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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면 갈데 없다? 그건 회사 꼰대들의 착각입니다

X꼰대 탈출? “유머감각 기르는 것보단 친절한 사람이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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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두 사람이 있다고 쳐보세요. A는 어릴 때 누구한테 속은 적은 없지만 커서 뒤통수를 많이 맞았습니다. B는 이런 A를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어요. A가 속는 것과 A를 속이는 사람들을. 이런 B가 세상을 믿겠어요? ‘세상이 나도 속일 수 있겠구나’ 이중·삼중으로 경계하기 마련이겠죠. 그래서 B는 ‘직장’에서도 구두 약속은 믿지 않습니다. ‘일단 일하면 나중에 돈이든 휴일이든 챙겨주겠다고? 못믿겠다. 계약서로 보여줘라. 반드시 서명해야 믿을 수 있다···.’


90년대생들은 보통 이런 정서를 가지고 직장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잦은 구조조정을 보고 자랐죠. 직원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직장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내치는 거에요. 대학에 들어와서는 법으로 규정한 주5일·68시간 아래서도 회사에 들어가면 주6일·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선배들을 보며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회사를 믿고, 회사를 위해 진심을 다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요?”

임홍택 작가.

출처jobsN.

임홍택(36)씨는 2018년 11월 책 ‘90년생이 온다’를 펴냈다. ‘90년대생이 이제 대학을 벗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 기성사회는 직장 등 조직에서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90년대생은 자신의 모습을 어느정도 알고 있을까’ 책을 관통하는 임 씨의 고민이다.


“세대를 나눠 잘잘못을 따지고자 쓴 책은 아닙니다. 다만, ‘90년대생’이라고 묶을 수 있는 집단이 사회로 들어올 때 기존 조직과 빚을 마찰을 줄이는 것을 돕고 싶었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일단은 직장이 그들에게 좀 더 ‘친절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90년대생을 탐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언제부터인가.


“2012년 ‘CJ그룹 인재원’으로 소속을 옮긴 것이 계기입니다. CJ에는 2007년에 입사해 현재는 제일제당 조미소스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인재원에서는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했죠. 활동하면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오는 학생들, 인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입사년도가 고작 5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나와 별 다를 것 없겠지’ 생각했어요. 그러나 큰 오산이었습니다. 내가 회사에 들어올 당시 하던 대로, 즉 소위 군대식 교육이 점점 통하지 않는 것을 느꼈죠. 싫은 티가 얼굴에 묻어나고, 불만을 토로하더니 곧 퇴사하고. ‘내 때는···’ 운운하는 게 꼰대스럽긴 하지만, ‘내가 처음 왔을 때와는 다르구나’ 온 몸으로 느꼈어요.   

책 90년생이온다 표지.

출처반디앤루니스 홈페이지 캡처.

‘앞으로 들어올 친구들의 성격을 알아야 현장에서 호흡을 더 잘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에 90년대생은 어떤 사람들일까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문사회과학이 아니라 IT전공이지만 원래 오타쿠 기질이 있어 관심이 생긴 분야는 깊게 파요. x세대, 밀레니얼세대 등 개념부터 공부하면서 회사에서, 대학교를 찾아가서 많은 학생을 만나보았습니다. 공무원은 왜 하는지, 회사는 왜 좋고 싫은지 등 2017~2018년 이들과 많이 대화했어요.”


-이미 ‘밀레니얼 세대’라는 말이 있는데, 한국의 90년대생을 따로 분석한 이유는.


“미국과 한국은 다른 사회에요. 미국에서 밀레니얼은 보통 1980~1996년생을 가리키는데, ‘911 테러’를 목격해 기억으로 남긴 마지막 세대를 1996년생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한편 한국에서는1990년생과 1996년생을 다른 집단으로 봐야만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사회에는 90년대생에 대한 분석이 부족해요. 기업도 훗날 소비자가 될 이들에게 큰 관심이 없던 게 사실이죠. 1990년대 중반부터 출산율이 곤두박질쳤는데,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어 매력적인 소비자 집단으로 비치지 않았던 거에요. 그런데 20대가 된 이들이 취직해 돈을 벌고, 인터넷 방송 인기 BJ가 돼 소비를 선도하니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거에요. 외국은 원래 관심이 많았어요. 대표적으로 중국이 10년 단위로 세대를 끊는데, 쥬링허우(90后·90년대생) 분석은 이미 끝났죠. 주 관심사는 2000년 이후 태어난 링링허우(00后)에요.”


-우리나라 90년대생의 특징은?


“‘재미·간단함·솔직함’이라 말할 수 있어요. ‘꿀잼’ ‘허니잼’ ‘핵잼’처럼 몇년 전부터 단어 끝에 붙는 ‘~잼’이나 ‘드립’문화가 이들의 재미 추구를 대변합니다. 또 부모님 잔소리를 연상케 하는 장황한 말보다 간략한 정보전달을 지향하죠. 이전 세대보다 자신의 불만을 말하는 데 솔직한 한편, 자기의 망가진 모습도 서슴없이 보여주고 함께 즐기는 ‘털털함’을 지녔습니다.


위 세 요소를 묶은 것이 ‘병맛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병맛이네” “병맛 같다”며 서로 웃고 떠드는 20대를 흔히 볼 수 있어요. 병맛 개그를 보면 약간 자조적이고 자기 체면을 내려놓는 듯하죠. 동시에 기분 나쁘지 않고 간단한 방법으로 웃음이나 폭소를 자아냅니다. 인터넷 짤방과 얼마 전 크게 유행했던 CF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가 대표적인 병맛 콘텐츠에요. 특유의 유머 코드로 큰 인기를 얻어 기업 인지도를 단박에 높이는 데 공헌했죠. 이런 광고를 내는 대기업을 이전엔 상상할 수 없었죠. 

병맛 콘텐츠로 큰 호응을 얻은 LG생활건강의 광고 '본격 LG빡치게 하는 노래'

출처'HOZZAA2' 유튜브 화면 캡처.

이르면 유치원, 적어도 초등학생 때부터 인터넷 문화에 익숙해졌기에 이런 문화가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인터넷 글은 대체로 짧기 마련인데, 관심을 받으려면 웃겨야 합니다. 또 이들은 대체로 중학생 때부터 모바일기기에 익숙해졌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언제 어디서든 재밌는 콘텐츠를 접해왔어요. 이들에게 ‘시간’은 단순히 공부나 일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닌 나의 감정적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중한 자원입니다.”


-90년생에게 조직이란?


“20대 대부분에게 조직이 더 이상 제1의 충성 대상은 아니라는 말은 이미 많이 퍼져있죠. 이들은 더 이상 우리 부모 세대 때처럼 회사가 평생 직장으로서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내 삶을 깎으며 충성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렇다고 90년대생이 조직·규율 자체를 중요하지 않게 여기거나 단체 생활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임홍택 작가가 책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스브스 뉴스 SUBUSU NEWS 유튜브 화면 캡처.

다만, 단체 생활이 재밌어야 오래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재밌는 조직이란 단순히 유머가 넘치는 가벼운 분위기의 집단이 아닙니다. 다니는 사람에게 ‘배울 게 있고, 본인 경력에 유익하다는 느낌’을 주는 곳을 뜻해요. 사람을 만날 때와 마찬가지죠. 개그감이 좋지만 만나면 지루한 사람이 있잖아요. 한편, 말수나 유머감각이 적어도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 있고요. 내게 도움을 받거나 취향이 같은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죠. 지금 20대는 자기 계발과 경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직장이 즐거운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조직이 즐겁지 않거나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을 넘어 자신을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면, 90년대생들은 잘 참지 않습니다. 자기 시간을 더 쓰면서 남아 있을 필요성을 덜 느끼는 거죠. 윗 세대를 보며 ‘어차피 날 위하는 평생 직장은 이제 없다’는 점을 깨달았으니 지금 박차고 나가도 조금 더 빨리 퇴사하는 셈이 됩니다. 또 재입사를 못해도 마지막 길로 ‘공무원 시험’이 남아있으니 공시생으로서 ‘존버’하면 된다고 여기는 경향도 있어요. 이들에겐 ‘너 여기서 나가면 갈 데 없어’라는 일종의 협박이 예전만큼 통하지 않죠.”


-회사가 이들과 함께 가려면?


“90년대생이건 00년대생이건, 회사는 새로운 세대의 진입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해요. 회사 입장에서도 새 인재는 필요하기에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하죠. 일단, 지금 20대에게도 회사 일 말고 다른 중요한 관심사가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새 일본어 오타쿠 발음이 한국에서 덕후로 바뀌며 등장한 ‘덕질’이란 말이 유행하잖아요. 문화콘텐츠 중 자신이 좋아하는 한 두개를 깊게 파는 것을 덕질이라 하죠. 젊은 세대에게 부당한 연장근무를 시키는 것은 덕질 내치 관심분야에 투자할 시간을 뺏는 것이기에 큰 반감을 살 수가 있어요.  

임홍택 작가가 책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스브스 뉴스 SUBUSU NEWS 유튜브 화면 캡처.

기존 구성원이 새로 오는 사람들에게 친절해져야 합니다. 유머감각 기르면서 꼰대 탈출 노리는 것보다 신입사원에게 업무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태도를 기르는 게 효과적이에요. ‘요즘 젊은 애들’은 무조건 어른 말을 싫어하는 어리광쟁이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출근시간 10분 전에 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여겨 통보하면 잘 듣지 않지만 ‘왜 10분전에 와야 하는지 합당한 이유를 들어 설명해주면 납득한다는 얘기에요.


일 시킬 때도 처음 주는 일 주고 ‘알아서 해 와’ 이런 식의 태도는 삼가야 합니다. 이제 들어오는 직원 눈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여요. 90년대생은 누구나 인터넷 강의로 수능 명강사를 두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었던 세대죠. 알려주지도 않고 다짜고짜 일하라 하면 ‘나는 학습 능력이 있고 경험자가 가르쳐주면 더 일을 잘 할 수 있다. 근데 왜 안 가르쳐주지’ 생각할 뿐입니다. 이런 선배는 ‘가르칠 방법도 모르는 무능한 선배’로 비칠 가능성이 커요. 

다양한 일상적 갑질의 유형을 보여주는 조사.

출처'YTN NEWS' 유튜브 화면 캡처.

이들에겐 ‘사전(事前) 가이드’가 필요해요. 인터넷·스마트폰에 익숙한 이들은 맛집 하나 찾을 때에도 블로그와 앱을 보며 조사하고 가잖아요. 이런 사소한 일에도 준비를 거치는데 중요한 일을 앞두고 가이드가 없으니 더 불안해하는 거죠. ‘실패를 경험삼아 배우라’는 말은 이들에게 설득력이 적어요. 설명서만 있으면 실패를 최소화하고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꼰대가 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인가.


“그렇다고 생각해요. 기성 세대와 신세대는 어떻게든 인식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20대도 언젠간 꼰대 소리를 듣겠죠. 다만 ‘중증 꼰대’, 즉 ‘개꼰대’가 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개인과 조직이 만들어내는 직장 갑질은 다양하다.

출처'YTN NEWS' 유튜브 화면 캡처.

회사 내부에서 군대식 문화를 퍼뜨리는 개꼰대는 ‘괴물’이에요. 개인의 개성과 의견을 말살하고, 후배의 시간을 내 시간처럼 여겨 아무렇지 않게 일 시키고···. 90년대생들은 회사가 좋아도 이런 사람 때문에 퇴사해요. 조직 입장에서도 개꼰대는 유능한 신입을 내보낼 수 있는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조직도 개인도 개꼰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해요.”


-책에서 세대갈등의 해법을 다양하게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친절해지자고 말한 것도 큰 방향성입니다. 구체적인 해법은 조직마다, 개인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또 해법을 생각하려면 인문·사회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IMF, 금융위기, 세월호 사건 등 정치·경제적 사건이 젊은 세대에게 무슨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분석하면서. 그러나 일부러 그런 접근은 피했어요. 사회학 전공자도 아니어서 정밀한 연구가 불가능하기도 했고요. 90년대생의 일상을 관찰해 회사와 개인에게 도움을 주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글 jobsN 정경훈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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