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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빚쟁이 되는 한국 청년들은 요즘 이렇게 돈 모읍니다

핀테크? 말고 빈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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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기호황이라는데 삶은 팍팍
가난한이들의 핀테크 이용 자금 융통 '빈테크'
한국서도 중고거래·포인트 모으기 앱 등 성장

“2차 세계대전 후 최장기간 경기가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이 1월 29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직접 표현을 꺼리는 일본인의 화법을 고려했을 때 일본 정부가 사실상 ‘최장기간 경기호황’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일본 젊은이들의 삶은 아직 팍팍하다. 일본이 장기 경기호황을 맞이한 이유는 기업 실적 때문이다. 임금이나 국민의 구매력이 늘어난 건 아니어서 일본에서도 ‘실감 없는 호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핀테크가 궁핍한 생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난할 빈과 핀테크의 합성어인 ‘빈테크(貧·tech)’가 일본 청년들의 순탄치 않은 삶을 보여준다. 모두가 필수로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시대. 애플리케이션으로 과거보다 편리하게 절약 정신을 발휘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고거래 앱의 인기 비결은 ‘빈곤함’


일본은 매년 2~3월 임금 인상을 포함한 노동 조건을 두고 노사간 협상 ‘춘투’를 벌인다. 2018년 주요 기업의 춘투 임금 인상률은 2.26%로 2014년 이후 매년 2%대다. 버블 경기 때는 6%에 육박했다. 게다가 비정규직은 노조원이 아니어서 춘투 임금 인상과는 거리가 있다. 일본은 버블 경제가 꺼진 후 비정규직 비율이 크게 늘었다.


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사회부담은 늘었다. NHK의 ‘최장이지만, 최약의 경기’ 보도를 보면 사회 보험료 부담은 2007년에 한달 평균 4만 7000엔(약 48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2017년에는 한달 평균 약 5만 6000엔까지 증가했다. 가계의 소비 여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은 2007년 44만 2000엔에서 10년이 지난 2017년에는 43만 3000엔으로 오히려 줄었다.


팍팍한 삶 속에서 일본 청년들은 핀테크를 활용해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은 빈테크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중고거래 앱 ‘메루카리(メルカリ·mercari)’는 2013년 시작해 2016년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유니콘이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을 말한다. 다운로드수는 1억건을 넘었다. 2018년 6월 발표한 2018년 2분기(2017년 7월~2018년 6월) 매출액은 35억 6500만엔이다.

여러 중고품을 팔기 위해 판매자가 올린 게시글들.

출처메루카리 홈페이지 캡처

메루카리의 흥행 비결은 핀테크를 이용한 간편함이다. 판매자가 물건을 올릴 때 가격을 미리 정하고 구매자가 이에 동의하면 앱에서 ‘메루페이’로 바로 결제할 수 있다. 물건을 부치고 받는 과정도 편리하게 만들었다. 중고거래는 판매자가 개별로 택배를 부쳐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구매자는 물건이 도착할 때까지 ‘사기는 아닐까’ 불안에 떤다.


메루카리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거래를 약속하면, 판매자가 편의점이나 지하철 사물함을 이용해 중고품을 발송할 수 있다. 송장을 작성할 필요도 없다. 이름조차 적지 않는다. 메루카리가 대형 물류회사 야마토운수와 협업해 중고물품을 안전하게 배송해주기 때문이다.


메루카리가 1월 30일 발표한 2018년 동향 보고서를 보면 고객 1인당 월평균 1만7348엔의 매출을 냈다. 중고품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팔지 않는 해외 물건을 메루카리 앱에서 되파는 이용자도 생겼다.


과거에도 중고거래는 있었다. 다만 주로 거래하는 품목이 명품 가방이나 옷, 전자기기였다면 이제는 모든 걸 판다. 표지가 꾸겨진 잡지, 특정 페이지만 찢어서 모아놓은 스크랩, 낙서가 있는 책, 여러 번 사용했지만 표면을 휴지로 닦아 보관한 립스틱, 흠집 난 지포 라이터, 연예인 친필 사인도 있다. 

여러 번 사용했지만 표면을 휴지로 닦아 보관한 립스틱, 흠집 난 지포 라이터, 특정 페이지만 찢어서 모아놓은 스크랩.

출처메루카리 홈페이지 캡처

메루카리가 인기를 끌면서 일본에서는 쓰지 않는 물건을 아예 '숨겨진 자산'이라 부른다. 닛케이 기초 연구소가 2018년 10월 메루카리에서 데이터를 받아 계산한 '숨겨진 자산’ 금액은 가구당 평균 69만 4099엔. 보고서에서 쿠가 나오코(久我 奈緒子) 연구원은 “숨겨진 자산은 2017년 연간 상여금 지급액 평균 74만 7156엔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메루카리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가계부 앱도 빈테크의 일종이다. 자산을 불리기보다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쓴다. 일본 대표 가계부 앱 '자이무(zaim·ザイム)'와 '머니포워드(Money Forward·マネーフォワード)'는 영수증을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품목과 금액을 알아서 기록한다. 또 입출금 내역을 시각적으로 그래프나 달력으로 알기 쉽게 표현했다.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하면 자산 관리도 돕는다. 자이무를 이용하는 켄타(24)씨는 자이무와의 인터뷰에서 “프리터로 살면서 수입과 지출 균형을 생각하기 위해 가계부 앱을 쓰기 시작했다”며 “잔고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이 바뀐다”고 했다.

자이무 홈페이지 화면. 일본에서 800만명이 쓴다고 소개한다.

출처자이무 홈페이지 캡처

핀비(finbee·フィンビー)는 저축을 돕는 앱이다. 예를 들어 ‘여행 금액 100만원 모으기’를 목표로 정하고 매일 또는 매주 월요일 등 원하는 기간에 금액을 저축할 수 있다. 여기까진 ‘적금’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핀비의 차별점은 ‘규칙’이다.


하루에 목표로 한 걸음수를 넘거나 넘지 못했을 때 저축하는 ‘보행 저축’ 규칙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1만보를 걷기 목표를 달성하면 10만원 저축' 또는 '하루에 5000보 걷지 않으면 5만원 저축'하는 식이다. ‘잔돈 저축’ 규칙도 있다. 예를 들어 거스름돈 계산 단위를 1만원으로 설정하고 8200원 상품을 사면 차액인 1800원을 자동 저축한다.


월급 날짜만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급여를 일한 만큼 미리 받는 앱도 등장했다. ‘페이미(payme·ペイミー)’는 급여 선지급 앱이다. 급여일은 25일이지만 10일에 돈이 필요하다면, 10일치 임금을 먼저 받을 수 있도록 페이미에 신청한다. 사업주가 승인하면 10일에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개인이 개인에게 돈을 모으는 앱도 있다. 보통 ‘펀딩’ 대상은 회사다. 하지만 폴카(ポルカ)는 ‘친구 펀딩’을 모토로 한다. 앱에 돈을 모으는 이유와 목표 금액을 올리고 친구에게 돈을 받는다. 펀딩 이유는 ‘생일 케이크 구입’, ‘개인전 개최 장소 비용’ 등 지극히 개인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도 빈테크 열풍 조짐


한국의 상황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청년들은 경제 불황, 취업난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학비를 위해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빚을 지는 ‘부채 사회인’이다. 낮은 이자로 재테크 수단도 마땅치 않다. 스마트폰과 핀테크는 청년들의 작은 욕망 충족 도구가 됐다.


한국 중고거래시장은 2003년 네이버 카페에서 시작한 ‘중고나라’가 한동안 꽉 잡고 있었다. 한달에 중고나라를 이용하는 사람수만 중복없이 1600만명에 달한다. 핀테크 발달로 중고나라의 뒤를 잇는 다양한 중고거래 앱이 등장했다.


한달에 380만명이 사용하는 번개장터의 2018년 거래금액은 2591억원. 문자·전화를 통한 거래를 제외하고 앱에서 결제가 이뤄진 거래만 합친 금액이다. 번개페이·번개송금·번개시큐리티 등 안전하고 편하게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앱의 이용자 연령대는 20대가 39%로 가장 많고 10대가 23%, 30대가 21%다. 모바일 거래에 익숙하고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청년층이 주로 이용한다는 뜻이다.


2015년 7월 등장한 지역 기반 중고거래앱 당근마켓 사용자는 월 134만명, 다운로드수는 300만건을 넘었다. 후발주자치곤 성적표가 좋다. 이 앱은 ‘이용자가 살고 있는 곳 6~10km 이내 직거래’가 특징이다. 이외에도 셀잇, 헬로마켓 등 중고거래 앱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청년수당으로 치킨 먹어도 되나요?” 2017년 청년수당 사업을 담당한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가 자주 받은 질문이라고 한다. 써도 된다고 하자 다시 질문한다. “프라이드가 아니라 양념을 먹어도 될까요?” 양념통닭은 대개 프라이드보다 1000원 더 비싸다. 흥청망청 쓸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청년들의 '자기검열'이 강했다는 뜻이다. 취업·승진·결혼은 고사하고 1000원, 500원 더 싼 물건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현실을 어느 순간 맞닥뜨릴 때 청년들의 좌절감은 커진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중고품을 버리는 비용마저 아낀다. 중고 물품 수거 서비스 ‘주마’는 일종의 온라인 고물상이다. 앱으로 중고 물품 수거를 신청하면 수거 기사가 집에 직접 찾아온다. 무게를 달아 금액을 정해 물건을 가져간 날 바로 통장에 돈을 입금해준다.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과 가구는 버릴 때 돈을 내야 한다. 주마를 이용하면 폐기처분 비용을 줄이고 추가로 돈을 버는 셈이다. 중고거래사이트에서 흥정을 통해 팔 때보다는 헐값이지만, 시간 없는 이들에게는 인기가 좋다.


대놓고 ‘돈버는 앱’을 자청하는 빈테크 앱도 많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해제할 때마다 1~5원씩 쌓이는 ‘리워드 앱’이 대표적이다. 2012년 리워드 앱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호기심에서 그칠 것’이란 의견이 있었다. 쥐꼬리만한 금액으로 모아도 모아도 ‘티끌’인 보상에 이용자가 금세 질릴 것이란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분야 선두주자인 캐시슬라이드, 허니스크린 등은 지금까지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설문조사를 하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앱도 있다. 설문조사 참여 동기를 높이기 위해 나온 앱이 이젠 빈테크 수단이 됐다. 틸리언·라임·오베이·엠브레인 등이 대표적이다.


미션을 해결하거나 퀴즈를 풀고 돈을 받기도 한다. KB금융그룹이 만든 ‘리브메이트’는 출석체크를 하면 5원을, 시사상식 퀴즈를 풀면 25원을 준다. ‘모두의 미션’은 ‘전통시장에서 사진 찍기’ 등 미션이나 ‘미세먼지 주범은’ 같은 퀴즈를 풀고 보상을 받는 앱이다.


‘돈 버는 앱’을 자처하는 앱은 신경 쓰지 않고 지내다 보면 몇천원씩, 많게는 몇만원씩 쌓여있어 예기치 못한 용돈을 받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재테크 카페에는 앱으로 재테크한다는 뜻의 ‘앱테크’ 잘하는 법을 설명하는 게시글이 인기다.

앱을 내려받는 스토어에서 '돈버는'을 검색하면 나오는 '돈버는 앱'들.

출처원스토어 캡처

커피 한잔 값으로 투자하는 ‘소액투자’도 빈테크의 단면이다. 핀테크 덕분에 은행이나 증권사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증권 계좌를 만들 수 있다. 투자를 하려면 목돈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도 깨졌다. 간편송금결제앱으로 시작한 ‘토스’가 대표적이다. 토스 역시 핀테크에 익숙하나 경제적 여유는 없는 청년층이 주 이용층이다. 토스 가입자수는 2018년 11월 1000만명을 넘었다. 이중 20대가 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다음이 30대(21%), 40대(14%)다. 투자 서비스를 출시한 지 1년 4개월 만에 누적 투자액 3500억원을 기록했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빈테크에 눈을 돌리는 사람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한국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소비세율이 2019년 10월 8%에서 10%로 오른다. 소비세율이 오르면 소비 위축을 피할 수 없다. 실제 아베 내각이 2014년 4월 기존 5%에서 8%로 올릴 때도 정부 예상보다 크게 소비가 줄었다.


한국은 당분간 경제 불황 먹구름이 좀처럼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통계청의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은 460만6000원으로 3.6% 증가했다. 하지만 계층별로 보면 소득이 적을수록 감소폭이 컸던 반면, 고소득층일수록 증가폭이 커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됐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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