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폭행 등 각종 사건사고 구설에 오를 걱정 없는 연예인

조회수 2020. 9. 27. 23: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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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보다 잘 나가는 가상 연예인
브이튜버·가상 인플루언서·가상 걸그룹까지
CG기술 발전으로 가상 연예인들 활약
TV방송 진출·콘서트 개최·음원 발매도

‘가상 인물’하면 한국에선 사이버 가수 ‘아담’을 떠올리곤 한다. 1998년 등장해 큰 인기를 끌다 2000년대 들어 갑자기 사라졌다. ‘밀레니엄 버그에 감염돼 사망했다’, ‘군대에 갔다’는 등 무성한 소문이 돌았지만 아담이 사망한 이유는 당시 기술의 한계였다. 아담이 '안녕하세요. 아담입니다'라는 고작 10글자를 말하기 위해 전직원이 일주일 동안 날밤을 새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CG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가상 인물이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유튜브·지상파 방송 활발히 활동


애니메이션·게임 산업이 발달한 나라답게 일본에선 가상 인물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눈에 띄는 분야는 유튜브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가상 연예인을 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 또는 브이튜버(Vtuber)라고도 한다.


인지도가 가장 높은 브이튜버는 ‘키즈나 아이(キズナアイ·kizuna AI)’다. 2016년 등장한 게임 유튜버다. 머리 위에 커다란 분홍색 리본을 매단 키즈나 아이는 사람 유튜버처럼 게임 리뷰를 한다. 현재 메인 채널 구독자수는 244만명. 게임 전용 채널 구독자수까지 합쳐 370만명이 키즈나 아이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 것이다. 일본 인기 걸그룹 ‘AKB48’의 구독자수가 229만명, 한국의 대표 게임 유튜버 대도서관의 구독자수가 약 192만명이다. 

출처: 유튜브 키즈나아이 캡처
키즈나 아이 실시간 방송 모습. 오른쪽에 방송 시청자들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키즈나 아이와 비슷한 모습의 가상 캐릭터는 늘 있었다. 다만 과거에는 사람과 소통이 불가능했다. 반면 키즈나 아이는 실시간 방송이 가능하다. 게임을 하다 잘 안될 때 얼굴을 찌푸리고 감탄사를 내뱉는다. 정해진 콘셉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반응한다. 트와이스의 TT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등 다양한 영상을 올린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등 SNS를 적극 이용해 팬 관리도 한다.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키즈나 아이의 팬들은 영상이 올라오면 알아서 각국의 자막을 단다. 인기 영상에서는 영어와 한국어 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중국어, 태국어, 러시아어 등을 볼 수 있다. 인기에 힘입어 콘서트도 열었다. 일본정부관광국 홍보대사로 뽑혀 활동 중이다.


여성을 공략해 남성 브이튜버도 등장했다. 1970년대 인기를 끈 일본 애니메이션 ‘얏타맨’에 등장하는 보얏키가 2018년 11월 브이튜버로 데뷔했다. 그는 데뷔 소감으로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가 돼 도론보의 부활을 꿈꾼다”고 말했다. 도론보는 얏타맨 속 3인조 악당을 말한다. 보얏키는 그중 한명이다. 일본 매체 ‘IT미디어뉴스’가 2018년 12월 20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일본에서 활동하는 브이튜버는 6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출처: 유튜브 얏타맨 채널 캡처
브이튜버 보얏키.

급기야 브이튜버는 정규 방송에 진출했다. 키즈나 아이는 2018년 4월부터 BS니혼TV에서 한달에 한번 ‘키즈나아이의 방송(キズナアイのばん組)’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6월부터 12월까지 도쿄 메트로폴리탄TV1에서는 가상 유튜버 그룹 KMNZ의 리타와 리즈가 토크 버라이어티 방송 'VIRTUAL BUZZ TALK!'를 진행하기도 했다. TBS 방송국이 운영하는 트위터 TBS NEWS에는 가상 캐릭터가 등장해 뉴스를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가상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2018년 11월 7일 신화통신사 공식 홈페이지, 트위터, 유튜브에는 AI 가상 아나운서가 영어로 인사말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는 (자신이) “실시간 영상으로 학습하며 전문 뉴스 앵커처럼 텍스트를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가상 아나운서는 신화통신사의 사람 앵커인 장 자오(Zhang Zhao)를 모델로 했다. 통신사는 가상 아나운서가 24시간 일할 수 있고 뉴스 제작 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봤다. 

출처: 신화통신사 유튜브 캡처
영어로 말하는 AI 앵커.

CG 같은 외모? 이젠 진짜 CG 외모


‘CG 같은 외모’는 연예인의 외모를 칭찬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듯 부족한 부분 없이 잘생기거나 예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제는 진짜 CG로 만든 가상 연예인이 인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패션계에서 활약이 뚜렷하다. 2016년 데뷔한 릴 미켈라(Lil Miquela)는 LA에서 사는 ‘영원한’ 19세 소녀다. 본명은 미켈라 소사(Miquela Sousa). 가지런하게 자른 앞머리와 양쪽으로 묶은 만두머리, 볼을 덮은 주근깨가 특징이다. 화보를 방불케하는 의상과 포즈로 인기가 많다.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영락없는 10대 인플루언서다. 150만명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했다. 

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그의 또다른 직업은 뮤지션이다. 인스타그램에는 녹음 스튜디오에서 음악 작업을 하는 모습이 올라온다. 2017년 8월에는 ‘Not mine’이라는 음원을 발표했다. 유튜브에 ‘Hate Me’를 검색하면 그가 출연한 뮤비를 볼 수 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2018년 미켈라를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하나로 뽑았다. 여기엔 방탄소년단(BTS)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가수 리한나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펜티 뷰티(Fenty Beauty)는 2018년 초 인스타그램에 주황색 립스틱을 바른 모델 사진을 올렸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느낌에 사람들은 신인 모델로 생각했다. 신인은 맞지만 사람이 아닌 CG로 만든 가상 모델 ‘슈두(Shudu)’다. 영국 사진작가 겸 비주얼 아티스트 카메론 제임스 윌슨이 만들었다.


유명 의류 브랜드 옷을 입고 화보를 찍는다. 패션 행사에 참석해 사람들과 어울린다. 내친김에 프랑스 발망은 슈두(Shudu)와 함께 가상 모델 마고(margot), 지(Zhi)를 전속 모델로 계약했다. 세 모델을 관리하는 디지털 모델 전문 에이전시도 생겨났다. 이 에이전시에서 최근 세계 최초 외계인 모델 ‘갤럭시아’도 데뷔했다.

출처: 슈두 인스타그램·THE DIGITLAS 홈페이지 캡처
슈두 이름을 알린 화보(사진 ①), 가상 모델 마고, 슈두, 지(사진 ②),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사람 연예인과 사진을 찍는 모습(사진 ③), 디지털모델 전문 에이전시 소속 모델들(사진 ④

일본 잡지 ‘CGWORLD’ 2월호 표지를 장식한 모델 이마(imma)도 가상 모델이다. 밝은 분홍색 짧은 단발에 큰 눈과 흰 피부가 인상적이다. 길거리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이 잡지에선 이마를 비롯해 가상 인간을 뜻하는 ‘디지털 휴먼’ 특집 기사를 다뤘다.


가상 모델들의 특징은 브이튜버와 달리 ‘진짜 인간’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속눈썹 한 올 한 올이 살아있고 피부결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주관도 뚜렷하다. 가상 인물의 소신 발언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미켈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향한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상 연예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중문화 유명 인사 대부분이 가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스타그램 같은 가상공간을 이용해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SNS의 특징이 가상 인플루언서·모델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기도 한다.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 즉 가상 공간 속에서의 관계가 핵심이다. 사람이라도 일상 속에서 직접 만날 일은 드물다. SNS에 드러나는 삶과 캐릭터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굳이 가상과 현실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출처: CGWORLD 홈페이지, 이마 인스타그램 캡처
일본 모델 이마. 속눈썹과 머리칼, 피부 표현이 자연스럽다.

사람 연예인까지 넘본다


‘아담’의 나라 한국도 가상 인물 제작에 앞장선다. 2018년 7월 게임 제작사 스마일게이트 소속 브이튜버 ‘세아’가 데뷔했다. 세아는 게임 홍보를 벗어나 웹툰을 추천하거나 설날 잔소리 대처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때론 ‘컴퓨터 먹방’을 하는 등 브이튜버다운 비현실적인 콘텐츠를 보여준다.


가상 아이돌 그룹도 등장했다. 4인조 걸그룹 'K/DA'(케이디에이)는 2018년 11월 3일 인천 문학경기장 롤드컵(롤 세계대회) 결승전 오프닝 공연에 올랐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LOL·롤)’ 속 캐릭터 아리·아칼리·이블린·카이사가 걸그룹 멤버다. 롤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 측은 "롤 세계관에서 차용한 비현실적 요소를 현실 세계에 음악과 함께 내놓은 것"이라 했다. 음원 발매 직후 미국 아이튠즈 케이팝 차트 1위, 전체 팝차트 4위까지 올랐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2월 10일 1억 7000만건을 넘었다.


K/DA처럼 게임 캐릭터나 실존 인물의 IP(지적재산권)를 이용한 가상인물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넷마블 게임 ‘세븐나이츠2’의 주인공 렌은 가상 라이브 토크쇼를 열었다. 관람객은 렌이 낸 퀴즈를 맞히는 등 실시간으로 어울렸다. VR 스타트업 에이펀인터렉티브은 아바타 라이브 기술을 이용해 렌이 성우의 표정과 행동을 실시간으로 따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출처: (여자)아이들 VLIVE 영상·세븐나이츠2 렌 라이브 토크쇼 영상 캡처
(왼쪽부터) K/DA 공연모습과 세븐나이츠2 렌이 라이브 토크쇼를 하는 모습. K/DA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 이들은 실제 가수들이다. 한국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소연이 아칼리, 미연은 아리, 미국 가수 자이라 번스가 카이사, 매디슨 비어가 이블린을 맡았다.

세계최대가전전시회 CES 2019에서는 작곡가 히치하이커의 ‘디지털 휴먼’이 공연을 열었다. 디지털 휴먼은 아바타를 뜻한다. 에이펀인터렉티브가 SK, SM C&C와 협업해 만들었다. 이 회사는 조만간 자체 제작한 브이튜버를 데뷔시킬 예정이다. 권도균 대표는 “브이튜버 같은 가상 연예인은 구설수에 오르거나 음주·폭행 같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염려가 없다”며 “사람 연예인이 갖고 있던 시장까지 브이튜버가 차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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