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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악플이 숙명, 체력만 좋으면 정년없는 수당 200만원 직업

“SNS 비난이 일상··· 우리도 괴롭습니다” 20년차 축구심판이 밝힌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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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경기가 열리면 선수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축구 심판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우리나라는 이탈리아와 맞붙었다. 연장전 접전 끝에 대한민국이 2대1로 이겼다. 당시 심판이 한국의 편을 들었다며 국제축구연맹(FIFA) 측에 들어온 민원은 40만여건. 2017년 멕시코에서 열린 한 아마추어 경기에서는 퇴장을 선언한 심판에 불만을 품은 선수가 돌로 심판의 머리를 내려쳐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도 있었다.


김대용(37) 심판은 20년째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국제심판이다. 국제심판은 피파(FIFA)가 주관하는 국제 경기에서 활동할 수 있다. 국내 최상위 리그에서 활동하는 심판 중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 추천을 받아 선발한다. 영어·체력 평가 등을 거쳐 피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김대용 심판은 2001년 심판 생활을 시작해 2012년부터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년 12월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주심상도 받았다. 그에게 심판이라는 직업에 대해 물었다.

김대용 심판.

출처jobsN

-축구심판을 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는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가족의 반대로 10대 때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 대학교에 진학해 건축을 전공했다. 꿈은 접었지만 여전히 축구는 좋아했다. 선수가 아니라도 축구와 관련이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재학 중 우연히 축구심판을 뽑는 제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01년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심판강습회를 신청하고 일주일 동안 교육을 받았다. 필기 전형과 체력 시험을 통과해 그해 8월부터 심판으로 일했다.”


-심판을 하기 위한 자격이 궁금하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지원팀에서 5급 신인심판 자격증 코스를 운영한다. 응시 자격은 만15세 이상 남녀로 교정시력이 좌우 모두 1.0 이상이어야 한다. 3일 동안 교육을 받고 이론·체력·실기 시험을 본다. 이론·실기 평가에서 60점 이상을 받고 체력 측정에 합격하면 5급 심판 자격을 얻는다.


5급 심판으로 1년 연속 활동하고 최근 2년 안에 30회 이상 경기를 뛰었으면 4급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4급 심판에게는 초등부 리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서류 심사와 체력 측정 등을 통과해야 한다. 3급은 중등부 경기의 주·부심과 고등부 경기 부심, 2급은 대학부 부심과 고등부 경기 주·부심으로 뛸 수 있다. 1급 심판부터 K리그 등 성인그룹에서 활동할 수 있다.”


-축구 심판마다 역할이 다르다고 들었다.


“주심·부심·대기심이 있다. 주심은 경기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골·경고 판정 등을 내린다. 부심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하는 등 주심을 돕는 역할을 한다. 대기심은 주심이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했을 때 대신 경기를 뛴다. 그래서 대기심은 주심 자격이 있는 사람이 맡는다. 한 경기에 주심 1명·부심 2명·대기심 1명이 들어간다.


1~2급 심판 자격을 얻을 때 주심과 부심 중 어떤 길을 선택할지 결정한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나 지역심판이사와 상담을 한다. 본인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승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주심보다 부심이 짧은 편이다. 역량에 따라 승급에 필요한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 당시 모레노 주심의 판정이 편파적이었다는 논란이 있었다. 주심의 판정 장면이 아이스크림 광고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출처(좌)SBS뉴스, (우)TAE HUN KIM 유튜브 캡처

-수입이 궁금하다.


"축구심판은 월급이 아닌 경기 수당을 받는다. 보통 한 달에 두 경기에 나간다.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 리그인 ‘K리그 1’ 경기 수당은 한 경기당 200만원이다. 부심은 110만원·대기심은 50만원을 받는다. 하위 리그인 ‘K리그 2’ 수당은 절반 수준이다. 주심은 100만원, 부·대기심은 각각 55만원과 25만원을 받는다.”


-부업을 하는 사람도 있나.


"경기는 보통 주말에 열린다. 6~9월에는 주중에도 열린다. 온도가 적당해 야간 경기를 해도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 많기 때문이다. 주말에 경기가 있으면 평일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일정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갖기는 어렵다. 짧은 기간 부업을 하는 사람들은 있다. 나는 경기가 없을 때 운동을 하거나 예전 경기를 모니터링한다. 피파에서 주관하는 심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도 있다.”


-환경미화원 일을 겸하기도 한다고.


“강도준 부심은 경기가 없는 평일에는 서울 강동구청 환경미화원으로 일한다. 국제심판 자격도 있었지만 일정치 않은 수입 때문에 2014년 환경미화원 채용시험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밖에도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거나 유아 체육 강사를 겸업하는 심판도 있다.”


-국제심판은 해외출장도 가지 않나.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AFC 챔피언스리그·AFC컵 등 국제 대회가 열리면 해외 출장을 간다. 2~4월 친선경기가 많아 출장도 자주 간다. 많을 때는 한 달에 4경기 정도 나간다. 아시아축구연맹 소속 심판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경기만 뛸 수 있다.”


-국제심판은 추가 수당도 받나.


“해외 출장을 갈 때는 현지 체류비가 들어온다. 올해부터 하루에 300달러(한화 약 33만원)를 받는다. 작년까지는 하루 체류비가 200달러(한화 약 22만원)였다. 경기가 끝나면 아시아축구연맹에서 계좌로 돈을 보내준다. 현지에서는 돈을 쓸 일이 많지 않다. 운동할 때가 아니면 숙소에 머무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jobsN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2012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AFC컵 경기에 대기심으로 나갔다. 주·부심은 레바논 사람이었다. 경기 당일 경기장에 갔는데 이들이 없었다. 심판이 사전 통보 없이 사라진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들은 경기를 앞두고 부당한 돈을 받은 것이 들통나 그날 아침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국제심판 자격은 물론 자국에서도 심판 자격을 박탈당했다. 사건 이후 1년 동안 싱가포르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싱가포르와 가까운 태국 심판들이 급하게 출장을 와서 경기를 했다.”


-작년 월드컵 때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달라진 점은.


“주심 경력이 있는 심판 2명이 VAR(Video Assistant Referees)룸에서 비디오 판독을 한다. 예를 들어 주심이 반칙이라고 선언한 상황을 16대 카메라가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고 정확하게 분석한다. 판독 결과에 따라 틀린 판정은 뒤집을 수 있다.


VAR 도입 초반에는 자신이 내린 판정이 영상 하나로 뒤집히는 모습을 보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심판들도 변화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축구는 관중을 위한 스포츠다. 경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VAR을 도입한 것이니 심판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심판이 피해갈 수 없는 '오심 논란'이 있다.


“심판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팀을 응원하는 관객 입장에서 심판이 잘못 판정하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 나도 선수 시절 오심 때문에 속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심판도 오심을 하면 괴롭다. 그날은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못 잔다. 오심을 하면 아시아축구연맹이나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는다. 징계를 받으면 일정 기간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경기 수당을 받고 일하는 심판 입장에서 징계는 가정의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경기가 없을 때 과거 잘못 판정한 경기 영상을 보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jobsN

-심판은 정년이 정해져 있나.


“과거 피파에서 정한 국제심판 정년은 45살이었다. 능력이 뛰어나지만 나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은퇴해야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체력 시험 기준을 강화하는 대신 정년을 없앴다. 체력 시험만 통과하면 계속 일할 수 있다. 스프린트 테스트와 인터벌 테스트를 본다.


스프린트 테스트는 40m를 6초 안에 달려야 하는 시험이다. 이를 6번 반복한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인터벌 테스트를 본다. 75m를 달리고 25m는 걷는다. 4번 반복하면 트랙 한 바퀴(400m)를 돌 수 있다. 트랙을 총 10바퀴 돌아야 한다. 달리고 걷는 것을 40번 되풀이하는 셈이다. 한 바퀴당 제한 시간은 5분 30초다. 스프린트 테스트에서 떨어지면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또 탈락하면 인터벌 테스트를 볼 수 없다.”


-언제까지 현역으로 뛸 생각인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국제심판은 47세다. 40대 후반까지 일하려면 체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정년은 45살이다. 그 뒤로는 대한축구협회에서 후배 심판을 양성하고 싶다. 국제심판은 아시아축구연맹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정기적으로 심판 교육을 받는다. 20년 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와 나누고 싶다.”


-축구 심판을 꿈꾸는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으로 심판 수요가 늘었다. 하지만 요즘은 축구 심판을 꿈꾸는 청년이 적다. 어렸을 때부터 심판이 축구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는 걸 보고 자라기 때문이다. 심판 SNS 계정에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심판 대부분 SNS를 안 한다.


심판도 사람이다. 경기를 하다가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대중의 비난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면 좋겠다. 나도 선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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