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버스 갈아타는 출근길이 진짜 너무 힘들어 만들었습니다

조회수 2020. 9. 27. 22: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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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갈아타야 하는 출근길 너무 힘들어 만들었습니다."
출근 셔틀 중개 플랫폼 모두의셔틀 장지환 대표
규제 딛고 2년 만에 10배 성장
“공유 모빌리티 흐름은 피할 수 없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출근길 ‘지옥철’과 ‘만원버스’에 몸을 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시루 속 콩나물처럼 대중교통에 콕콕 박혀 이쪽저쪽으로 휩쓸리다 회사에 도착하면, 하루 에너지 중 절반은 써버린 것 같다. 여건상 환승이라도 했다 치면 그 피로도는 극심하다. 그렇게 직장인들은 회사에 가는 길목부터 사투를 벌인다.


잡코리아가 조사한 직장인들의 평균 출근 소요 시간은 56분이다. 경기·인천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평균 1시간 18분을 출근하는 데 쓴다. 장지환(33) ‘모두의셔틀’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장 대표는 서울 송파구의 자택에서 강남구 압구정동 회사까지 1시간을 들여 출근했다. 택시로는 20여분 걸리는 거리지만, 지하철과 버스로는 2번 환승해야 했다. “매일 택시를 탈 순 없잖아요. 너무 피곤한데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직장인과 전세버스 업체를 중개해 출근 셔틀을 제공하는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모두의셔틀이다. 최근 불거진 택시업계와 차량 공유서비스 ‘타다’의 갈등에 앞서, 모두의셔틀은 규제 관련 서울시 조사를 여러 차례 받았다. 하지만 올 1월 들어 규제가 완화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2월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만난 장 대표는 “공유 모빌리티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여러 수요에 맞춘 다양한 운송 서비스가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출처: jobsN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만난 장지환 대표.

첫 번째 창업 실패 후 내가 필요한 서비스 개발


모두의셔틀은 이용자가 출근 버스를 탈 위치와 도착할 회사 위치를 지정하면 비슷한 지역끼리 묶어 전세버스를 중개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비슷한 동네에서 셔틀을 타는 사람이 8명 이상이면 운행이 가능하다. 현재는 위례신도시~강남, 미사지구~광화문, 동탄~강남 등 120개 경로를 운영하고, 317개 경로는 사람이 차면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루 이용자는 1400명 수준. 장 대표는 “우선은 수도권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경기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05학번이다. “구체적인 꿈은 없었다. 호텔리어의 멋진 이미지를 보고 학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관심사는 IT쪽으로 옮겨갔다. “일반 직장인과 달리 정장을 안 입고 자유로운 IT 업계에 관심이 갔어요. 4학년 마지막 학기 전엔 작은 게임회사에서 6개월간 인턴을 했습니다.”

출처: jobsN
모두의셔틀 홈페이지 모습. 홈페이지에서 현재 운행 중인 경로를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졸업한 장 대표는 한 중견기업의 IT신사업팀에 입사했다. 낮에는 직장 생활을 하며, 밤에는 취미 삼아 페이스북에 동영상 큐레이션 페이지를 운영했다. 유머·미스터리·스릴러 동영상 등을 올렸다. 페이지 팔로워가 40만명으로 불었다. 그는 “팔로워가 늘어나니 본격적으로 이를 사업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9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이용자에 맞게 영상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개발자 1명을 두고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어설펐습니다. 시스템 오류도 잦았고요. 그때 많이 배웠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며 단계별 검증을 어떻게 해야 하고,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등을요.”


그는 사업을 접고, 2015년 서울 압구정에 있는 한 사단법인 협회의 서무 계약직 일자리를 구했다. 당장 용돈이라도 벌어야 했다. 그는 고생길인 출근길을 6개월간 맛본 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모두의셔틀이다.

2년 만에 10배 성장


장 대표는 2016년 시범 운영을 하며 시장 니즈를 살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서울 구로가 첫 번째 시범 운행 셔틀이었다. 이후 구로~판교 경로 등 3~4대를 더 운영했다. 장 대표는 “초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며 “한쪽으론 시범 운행을 하며 사업 가능성을 타진했고, 다른 한쪽으론 웹 개발 외주업을 하며 사업비를 벌었다”고 했다. 2017년 1월 법인 등록을 하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장 대표는 이 서비스를 만들면서 출근길 직장인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그 첫 번째가 모두가 앉아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집과 회사까지의 셔틀 운행 소요시간을 대중교통보다는 짧도록 설정했다. 그는 “고객이 제시간에 출근할 수 있게 신호등 시간까지 체크하며 최적의 경로로 셔틀을 운행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출처: 모두의셔틀 제공
아침 출근길에 이용되는 모두의셔틀 버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교통 변화로 정체가 빚어져 셔틀 이용자들이 지각한 경우도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년간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5~10번 정도 지각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러한 사고 예방을 위해 매일 운행에 대한 기록을 DB로 쌓고 편차를 확인한다”고 했다.


일단 이용자들은 모두의셔틀에 만족감을 보인다. 지난 2년간 모두의셔틀은 이용자 수가 10배 성장했다. 작년 매출은 10억원이고, 고객 재계약률은 90% 이상이다. 수익원은 이용자들의 월 수수료다. 이동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모두의셔틀 월 이용료는 10~20㎞ 기준 7만원 정도다. 장 대표는 “매일 힘든 출근길을 보냈던 직장인들이 특히 좋아한다”며 “사무실로 감사하다며 케이크를 보낸 이용자도 있고, 삶의 질이 달라졌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 모두의셔틀 제공
모두의셔틀 직원들(왼쪽)과 사무실(오른쪽).

“이동 수요에 맞춘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등장 피할 수 없어”


모두의셔틀이 순탄하게 사업을 한 것은 아니다. 최근 택시업계와 차량 공유 서비스 간의 갈등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인 모두의셔틀도 규제와 저항에 부딪혔다. “2018년 여름에 서울시에서 4차례 조사를 나왔습니다. 운송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운행한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거예요. 모두의셔틀은 전세버스를 소유하지 않고 버스 업체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인데 이를 오해한 거죠. 나중에는 서울시 관계자가 운행 중인 버스에도 올라타 이용자들을 조사하기도 했어요.”


장 대표는 수차례 서울시를 찾아가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해 설명했다. 마침 스타트업포럼에서도 “공유 경제에 대한 규제를 풀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현재의 규제가 낡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자 서울시는 모두의셔틀을 바라보던 비판적 시선을 거뒀다.

출처: 모두의셔틀 제공
장지환 대표.

올 1월에는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2차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바일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세버스 탑승자를 모집하는 것을 허용했다. 단 노선화하지 않은 비정기, 일시적 운행만 가능하다. 모두의셔틀의 경우 운행 경로를 정규 노선으로 볼지 말지에 따라 규제 적용이 결정된다. 장 대표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 단계 나아간 부분을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모두의셔틀 경로는 이용자가 수요에 따라 월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정규 노선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최근 택시업계와 차량 공유 서비스 간 갈등에 대해 공유 모빌리티 사업을 하는 장 대표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공유경제 흐름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에게는 자신이 가장 편한 운송수단을 탈 자유와 욕구가 있잖아요. 아무리 피하고 막아도 결국엔 새로운 탈것,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장 대표는 “대화를 위한 상생을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올해를 사업 확장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현재 120개인 경로를 최대 5배로 키워, 매출액도 현재의 6배(60억원)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출근 셔틀뿐만 아니라 퇴근 셔틀도 시범 운행하며 서비스 확장 가능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함께 이동하는 셔틀 문화를 통해 전체 교통량 감소에도 도움을 주고, 이동 비용도 절약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 서비스를 통해 시민에게 새로운 출퇴근 이동수단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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