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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업도 나이 들수록 불리해서.." 38살 아나운서가 선택한 일

조회수 2020. 9. 27. 22: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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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대화 상대였던 고2 학생이 말문이 트였어요
김경옥 온더스피치 대표
“좋은 대화는 경청에서 시작”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스피치 학원에 전화가 걸려왔다. 자녀가 불안장애 1급인데 엄마 말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 곧 졸업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엄마가 옆에 있어줄 수는 없다며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학생을 가르칠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다. 주변에 학생 이야기를 하니 경험도 없고, 좋아진다는 가능성도 크지 않은데 신경쓸 일만 많다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한 번은 학생과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 문 앞에서 어머니와 학생이 30분 넘게 실랑이를 벌였어요. 들어가서 제대로 교육을 받아보라는 어머니와 절대 안 가겠다는 학생이 다투고 있던 것이죠.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학원으로 들어왔는데 오자마자 엄마 품으로 숨어버리는 것이었어요. 하는 행동이 꼭 이제 말을 떼기 시작한 어린아이 같았어요.”

출처: jobsN
김경옥 온더스피치 대표

한 시간 가량 어머니와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 번에 올 때는 혼자 들어와야 한다는 약속을 했다. 다음 날도 문 앞에서 어머니와 실랑이가 있었지만 10분 만에 혼자 학원문을 열었다.


“그 때 이 학생이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힘들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고, 다시 한 달이 지나자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더라고요. 이번에 자립재활학과에 합격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2008년부터 경인방송 아나운서를 하다 2017년 프리랜서로 전향, 스피치 학원을 운영하면서 라디오 방송 DJ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옥(38) 온더스피치 대표다. 김 대표는 말 잘하는 방법으로 말하기 기술이 아니라 듣는 기술을 먼저 이야기 했다.


“발성이나 태도는 중요하지 않아요. 말을 잘 하는 데 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김경옥 대표

좋은 대화를 위해 발성보다 경청이 중요


-아나운서를 하다 스피치학원을 개업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아나운서 일을 하면서 인터뷰를 하면 상대방 말을 끄집어내야 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열려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 강의를 할 때도 첫 시간에는 발성법 같은 걸 알려주는 게 아니라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마음을 여는 게 좋은 대화, 좋은 발표를 하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상대방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나운서와 스피치 교육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경청과 마음 열기는 심리상담사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다. 심리학을 전공했나.


“전공을 따로 하지는 않았다. 경인방송 아나운서 시절 ‘여기는 라디오 심리상담실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은 있다. 말하는 법을 교육하다보면 자연스레 사람의 심리를 공부한다. 그런데 말이라는 게 마음이랑 관계가 깊다. 결국 마음을 열어야 속에 있는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진실한 이야기가 나온다. 좋은 대화법은 경청하기고 바로 마음열기다.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하다보니 심리학 대학원에 도전할지 고민하고 있다.”


-스피치 학원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나.


“직장인과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이나 수험생이 많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고등학생은 반장이나 회장 선거를 앞두고 문의를 많이 한다. 성인은 중요한 발표 준비를 앞두고 찾는 경우가 많다. 기업 CEO나 목사님도 강의를 해달라고 찾아온다. 학교 교사들도 교원연수 차원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가끔씩 대화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며 오는 사람들도 있다. 성인이나 학생들 구분이 없다. 대화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보람도 크다. 교육생이 원하던 대학이나 기업에 합격했을 때도 기분이 좋지만, 닫힌 마음을 여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하다”


-강의는 보통 어떤 식으로 하나.


“1대1 강의가 기본이다. 그룹으로 하면 진행하기는 조금 쉽지만 말이라는 게 마음이랑 관계가 있으니 1대1로 해야 마음을 열기 더 쉽다. 보통 1주일에 1시간을 기본으로 한다. 보통 학생들은 12주 과정이다. 급한 발표나 면접을 앞둔 사람은 주 2~3회 집중 강의를 할 때도 있다.”

김경옥 대표

용건부터 말하고, 대화가 막히면 질문해야


-경청이 왜 중요한가.


“일상적인 대화의 목적은 정보전달과 감정표현, 설득이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나보다 상대방을 알아야 한다. 많은 영업사원이나 보험설계사가 고객을 찾아가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판매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고객이 필요한 부분이 뭔지를 먼저 알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잘 듣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경청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고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수업을 할 때마다 말 잘하려면 우선 잘 들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어떤 사람은 상대가 말 할 때 '이후에 자신이 해야 할 얘기'에만 정신이 팔려 정작 앞에 있는 상대의 말에는 집중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자신과 대화하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직장인의 경우 상사의 지시사항 등을 듣고 싶은대로 듣는 경우가 있다. 제대로 듣고 뜻과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


-좋은 대화를 위한 다른 방법도 알려달라.


"경청하기와 함께 용건부터 말하기, 대화가 막히면 질문하기, 주변에 관심 갖기 등을 꼽을 수 있다.


업무상 대화라면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상대방은 당신의 생각보다 바쁘다. 내가 원하는 말을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대화가 막힐 때 질문을 하면 상대방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적절히 호응을 하면서 '기분은 어땠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등을 물어주는 건 사소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대화 기술이다. 단 상대가 말하고 싶어하는 질문을 잘 선택해야 한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관심사와 취향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실제 관심이 없는데도 관심있는 척만 하면 금세 들통난다. 상대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지며 유연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고 싶다면 상대에 대한 관심, 더 나아가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필수다.


마지막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말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후배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싶고 충고도 필요하다. 자신의 경험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고 싶은 욕망도 있다. 회식자리를 보면 먼저 사장이 장황하게 이야기 한 후 자릴 뜨면 부장 차례로 이어진다. 부장도 자리를 뜨면 차장이 대화를 주도한다. 하지만 건강한 조직문화를 위해서는 후배들이 대화를 주도해야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출처: 사진 김경옥 대표 제공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김경옥 아나운서

프리랜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


-사회생활을 아나운서로 시작했다. 언제부터 방송 일을 꿈꿨나.


“어린시절 꿈이 아나운서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프리랜서로 방송일을 시작했다. 졸업 전에 아나운서를 생각했지만 준비가 힘들어 포기했다. 졸업 전 EBS에서 하는 취업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그 자리에서 ‘방송 일을 생각했는데 포기했다’는 말을 했더니 MC를 보던 분이 ‘말도 잘하고, 임기응변도 잘하니 방송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아나운서를 준비했다. 제주 MBC에서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일하다가 2008년에 경인방송에 입사했다.”


-아나운서를 하면서 어떤 업무를 담당했나.


“라디오 뉴스와 ‘여기는 라디오 상담실입니다’ ‘파워인터뷰’와 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이나 음악프로그램 DJ를 했다. DJ만 하는 게 아니라 PD업무도 하고 있다. 전에 ‘아시아의 음악을 찾아서’라는 5부작 다큐를 만든 적도 있다. PD선배와 공동으로 제작했다.”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아무래도 안정적인 조직에 있다가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니 불안감은 컸다. 그래도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좋았다. 책임감도 더 커지고 더 많은 고민을 한다. 요즘 직장인들은 모두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나운서라는 직업도 나이가 들수록 불리한 직업이니 프리랜서를 선언하거나 스피치 학원이나 아나운서 아카데미 쪽으로 전업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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