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술 취해 파출소 들락날락하던 몰락한 천재복서, 지금은..

조회수 2020. 9. 27. 22: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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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알콜 중독자에서 억대 연봉 스타 강사로
19살 천재 복서로 불리던 사나이
디스크로 선수 생활 은퇴 후 13년간 술독 빠져
지금은 몸과 마음 다스리는 억대 연봉 스타 강사

“그 때만 생각하면 아찔하죠. 대회 체급을 맞추기 위해 1시간 만에 몸에서 수분 850g을 뺐어요. 간신히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하니 온몸의 기운이 빠지더라고요. 라운드 내내 인정사정 없이 두들겨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신이 아득해지기 전 갈비뼈 아래 빈틈이 보였습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온 몸을 실었어요. 라이트 훅. 멈칫하는 상대에게 잽을 내리 꽂아 겨우 우승할 수 있었어요.”


1982년 혜성처럼 등장한 이 권투 선수는 KBS신인선수권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프로 데뷔 5개월 만에 세계 정상급인 태국 산삭디 무왕수림 선수에게 6회 KO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무리한 훈련으로 허리와 목 디스크에 무리가 왔다. 의사는 링에서 뛸 수 없다고 했다. 전부를 잃은 것 같았다. 13년 동안 술에 빠져 지냈다.


지금 그는 알코올 중독을 이기고 억대 연봉의 스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 ‘국내 1호 컨디션 트레이너’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신 건강과 몸 건강을 동시에 바로잡아 주는 트레이너란 뜻이다. 그의 강연은 일반 건강 강의와 조금 다르다. 권투 동작 등을 활용해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가르친다. 이희성(55) 컨디션 트레이너를 만나 힘들었던 과거를 이겨내고 강사로 활동하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잡스엔
이희성 컨디션 트레이너.

천재 복서에서 알코올 중독자로


-‘천재 복서’였다.

“처음부터 권투를 잘한 건 아니었다. 동양주니어웰터급 챔피언이었던 이모부를 보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권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새벽 6시에 일어나 학교보다 체육관에 먼저 들렀다. 고등학교 1학년, 아마추어 무대에 처음 출전했다. 성적은 6전 1승 5패. 참담했다. 악바리처럼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2년 동안의 피나는 노력 끝에 1982년 프로복싱 신인선수권대회(페더급) 신인왕에 올랐다. 4개월 뒤에는 세계 정상급인 태국 산삭디 무왕수림 선수와의 경기에서 6회 KO승을 거뒀다. ‘19살 천재 복서’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대졸 초임 월급이 18만원이던 시절, 대전료로 100만원을 받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대학까지 포기하고 권투에 매진했다.”

출처: 잡스엔
(좌) 1982년 프로복싱 신인선수권대회(페더급) 1위 트로피를 들고 서 있는 이희성 선수. (우) 링 코너에 서 있는 이희성 선수.

-몸에 무리가 왔다고.

“프로 데뷔 이후 세계 타이틀 매치를 준비에 나섰다. 1982년 겨울 남한산성에 산악 훈련을 갔다. 새벽 6시부터 하루 10시간 넘게 운동했다. 허리가 욱신거리고 관절 마디 마디가 아팠다. 진통제를 먹으며 통증을 참았다.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버텼다. 이듬해 3월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허리와 목에 디스크가 왔다. 링 위에서 경기를 치르기 어려울 정도였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병이 호전되지 않았다. 마지막 은퇴 경기를 치러야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방황했었다고.

“몸과 마음이 방황했다. 세계챔피언이 눈앞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이상 권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는 상실감이 찾아왔다. 매일 파출소에 끌려갈 정도로 술로 인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술에서 벗어나고 싶어 도망치듯 군대에 지원했다. 하지만 휴가 때마다 술을 마셨다. 군대 간부와 시비가 붙어 싸우기도 했다. 몸무게가 57kg에서 93kg까지 늘었다. 이후 1996년 3월까지 13년 동안 알코올 중독자로 지냈다.”

출처: 잡스엔
(좌) 1982년 57kg 마른 체형의 이희성씨 (우) 1986년 잦은 음주로 군대에서 93kg까지 살이 찐 이희성씨.

-우울증도 앓았다고.

“1987년 만화가 이현세의 작품 ‘지옥의 링’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작정 영화사를 찾았다. 감독을 만나 ‘프로 복서 출신이라 권투에 자신있다. 주인공 역할을 시켜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연배우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주연 배우에게 권투를 가르쳐주는 것이라도 하고 싶다고 사정했다. 무급으로 배우에게 권투 자세와 기술 등을 알려줬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감독 눈에 들어 조연으로 출연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술이 문제였다.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감독에게 실수를 했다. 잠시나마 꿈꿨던 영화 배우로서의 새 출발이 물 건너갔다. 우울증이 찾아왔다. 죽고 싶었다.


10월 한강에 몸을 던졌다. 차가운 한강물에 닿는 순간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이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자고 뛰어들었는데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한강 둔치까지 내 힘으로 헤엄쳐 나왔다. 술을 끊고 새 인생을 살아보자 다짐했다. 이후 자살 충동이 들 때마다 이 날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출처: 잡스엔
영화 '지옥의 링' 캡처.

-술은 어떻게 끊었나.

“1994년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다. 평소처럼 단골 술집에갔다. 술 때문에 부모님을 고생시키고, 내 몸을 망가뜨렸으면서 또 술을 마시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누구든 술을 끊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술집 주인은 내게 단주모임을 추천했다.


바로 서울 강동성심병원 단주모임에 들어갔다. 병원에서 대단한 단주법을 알려준 건 아니었다. 절망감이 들 때 술 대신 다른 방법으로 나를 다스릴 수 있도록 의지를 북돋아줬다. 명상이 큰 도움을 줬다. 가끔 술 생각이 들 때는 단주모임 사람들과 의지를 다졌다. 여럿이라 버틸 수 있었다. 2년 만에 단주에 성공했다. 지금도 단주모임에 나간다. 23년 째 술을 입에도 대지 않고 있다.”


기회는 찾아서 만드는 것


-어쩌다 컨디션 트레이너가 됐나.

“박주영 운동공학협회장이 허리와 목 디스크 재활을 도와줬다. 박 협회장은 1986년 아시안 게임 때 여러 선수들을 관리한 트레이너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비틀어진 목뼈 자리를 잡아줬다. 진통제를 먹지 않아도 될만큼 몸 상태가 좋아졌다. 이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다. 2년 동안 공부해 운동공학 트레이너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경력 없는 초보자기 때문에 써주는 곳 하나 없었다. 가만히 기다리지 않고 기회를 찾아나섰다. 연세대학교 대학 야구단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일거리를 부탁했다. 처음에는 무료로 선수들을 관리해줬다. 다친 몸을 극복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가르쳤다. 요가, 스트레칭, 권투 원리 등을 활용한 운동법을 알려줬다. 연세대 선수들이 경기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대전 대통령배 야구 대회에서 4전 4승을 기록했다.


2000년에는 아리랑 영화배우축구단 창단 기사를 보고 주최자인 이민형 감독을 찾아갔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트레이닝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예산이 없다고 했지만 그냥 무료로 트레이닝을 해줬다. 이 때 배우 안성기, 박중훈, 차인표, 김보성의 트레이닝을 맡았다. 이 때부터 유능한 컨디션 트레이너로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

출처: 잡스엔
(좌) 한국운동공학협회 주관 피지컬 트레이너 자격증 (우) 아리랑 영화배우축구단 선수의 몸을 만져주는 이희성 트레이너.

-유명 연예인도 찾아왔었다고.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가수가 매니저의 부축을 받으며 나를 찾아왔다. 콘서트 준비 중에 무거운 물건을 잘못 들어 허리 통증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를 눕히고, 발목과 무릎을 풀어줬다. 허리와 골반을 잡아주는 트레이닝을 했다. 김종진씨는 몸 상태를 회복하고 콘서트를 잘 마무리했다. 지금도 몸이 아플 때면 나를 찾는다. 가수 김장훈씨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친해져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어쩌다 운동 강의를 시작했나.

“영화배우축구단 막내 스태프가 어깨가 불편하다는 영화사 대표이사에게 나를 추천했다. 그의 어깨를 만져주면서,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어깨 운동법들도 함께 설명해줬다. 대표이사는 내 얘기가 ‘쉽고 재밌다’면서 뜻밖의 제안을 했다. 운동 강의를 해보라는 것. 그는 지인을 통해 뉴코아백화점 직원 약 50명을 대상으로 하는 점심 시간 강연 자리를 소개해줬다. 반응이 좋았다. 매일 1시간씩 총 65회차의 강연을 마쳤다. 백화점 강의가 끝날 무렵,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내 뒷 타임에 강의하던 강사가 나를 추천했다고 했다. 재밌고 쉽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강연 문의가 줄줄이 들어왔다.” 

출처: 잡스엔
(좌) 현대 자동차 직원 특강 (우)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희성씨.

지금 그는 백화점 직원부터 영업 사원, 국회의원, 판검사, 대기업 CEO까지 다양한 기업체의 컨디션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인기 강사다.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한국강사협회가 ‘명강사 42호’로 선정했다. 2014년 KBS 아침마당에 나가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나만의 강의 비결은.

“원래 집안에 끼가 많고 말재간이 좋다. 남동생 이희찬은 MBC 공채 6기 개그맨, 여동생 이칠선은 MBC 공채 9기 개그우먼이다. 여기에 사무실에서 일하다가도 써먹을 수 있도록 쉬운 운동을 가르치는 게 강의 비결이다. 시간 내서 운동하는 것보다 안 쓰는 근육을 자주 움직여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른손을 주로 쓰는 권투 선수들도 훈련 때 오른손과 왼손의 자세를 바꾼다. 컴퓨터를 보는 직장인은 고개를 들고 목을 쭉 펴는 자세를 일부러라도 해라. 몸의 균형을 위해 오른손잡이는 왼손을 자주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삶은 우리에게 성공보다 위기의 시간을 더 먼저, 더 자주 안겨준다. 나 역시 인생의 전부였던 권투를 잃고 나서 오랜 시간 방황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군에게게 용기를 심어줄 수 있는 행복한 컨디션 트레이너 강사다. 스스로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라. 시간이 부족하다, 기회가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고, 기회를 찾아서 만드는 사람이 되자. 누구나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한다면 길이 생긴다. 돈은 자연스레 열심히 사는 당신의 뒤를 따라갈거다.”


글 jobsN 김나영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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