리를 크게 하면서 여쭤봤는데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면서 질문에 친절하게 또 제가 잘 알아듣도록 답해주셨어요. 어느새 이야기에 집중하고 배우는 제 모습을 봤습니다. 또 그때 마침 한국에 놀러 온 미국인 친구가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하더군요. 듣는 사람이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이분들의 장점을 한국어 교육 쪽에서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길로 코리안앳유어도어를 시작했다. 교육 콘텐츠를 위해 경험자가 필요했다. 지인 소개로 이아름 이사를 만났다. 그는 울산 KBS, TBN 등에서 활동했던 아나운서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였지만 회사에 합류했다. "아나운서로 활동했기 때문에 언어적 능력이 우리 회사에 꼭 필요했습니다. 또 아름 이사님의 어머니께서도 시각장애인이십니다. 가까이에서 시각장애인의 삶을 경험하고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어서 꼭 함께하고 싶었어요. 아름 이사님도 시각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만큼 녹음 봉사, 여성 시각장애인 인권 신장 강의 등 활동도 활발히 하셨어요. 다행히 뜻이 맞아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코리안앳유어도어 제공
파트너 선생님이 사용하는 점자 정보 단말기

파트너 선생님 모집, 베트남 MOU 체결


한국어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다. 정규과정, 단기과정, 취업에 필요한 비즈니스 과정 3가지를 만들었다. 서비스 신청자에게 보낼 교재를 만들고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점자 정보 단말기를 마련했다. 파트너도 모집했다. 복지관을 찾았던 날 '멋진 일자리를 만들어서 연락드리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중 몇 명을 뽑아 영어 회화, 교수법, 한국어 문법 교육을 했다. 일정 수준 이상인 파트너 선생님 세명을 뽑았다.


한편 베트남 기관에 메일을 보내 서비스를 알리고자 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기도 하고 한국어 교육을 원하는 학생도 많아 베트남을 선택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 베트남 현지 대학교 및 교육원 등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중 하노이에 있는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시범교육을 할 기회가 생겼다.


메신저 보이스톡을 통해 하루 20분씩 사람당 16회차 수업을 진행했다. 단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수업 종료 후 설문 조사를 했을 때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 김대표는 "선생님들의 능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장애가 걸림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였다"고 말했다.


또 시범교육을 통해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것, 현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선생님들은 이미지를 점자나 소리로 변환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생들이 메신저로 이미지를 보내면서 질문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을 도입해 해결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개인 이용자뿐 아니라 베트남 사립·국립대 4곳, 한국어 학원 3곳과 MOU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몇몇 기업과도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출처: 코리안앳유어도어 제공
학생들에게 받은 피드백(좌)과 수업에서 쓰는 교재 내용(우)

사회적기업 편견 없애고파


5명의 선생님과 함께하고 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은 3기다. 선생님 모집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선생님들께서 이런 일자리가 필요했다고 말합니다. 복지관을 찾았을 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복지가 갖춰진 회사였으면 좋겠는지 등을 물었어요. 그때 지적 노동을 하고 싶어 하셨고, 이동이 없는 일이면 좋겠다고 했죠. 또 풀타임보다는 파트타임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정말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 또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순조롭게 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힘든 일은 항상 있다고 한다. 대외적으로 일이 늘다 보니 파트너 선생님들과의 교류가 줄었다. 또 서비스를 시장에 잘 녹여낼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 중이라고 한다.


"선생님들께 연락을 자주 합니다. 고객에게도 좋은 서비스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지만 선생님들께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아무리 바빠도 선생님들이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분들임을 계속 기억하려 합니다. 좋은 경영을 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 MBA 과정도 듣고 있죠. 학교에서 멘토와 같은 교수님들, 그리고 창업 선배와 동기들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현지 투자자, 기업들을 많이 만나 경영 및 자금 부분을 해결할 것입니다."


전세계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것도 목표지만 코리안앳유어도어는 더 큰 꿈을 꾼다. "'사회적기업은 영세하다', '도움을 줘야 하는 대상'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사회에 꼭 필요한 회사라는 걸 증명할 겁니다. 회사의 성장을 통해서 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한계를 해결하는 동시에 사회적기업이 받는 편견을 깰 겁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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